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109
109. 더럽고 변수 많은 일 (3)
퓻━!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드루이드.
올리버는 곧장 움직였다.
눈에 신경을 집중했는데, 별장 안에는 열 명이 좀 넘는 침입자들이 2인 1조로 수색 중이었다.
다행히 제인은 송장인형들에게 구출되어 밖으로 막 탈출한 상태.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수도 없는 게, 마총의 니나가 끈질기게 제인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우선, 주의를 끌어야 했다.
“······질문 하나 드려도 되나요?”
올리버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통신기기에 대고 말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반응이 왔다.
[씨발, 너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스콧은?!]“전 운이 좋았고, 스콧 씨는 운이 나빴죠.”
[!!!]통신장치라 감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올리버는 니나의 동요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올리버 정면에 보랏빛 마법진이 펼쳐졌다.
[이 개·····!]올리버는 생각했다.
처음 그녀가 무기의 성능을 보여줬을 때를.
실로 인상적이었는데, 무기의 기능이라 할지언정 원하는 지점에 마력탄을 난사하는 건 매우 위협적이었다.
자신은 안전하게 있되 적에겐 최악의 타이밍에 공격할 수 있다는 거니.
허나, 사격 지점을 잡기 위해서는 결국 이곳을 봐야 했는데, 그것을 위해서인지 그녀는 마력이 감도는 고글을 꼈다.
즉, 총을 쏘기 전 이곳을 본다는 것.
올리버는 손에 머금고 있던 감정에 불을 붙인 뒤 터트려 한순간 엄청난 빛을 만들었다.
빛보다 밝은 검은빛을.
퍼펫이 일으켰던 불을 살짝 손본 것인데, 실제로 먹힌 것인지 보라색 마법진이 천천히 사라졌다.
[끄아아아! 이런 개새끼━━!!!]“죄송합니다.”
올리버가 사과하며 원격으로 좀비들에게 지시했다.
별장 안에 들어온 침입자들을 습격하라고.
별장의 좀비들은 명령을 잘 따라줬는데, 안타깝게도 좀비 특유의 물량이 부족해서인지 침입자들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
물론, 침입자들이 잘 대응한 것도 있었는데, 느낌상으로 총만 든 갱의 수준은 아닌 듯했다.
‘뭐, 상관없지만.’
올리버가 추가로 명령을 하달하자 좀비들은 침입자들에게 어느 정도 근접했을 때 갑자기 자폭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둔탁한 폭발음이 울릴 때마다 비명소리가 별장 내 울려 퍼졌는데,
침입자들은 폭발로 인한 간접 대미지와 블리스터(blister)에 의한 감염을 입은 거였다.
감정 소모가 심하긴 했지만, 확실히 효과적. 감정이 여유로울 때 자주 써먹을 것 같았다.
“이 빌어먹을 놈이·····!!”
복도에서 갑자기 나타난 침입자가 올리버에게 총구를 겨눴다.
얼굴 한쪽이 보랏빛 수포로 뒤집혔는데, 꽤 치명적인 수준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였다. 블리스터는 일정 수준만 이르지 않으면 충분히 자연 치유가 되는 거였는데.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일은 일.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총구를 위로 쳐올린 다음 그대로 다시 쿼터스태프를 내리쳐 습격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보랏빛 수포가 가득 올라온 얼굴을.
폭-! 하는 소리와 함께 수포가 터졌는데, 통증이 상당했는지 그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부여잡고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덕분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습격자가 총구를 들었는데, 올리버는 그것보다 한발 빠르게 해잇 불릿을 쏴 쓰러트린 다음 쿼터스태프로 첫 번째 습격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빠각━━!
뭔가 부서지는 촉감이 느껴졌지만, 올리버는 바쁜 관계로 개의치 않고 앞으로 쪽 뛰어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얼마 남지 않은 블랙 슈트를 다리에 모은 덕분에 맨몸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블랙 슈트를 다시 걸려고 해도 감정이 그리 충분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좀비를 다루느라 생각보다 많이 소비한 듯했다.
‘드루이드 말이 맞네. 흑마법은 전투 지속 능력이 너무 떨어져. 개선해야겠어.’
