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669
669. 가장 어두운 순간 (3)
세상은 좁아지고 있었다.
실제 물리적으로는 좁아지지 않았으나, 세상은 좁아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마법과 과학의 발전. 그리고 산업혁명에 있었다.
마법과 과학의 발전으로 철도와 비행선, 공간이동 마법 등이 개발돼 교통수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산업화의 생산력이 이를 세계 곳곳에 퍼트렸다.
덕분에 세상의 크기는 이전과 같았으나, 실제로는 좁아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효과는 명백했다.
사람의 생활권은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게 늘어나 하루 만에 도시와 도시를 손쉽게 오갈 수 있게 되었으며, 과거 소수의 전유물이던 여행 역시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 증거로 일요일마다 사람들은 교외 시골이나 호숫가로 가 피크닉과 물놀이를 즐겼다.
어디 그뿐인가? 옆 동네 소식을 듣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의 소식을 하루도 되지 않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추기사제를 따라 바다 건너로 간 나무꾼 데이브가 피리 부는 사나이를 토벌한다는 소식 역시 란다가 바로 접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는 엄청나게 큰 소식이었다.
아주 아주 엄청난 소식.
왜 아니 그렇겠는가?
란다 최고의 해결사이자, 마탑의 마법사라는 공공연한 이중 신분을 가지며. 거기에 란다를 구한 영웅이란 칭호를 얻은 그가 일신의 몸으로 국가조차 두려움에 떨게 한 피리 부는 사나이와 싸운다는 거였으니.
그것도 피리 부는 사나이가 란다를 침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말이다.
이는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란다가 다시 요동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소식이었다.
해결사 데이브이자 마탑의 마법사 제논은 현재 그 정도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으니까.
약간의 화장을 했다지만 그가 단신으로 왕자를 구하고, 란다란 도시 자체를 구한 건 엄연한 사실.
덕분에 란다는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란다의 지배계층인 시의원과 자본가, 마법사, 사업가뿐 아니라 노동자, 해결사, 흑마법사, 빈민과 같은 하류층까지도 말이다.
이상한 건 아니었다.
가난하나 란다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그들에겐 데이브(혹은 제논)와 같은 도시에 산다는 것만으로 왠지 우월해지는 기분을 맛봤으니.
그렇기에 데이브에 관해 아무 이유 없이 떠들 수 있는 거였다.
다만, 도시의 지배계층은 하류층과 달리 이 문제를 좀 더 무게감 있게 다뤘다.
하류층과 달리 가진 게 많고, 지켜야 할 게 많은 그들에게 있어 데이브와 피리 부는 사나이의 충돌은 일종의 교통사고였다.
긴급회의를 소집할 정도의 대형 사고.
그 중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시의회와 마탑이었다.
각각 형태는 다르나 데이브와 직접적으로 연결됐으니까.
시(市)와 마탑이 합작해 흑마법을 전문으로 하는 브라이트 학파 창설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게 바로 그 증거.
그런데 그런 데이브가 추기사제를 따라가더니, 돌연 피리 부는 사나이를 쓰러트리겠다고 본인 입으로 선언했다.
거듭 말하나 이는 엄청난 소식이었다.
만약, 그 데이브가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죽기라도 한다면 그를 내세워 안정시킨 도시의 치안과 마탑의 위신이 어찌 될지 예상할 수 없었으니.
설사 반대라도 문제였다.
가능성이 낮긴 했으나, 만약, 제논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쓰러트린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앙이었다.
괴물 중의 괴물인 피리 부는 사나이를 쓰러트린 괴물을 란다가 감당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으니.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 란다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피리 부는 사나이를 쓰러트린 존재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란 원초적인 의문.
그 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불가합니다. 감당한다는 게 그냥 이곳에 살게 하는 거라면 가능하나, 강제력을 발휘해 제압할 수 있냐면 그건 불가합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이미 란다의 무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난 마당. 나무꾼 데이브가 피리 부는 사나이를 쓰러트렸다면 자연히 그 역시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니, 더 위험하지.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 사악한 행적 탓에 결국 혼자였으나, 나무꾼 데이브는 이미 자기 세력을 가지고 있어. 거기다 갈로스에서 그 영향력을 늘리고 있는 마당. 그런 그가 흑마법사계의 전설인 피리 부는 사나이를 쓰러트리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바퀴벌레처럼 널린 흑마법사들이 그를 중심으로 뭉친다는 겁니까?’
‘그래.’
‘설마····. 그렇기야 하겠나?’
‘압도적인 힘이란 그런 거네! 어렵게 생각하지 마. 란다가 부유하기에 부자와 기업체를 끌어모으는 거랑 비슷해. 압도적인 힘은 힘을 끌어당겨.’
‘음····. 그나마 다행인 건 데이브가 그런 야심은 없다는 건가?’
‘미친 소리! ···본인이 의지가 없다 해도 주변이 가만히 있겠나?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건 나무 탓이 아니라, 바람 때문이야. 뭣보다····. 한 개인의 호의에 이 도시의 운명을 맡기는 게 제정신인 태도인가?’
‘그럼, 어떡하자는 거요?’
‘있지 않소. 그런 존재에게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이 도시에.’
‘설마····?’
‘그렇소. 아카이브. 그를 호출합시다.’
‘그는 지금 도시에 생긴 균열을 봉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 않소? ····웬만해선 일이 끝날 때까지 부르지 말라 했고.’
‘지금이 그 웬만한 상황이요. 뭣보다 데이브가 그의 제자라 하지 않소. 어쩌면 그는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을지도 모르지.’
시의원들은 모두 침묵으로 동의했다. 다들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 해당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나, 인지하고 있었다.
