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53
53. 두더지 (2)
“밀어붙여·····!”
““““우와와와아아아아아앙―――!””””
X구역과 인접한 W구역의 거대 하수도 입구.
그곳에 수십 명의 거지가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무장이라고는 몽둥이와 칼이 전부였지만, 그럼에도 싸우는 이들 중 치열하지 않은 자들이 없었다.
이들은 필사적이었다. 그나마 있는 힘과 생존을 쥐기 위해서 말이다.
“뒤져! 뒤져! 뒤지라고!”
“쪽수 많다고 나댔을 때 좋았지! 망할 새끼들아!”
“어디 한번 또 지랄해 보시지!!”
W구역 2번 거리의 삐끼 빕.
W구역 17번 거리의 심부름꾼 에런.
W구역 25번 거리의 대머리 해머.
W구역 42번 거리의 청소부 생쥐.
수많은 거지패 대가리가 자신들의 부하를 이끌고 캔트의 지휘 아래 두더지를 습격했다.
뭐, 당연한 결과였다.
두더지가 세력 확장이다 뭐다 하며 이곳저곳 원한을 쌓던 중 인망 높던 캔트가 전 재산을 들고 나타나 같이 싸우자고 제안했으니.
뭐····. 그런 감상적인 이유 외에도 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했지만.
“맥스, 버터, 버디, 밀크. 물어!!“
두더지 밑으로 들어간 개 늙은이가 나타나 소리쳤다.
순하던 개들은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맹수로 돌변해 허연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끄르르르를····. 컹―!! 컹―!!
캬르륵····! 월! 월―!!
컹! 르르르―――! 크르르르릉!!
컹! 컹! 캬륵―――!
“자, 잠깐····. 끄아아악-! 내 다리! 다리!!”
“씨발! 내 거시기! 씨발 거시기! 이거 떼! 떼라고! 아아아악-!!!”
사나운 개들의 등장에 기세 좋게 밀고 나가던 거지 연합은 순간 주춤거렸다.
역시 W구역에서 평생 강자로 보낸 개 늙은이라고 할까?
그 사이 입구에서 산탄총과 리볼버, 권총으로 무장한 거지 대여섯 명이 등장했다.
“병신새끼들! 너희 거지랑 우리랑은 장비가 달라. 장비가!”
“다 벌집으로 만들어 주마! 뒤져라!”
그와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아니, 당기려 했다.
[쉐도우 스파이크]영창과 함께 쭉 뻗어난 그림자.
그와 함께 바닥에서 말뚝이 솟아올라 총을 든 거지들의 몸을 동시에 꿰뚫었다.
푹! 푹! 푹! 푹! 푹! 푹!
“······!”
얼굴에 두건을 뒤집어쓴 올리버가 겁먹은 거지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두더지 쪽 거지들은 흑마법을 쓰는 올리버를 보자마자 곧바로 겁을 집어먹었다.
유일하게 용기를 낸 이는 개 늙은이뿐.
“얘들아! 물어!“
허나, 용기를 낸 것은 주인밖에 없었다.
그 사납던 개들은 올리버를 보자마자 겁을 집어먹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귀를 접고, 꼬리를 말며, 몸을 웅크렸다.
“끼잉·····.”
“얘, 얘들아?”
“개들도 흑마법사는 무서운 듯하오.”
쿼터스태프 캔트가 개 늙은이 앞으로 나타나며 말했다.
“하, 씨····. 흑마법사를 데려왔다는 게, 무늬만 흑마법사가 아니라 진짜 흑마법사를 데려왔구먼.”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이요.”
“뭐?”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 일단, 주무시죠.”
캔트가 그와 함께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개 늙은이를 기절시켰다.
올리버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는데, 캔트는 변명하듯 말했다.
“···사제님 친구라서.”
“아····.”
거지들 사이에서 누군가 나왔다.
수염을 북슬북슬 기른 대머리로, 25번 거리의 대가리 해머였다.
