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237
237. 바토리 패밀리 (1)
“어떻게 흑마법사가 마탑 직원으로 위장 취직할 수 있는 거지?”
윌레스가 물었다. 하지만 이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더 가까웠다.
사라진 의심과, 더욱 확고해진 확신이 그 증거.
뭐, 그리 이상하지도 않았다. 가죽 가면이라던가, 마력의 흐름을 본다던가 흑마법사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했으니.
뭣보다 마을에서부터 계속해 의심을 산 상태.
‘아니지, 열차 때였나?’
그렇기에 올리버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까요?”
“미안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구체적인 대답을 해줘야겠어. 궁금한 게 아주 많거든.”
“그렇습니까?”
“그래. 어떻게 버러통에서 싸운 종군마법사의 개인 직원이 된 거지?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들었는데, 사실 붙잡힌 거였나?”
버러통은 올리버가 시(市)의 요청을 받아 아서와 함께, 윌레스를 체포하기 위해 간 도시.
그곳에서 올리버는 윌레스와 잠시 싸웠으나, 종군마법사의 개입으로 싸우는 대신 협력하게 되었다. 참으로 세상일이란 알 수 없는 거 같았다. 바로 지금처럼.
“어? 그런데·····. 지금 자기 정체를 밝히신 겁니까?”
“이미 알고 있었던 주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바보로 보이나?”
이미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것까지 안 윌레스. 올리버가 감탄했다.
“아····. 대단하시군요.”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도대체 너 정체가 뭐야?”
그 말은 진심이었다. 윌레스는 의심과 궁금증, 경계심을 한껏 빛냈다.
올리버는 멀린에 대해 이야기해도 되는지 잠시 고민해보다, 이내 적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음····. 케빈 교수님의 지인과 아는 사이인데, 어쩌다 보니 그분 소개로 취직했습니다.”
“미친 소리군. 그걸 믿으라고 하는 말이야?”
“미친 소리처럼 들리셔도 그게 사실이라서요.”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말했고, 윌레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도 사람에 따라 설득력을 갖추곤 했는데, 올리버가 바로 그런 경우였기 때문이다.
올리버가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윌레스 씨는 제가 마법을 쓰는 건 이상하지 않으신가 보군요?”
“너한테 붙잡힌 휴잇과 앨리스터가 네가 마법을 썼다는 걸 이야기해줬거든.”
“아····. 두 분 잘 지내시나요?”
“너 때문에 못 지내고 있지····. 말해봐. 넌 희귀케이스야? 아니면 바토리 패밀리처럼 금단의 지식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흑마법사야?”
“금단의 지식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 전 희귀케이스일 겁니다. 갑자기 사용한 거라, 그런데, 바토리 패밀리는 도대체 뭡니까?”
올리버가 바토리 패밀리에 관해 물었다. 그들에게 궁금한 게 많았기에.
일반적인 가죽 가면보다 뛰어난 위장, 생명력과 감정을 품은 좀비, 아까 전 피를 매개로 사용한 독특한 술식 등등 잠깐이긴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기술은 올리버를 감탄하게 했다.
윌레스가 대답했다.
“흑마법사인데, 바토리 패밀리에 대해 몰라?”
“제가 그런 쪽으로는 잘 몰라서요····. 검은손인가요?”
담담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한 대답에 윌레스의 표정이 풀렸다. 어이가 없어 기운이 빠진 것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지.”
“반대요? 그게 무슨 말씀이죠?”
“바토리 패밀리는 검은손의 인육 요리사 계파와 대립하는 존재야. 최소한 내가 알기로는 그래.”
“오 그렇군요····. 그런데 윌레스 씨가 어떻게 아시는 거죠?”
“바토리 패밀리가 한때 노스랜드 인신매매 시장의 큰손인지라, 인신매매조직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지. 직접 본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켈 자유독립군은 왕국군이 적인데, 인신매매범과 싸울 틈이 있습니까?”
윌레스가 올리버를 향해 불타는 장검을 겨눴다.
