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162
162. 종군 마법사 (1)
종군 마법사.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올리버는 알 수 있었다.
퇴역 군인들이 왜 종군 마법사를 무의식적으로나마 두려워하는지.
재능에 의해서인지 노력에 의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눈앞에 나타난 마법사의 마력 보유량은 올리버가 여태까지 봐온 마법사 중에서도 꽤 상위권에 속했다.
‘마텔 마법사 이상, 멀린 어르신 이하.’
그리고 그 마력을 다루는 솜씨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손이 아닌 온몸에서 방대한 마력을 뿜으면서도 별다른 제스처도 없이 마력을 섬세하게 조종했다.
그 섬세한 마력의 흐름은 올리버에게도 꽤 인상적.
보통의 마법사처럼 주요 흐름만 장악해 컨트롤하는 것이 아닌 세세한 흐름 전부를 통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붉은 피부의 마법사가 내뿜는 마력과 세밀한 컨트롤에 의해 주변의 불길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여 빠져나갈 수 있는 퇴로를 모조리 막았다.
거기에 화염의 화력 역시 마력에 의해 높아지며 일행을 위축시켰다.
윌레스도 그렇고 눈앞의 종군 마법사도 그렇고.
화염 마법사의 전투 스타일이 대충 어떤지 감이 잡혔다.
기존의 화염에 마법을 더해 강력한 화염을 만들고, 또 그 화염을 재사용해 말도 안 되는 위력을 발휘하는·····. 말 그대로 전쟁을 위한 마법이었다.
오래 끌어서 좋을 상대는 아니었다.
파하하하하하하━━━━━쾅!!!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윌레스의 부하들이 재빨리 주변의 화염을 가져와 자신들의 검에 응축시킨 후 힘을 합쳐 지면에 내리찍었다.
마법사 세 명 분량의 마력이 섞인 화염은 지면을 타고 돌진해 적 종군 마법사에게 부딪혔다.
활화산처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하늘 위로 거대한 불기둥을 솟구쳤다.
별이 비치는 검은 밤하늘조차 퇴색될 거대한 화염은 흡사 지상에 강림한 재앙과 같았고,
그 위력으로 발생한 열 폭풍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의 불길을 꺼뜨렸다.
가히 대단했다. 불을 꺼뜨리는 불이라니.
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그러한 공격을 정면으로 맞고도 아무렇지 않은 종군 마법사였다.
“이런 미친·····!”
“신이시여.”
“말도 안 돼.”
윌레스의 부하, 아서 일행 누구라 할 것 없이 새파랗게 질리며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포격 이상의 마법을 막고도 흐트러짐 없이 서 있었으니. 기껏해야 망토만 펄럭일 뿐.
방금 전까지 습격이 통해 기세등등하던 아군의 감정이 동요했다.
초조, 공포, 두려움.
싸움에 좋지 못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육체를 장악해갔다.
좋지 못했다. 이런 흐름.
스르릉········팽!
켈 자유독립군의 지도자이자, 임시 동맹인 윌레스가 붉게 달궈진 검으로 허공을 갈랐다.
연기를 가른 검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와 윌레스의 전신을 갑옷처럼 감쌌다.
“내가 맡을 테니, 나머지는 눈치껏 도망쳐.”
윌레스의 부하가 놀라며 말렸지만, 윌레스는 단호했다.
“시키는 대로 해····. 일반적인 종군 마법사가 아니야. 그리고 너희도····. 일이 꼬였다. 잔금은 일단 뒤로 미루고, 빠져나가는 것부터 생각해.”
윌레스가 아서에게 말했다.
참으로 난감했다.
휴잇이 알아낸 정보는 현재 윌레스만이 제대로 알고 있는데, 그런 윌레스와 헤어져야 한다니.
하지만 따지기도 마땅치 않았다.
윌레스의 말대로 눈앞에 있는 저 종군 마법사는 척 보기에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잔금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게 문제였다.
붙잡혔다간 어디 하소연할 때도 없이 켈 자유독립군과 엮여 반군으로 낙인찍힐 테니.
아니, 어쩌면 시(市)를 위협하는 약점으로 잡혀 시의 눈 밖에 나고, 이용당할 대로 이용당한 뒤 처형당할지도 몰랐다.
뭐가 됐건 피하고픈 상황.
그렇기에 아서는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그의 표정은 참으로 심각했는데, 그 심각한 와중 올리버가 질문했다.
“정보를 마저 못 들으면 저희 임무는 실패하는 셈 아닌가요?.”
“····그런 셈이지.”
“흠·····. 그렇군요.”