“좋았어! 좋았어!! 좋다고!!! 진짜로 제대로 된···· 흑마법사님을 데려왔구만! 캔트!”
슬레지 해머를 든 해머는 올리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진작에 이런 분 있었으면 모셔오지 그랬나! 그럼, 그동안 애먹지 않았을 텐데.”
“····. 말처럼 쉬운 게 아니네.”
“하하! 그렇군. 이런 분이면 그래····! 자, 새끼들아! 나머지 두더지 새끼들 대가리 깨러 가자!”
“우아아아아악-!”
해머를 필두로 거지들이 다시 두더지의 소굴로 들어갔다.
하수도 통로를 지키고 있던 두더지패 거지들은 진즉에 내뺐는데, 덕분에 캔트의 거지 연합은 물 흐르듯 안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캔트도 올리버와 함께 뒤따라갔다.
“놀랍군. 자네가 말했을 때 설마 했지만, 두더지가 정말 이곳에 둥지를 틀었을 줄이야.”
“예?”
캔트가 건조한 하수도 벽면을 살펴보며 말했다.
“저번에 내가 말해줬지? 란다가 과거 크게 망한 적 있다고.”
“예····. 무슨 재앙으로.”
“그래, 신의 징벌, 악마 소환, 마법 실험 실패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는데, 마법사와 자본가들이 이 도시를 재건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주받은 폐허였어.”
“예, 기억납니다.”
“근데, 전부 재건한 건 또 아니란 말이지. 인적이 드물거나, 오래 버려진 곳에 가끔씩 오염생명체가 등장하곤 해. 한때 여기도 그랬고.”
“·····그럼, 지금은?”
“그게 문제란 말이지···. 두더지가 여길 소굴로 사용한다는 건 이곳에 사는 오염생명체를 대신 정리해 줄 세력이 있다는 게 타당한 추론일 거야. 정말 소문대로-”
“-끄아아아악!”
캔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 앞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하수도 통로 끝 거대한 공간이었는데,
놀랍게도 사람보다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생물이 아군 거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끼하하하하하하하하――――――!
끼하하하하―――!
끼하하하하―――!
소름 끼치고 혐오스러운 울음소리.
그것은 털이 벗겨진 쥐와 같았다.
키는 2m에서 3m 사이.
온몸에 주름이 있었으며, 피부병에 걸린 듯한 울긋불긋한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주황빛 앞니는 몹시도 길어 소름이 끼쳤는데, 그것도 개복(開腹)된 배와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고름과 구더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어찌나 흉물스러운지 머리에 박힌 거대한 쇠못과 생명력이 담긴 플라스크는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었다.
“오, 신이시여·····.”
선두를 이끌고 가던 해머가 공포와 혐오에 떨며 신을 찾았다.
저 이름 모를 끔찍한 생물이 동료 거지의 배를 산채로 파먹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철퍽― 철퍽― 투둑― 툭― 투둑― 철퍽―
열린 배 사이로 갈아먹은 사람의 살점과 내장,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이 개자식들···. 기어이 내 왕국에 쳐들어와?”
한 손에 작은 지휘봉, 목에 눈알 모양의 목걸이를 건 남자가 괴생명체 사이에서 나타났다.
누군가 그를 두더지라고 불렀다.
괴생명체는 배가 고픈 듯 흉물스러운 코를 벌름거리며 두더지를 향해 아가리를 들이밀었는데, 그것도 잠시.
치이이이이···· 키이이익――!
아가리로 두더지를 물려 할 때 괴생명체는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저, 저 괴물을 다루고 있잖아·····?”
누군가 놀라며 말했다.
두더지는 기세가 오른 채 지껄였다.
“그래, 이 거지 새끼들아. 내가 설마 돈 밝히는 거지들만 믿고 일을 벌였을 거 같아? 차라리 잘 됐어. 이참에 싹 다 청소해 주지. 배고프지?! 먹어라!”
십수 마리의 오염생명체가 달려들었다.
