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61
61. 새로운 일 (2)
이른 아침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포레스트의 레스토랑에는 손님이 있었다.
많지는 않고 둘, 셋에 불과했는데, 가만 살펴보니 평범한 손님들 같지는 않았다.
“다들 해결사이십니다.”
안내해주던 알이 눈치 빠르게 설명해줬다.
“그렇군요.”
“네, 몇몇 부지런하신 해결사들께서 매일 아침 일찍 찾아와 좋은 일이 없나 찾아보죠. 그냥 식사하시는 분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 레스토랑도 아침 일찍 문을 엽니다.”
“그렇군요.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리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드물었기에····.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 일인걸요.”
“이봐, 알. 그 사람은 누구야?”
올리버와 알이 직원용 복도로 들어가기 직전, 한 여성이 말을 걸었다.
그녀는 하얀 식탁보를 깐 테이블에 홀로 앉아있었다.
탁자 위에는 따뜻한 차와 팬케이크가 있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는지 반만 먹고 남긴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여성은 숙녀와 같은 정갈한 차림을 했지만, 허리와 가슴을 강조하는 가죽 코르셋 덕분에 어딘가 도발적인 분위기도 풍겼다.
물론, 올리버는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안녕하십니까. 코코 양. 어제 새로 오신 해결사 데이브 씨입니다.”
“새로 오신 해결사?”
“예.”
“호오····.”
그녀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관심을 보였다.
매우 밝은 미소였는데, 그와 달리 속은 수많은 생각을 하듯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포레스트, 그 까다로우신 어르신이 새로 받은 해결사라····. 흥미로운데.”
“충분한 신용과 실력을 입증하셨습니다.”
“아·····. 신용이라, 그럼 믿을 만한 사람의 소개로 오신 분이네? 그리고 실력을 입증했다면, 음···. 설마 V구역에서 난리 피우던 키메라를 잡은 게 이분이야?”
올리버가 눈썹을 살짝 들었다.
키메라를 잡은 게 어제인데. 정보가 원래 이리 빠른 건가 싶었다.
“하하. 너무 놀라지 말아요. 원래 이게 제 일이거든요. 제 이름은 코코예요. 그쪽 성함은?”
“데이브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데이브. 나중에 또 만나요.”
그녀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몸짓으로 일어나 탁자 위에 음식값을 두고 나갔다.
“····누구신지? 해결사입니까?”
“아뇨. 사장님과 거래하시는 정보상이십니다.”
“정보상요?”
“예, 말 그대로 정보를 취급하시는 분이죠. 그 외에도 여러 사업을 하시고요···. 사장님께 다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똑- 똑-
알이 문을 두들겼을 때, 포레스트는 서류를 작성 중이었다.
올리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걸 보자 그는 마무리 사인을 한 후 서류를 정리했다.
“이런, 아침 일찍부터 의외의 손님이군.”
“혹시 불편을 끼쳐드렸으면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건 아닐세. 그냥 의외라 그런 거야.”
“그렇습니까?”
“보통 하루 만에 수천만 란다를 벌면 최소한 몇 주는 안 오거든. 휴식을 취하지.”
“어젯밤 푹 쉬었습니다.”
포레스트가 알았다는 듯이 양손을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잡담은 충분히 했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을 받으러 온 거겠지?”
“예.”
“음, 좋아. 일을 알선해주기에 앞서 혹시 원하는 일이나, 멀리하고 싶은 일 있나?”
서류 캐비닛을 뒤지며 포레스트가 물었다.
올리버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딱히 원하거나, 멀리하는 건 없지만, 일반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피하고 싶습니다.”
“다행이군. 나도 같아. 비교적 쉽고, 수익도 괜찮은 편이지만, 괜히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거든. 거기다 품위도 없고. 별로야. 성향이 맞아 다행이군.”
캔트가 말한 대로였다.
중개인들 역시 개인 성향에 따라 일을 가려 받았는데, 그 탓인지 중개인에 따라 소속된 해결사들의 성격도 천차만별로 갈린다고 했다.
안 맞는 중개인이랑은 오래 일하기 힘들 테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음····. 아직 자네에게 맡길 만한 일이 없군.”
“그런가요?”
“그래, 뭐, 현상 수배범 사냥이나, 오염생물 포획 퇴치 같은 자잘한 일이 있긴 하지만, 노력 대비 수익이 낮지. 푼돈 외에는 아무런 생산성도 없는 이런 일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 특히, 자넨 그런 게 목표가 아닐 테니.”