거리가 있음에도 열기가 느껴졌다.
“질문하는 건 좋지만, 함부로 우릴 재단하지 마. 켈 자유독립군은 왕국과 싸우기 위한 그런 수동적인 단체가 아니야. 켈 족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 싸우는 능동적인 조직이지.”
민감한 부분이었는지 윌레스는 발끈했지만,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그의 감정에서 각오와 긍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꽤 예뻤다. 케빈과 맞먹을 정도로.
“죄송합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는 게 적으니 어리석은 소리를 하게 되네요····. 그럼, 바토리 패밀리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는 대답을 다시 부탁했고, 윌레스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대륙 쪽에 뿌리를 둔 작지만 강력한 흑마법사 조직이야. 백 년도 가뿐히 넘긴 조직이라더군.”
“백 년이라····. 대단하네요.”
“악마 숭배자라 피를 섭취해 생을 연장하며, 상대방의 마법을 훔친다더군. 피를 매개로 한 흑마법도 사용한다고····.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군.”
올리버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흑마법은 일반적인 흑마법과 달랐으니.
그럴 경우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힘이나 지식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개발한 자체적인 흑마법일 수도···. 그런데 악마의 힘을 통해 마법을 훔친다 해도 그렇게 잘 다룰 수 있나? 힘을 가지는 것과 다루는 것은 별개인데.’
“이제 어떡할 거지?”
생각에 빠진 올리버를 향해 윌레스가 물었다.
“음····. 시간이 된다면 대화 좀 나누고 싶네요. 그 바토리라는 분과. 특이한 좀비와 피를 매개로 한 술식, 마법 등 묻고 싶은 게 많아서요.”
“난 그걸 묻는 게 아니야. 여기서 도망칠 것인지 안 도망칠 것인지 묻는 거야.”
“·····예?”
“네 실력이 뛰어난 건 알고 있지만, 바토리 패밀리는 검은손의 손가락과 대립하고도 아직 살아남은 조직이야.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거지. 거기다 이곳은 사실상 그들의 아지트고. 더 이상 들어가면 죽을 수 있어····. 어떡할 거야?”
마치, 위험하니 겁나면 빠지라는 듯한 말투. 거칠지만 나름의 배려였다.
“음····, 윌레스 님은요?”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던 범인들을 드디어 찾았는데, 내가 어떻게 할 거 같은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올곧은 대답.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럼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어차피 입구가 막힌 데다가, 그냥 보내줄 생각도 없으신 것 같으니까요.”
올리버가 연구실 안쪽 복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반적인 눈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흑마법사의 눈으로 다수의 적이 오고 있는 게 보였다.
바토리 패밀리의 특제 좀비들이 말이다.
“캬햐햐햐하하!!!”
“크하하학-!!”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캬르르르륵――!”
복도 저 멀리서 점점 선명하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맞춰 윌레스는 불붙은 장검을 들어 올렸고, 올리버는 품 안에 챙겨 온 마력 포션을 마시며 마력을 보충했다.
케빈이 챙겨준 포션은 질이 좋아 양에 비해 상당한 마력이 채워졌다.
“설마 흑마법을 안 쓸려고?”
“지금 제 신분도 있고, 여기 세계수도 있으니 흑마법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그렇군.”
윌레스가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 근처에 세계수가 있어 넷 내비게이터(Net Navigator)나 마법 해커에게 흑마법을 쓰는 모습을 들킬 수 있었다.
“흑마법사가 마법으로 싸운다니····. 죽어도 난 모른다.”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그거 참 마음에 드는 태도군.”
그 말과 함께 윌레스는 검을 휘둘러 전방을 향해 화염을 날렸다.
***
캬햐햐햐햐햫―――!!!
윌레스가 날린 화염은 흡사 뱀처럼 나선형으로 날아가 달려오는 좀비들을 공격했다.
상대적으로 좁은 복도에서 이런 고화력의 마법은 술사조차 휘말릴 수 있었으나, 윌레스는 뛰어난 마력 통제력을 발휘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게 했다.
