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264
264. 파티가 끝나고 (3)
“난 피해자요.”
이완 브렘너가 비장하게 말했다.
“분명, 내가 앉은 판은 조작된 판인 게 분명해! 아니면 내가 그렇게 당한 게 말이 안 된단 말이오! 그놈들 다시 불러줘! 타짜인지 아닌지 내가 확인해 봐야겠으니까 말이야.”
조와 포레스트는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으며, 올리버는 대뜸 물었다.
“도박판에 가짜 돈을 쓴 건 문제가 안 되나요?”
“제정신인가? 당연하지. 애당초 도박은 불법이라고. 나쁜 놈들 상대로 사기를 치는 거면 정의로운 사기니까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지! 그런 것도 모르나?”
너무 당당하니 올리버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어이없기는 포레스트도 매한가지.
그는 옆에 서 있는 조에게 물었다.
“혹시, 우리 없을 때 머리라도 때렸나?”
“그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너무 시끄러워 먹는 술에 수면제를 타긴 했는데, 그게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올리버와 이완이 바닥에 널브러진 술병을 봤다.
“빌어먹을······. 어쩐지 친절하게 뚜껑을 전부 따주더라. 실망이야. 난 널 믿었는데.”
“날 언제 봤다고 믿는다는 거요. 이 양반 진짜 뭡니까?”
조가 어이없는 감정을 빛내며 포레스트에게 물었다.
어이없는 건 포레스트도 매한가지. 그는 두통을 느끼며 수표책을 꺼냈다.
“하아······. 상황이 복잡하니 일단 하나하나 해결하지. 이분 때문에 얼마 썼다고?”
“됐습니다. 그냥 호의라고 해두죠.”
조가 올리버를 보며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포레스트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호의 사양하지. 나와 그대는 중개인과 해결사. 좀 특수한 중개인과 해결사 관계긴 하지만 어쨌건 중개인과 해결사야. 돈 문제만큼은 깔끔해야 해. 날 진짜 배려해주고 싶으면 액수를 이야기해주게.”
포레스트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조는 결국 대답했다.
“5210만 3900란다 입니다.”
포레스트는 멋들어진 글씨체로 수표책에 해당 액수를 적었다.
그리고는 수표책을 찢어 조에게 넘겼고, 조는 액수를 확인하곤 품 안에 집어넣었다.
“도와줘서 고맙네······. 괜찮다면 잠시 자리 좀 비켜줄 수 있겠나? 개인적인 일이라서.”
포레스트의 양해에 조가 아쉬워하는 감정을 빛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조가 다른 일행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올리버가 포레스트에게 말했다.
“5210만 3900란다는 제가 나중에 돌려드리겠습니다.”
“됐어, 어차피 이완 씨는 내가 맡기로 했으니 그 비용이라 치지.”
포레스트의 말에 이완이 끼어들었다.
“음? 잠깐만······. 분명 전에 만났을 때, 나한테 이완 님이라 깍듯이 부른 것 같은데, 왜 이완 씨로 격하된 거요?”
“그때는 제가 도움을 받고, 아쉬운 처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뻔뻔하군······! 하지만 합리적이라 반박도 못 하겠어. 당신 악질이구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분명, 놀고 싶으면 제게 말씀하면 된다고 했는데, 왜 이런 겁니까?”
“재미없기 때문이지! 모르는가 본데, 유흥은 가짜 돈으로 해야 제맛이거든! 미친 소리 같지만 사실이지. 암! 아암━!!”
상식을 벗어난 미친 대답에 포레스트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직 약 기운이 가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식을 벗어난 건 이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저기, 질문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올리버가 조심히 손을 들었다.
“짧게······. 숙취로 머리가 아파서.”
“그 가짜 돈은 정체가 뭐죠? 나뭇잎이 됐다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시던데.”
“나뭇잎? ······아! 좋은 질문이군. 바로, 이거 때문이지.”
이완은 갑자기 숙취가 가셨는지 바로 자기 망토를 뒤적여, 핸드백 크기의 가방을 꺼냈다.
저만한 가방을 어떻게 꺼낸 건지 의문이었다. 망토도 흑마법 아이템인가?
“자, 봐봐!”
이완이 자랑스러운 감정을 빛내며, 핸드백을 올리버와 포레스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여러 개의 인피(人皮)로 얼룩덜룩 기워 만든 핸드백으로, 곳곳에 눈알이 박혀 있었으며, 입구 부분은 잇몸과 치아로 이뤄져 있었다.
“화폐 위조범 일가족을 하나로 합쳐 만든 내 역작. 여기에 나뭇잎을 넣고, 한 달만 숙성하면 현금으로 변하지. 비록, 하루가 지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넣을 수 있는 양도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여하튼, 대단한 물건이야.”
“오,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만드신 거죠?”
“몰라, 나도 수십 번은 실패한 끝에 실수로 성공한 거라서,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짝!
포레스트가 손뼉을 쳐 두 흑마법사의 대화를 멈췄다. 이대로 가면 본론은 꺼내기도 전에 삼천포로 빠질 것을 알기에.
