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241
241. 마더 바토리 (2)
자기소개를 끝마친 마더 바토리.
올리버는 윌레스에게 보온 마법을 건 다음 뒤돌아 화답했다.
“·····안녕하십니까. 마탑의 교수 개인 직원 제논 브라이트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올리버는 천사의 집 종업원들에게 배웠던 대로 예를 갖춰 인사했다.
종업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제법 인사하는 모양새가 잡혔구나?”
“친절하신 분들에게 배웠거든요.”
“잘 배웠네, 하지만 진짜 예를 갖추려면 가명(假名)이 아닌 본명(本名)을 대야지.”
“본명요?”
“그래, 여러 속성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감정과 마력을 뒤섞어 사용한 사람이 일개 직원일 리가 없잖니?”
“아····. 보고 계셨습니까?”
“피가 있는 곳은 전부 내 시야가 닿는단다.”
바토리가 대답과 동시에 손을 들었고, 얼음이 붉은색으로 물들더니 연구실 곳곳의 모습을 비췄다.
“대단하시군요.”
“아부는 됐단다. 남자의 아부는 아픈 법이거든. 그보다 네 진짜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
올리버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음····. 정말 죄송하지만, 바토리 님. 그 질문에는 대답드릴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오, 왕국 남자들은 전부 신사라 하던데, 거짓말이었나 보군. 여성이 물어보는데, 자기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니. 아주 슬퍼.”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서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말은 누군가 널 도와줬다는 거네? 마탑에 취직할 수 있게끔? 흑마법사를 마탑에 취직시킨다면 보통 직위는 아닐 거고···· 최소 마스터 급?”
올리버의 발언을 토대로 바토리는 날카로운 추리력을 선보였다.
올리버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하하하····. 아무래도 내가 정답을 맞혔나보구나. 너무 걱정하지 말렴. 난 그저 네가 누군지 궁금해서 그런 것뿐이니. 널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
“절요?”
“그래, 흑마법사 중에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은 은근히 있지만, 감정과 마력을 섞어 사용하는 사람은 극소수거든. 특히, 너처럼····. 어디서 배웠지?”
“흑마법은 스승님께 배웠지만, 마력과 감정을 뒤섞어 사용하는 건 저 스스로 터득했습니다.”
“스스로?”
“예.”
바토리가 놀란 반응을 보이며 올리버를 빤히 바라봤다.
거짓말인지, 사실인지 알아보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구분할 수 없었다.
기이할 정도로 올리버는 감정 동요가 없어 그 속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토리는 올리버를 흔들어볼 요량으로 아부와 도발이 뒤섞인 말을 뱉었다.
“····대단한 재능이군. 스스로 그런 기술을 터득하다니, 그 말이 사실이면 넌 실로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일 거야. 사실이라면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럼, 네가 사용할 기술은 마법도, 흑마법도 아닌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이라 할 수 있거든. 그 증거로 네 불꽃은 마법의 규칙을 초월해 내 딸들을 순식간에 해치웠잖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사실, 여성 흑마법사들이 허무하게 당한 것은 그녀들의 실력이 모자라서나, 혹은 멍청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올리버가 너무 상식 밖의 존재였을 뿐이었다.
바토리 패밀리 외에는 쓸 수 없는 피웅덩이를 이용해 접근한 것도 모자라, 얼음 마법조차 장작으로 삼는 탐화(貪火)는 기존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공격이었다.
여성 흑마법사들보다 훨씬 뛰어난 이들이라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일까? 바토리의 감정은 서서히 탐욕으로 물들었다.
전에 한번 본 적 있는 감정이었다. X구역에서 올리버가 요리사를 상대할 때 말이다.
요리사는 올리버의 재능과 재주를 탐내며 올리버를 먹으려고 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바토리 님의 혈마법도 감정과 마력을 뒤섞어 사용하니, 그리 감탄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칭찬은 고맙지만, 그건 아니란다.”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 네 말대로 내 혈마법은 감정과 마력을 뒤섞어 사용하지만, 피를 매개로 해야만 하거든. 긴 시간을 연구하고, 수많은 사람의 재능을 빼앗았음에도 말이야. 한계가 있지.”
