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63
63. 회수 (2)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동안 올리버는 시야를 공유하는 미니언을 보내 마법주 작업장을 은밀히 염탐했다.
지루함을 머금은 갱들은 그저 기계적으로 주변을 돌 뿐이었는데, 그마저 귀찮은 이들은 아예 술을 마시거나 카드 게임 등을 했다.
갱들은 신경 쓸 것 없다던 포레스트의 말이 새삼 실감이 났다.
중간중간 낡은 트럭이 터덕터덕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마법주로 추정되는 상자 스무 개를 실어갔는데, 제법 생산량이 많아 보였다.
블랙마켓으로 인해 돈의 필요성을 실감한 올리버는 과연 저 한 상자에 가격이 얼마일까 하는 신선한 궁금증을 품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윽고 주변 정찰이 끝났을 때쯤, 해가 완전히 지며 어둠이 사방을 뒤덮었다.
올리버는 그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품 안에 넣어둔 시험관을 꺼내 감정을 추출했다.
그리고는 흑마법을 자그마치 3개나 자신에게 걸었다.
[이레이저 엑시트] [셰이드 클록] [스니크 스텝]기척을 죽이며, 어둠에 은신하며, 발걸음 소리를 없애는 흑마법으로, 웬만한 사람은 이 3개 조합으로 완전히 속일 수 있을 터였다.
올리버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쿼터스태프에 딥 슬립을 걸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하게 상당한 감정을 투여했는데, 약간 애를 먹었지만, 다행히 별문제 없이 다 넣을 수 있었다.
준비를 끝마친 후 올리버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가는 동안 미니언을 다시 풀어 마법주 작업장 주변 주요 길목에 미니언을 배치했다.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목표물이 눈치채고 도망칠 때를 대비해 말이다.
올리버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천천히 작업실에 다가갔다.
시야에 신경을 약간 집중하자 곳곳에 배치된 갱들의 감정이 보였는데, 교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낮 못지않게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원하는 것이라고는 얼른 돌아가 자신의 욕구를 푸는 것뿐이었다.
덕분에 올리버는 상대적으로 낮은 부담감으로 임무와 연습을 병행할 수 있었다.
저벅저벅 올리버가 있는 쪽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경계를 서는 갱으로 올리버는 골목 바로 옆 그늘진 벽에 바짝 몸을 붙여 호흡을 조절했다. 차분하게·····.
잠시 후, 발걸음이 가까워지더니 갱이 나타났는데, 그는 바로 코앞에 있는 올리버를 인지하지 못하고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대의 집중력이 낮고, 이레이저 엑시트와 셰이드 클록으로 기척과 모습을 숨겼다 해도 막상 눈앞에서 이러니 좀 신기했다. 어쩌면 이 3개 조합은 올리버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유용할지도.
올리버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쿼터스테프를 들어 갱의 등을 톡 때렸다.
쿼터스태프가 머금고 있던 딥 슬립이 갱의 몸속에 일부 들어갔고, 이내 갱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앞으로 슥 넘어졌다.
탁-
올리버가 재빠르게 쓰러지는 갱을 잡았다.
아직 근처에 갱들이 있어 자칫 소리라도 냈다간 모든 게 그르칠 수 있었다.
올리버는 잠에 빠진 갱을 들쳐메고 아까 전 점찍어 뒀던 곳에 데려가 눕혔다.
더럽고 오기 번거로운 곳이라 갱들이 잘 순찰하지 않았는데, 아마, 이곳에 눕혀두면 아무도 찾지 못할 터였다.
‘음·····.’
올리버가 쓰러진 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찌할지. 아마 해가 뜰 때까지는 못 일어나겠지만, 혹시 모르니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미 제압 완료한 상대를 죽이자니 그것도 좀 그랬다.
양심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캔트의 말 때문이었다.
‘그 일을 하다 보면 폭력과 살인은 필수 불가결. 하지만 부디 남용하지 말고 적정선을 지켜줬으면 한다. 이건 개인적인 부탁이야.’
‘음····.’
올리버가 신음소리를 내며 적정선이 어디까지인지 새삼 고민해봤다.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던지라 그냥 고개만 끄덕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몹시도 애매한 문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물어볼걸. 적정선이 구체적으로 어디 까지냐고.
물론, 캔트의 말을 아예 무시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건 조금 그랬다.
캔트의 부탁을 무시하자니 뭐랄까····. 찝찝하달까?
그래서 올리버는 나름 중립적인 해답을 내놨다.
그건 다름 아닌 쓰러진 갱의 생명력을 일부 뽑는 건데, 이러면 잠에서 일찍 깨어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영영 못 깨어날 수도 있고.