포레스트가 그 말을 하자, 올리버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이럴까 봐 따라왔는데 역시 잘 따라온 거 같군······. 이완 씨. 혹시, 조에게 무슨 이야기 못 들었습니까?”
숙취로 늘어진 이완이 인상을 찌푸렸다.
“말? 음······아아. 기억났다. 기억나······. 들었소. 당신 내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또 내가 흥미 가질 만한 거라고 건방지게 이야기했지.”
이완이 한치의 가식도 없이 말했다.
“감히, 최고의 흑마법 장인인 내가 흥미를 가질 거라니······. 건방진 개소리하지 말라고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지만, 주먹이 세 보여 내 참았소. 포레스트 씨 당신에게 뱉어도 되오?”
“밖에 아직 조가 있습니다.”
“젠장······! 그럼, 뱉을 수 없지!! 하지만, 당신 말처럼 내 흥미를 끌지 못하는 거면 난 아무 말도 안 해줄 거요.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어서 난 용감하지.”
포레스트는 해탈하듯 눈을 지그시 감으며 미소 지었다.
아주 많이 피곤해 보였다.
“너무 피곤하면 사람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군······. 데이브. 그거 빨리 꺼내 주겠나?”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선 빅마우스를 꺼냈다.
“호, 스미스 녀석 작품 맞구만······. 근데, 뭔가 좀 이상한데, 반항하지 않나?”
“아뇨, 그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도와줍니다.”
“그거 참 이상하네. 먹보 주머니는-”
“-일단, 중요한 일부터 하면 안 되겠습니까?”
포레스트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이완과 올리버에게 말했다.
실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가만 놔뒀으면 또 몇 시간 동안 빅마우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을 테니.
“죄송합니다. 포레스트 님······. 빅마우스. 그거 좀 꺼내 주실래요?”
올리버가 도움을 청하자 빅마우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머리끝에 있는 입을 우물거려 ‘그거’를 꺼냈다.
“꾸에에엑━!!”
‘그거’는 다름 아닌 붕대에 두른 거대한 해머.
정확히는 인육 요리사의 제자에게서 빼앗은 고기로 이뤄진 해머였다.
“이건-”
“-내 작품이군.”
방금까지 숙취에 허덕이던 이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여태까지 보였던 가볍고 정신 나간 태도가 아닌 매우 진중한 태도. 한순간 다른 사람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아시는군요?”
“내 작품이니까.”
짧고 명료한 이유.
올리버가 어떻게 획득했는지 말하려 했으나, 이완이 약간 더 빨랐다.
“이건 분명 내가 인육 요리사에게 만들어줬던 건데?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인육 요리사요?”
“그래, 그놈 도박장······. 정확히는 그놈 제자 부하의 부하 도박장에서 내가 사기 치다 걸려 만들어줬거든. 별로 좋아하는 녀석은 아니지만, 내 양손이 잘리는 것보다 그게 더 나아서 넘겨줬지. 어떻게 얻게 됐지? 물욕(物慾)이 상당해 자기 물건은 절대 빼앗기려고 하지 않는데.”
“말하자면 긴데, 제가 그분 제자를 살해한 후 빼앗았습니다. 얼굴이 돼지처럼 생기신 분에게서요.”
“아······. 하긴, 본인이 쓰기에는 안 맞긴 하지. 근데, 진짠가? 인육 요리사 부하를 죽인 거?”
“예.”
“내가 너무 싸돌아다니긴 했나 보군. 그걸 이제야 알다니. 근데, 신기하구만.”
“무엇이 말씀이죠?”
“인육 요리사가 제 제자와 부하들은 가축 취급하는 천하의 개호랑말코 같은 개상놈의 새끼긴 해도, 그와 별개로 부하들이 당하면 보복은 해주는 놈인데······. 왜 아직 살아있지?”
“음······. 전 고용된 해결사에 불과했거든요.”
“그런가? 흐음······.”
이완은 석연치 않은 감정을 빛내며 고개를 갸웃댔다.
그러던 중 포레스트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나도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뭐요?”
“인육 요리사를 잘 아십니까?”
“대충 어떤 놈인지는 아오. 인육 요리사 외에도 퍼펫, 팬, 피리 부는 사나이도.”
이완의 대답에 포레스트가 놀랐다. 올리버도 같은 반응이었다.
검은손을 대표하는 네 명의 손가락은 하나하나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들이었기에.
그런데 그런 그들을 하나도 아니고 전부 다 알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단하군요.”
“잠깐······. 기분 나쁜데? 마치, 내가 그놈들보다 아래인 거 같잖아? 이래서 젊은 놈들은. 그놈들이 어떤 놈인지 알아?”
“아뇨.”
“난 알지. 건달 깡패에, 콤플렉스 덩어리, 망상에 걸린 애새끼, 뒤끝이 엄청 긴 녀석들에 불과해. 그런데, 반해 난 뛰어난 발명가이자,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예술가고, 위대한 방랑자지. 조심해······. 그러니 내 자존심을 건드리지 마.”
“아,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명심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 의미에서 묻는데, 내 작품에 무슨 짓을 한 거지?”