바토리의 말은 진심이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괜찮으시다면, 저도 질문드릴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올리버는 얼음으로 뒤덮인 바닥을 살피며 질문했다.
“이건 이해가 안 돼서 드리는 질문인데, 생명학파 연구실을 습격한 이유가 뭡니까? 따님들이 말씀하시길 생명학파와 협력하는 관계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협력했던 관계지.”
“협력했던 관계요?”
“그래. 생명학파가 날 속였거든. 난 속는 게 그 누구보다 싫은 사람이고.”
바토리는 진심이었다. 증오마저 느껴질 진심.
“뭘 속인 거죠?”
“흥미로운 혈액을 얻었다기에 내게 거래를 제안했지. 자신들은 혈액, 난 지식. 이렇게 교환하자고. 나도 흥미로워 수락했는데, 놀랍게도 가짜 혈액을 줬어. 그것도 내가 가르쳐준 혈마법을 이용해서.”
“아·····.”
“그래서 내 정당한 몫을 받기 위해 이곳에 직접 온 거야. 이곳에서 ‘그 혈액’을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다.”
바토리는 웃으며 이야기를 마쳤지만, 올리버는 그녀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화가 많이 난 거 같았다.
“그럼, 원하시는 걸 찾으셨습니까?”
“아니. 한발 늦었는지 보이지 않네.”
“그럼, 왜 그냥 가시지 않고, 다른 연구소 직원들이나, 인근 주민들까지 납치하신 겁니까?”
“기껏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잖니? 꿩 대신 닭이라고, 다른 거라도 챙겨야지. 생명학파의 연구자료, 시체, 가죽, 신선한 피 등등····. 운이 좋으면 너처럼 재밌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고 말이야. 아! 혹시 내가 사람들을 납치한 걸 비난할 생각인 거야?”
바토리가 깜짝 놀랐다는 듯 작위적인 제스처를 취한 다음 물었다.
올리버는 부정했다.
“아뇨, 제가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그냥 궁금해서 질문드린 겁니다.”
“아, 그럼 다행이고.”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안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렴.”
“비록, 바토리 님이 원하시는 건 얻지 못했지만, 생명학파의 연구 재료나 시체, 피 등을 충분히 챙기신 것 같은데, 이쯤에서 물러나 주실 수 없겠습니까?”
“어머, 그래도 되겠니? 뭐가 됐건 마탑 직원인데?”
“전 여기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파견된 거지, 바토리 님과 싸우라고 파견된 게 아니거든요.”
바토리가 흥미를 보였다.
“음, 솔직히 나쁜 제안은 아니네. 더 뽑아 먹고 싶긴 하지만, 이 정도에서 물러나도 손해는 아니지. 다만, 너랑 네 동료 때문에 내 딸들이 다 죽어 슬프단다. 이 슬픔을 보상받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죄송하지만, 바토리 님께선 슬프지 않으시잖습니까?”
올리버가 바토리의 감정을 읽으며 말했다. 여성 흑마법사들을 잃은 바토리의 감정은 슬픔보다는 아까움에 더 가까웠다.
마치 유용한 도구를 잃어버린 듯한 아까움 말이다. 결코, 슬픔이 아니었다.
“아냐, 슬퍼. 그 아이들을 하나하나 만들고 날 어머니로 믿고 따르게 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드는데. 흑마법과 마법을 가리키는 것도 일이고····. 뭣보다.”
“뭣보다?”
“지금, 눈앞에 이리 탐나는 재료가 있는데 그냥 물러나기 너무 아쉽지 않겠어?”
그 말과 함께 바토리를 마력을 퍼트려 주변의 얼음을 조작해 거대한 고드름을 날렸다.