설사 깨어난다고 해도 한동안은 기력이 딸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터였다.
즉 올리버를 방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안전과 캔트의 부탁을 동시에 잡는 훌륭한 해결책. 거기에 공짜 생명력까지.
일거삼득이었다.
다 쓴 시험관에 생명력을 담은 다음 올리버는 다시 움직였다.
순찰하는 갱들은 보통 한 명에서 두 명으로만 움직였고, 일정한 체계 없이 내키는 대로 순찰을 돌았기에 하나씩 쓰러뜨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올리버는 처음 했던 대로 주변을 은밀하게 돌다가 갱들이 지나면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쿼터스태프로 톡톡 두들겨 하나둘씩 재웠다.
그런 다음에 인적이 드문 곳에 눕혀 생명력을 일정 부분 받아가고.
덕분에 시험관에 생명력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음····. 앞으로 이런 식으로 모자란 생명력이나 감정을 획득하면 되겠다. 나쁘지 않아.’
올리버가 순조롭게 주변을 순찰하던 갱 열댓 명을 제거했을 때쯤 그리 생각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순찰하던 갱들이 단시간 내에 열댓 명이 사라지자 하나둘 이상한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야, 순찰 나갔던 새끼들 전부 어디 갔어?”
“몰라, 왜 나한테 지랄인데!”
“아니, 씨발아 너밖에 없으니까····. 야? 그쪽은?”
“뭔가 좆된 거 같은데? 씨발, 이쪽에서도 순찰간 놈들 다 사라졌어.”
“개씨발 진짜····. 뭐야 진짜.”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한탄했다.
바보 같기는·····. 처음 일하는 방식이 흥미롭고, 공짜 생명력까지 얻어 또 방심하고 말았다.
최대한 빠르게 수를 줄였어야 했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을 지체하고, 그 때문에 적들이 눈치채다니.
큰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니. 아니.’
올리버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캔트가 말하길 임무 중 실패해도 거기에 빠지지 말라고 했던 말을 떠올랐다.
애당초 이쪽 바닥 절반이 마음대로 되는 경우가 없다고 말이다.
의뢰인이 속였던가, 동료가 실수하던가, 혹은 정말 재수가 없어 일이 꼬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이번 경우에는 올리버가 실수한 거지만 여하튼 일이 꼬여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수습하는 것이 최우선.
그렇기에 올리버는 눈에 신경을 집중해 혹시 목표물이 도망치지 않는지를 살피고, 갱들의 위치도 파악했다.
“·········어?”
올리버가 자기가 몸을 숨긴 벽을 바라보며 소리를 내었다.
뭔가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거대한 무엇인가가 벽을 부수고 나와 공격을 가했다.
콰과광━━━━!
다행히 올리버는 재빨리 블랙 실드를 펼쳐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었으나, 질량에 밀려 그대로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해잇 불릿]×12벽이 부서지며 일어난 흙먼지 가운데서 증오의 탄환 열두 발이 빠르게 날아왔다.
딱- 딱-
쿼터스태프로 바닥을 두들겨 블랙 실드를 펼친 올리버.
증오의 탄환이 검은 장막에 동시에 부딪히며 실드를 뒤흔들었다.
다행히 실력은 올리버가 더 높았는지 실드는 깨지진 않았다.
“좋아! 이 녀석 화기계열이야! 밀어붙여!”
그 말과 함께 흙먼지를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목에 쇠사슬을 묶은 괴물로 덩치가 아주 컸는데 가만 보니 올리버가 아는 얼굴이었다.
포레스트가 보여준 사진 중 세 번째 인물.
파이터 크루의 돌연변이 큰 턱.
실제로 보니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덩치도 근육도 훨씬 컸는데, 그중 가장 위압적인 것은 기형적으로 발달한 큰 턱과 송곳니였다.
사람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그것은 한번 물리면 끝날 것처럼 보였다.
“물어 버려! 큰 턱! 물어!”
큰 턱의 위에 올라탄 흑마법사 니코가 소리쳤다.
올리버는 피할지 말지 고민했다.
자신의 운동신경으로는 피하기 아슬아슬했다.
설사 피한다 해도 저 위에 올라탄 흑마법사가 공격할 테고,
그래서 회피 대신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쿼터스태프를 허공에 휘둘러 그 안에 머금어 놓은 딥 슬립을 뿌리는 거였다.
“·····!”
“커흥····?”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니코는 재빨리 반응해 큰 턱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 덕분에 가까스로 피해, 큰 턱만 딥 슬립에 걸렸는데 올리버 입장에서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정면으로 밀고 들어오는 덩치만 제거하는 것으로도 자신에게는 충분했으니.