맞는 말이기에 올리버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연줄을 늘려 블랙마켓에 다가가는 거였다.
그런데, 이걸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
“그리 보지 말게. 보다시피 난 나이가 꽤 되고, 이 바닥에서도 잔뼈가 굵어. 일정 수준 이상의 흑마법사가 해결사 일을 하는 게 그저 돈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아. 정말 돈이 필요하면 약을 만들거나, 크라임 펌에 들어가지.”
“····대단하시네요.”
“칭찬 고맙군. 괜히 아는 척해서 불쾌했다면 사과하겠네.”
“아뇨, 불쾌하진 않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계속 이야기해줄 수 있습니까?”
“무슨 이야기?”
“경험을 통한 추측 말입니다.”
포레스트는 올리버를 말없이 빤히 바라봤다.
“·····.”
“아, 제가 뭔가 실수했습니까?”
“아니, 실수하지 않았어. 그냥···. 신기해서. 원래 호기심이 그리 많나?”
“그런 것 같습니다.”
포레스트는 잠시 올리버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보통 해결사 일을 하는 흑마법사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지. 타의, 자의. 전자는 실력이 부족하거나, 겉핥기로 배워 패밀리에도 소속되지 못한 떨거지들이야.”
“그렇군요.”
“그리고 후자는 좀 더 다양한 성향을 내보이지. 전투 자체를 즐기는 전투광이거나, 혹은 흑마법사들끼리 있는 게 지겨워 더 큰 권력을 얻으려는 야심가. 뛰어난 흑마법사임을 증명하면 여러 거물들이 손을 내미니.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
“그렇군요.”
“그런데 자네는 두 개 다 아닌 것 같아. 분위기가 다르거든. 그건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냥 묻는 거니,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마. 왜 해결사 일을 하는 건가? ···다시 말하지만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난 내 거래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자는 주의니.”
올리버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블랙마켓을 이용하고 싶어서입니다.”
“블랙마켓?”
“예, 혹시 아시나요?”
“아니, 비슷한 곳은 알지만, 블랙마켓에 대해 아는 건 크게 없어. 왜 이용하려는 거지?”
“별건 아니고 흑마법 서적을 사고 싶어서요. 흑마법을 공부하고 싶기는 한데, 조직에 소속되기는 싫어서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하고, 시간도 뺏겨서.”
“그렇군····.”
포레스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더 묻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는 참았다.
올리버는 문득 자기가 실수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대한 조심하라고 캔트가 조언했는데, 어제의 노력이 무색하게 오늘 아침에 많은 이야기를 한 거 같았다.
그런데 어쩔 수 없기도 했다. 포레스트의 말이 꽤 재밌어서 말이다.
“만난 지 이틀 만에 그런 이야기까지 해줄 줄은 몰랐군. 믿어주는 것 같아 기쁘구만.”
“흥미로운 것에 주체를 못 해서요.”
“그런 것 같아···. 블랙마켓이라···. 그럼 이 일은 어떤가? 솔직히 수지가 맞는 일은 아니지만, 인맥을 늘린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포레스트가 그 말과 함께 올리버에게 한 서류철을 내밀었다.
갈색 종이 서류철로 빳빳했는데, 겉면에 C·F-M이라는 글자가 세련된 글씨체로 쓰여 있었다.
올리버는 서류철을 열어봤다.
한쪽에는 한 뚱뚱한 중년 남자의 흑백사진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그와 관련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대상 이름 허버튼. 마탑의 연금술 전(前) 부교수. 의뢰는 회수?”
“그렇네. 참고로 의뢰인은 크라임 펌 소속 사람이지.”
크라임 펌.
캔트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란다를 비롯한 셀랜드 전역을 아우르는 거대 범죄 조직.
사실상 셀랜드의 뒷세계를 지배하는 이들이라 했다.
물론, 내부 항쟁과 다른 비소속 갱단과의 마찰이 있어 완벽한 지배는 아니나, 그 수와 규모가 압도적이어서 뒷세계의 지배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했다.
캔트가 말하길 이들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피할 수 없을 경우 보호해줄 수 있는 확실한 뒷배를 마련하라고 했다.
“회수가 뭔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 안 그래도 설명해줄 참이었네. 사진에 적힌 사람은 서류에도 적혀 있다시피 마탑 부교수이네. 정확히는 전 마탑 부교수지.”
“전이라는 건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요?”
“그래, 그만뒀거든. 정확히는 잘린 거지만. 부교수로 장기간 지내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마탑 물품을 빼돌려 불법 마법주를 만들다 걸려 쫓겨났다더군.”