올리버는 그림자 촉수를 이용해 날아오는 고드름을 막아내었고, 동시에 그림자를 바토리의 아래로 쭉 뻗어 그대로 그림자 말뚝을 만들었다.
퍼걱! 소리와 함께 아래에서 위로 꿰뚫린 바토리.
그러자 그림자 말뚝에 꿰뚫린 바토리는 점차 색을 잃더니, 이윽고 피를 머금은 딱딱한 얼음덩어리 인형으로 변했다.
얼음 마법과 혈마법을 뒤섞은 일종의 눈속임.
몸을 숨긴 바토리는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는지 얼음에 마력을 부여해 올리버를 향해 고드름이 날렸다. 사방에서 말이다.
올리버는 당황하지 않고, 그림자 촉수를 이용해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방어하고, 또한 미리 눈여겨본 곳을 향해 분노의 탄환을 쐈다.
[라스 불릿(Wrath Bullet)]분노의 폭탄을 머금은 증오의 탄환은 빠르게 날아가 얼음 바닥에 박혔고, 잠시 후, 적잖은 폭발을 일으켰다.
내부를 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얼음 알갱이가 먼지처럼 주변을 새하얗게 물들였고, 사방에서 쇄도하던 공격이 일순간 멈췄다.
그와 함께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바토리였다.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건 줄 알았지?”
“그 부분이 아주 조금 달라 보여서요.”
“눈이 좋구나····. 더더욱 마음에 들어.”
바토리는 새파란 애송이에게 위장이 들켰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만족감을 보였다.
올리버를 향한 탐욕이 한층 더 강해졌다.
올리버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고, 자세를 잡았다. 바토리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겠어?”
교활한 빛을 띠는 미소에 올리버가 뒤로 돌아 윌레스를 봤다.
윌레스는 마력에 의해 움직이는 얼음에 반쯤 잡아 먹히고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네 동료는-”
-[탐화(貪火)]
***
올리버는 바토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력과 감정을 뒤섞어 검은 화염을 일으켰다.
마력을 잡아먹게끔 만든 탐화(貪火)는 마법의 법칙도 무시한 채 사방에 널린 얼음을 집어삼켜 몸집을 키웠고, 해당 공간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콰화화화화화하하하하하항항━━━━!!!!
덕분에 올리버와 바토리 사이에는 거대한 화염의 벽이 형성됐고, 올리버는 그 틈을 타 윌레스를 꺼냈다.
탐화에 휩쓸리기는 했으나, 다행히 윌레스는 약간의 화상만 입은 채 얼음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올리버는 품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 뒤, 마력을 부여, 저장한 술식을 발동. 그대로 포털을 열었다.
포털이 열린 곳은 키메라 연구소 중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올리버는 윌레스를 포털 안으로 집어던져 대피시킨 다음, 감정을 추출해 블랙 슈트를 몸에 세 겹 둘렀다.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이제 날뛰는 탐화(貪火)를 통제해 바토리를 제압━
━━━━촤확!!!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
얼음 속에 박혀있던 피들은 탐화(貪火)에 불타긴커녕 바토리의 의지에 반응해 붉은빛 칼날로 변해 허공을 갈랐다.
놀랍게도 피의 칼날은 탐화(貪火)를 베어낼 뿐 아니라, 무력화까지 시켰다.
그 증거로 실체가 있을 리 없는 검은 화염은 특유의 굉음을 내지르며 사라졌다.
“꽤 뜨거웠어.”
탐화(貪火)에 휩쓸린 바토리가 화염 밖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뜨겁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지, 온몸에 끔찍한 화상을 입었으나, 그것도 잠시.
허공에 떠다니는 피를 흡수하자, 그녀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피를 그런 식으로도 조종할 수 있는 겁니까?”
“나만. 그리고 넌 공간학파 마법도 쓸 수 있는 모양이구나?”
“연습하다 보니까요?”
“더더욱 마음에 드는데? 판단력조차.”
그 말과 함께 바토리는 손가락을 움직여 탐화(貪火)를 해치운 피의 칼날을 올리버를 향해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