올리버가 생각을 정리하고는 몸에 두른 블랙 슈트를 강화했다. 그런 다음━
━파바바바밧!
다리에 출력을 높여 윌레스를 지나 종군 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
“무슨····!”
갑작스러운 올리버의 돌발행동에 아서는 물론 윌레스, 심지어 종군 마법사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그대로 높이 점프해 블랙 슈트를 두른 쿼터스태프를 길게 잡아 그대로 내리찍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어리석긴.”
너무 대놓고 덤비는 올리버를 향해 종군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실망감이 빛이 역력했다.
그와 함께 그는 몸 전체에서 마력을 뽑아내 허공에서 응축, 의지와 술식을 부여해 화염을 점화했다.
팟-! 팟-! 팟-! 팟-! 팟-! 팟-!
1초도 되지 않아 생성된 여섯 개의 화염구.
겉보기에는 작았으나, 크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마력이 응축된 게 보였다.
종군 마법사가 손가락을 까딱여 올리버를 영격하려는 찰나, 뭔가를 느꼈는지 종군 마법사는 지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쪽을 향해 화염구를 날렸다.
붉은빛 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염구는 조용히 뻗어오는 여섯 개의 그림자 말뚝과 부딪히며 폭발했다.
퍼버버버버벙!!
큰 공격을 하는 척 시선을 끌어 쉐도우 스파이크로 끝장내려는 올리버의 시도가 무산됐다.
그렇다고 아쉽진 않았다. 애당초 이걸로 해치울 기대는 안 했으니.
올리버는 그대로 쿼터스태프로 종군 마법사를 내리찍었다.
“·······음.”
종군 마법사는 화염탄을 다 소진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발을 통해 땅에 마력을 부여해 흙으로 거대한 벽을 만들어 올리버의 공격을 막았다.
퍽━!!
흙으로 만들어진 벽. 마력이 더해지자 그 강도는 일반적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단순히 강철 같다는 걸 넘어 땅을 내리친 느낌이었다. 겉은 푹신푹신하며, 속은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덕분에 올리버의 공격은 분산돼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다━
“오, 이런·····.”
올리버의 공격을 막은 흙벽이 어느새 쿼터스태프를 늪처럼 삼켜 놓아주지 않은 채, 그대로 꽈과곽- 소리를 내며 바위처럼 굳었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종군 마법사.
그 소리에 맞춰 흙벽이 폭발했다.
그 짧은 시간 사이 흙벽 내부를 비워 안에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단단하던 흙벽 파편이 사방으로 산발적으로 튀어 올리버의 몸을 무차별적으로 강타했다.
머리, 옆구리 가슴, 팔, 무릎 등등.
블랙 슈트로 간신히 직접적인 피해는 막았으나, 충격까지 흡수한 것은 아니라 올리버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이 역시 괜찮았다.
종군 마법사를 잡아놓을 수 있었으니.
올리버는 쓰러진 상태로 마력을 추출한 손을 땅에 대 종군 마법사의 다리를 붙잡았다.
흙이 시멘트처럼 들러붙어 질긴 나무뿌리처럼 그를 붙잡았다.
“호·····. 너 마법도?”
“예.”
대답과 동시에 종군 마법사 주변의 땅이 울룩불룩 요동치며 거대한 흙벽이 솟아나 종군 마법사를 사방으로 덮쳐 집어삼켰다.
올리버는 그 상태로 주먹을 꽉 쥐었다.
꽈악······!
귀에도 들릴 정도로 흙이 강하게 결집해 종군 마법사를 압박했다.
일반인이면 고기 경단이 될 정도로 강하게.
올리버는 마력을 머금은 손을 땅에 댄 채 일어섰다.
“지금입니다. 다들 도망치세요.”
“뭐?! 그럼 넌····!”
아서의 물음에 올리버가 대답했다.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발목만 잡을 테니, 먼저 도망치십시오. 이게 원래 계획이지 않습니까?”
다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주춤거리며 뭐라 행동하지도 못했다.
그때, 종군 마법사를 감싼 흙뭉치가 작게 요동쳤다.
바스르륵 떨어지는 흙 알갱이.
놀랍게도 상당한 마력을 투자해 최대한 압박했음에도 종군 마법사는 버티고 있을 뿐 아니라 역으로 올리버가 통제 중인 마력을 침범하려고 했다.
꽤 대단했다. 통제권을 빼앗긴 마법사는 봤어도 올리버의 것을 뺏으려는 사람은 없었는데.
올리버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개인적인 호기심을 느끼며, 마법사의 침범을 저지,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츠즈즈즈즈····.