그 증거로 뱀처럼 날아간 화염은 다수의 좀비만 재로 만든 뒤, 성냥불처럼 조심스럽게 꺼졌다.
강력한 화력과 광범위한 타격이 특징인 화염 마법을 이 정도로 통제하다니. 윌레스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올리버는 쉬이 짐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실력으로 켈 자유독립군에 투신한 것도····. 마탑에 남았으면 훨씬 좋은 대접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마탑에서 교수들이 받는 대우를 봐온 올리버가 생각했다.
그들은 란다에서도 상류층이었으며, 경제적 풍요와 존경을 누렸다.
그런데 윌레스는 그런 마탑을 떠났다. 올리버는 궁금했다. 그가 왜 마탑을 떠났는지.
‘켈족이라서? 아냐, 그건 아니야.’
올리버가 고개를 저었다.
실력만 뛰어나면 차별받는 홍인(紅人)조차 마탑의 마스터가 되고, 몇몇 사람들에게서 인정받을 수 있는데, 하물며 켈 족이야.
다급한 상황임에도 올리버는 궁금했다.
무엇이 윌레스에게 마탑이란 편한 길 대신 켈 자유독립군이라는 어려운 길을 가게 했는지 말이다.
“내가 앞장설 테니, 넌 뒤로 바짝 따라와!”
화염 마법으로 전방의 좀비들을 얼추 정리한 윌레스가 앞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그 말에 올리버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윌레스의 말에 따라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
선두를 자청한 윌레스는 화염 마법으로 약해진 좀비 떼 사이를 정면으로 파고들어 그대로 좌에서 우로 장검을 휘둘렀다.
퐈햐하핫―!!
화염은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시뻘건 선을 그렸고, 놀랍게도 공격 범위에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대다수의 좀비는 강력한 화력에 순식간에 재가 되었지만, 그중 몇몇 좀비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캬학!! 캬하하학!!!”
좀비는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워하는 와중 어설프게나마 몸의 마력을 이용해 불에 저항했다.
물론, 그러한 행위는 윌레스의 화염에 오히려 독이었지만.
파하하핫-!!!
응축된 마력에 반응해 윌레스이 화염이 폭발하며 어설프게 저항하던 좀비는 물론 주변의 좀비들도 삼켜버렸다.
짐승과도 같은 비명을 지르며 재로 변하는 좀비들과 그 좀비들을 장작 삼아 덩치를 키우는 화염.
윌레스가 아차 하며 뒤를 돌아봤다.
화염이 생각보다 커져 뒤에 있는 올리버마저 휩쓸릴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올리버는 윌레스를 흉내 내 화염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끔 마력을 이용해 통제하고 있었다.
“·····!!”
윌레스는 그답지 않게 놀랐다. 자신 역시 이 화염을 다루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했는데, 흑마법사가 곧장 흉내 내다니.
하지만, 내막을 알고 나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올리버는 윌레스의 화염보다 더 성질이 더러운 탐화(貪火)도 통제해본 적도 있었으니.
“왜 그러십니까?”
올리버가 가던 길을 멈춘 윌레스를 보며 물었다.
윌레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냐, 아무것도····. 화염은 괜찮나?”
올리버가 주변의 화염을 보곤 대답했다.
“조금 까다롭지만 괜찮습니다.”
“조금 까다롭다라····. 좋아, 그럼 이대로 정면 돌파한다. 문제 있나?”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윌레스는 자신에 화염에 마력을 연동시켜 칼을 앞으로 내질렀다.
지휘관의 지휘봉처럼.
그러자 마력을 탐하며 무분별하게 불타던 화염은 사냥개처럼 일제히 앞으로 뻗어나갔다.
“이대로 정면을 뚫고 바로 우두머리를 잡으러 간다. 전투에서 우두머리를 잡는 게 가장 효과적이니.”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이 연구소 맨 아래층에 있겠지. 보통 우두머리는 가장 안전한 곳에 있으니까.”