올리버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감정을 추출해 송장인형을 이쪽으로 호출했다.
잠시 후, 송장인형이 숲에서 걸어 나왔는데, 반쯤 질겁한 표정의 제인이 얼어붙은 자세로 들려 있었다.
“이, 이건·····. 데이브 씨 건가요?”
혐오, 충격, 공포, 어리둥절과 같은 감정이 뒤섞인 제인이 물었다.
그녀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 못 한 듯했다.
“그, 그러니까····. 경호원분들이-”
“-아가씨를 죽이려고 했죠?”
“·····예.”
“스콧 씨 말씀을 들어보니 배신한 것 같더군요.”
“스콧요?”
“예, 드루이드 분요. 녹색 머리에.”
“·····그분도 배신했나요?”
“예, 그리고 니나 씨랑, 던칸 씨도 배신하신 것 같아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별장으로 오기 전부터인 것 같습니다.”
제인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이 불타올랐는데, 그와 함께 절망, 체념, 허무와 같은 감정도 있었다.
“어째서·····.”
“글쎄요. 그건 저도-”
그때였다.
시야가 회복한 건지 니나가 다시 마법진을 발동해 올리버와 제인을 동시에 끝장내려고 했다.
“써드.”
올리버가 호명하자 넝마에 들어간 써드가 제인을 잡아당겼다.
그런 다음 마법진을 집중해 바라봤는데, 흑마법 아이템인 ‘감시자의 눈’처럼 마법진 그 너머를 볼 수 있었다.
아직 회복을 다 못 한 건지 니나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깜빡였는데,
올리버는 감정을 끌어모아 니나 바로 앞에 흑마법진을 만들었다.
호프먼 패밀리의 전속 흑마법사 힐턴이 허공에 흑마법진을 만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말이다.
흑마법진에 증오의 탄환이 모이더니, 놀랍게도 발사돼 니나의 가슴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줬다.
허무하게 사라지는 마법진.
제인이 물었다.
“·····뭐, 뭘 한 건가요?”
“니나 씨를 역으로 추격해 먼저 쐈습니다.”
담담한 올리버의 말투에 제인이 침묵하다 다시 물었다.
“····주, 죽었나요?”
“가슴에 구멍이 생겼으니까 죽지 않았을까요?”
“······.”
올리버의 물음에 제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봤는데, 그건 올리버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신경을 집중했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라 제인과 올리버 본인 외에는 더 이상 사람이 없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최소한 더 이상의 적은 없다는 거였으니.
아직 생명력과 감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드루이드쯤 되는 적을 만나면 그땐 바닥을 보이고 말 터였는데, 썩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음, 어쩌면 좋지?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실로 그랬다. 올리버가 여태까지 한 일은 별다른 생각 없이 시키는 것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중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가 들렸다.
“씨발·····. 돌겠네. 진짜.”
고개를 돌리자 분홍빛 머리 제인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늘 방긋방긋 웃던 것과 대비되는 표정이었다.
“······일단, 움직이는 게 어떨까요?”
“뭐? 아니···. 예? 뭐라고요.”
“일단, 이곳을 떠나는 게 어떻냐고 여쭤봤습니다. 작정하고 아가씨를 해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위험할 거 같거든요. 일단, 여길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제 생각으로는요.”
제인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절 도와준다고요?”
“···? 도와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냥 제 일하는 거죠. 전 아가씨 지키기 위해 고용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닷새 동안은 말이죠.”
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올리버를 빤히 바라봤다.
마치 예상치 못한 듯한 반응이었는데, 올리버는 자신이 뭔가 잘못 말했나 싶었다.
“어·····. 그리고 아가씨께선 제게 재밌는 것을 많이 가르쳐주셨잖습니까.”
잠깐의 침묵.
제인이 ‘하-’ 하고 짧게 웃었다.
평소에 짓던 웃음에 비해 상쾌하고 더 진솔한 웃음이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네요····. 그런데 어디 갈 데가 있나요?”
“글쎄요. 란다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도움을 청할 데 없습니까?”
제인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지난 며칠 동안 보여줬던 소녀와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코코나 천사의 집에서 봤던 종업원들과 같은 얼굴을 했는데, 왠지 이제야 그녀의 본모습을 본 기분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끙····. 하나 있긴 있어요.”