“그렇군요.”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의외의 재능이 있었는지, 이 친구가 제조한 제품은 꽤 괜찮은 편이었고, 의뢰인이 먼저 다가가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지. 마법주 사업을 말이야.”
마법주.
포션을 첨가해 가공한 주류를 총칭하는 단어.
잘못 만들면 사람이 죽거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술이었지만,
제대로만 만들면 기존의 술로는 느낄 수 없는 엄청난 맛과 중독성을 느낄 수 있는 불법 물품이었다.
도덕적인 이유와 제품 제조 및 섭취의 위험성, 포션의 신성함 등 복합적인 이유로 생산과 유통이 불법이었는데,
오히려 불법이라는 점 때문에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캔트가 말했다.
소싯적 자기도 즐겨 먹었다고.
“부교수도 사회 경험이 있는 친구인지 바로 덥석 물지 않고 간을 봤는데, 결국 마음이 급한 의뢰인은 적잖은 선수금을 지급하곤 그와 계약했지.”
올리버는 대충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흐를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돈을 주고 얼마 있지 않아 생산 설비 문제로 그를 호출했는데, 사라지고 말았다는 거야. 도망친 거지. 의뢰인은 찾으려고 부단히 애썼고, 바로 몇 주 전 간신히 어딨는지 파악했지.”
올리버는 서류철을 확인했다. 위치가·····.
“X구역이군요.”
“그래, 제아무리 크라임 펌이라도 X구역부터는 자기들 영역이 아니거든. 비소속 갱들과 용병집단의 난립한 무법 지대이니. 부교수란 그 양반이 똑똑해, 배짱도 있고. 그곳에서 자기만의 사업을 운영할 생각을 하다니.”
올리버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갑자기 전격 마법사가 떠올랐다.
“질문을 하나 할 수 있을까요?”
“뭔가?”
“마탑에서 이렇게 나오는 사람은 많은 편인가요?”
포레스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윽고 대답했다.
“음····. 근래 그런 편이긴 하지. 마법사들의 지위와 위상, 경제 영향력 등이 엄청나게 발전하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경쟁도 치열해졌으니. 그 덕분에 이쪽 바닥도 마법사들이 쏟아져 들어와 한참 혼란스러운 와중이야. 그래서 이 일을 제안한 거네.”
“···?”
“아직은 아니지만, 몇몇 눈치 빠른 뒷세계 야심가와 권력자들은 곧 음지도 양지 못지않게 변혁이 일어날 걸 눈치채고 있어. 동전의 양면 같은 거지. 정반대이지만, 밀접해. 마법사들도 음지로 밀려 들어오고 있으니, 자신들도 그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실력 있는 해결사를 물색하고 있고.”
“이 일을 하면 제가 눈에 띌 수 있다는 건가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지. 최소한 말단이긴 해도 크라임 펌 소속 멤버와 인연이 생기는 셈이지. 이 친구가 지금 많이 급해서 도와주면 분명 고마워할 거거든.”
포레스트의 말은 진심이었고, 논리적으로도 딱히 틀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강요하는 건 아니야. 솔직히 일 자체는 수지타산에 안 맞아.”
“그렇습니까?”
“그래, 보수가 2천만 란다긴 하지만, 그렇다 할 지원이 없는 단독임무, 거기에 X구역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위험은 차고 넘쳐. 즉 딱 최소한만 맞춘 수준이야.”
“·····.”
“거기다 조건도 까다로워. 단순히 파괴나 암살이면 쉽겠지만, 부교수를 최대한 무사히 데려오라고 했으니. 뭐, 어느 정도 다치는 거야 그쪽도 뭐라 못할 테지만, 장애가 생기거나 죽으면 안 되지.”
“키메라 때와 조금 비슷하네요.”
“다른 점도 있어. 키메라는 자기 혼자뿐이었지만, 그는 아니거든. 마법주를 생산 판매한 돈으로 인근 갱들을 고용했고, 또 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문 용병도 고용한 거 같더군. 참고로 용병은 흑마법사야.”
“흑마법사요?”
“그래, 근래 흑마법사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지. 원인은 확실히 모르지만····. 꽤 위험이 높아.”
“······이 일을 하고 나면 앞으로 일하기 더 수월해질까요?”
“소문이 퍼져 자네 이름값이 더 올라갈 테니 아마 그럴 거야. 나도 도와줄 거고.”
진심. 올리버가 대답했다.
“그럼 한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