거지들은 왔던 길을 돌아가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흑마법사님! 그래! 흑마법사님 불러와!”
“흑마법사?! 하하핫-! 너희가 어떤 놈을 데려왔건 상관없어! 어정쩡한 화력으로는 이놈들 다 못 죽여. 내 뒤에 있는 그분에 비하면-!”
[바인 쉐도우]올리버의 손짓과 함께 달려오던 오염생명체는 그림자 촉수에 묶였다.
키이이이이이익――!
치이이이이익――!
캬아아아아아악――――!
괴생명체는 발광하며 발악했지만, 그럴수록 바닥에 솟아오른 그림자 촉수는 괴생명체들을 압박했다.
너무나도 쉽게 제압된 모습에 방금 전까지 도망치던 거지들은 물론, 기세 좋게 지껄이던 두더지 역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어····?”
모두가 이질적인 광경에 침묵하는 와중 누군가 입을 열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나타난 올리버.
그는 거지들에게 정중히 부탁하며 앞으로 나갔다.
거지들은 얼어붙은 채 올리버가 시키는 대로 비켰고, 올리버는 그때마다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모두의 앞에 나온 올리버는 꼼짝없이 사로잡힌 괴생명체를 보며 말했다.
“오····. 이거 뭐죠?”
캔트가 어이없음, 두려움을 느끼며 대답했다.
“····벌거숭이쥐. 버려진 하수도에 사는 오염생명체. 등급은 낮지만 그래도 사람을 사냥하는 위험한 놈이지. 해결사 시절 몇 번 사냥했어.”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곤 벌거숭이쥐를 살펴봤다.
고약한 냄새와 흉측한 외모는 상관없다는 듯.
아니, 그전에 그런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흥미롭네요? 통제하기 쉬운 동물을 좀비로 만들어 술사가 아닌 타인에게 통제권을 넘길 수 있게 설계하고, 분노나 증오가 아닌 기아(饑餓)로 더 안정적이고 지속력이 높게 설계했어요. 인상적이에요.”
올리버가 개복(開腹)한 배와 머리에 박힌 쇠못, 생명력이 응축된 플라스크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기아(饑餓)에 시달리는 벌거숭이쥐 좀비(zombie)는 자신을 관찰하는 올리버를 물려고 커다란 앞니를 딱딱 부딪쳤지만, 올리버는 그 모습도 흥미롭게 바라봤다.
“좀비인데다 배도 갈려서 기아는 결코 충족되지 못하죠.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은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요····. 간단하지만 효과적. 실력이 좋은 흑마법사인 거 같아요.”
“거, 더럽게 나쁜 이야기구만.”
“그런가요?”
“우리 입장에서는···. 미안하지만, 그 괴물들 좀 없애 줄 수 있겠나? 다들 겁먹어서.”
올리버는 아까운 듯 벌거숭이쥐를 보곤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벌거숭이쥐 좀비의 생명력을 그대로 추출했다.
완전히 제압된 상태라 할 수 있는 거였는데, 그럼에도 대단한 거였다. 정작 당사자는 크게 인지하지 못했지만.
“·······!!!”
올리버 순간 시선을 느끼며 두더지를 향해 고개를 틀었다.
“음···. 캔트 님. 개인적으로 살펴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제가 좀 챙겨도 되겠습니까?”
“····흑마법사님 마음대로. 그보다 이제 계산해야지.”
캔트가 쿼터스태프로 두더지의 목을 겨누며 말했다.
어느새 다른 거리의 대가리들 역시 캔트 옆에 섰다. 자기들도 공이 있다는 듯.
믿었던 무기가 너무나도 손쉽게 제압된 두더지는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얻어맞기 전까지.
“컥―!”
캔트가 쿼터스태프로 명치를 찌르자 다른 대가리들이 두들겨 팼다.