작지만 밀도 있는 소리와 함께 흙뭉치는 눈에 띌 정도로 쭈그러들었다.
그 상태로 올리버는 아서를 보며 말했다.
“일····. 하지 않으실 겁니까? 그리고 윌레스 씨?”
올리버가 윌레스를 봤다.
“윌레스 씨께서도 여유 부릴 입장 아니지 않습니까? 해머쉬 씨를 비롯한 모두 윌레스 씨만 믿으며 죽었는데, 이러고 있어도 됩니까?”
그 말에 윌레스의 눈이 커졌다. 마치 충격을 받은 듯.
올리버의 말에 정신을 차린 아서와 윌레스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그대로 각기 동료들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났다.
윌레스가 올리버를 지나치며 말했다.
“고맙군.”
“나중에 대화 한번 나누죠.”
윌레스는 정말 이상한 놈이란 표정을 지으며 올리버를 바라보며 떠났다.
다다다다닥.
떠나는 사람들.
그렇게 어두운 한밤중 산에는 올리버와 종군 마법사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좋아, 인정하지·····.”
흙뭉치 안에 갇힌 종군 마법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네가 통제 중인 마력을 빼앗아 올 수 없어. 아주 흥미로워.”
그 말과 함께 바위처럼 단단하게 상대방을 압박하던 흙뭉치가 썩은 통조림이 터지듯 폭발했다.
강렬한 폭발과 함께 똑바로 보기 힘든 고온의 불길 속에서 무엇인가 날아왔다.
돌과 흙, 화염으로 이뤄진 창으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 머금어져 있었다.
블랙 슈트를 꿰뚫을 정도로.
올리버는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 투창을 피했고, 그대로 앞으로 날아간 투창은 나무와 부딪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주변을 불태웠다.
“마력을 조종뿐 아니라, 반사 신경도 좋군. 실전 경험도 많은가 봐?”
새빨간 화염에서 유유히 걸어 나오는 종군 마법사.
그의 온몸을 화염이 핥았음에도 불타긴커녕 그을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주변의 화염을 하나하나 통제하고 있기에 가능한 행동.
폐소각장에서 싸운 화염 마법사 해머쉬와 비슷하지만서도 그 규모와 수준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재주도 훨씬 많은 것 같고.’
올리버가 주변 곳곳에 솟아오르는 거대한 돌기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단순히 돌이 솟구쳐 오른 것이 아닌 하나하나 마력을 머금고 있어 어느새 주변의 다른 돌기둥과 마력을 공유, 교환하고 있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마력은 기둥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돼 거대한 울타리처럼 올리버 주변을 감싸 안과 밖의 공간을 분리시켰다.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동시에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매개체를 이용해 방대한 마력을 분산. 그리고 그걸 다시 교환, 공유. 어디선가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어디였더라?’
종군 마법사는 등 뒤에 불타오르는 화염을 역광 삼으며, 품 안에서 통신장치를 꺼냈다.
“아. 아. 들리나? ·····적 흑마법사로 인해 반군을 놓쳤다. 강력한 흑마법사이다. 도망친 나머지 잔당의 추격을 요청한다. 이동 경로는 D-12로 참고 바란다.”
통신장치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종군 마법사는 무시한 채 끄고 발로 통신기기를 짓밟았다.
빠직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통신장치.
올리버가 고개를 갸웃댔다.
“그래도 됩니까?”
“····애당초 좋아서 하는 일도 아니거든. 더 흥미로운 것도 만났고.”
붉은 피부에 종군 마법사는 풍성한 흑발을 뒤로 넘기며 대답했다.
표정처럼 말투도 딱딱했다.
“그래서 일부러 다들 도망칠 때까지 기다려주신 겁니까. 친절하시네요?”
“학자로서의 호기심이라고 해두지.”
“혹시, 마력을 다루는 것 때문입니까?”
올리버가 마력을 다루는 흑마법사는 희귀 케이스라는 걸 떠올리며 물었다.
이것 때문에 애꿎은 로스번만 마텔에 납치됐었고.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잘못짚었는지. 종군 마법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 마력 통제가 전혀 듣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이런 경우는 스승님 말고는 없었거든. 무슨 재주를 부린 거지?”
제대로 싸워볼 요량이었는지, 그의 감정에 진지함과 함께 전의가 빛났다.
그 감정에 반응하듯 종군 마법사의 몸과 주변을 에워싼 돌기둥은 마력을 뿜어 주변의 불을 더욱 거세게 키웠다.
종군 마법사가 말했다.
“가급적 죽지 마라. 흑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