아군이 사라진 흑마법사 니코를 향해 화력을 퍼부어 끝장내려던 순간 제3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있다!”
“쏴! 갈겨!”
타당━! 탕━! 탕━!
갑자기 난입한 갱들이 올리버를 향해 총을 쏜 것이다.
올리버는 급한 대로 블랙 실드를 펼치고 해잇 불릿을 쏴 반격했다.
“으악!”
“숨어! 숨어!”
바로 흩어지는 갱들. 그때 옆에서 다시 증오의 탄환이 날아왔다.
“이런····.”
날아온 공격을 막기 위해 올리버는 다시 한번 블랙 실드를 펼쳤고, 그러자 갱들이 또 끈질기게 총을 쐈다.
어설픈 협공이었지만 꽤 귀찮았는데,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했다.
하나하나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데, 힘을 합치니 이토록 성가시다니.
과거 인형사와의 싸움이 떠올랐다. 어쩌면 나중에 올리버도 써먹을 수 있을지도.
그때였다.
샤샤샥━━━!
무엇인가 갱들 사이에서 튀어나와 올리버에게 근접했다.
쏟아지는 총알도 증오의 탄환도 무시하고 바짝 붙었는데, 그리고는 매섭게 주먹을 휘둘렀다.
쩍━━!
올리버는 봤다. 단 한 번의 주먹질로 금이 가는 블랙 실드를.
“오·····. 꽤 튼튼하네?”
쩍━━! 쩍━━! 쩍━━! 쩍━━!
빠르게 근접한 것은 포레스트가 설명한 파이터 크루의 너클 조로 그는 흑마법으로 도핑을 마친 상태에서 쉴 새 없이 너클을 낀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듯 원거리에서 쏘던 총과 증오의 탄환이 멈췄는데, 이에 호응하듯 너클 조는 죽일 생각을 품은 채 연이어 주먹을 휘둘렀다.
쩌저적····· 쨍그랑━━!
결국, 이어지는 주먹질에 블랙 실드가 깨지고 말았다. 가만 보니 실드는 근접 공격에 약한 거 같았다.
아니면 근접 공격이 전반적으로 원거리보다 위력적이거나.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뒤로 몸을 뺐다. 그때, 무엇인가가 콱 올리버를 잡았다.
“안 놓친다.”
너클 조가 더벅머리 아래로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눈을 보아하니 사람을 많이 죽여본 것 같았다.
“미니언.”
“···?”
올리버의 말에 품 안에 숨겨놓은 미니언이 튀어나와 입을 벌렸다.
그와 함께 충격파를 토해냈다.
쓰러스트. 적을 밀어내거나 파괴하는 흑마법.
너클 조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충격파에 밀려 저 멀리 날아갔으며, 간접적으로 갱들도 피해를 입었다.
니코는 바로 해잇 불릿을 쏴 올리버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올리버가 더 빨랐다.
[라스 붐]×5분노의 폭탄을 터트려 흙먼지를 일으켰다.
“뭐야?!”
“어딨어?!!”
“빌어먹을, 놓쳤다!”
올리버는 자리에서 도망치며 수많은 생각을 했다.
인형사 때도 마찬가지지만 흑마법사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싸운다는 생각을 말이다.
인형을 이용해 본인은 안전한 장소에서 싸우는가 하면,
여러 인형을 다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싸움을 펼치기도 하고,
혹은 진짜 흑마법사들이 힘을 합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지금의 방법까지.
당혹스러웠지만,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왜 캔트가 그토록 다양한 전투 방식을 익히라는 건지 이제는 단순 이론을 넘어 피부로 실감했다.
아마 너클 조와 니코, 큰 턱이 조금만 더 실력이 좋았으면 올리버는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당했을지도 몰랐다.
가령, 큰 턱이 튀어나오자마자 바로 물었거나,
니코가 한 번에 강력한 화기계열 흑마법으로 실드를 뚫거나,
혹은 너클 조가 한 번의 주먹질로 실드를 꿰뚫어 올리버에게 타격했다면 말이다.
이는 올리버에게 있어 큰 행운이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전투 방식을 익혀야 하는 두루뭉술하던 이유가 지금 이 순간 명확한 이유로 변했다.
블랙마켓을 넘어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였다.
올리버는 자리에서 멈춰 뛰어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한밤중에 흙먼지가 나부끼자 다들 당황해 재빠르게 쫓아오지 못했는데,
올리버는 그사이 시험관을 두 개 꺼냈다.
하나는 감정, 다른 하나는 생명력이 든 시험관.
그냥 뽑아 둔 건데, 바로 이리 써먹을 수 있다니.
올리버는 자신이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았다.
[블랙 슈트 ver.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