어느 정도 팬 다음에 캔트가 두더지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
“저런 괴물을 그냥 주웠을 리는 없을 테고 받았을 텐데, 도대체 뭐랑 손잡은 거야? 그리고 뭘 대가로 주기로 했지?”
“미친···. 거지새끼가 네가 알면 뭐 어쩌게?”
“묻는 말에만 대답해.”
“크윽····. 좋아, 맞아, 이곳에 넘치는 쓰레기들 넘겨주고 돈이랑, 저 괴물도 지원받았다.”
그 말에 캔트가 두더지의 목을 움켜잡았다.
몹시도 분노했는데, 두더지는 그럼에도 지지 않고 지껄였다.
“끄으으윽···! 반대로 제안하지. 나랑 손잡자.”
“뭐?”
“나랑 손잡자고···. 당장은 내가 아쉬우니까, 제안하는 거야. 네가 데려온 흑마법사 보통이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내 뒤 역시 보통이 아니야. 그러니 이쯤에서 협력하자.”
“뭔 개소리를-”
“-개소리가 아니야. 하고자 하면 우릴 다 해치울 수도 있는 분이야.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싫어 날 지원한 거뿐이지. 보통 흑마법사가 아니야!”
“오···. 어떤 흑마법사인데요?”
올리버가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압도적인 활약을 한 흑마법사의 개입에 다른 대가리들은 뒤로 물러났다.
“하아··. 하아···. 검은손에 가입을 앞둔 분이지.”
“····검은손이 뭔데요?”
두더지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 흑마법사가 검은 손길을 몰라? 거짓말 마.”
“진짜 모르는데요? 캔트 님은 뭔지 아세요?”
캔트 역시 두더지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어····. 간단하게 말하면 흑마법사가 주를 이루는 범죄 조직인데, 뒷세계의 거대한 한 축이지. 정말 모르나?”
“예····. 제가 실수한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때, 두더지가 끼어들었다.
“크흐흐흐···. 좀 더 진지하게 대화가 되겠군. 검은손이 뭔지도 모르고 흑마법사를 지원으로 데려왔으니···. 날 죽이면 너희도 죽어, 그러니-”
“-거짓말.”
올리버가 대뜸 끼어들었다.
“·····뭐?”
“거짓말이라고요. 이분도 몰라요. 자기가 죽으면 복수해줄지. 안 해줄지.”
“····실력 좀 있다고 내 감정을 꿰뚫어 보는 척하는 거야?”
“아뇨, 그냥 보는 겁니다···. 그보다 그분 어떻게 만날 수 있죠? 검은손에 가입하신다는 분.”
“····하하, 날 제압했다고 눈에 뵈는 것도 사라졌나 보군. 그분을 만나고 싶다고?”
“예.”
“그분은 자기가 원할 때만 오신다. 그리고 그냥 오지 않겠지. 그의 끔찍한 작품과 함께 나타나 너희를····. 뭐 하는 거야?”
두더지가 자신의 목걸이를 빼앗는 올리버를 보며 말했다.
올리버는 그 목걸이를 빤히 바라봤다.
“아····. 역시.”
“뭔가?”
“그냥 목걸이가 아니네요. 감시자의 눈입니다.”
“뭐?”
“책에서 본 적 있어요. 사람의 안구를 재료로 한 거로 이걸 통해 멀리서도 이곳을 볼 수 있죠.”
설명을 마친 올리버는 목걸이 정중앙에 박힌 눈알을 바라봤다.
박제된 눈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올리버의 눈에는 분명 느껴졌다.
이 너머로 자신을 보는 존재가.
집중력이 서서히 올라가면 평범한 인간의 시야는 사라지고, 흑마법사의 시야가 선명해졌다.
그렇게 올라간 집중력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자 올리버는 저 멀리 이곳을 보는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검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어진 하얀 선이랄까?
아마, 상대도 올리버를 느꼈을 터였다.
캔트가 그런 올리버를 걱정스럽게 보며 물었다.
“·····괜찮나?”
“·····예. 잠시 이분 좀 만나 뵈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