“오, 정답이야.”
좀비를 불태우는 화염과 함께 복도를 지나 넓은 홀에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 말했다.
그와 함께 윌레스의 화염을 향해 다량의 냉기 폭풍이 날아와 화염과 폭발하듯 수증기와 바람을 일으켰다.
강력한 화기와 강력한 냉기가 만난 결과로, 윌레스의 화염은 소멸하며, 그와 함께 공간 전체를 메울 수증기가 발생해 시야를 제한했다.
“흥····!”
윌레스는 갑작스러운 수증기에도 당황하지 않고 불붙은 칼을 휘둘러 안개를 걷은 다음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휘두른 모양새였지만, 안개 사이로 빠르게 접근한 무엇인가를 베어냈다.
“꺄악-!!”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하며 여성이 물러섰다. 레나와 같은 바토리 패밀리의 흑마법사인 듯했다.
윌레스는 적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았음에도 방심하지 않고 다시 칼날을 휘둘러 연이어 공격해오는 적들을 막았다.
수증기를 뚫고 나타난 두 명의 여성들.
까강―! 깡!!
이번에는 고기를 자르는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울렸다.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로, 살펴보니 흑마법사들의 손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칼과 낫이 들려있었다.
윌레스의 화염과 같이 마력으로 만든 얼음으로, 놀랍게도 얼음은 윌레스의 화염을 중화해 그 위력을 반감시켰다.
“왜? 이 정도도 예상 못 했나?”
손에 얼음 칼을 만든 여성 흑마법사가 말했다. 얼음을 이룬 마력의 밀도와 조밀한 술식을 볼 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뿐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흑마법사들이 얼음 창과 얼음 마법을 손에 쥔 채 어느새 주변을 포진했다.
전부 얼음 마법을 쓰다니,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윌레스의 상성을 고려한 듯 인위적인 느낌마저 났다.
“꺄아아아아아악―!!”
서로 대치하며 상대의 전력을 가늠하는 도중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며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몰렸다.
시선 끝에는 바토리 패밀리의 여성 흑마법사가 찢겨진 한쪽 얼굴을 부여잡은 채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하나 남은 한쪽 눈으로 올리버를 증오스럽게 바라봤고, 올리버는 무덤덤하게 톤파 끝에 덜렁덜렁 매달린 얼굴 가죽 반쪽을 바라봤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얼굴 가죽은 전쟁과 전투로 단련된 윌레스조차 인상을 찌푸리게 했지만, 올리버는 혐오 대신 관찰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가공을 거치지 않은 가죽 가면·····. 아니, 생가죽을 뒤집어쓰셨군요.”
올리버의 말에 윌레스가 얼굴이 찢어진 여성 흑마법사를 봤다.
올리버의 말대로 찢긴 얼굴 아래에는 새로운 얼굴이 있었다.
시체와 같이 굳은 회색빛 얼굴이 말이다.
“역겹군·····. 왜 피를 마시는지 알 거 같아.”
윌레스가 저도 모르게 말했다.
흑마법에 특별한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인간군상과 상황을 겪어본 윌레스는 경험과 본능, 지식에 의해 그 이유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
단순히 힘과 영생을 얻기 위해 피를 마시는 것이 아닌, 저들에게 있어 피는 생존을 위한 식량이었다.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없는 저주받은 몸뚱이를 유지할 식량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알아낸 것은 윌레스만이 아니었다.
“오····. 여러분들도 좀비시군요. 바토리 패밀리의. 그런데, 자의식은 있는 거 같고····. 신기하군요. 어떻게 만들어지신 거죠? 여러분요.”
뛰어난 좀비를 본 것에 따른 감탄과 그를 기반으로 한 순수한 질문에 여성 흑마법사들을 모두 분노했으며, 그대로 올리버와 윌레스에게 덤벼들었다.
윌레스가 자세를 가다듬으며 올리버에게 말했다.
“넌 늘 한마디 모자라게 해라.”
“그게 쉽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