이완이 고기 해머를 두른 붕대를 풀며 말했다.
몇 겹으로 두른 붕대가 풀리자, 바토리의 피를 대량으로 먹고 모습이 변한 고기 해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뼈는 핏빛으로 물들고, 선홍빛 살점도 갓 잡은 고기처럼 색이 진했다.
거기에 전체적으로 생기가 넘쳤으며, 덤으로 뾰족뾰족 외형이 더 흉악해졌다.
이완이 큰 흥미를 보이며 다시 한번 재촉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건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뭐?”
“사정이 있어 그 부분은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 없습니다.”
올리버가 다시 대답했다.
이완은 올리버를 잠시 노려봤지만, 곧바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는 코를 고기 해머에 가져다 대 킁킁 냄새를 맡았다.
“음······. 좋아, 그럼 다른 질문은 대답할 수 있나?”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하겠습니다.”
“이걸 빼앗았을 때, 반항은 안 하던가?”
올리버가 대답하려고 하자, 과거 기억이 떠올랐다.
“어······고기 해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다른 몇몇 분들이 만지려고 했는데, 물리긴 했습니다.”
“원래 그런 물건이니까. 질이 뛰어난 만큼 까탈스럽거든.”
올리버는 별 저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완의 말대로 저 해머는 대단한 물건이니까. 자체적인 위력과 강도는 둘 째 치고, 사람의 생명력을 추출하며, 자기 살점을 잘라 회복용으로 먹을 수도 있었으니.
“넌?”
“예?”
“너한테는 반항 안 했나?”
이완이 물었다.
“저는 물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
“음······.”
이완이 눈을 빛내며 깊게 생각해 빠졌다.
그와 함께 마탑 마법사들 못지않은 호기심과 궁금증, 탐구욕을 빛냈다.
“혹시, 문제 있는 겁니까?”
“문제? 있기는 있지. 흑마법사로서 내 탐구심이 깨어났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이 해머 돌려줘.”
“돌려줘요?”
“그래, 내가 만든 거니까. 원래 내 거인 셈이지.”
“그건 이치에 맞지 않지 않습니다.”
포레스트가 끼어들었다. 허나, 이완도 지지 않았다.
“난 사기 도박하다 걸려 여기 붙잡힌 몸이오! 내게 이치를 논하지 마시오! 빌어먹을 제정신이오?!!”
이완이 다시 한번 뻔뻔하게 소리쳤다. 포레스트의 평정심마저 흔들릴 정도로.
올리버는 그런 포레스트를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냥 돌려드리긴 저도 아쉬운데, 거래를 제안해도 되겠습니까?”
“거래? 감히, 날 상대로? 건방지군.”
여전히 양발이 족쇄에 묶인 이완이 말했다.
올리버는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확실히 건방졌네요······. 음, 그럼,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돌려드릴 테니, 부디 호의를 베풀어 주실 수 있는지요.”
“······말해봐.”
“이 고기 해머를 드릴 테니, 이 해머를 조금 떼서 제게 톤파 2개만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톤파?”
“예, 두 개요. 최근에 망가뜨려서 보충해야 하거든요.”
“내가 알기로 넌 막대기를 즐겨 쓴다고 하던데? 휙! 휙! 휙!”
“쿼터스태프입니다. 전 이거면 충분합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이완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까짓거 해주지. 대신, 나머지는 전부 내 거야. 내 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원래 이완 님 것이었으니까요.”
올리버와 이완이 합의점을 찾아 거래를 성사시켰다.
“마음에 드는군. 이거 받아.”
이완이 망토를 뒤적여 고깃덩어리 같은 작고 둥그런 걸 던졌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이것은 자세히 살펴보니 육포처럼 건조 압축한 사람의 머리였다.
“이건······?”
“내 개인 통신 장치. 절대, 도청당할 염려가 없는. 완성되면, 그걸로 알려주지.”
이완이 같은 한 쌍으로 보이는 머리를 들어 보였다.
여성의 머리로, 올리버의 것과 똑같이 쭈글쭈글하고, 눈은 실로 꿰매져 있었다.
확인하자마자 올리버는 별 거부감 없이 해당 물건을 품 안에 챙겨 넣었다.
“좋아, 그럼 이 족쇄 좀 풀어주시오. 바로, 가공하러 가야 하니.”
포레스트는 석연찮은 듯 이완을 봤으나, 올리버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풀어주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이완의 두 발이 자유롭게 풀렸다.
그가 발목을 풀며 소리 냈다.
“아······. 이제야 살 것 같군.”
“톤파를 어떻게 만드실 건지 물어볼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만들 수 있습니까?”
“아니, 일단, 이곳을 떠나 Z구역으로 가야 하오.”
포레스트의 질문에 이완이 대답했다.
포레스트가 자기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Z구역요?”
“그렇소. 거기서만 가공할 수 있거든. 이 도시에서 지옥의 기운이 남은 곳은 그곳뿐이라.”
지옥의 기운.
올리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였다.
이완은 그 기색을 읽었는지, 올리버를 보며 먼저 말했다.
활짝 웃으며 말이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