“별로 내키는 곳은 아닌 것 같네요.”
“예, 좀 그렇네요. 그래도 별수 없죠.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란다는 좀 먼데, 갈 방법 있나요?”
올리버는 대답 대신 별장 앞에 주차된 차를 가리켰다.
“차를 몰 줄 아세요?”
“예, 반나절 배웠거든요.”
“····반나절요?”
“예, 반나절요.”
***
삐━ 달칵!
통신장치의 신호음이 들리자마자 던칸이 받았다.
헤르메스 사에서 만든 비밀 통신장치로 상위 넷 내비게이터가 아니면 통화의 흔적을 찾기 힘든 거였는데, 꽤 비싼 물건이었다.
보통 기업이나 해결사, 갱, 정치인 등이 구린 일을 할 때 많이 구매했다. 바로 지금처럼.
[팀장님.]“그래, 상황은 어떻게 됐어?”
[실패한 것 같습니다.]“····뭐?”
던칸이 그답지 않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실패할 수 없는 작전이었기에.
회유한 경호원이 다섯에 드루이드, 마총의 니나와 같은 뛰어난 해결사가 둘.
심지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핑크맨 세 개 팀까지 투입시켰다.
아무리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해도 해결사 셋과 경비밖에 못하는 경호원들이 막을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심지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여자까지 지키며 말이다.
그러나 통신장치 너머로는 이를 부정하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지금 별장 내부를 막 확인했습니다. 우리 쪽 인원들이 전부 죽은 상태입니다.]“자세히 보고해봐.”
[드루이드 스콧은 반쯤 부패해 있고, 곳곳에 썩어가는 살점과 피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핑크맨은 반이 좀비가 되어 쓰러졌고, 나머지 반은 몸이 날아가거나 썩어 있습니다····. 패닉룸에서 지원을 맡은 니나마저 가슴이 뚫린 채 사망했습니다.]“······.”
던칸은 침묵했다.
놀란 것인데, 그렇다고 사고(思考)까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과거 핑크맨 사무소의 간부진이었던 경험을 발휘해 주어진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우리 쪽 외 시체는 없나?”
[·····입에 넝쿨을 토한 채 죽은 마력 격투가 러셀, 참전군 해결사 고드리가 있습니다.]“그럼, 제인과 흑마법사가 없다는 거군.”
[예, 참고로 자동차도 한 대 없는 거로 봐서는 타고 도망친 것 같습니다.]“······.”
던칸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졌다.
설마 매춘부가 데려온 흑마법사가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다니.
물론, 조사해 봤을 때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예상 이상이었다.
송장인형을 꺼내지 못하게 한 채 근접 전투력이 뛰어난 스콧으로 단숨에 밀어붙이면 압살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는데. 아무래도 오판인 듯했다.
그렇다 해도 니나와 핑크맨 세 개 팀까지 해치울 줄이야. 도대체 어떻게?
던칸은 데이브란 흑마법사가 퍼펫과 관련되어 있다는 헛소문이 순간 진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봐, 무슨 일이야?”
던칸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값비싼 마법 아이템으로 악착같이 젊음을 유지한 늙은 여자와 그 아들, 딸이 앉아있었다.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고?”
노골적인 경멸의 시선. 소위 말하는 귀족들만 할 수 있는 눈이었다.
“·····이러면 곤란하지. 던칸. 돈을 받으려면 일을 똑바로 해야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정한 범위 내니까.”
“상정한 범위?”
“예, 그러니 저만 믿으십시오. 결국에는 이 도시로 와야 할 테니. 잠시 실례.”
던칸이 대답도 듣지 않고 방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저쪽도 자신이 필요해 고용한 거니, 이 이상 눈치 볼 필요 없었다.
그 증거로 록 부인과 그 두 자식들은 인상만 쓸 뿐. 던칸을 잡지 못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던칸은 밖으로 나와 3번 버튼을 눌러 어딘가로 연락했다.
삐- 삐- 삐- 울리는 신호음. 마침내 달칵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길래 이쪽으로 연락이야?]“저번에 말한 대로 지분을 줄 테니. 나 좀 도와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