데이브가 아카이브의 제자인걸.
그럼에도 그 사실을 꺼내지 않은 이유는-
‘-뭣보다 그도 이 사태의 책임이 있소. 애당초 대재앙 위에 란다를 세운 건 아카이브지 않소, 란다의 진정한 주인. 그도 이 문제의 당사자요.’
***
그랬다.
수십 년 전 대재앙 위에 세워진 란다는 도전정신을 가진 수많은 자산가와 마법사 등이 힘을 합쳐 세운 거라 알려졌으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실상과 거리가 있었다.
그들이 힘을 합친 건 사실이나, 그 중심에는 아카이브가 있었다.
정확히는 현재 아카이브의 대사부(大師父)인 선대의 선대 아카이브.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대재앙의 흔적을 지우고 도시를 세우기 위해서는 아카이브의 힘이 필수 불가결했으니.
대다수 사람이 이를 모르는 것은 당시 아카이브가 철저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였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시의원을 비롯한 마탑의 고위층과 자본가의 거물 일부뿐.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란다를 세우는데 가장 크게 이바지하고, 이후 성장에도 막대한 도움을 준 아카이브가 정작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 건 극히 적었으니.
그렇기에 시의원과 거물 자본가, 소수의 마법사는 아카이브의 존재에도 이 도시를 자기 도시처럼 생각할 수 있었고, 같은 이치로 아카이브를 불러 어찌 된 일인지, 또, 어떻게 할 건지 물을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시의회의 이러한 계획은 실행에 옮기기 전 실패하고 말았지만.
제논 브라이트가 피리 부는 사나이와 싸운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란다의 지하로부터 대규모 군대가 침공해 와서였다.
시체로 이뤄진 군대가.
검은손의 손가락. 퍼펫의 침공이었다.
***
“씨발! 지원!! 지원!!”
우중충한 날씨로 유명한 란다에 이례적으로 화창한 날.
란다의 방위를 맡는 주요 방어 시설에서 한 군인이 다급히 지원을 요청했다.
요청한 이유는 최신 군용 무기로 무장한 좀비들이 하수도에서 쏟아져 나와 주요 방위시설을 공격해서였다.
허나, 란다 방위군과 보안국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왜냐면 도시 아래 하수도 곳곳에서 그 규모도 파악하기 힘든 좀비들이 쏟아져 나와서였다.
그로 인해 란다의 각 방위군은 서로를 돕지 못한 채 고립, 쏟아지는 좀비 떼를 상대하기 급급했다.
그리고 그건 방위군 외 마탑, 용병 회사, 크라임 펌 등 무력을 보유한 다른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내부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것처럼 좀비 군대와 송장인형들이 각 조직의 주요 시설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시에 공격했다.
도시에 일어난 지옥의 균열을 봉인하던 멀린은 이러한 침공을 봤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침공의 규모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아카이브인 멀린은 퍼펫이 이 정도 되는 무력을 가진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퍼펫이 도시는 물론, 나라와도 싸울 수 있는 무력을 가진 걸 말이다.
얼핏 말이 안 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었으나, 가만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당연한 거였다.
퍼펫은 수백 년. 좀 더 정확히는 흑마법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존재였다.
그 말은 퍼펫 개인의 역사가 도시는 물론 일국(一國)도 뛰어넘는 걸 의미했다.
확고한 목표를 가진 존재가 그 긴 세월 동안 꾸준히 노력한다면 나라를 뒤엎는 것도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멀린이 놀란 이유는 다름 아닌 퍼펫이 그 힘을 휘둘렀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강한 힘이 있어도 그걸 휘두르면 반작용이 일어나는 법. 그것이 세상의 규칙이었다.
당연히 퍼펫 역시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백 년 동안 이런 힘을 숨기고 활동한 거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갑자기 그 힘을 드러낸 거였다.
스스로의 선택지를 줄이는 극단적인 행위.
멀린은 그 행위에 깔린 저의를 추측했다.
처음에는 란다에 생긴 지옥의 균열을 이용하려는 건 줄 알았다.
실제로 송장인형이 균열에 접근하려는 걸 확인했으니까.
“허어····. 근데 어떻게 여기 온 거요?”
W구역. 그곳에 자리 잡은 한 부서진 복지관 위에서 퍼펫이 물었다.
좀비 군대의 습격과 퍼펫의 습격으로 곳곳에 부상자와 시체가 즐비했다.
방금 막 도착한 멀린이 대답했다.
“너무 티가 나서····. 그대가 정말 균열을 노렸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뭣보다 이렇게 무모한 침공을 강행할 리도 없고.”
쿠르르릉!!!
멀린이 말을 마치자 때마침 화창한 하늘 위를 덮을 거대한 번개가 저 멀리서 내리쳤다.
멀린의 동기이자, 묠니르 소학파의 원마스터인 토머스 닐센의 번개였다.
방금 그 번개 하나로 하늘의 송장인형과 땅 위의 좀비 군대가 모두 재로 돌아갔는데, 그러기 무섭게 또 다른 번개가 내리쳤다.
퍼펫의 송장인형이 다수 공간을 뛰어넘어 나타나, 번개를 내리친 거였다.
멀린은 마력 감지 능력을 통해 토머스가 부상을 입은 걸 확인했다.
“글쎄····. 난 딱히 무모한 것 같지 않은데? 자기들이 최고란 착각에 빠진 아이를 혼내주는 것쯤이야.”
“······.”
“벌써 원마스터를 다섯을 잡았고, 그랜드 마스터도 셋 잡았소. 아카이브께선 마탑부터 구원하러 가는 게 어떠실지?”
“이 사람만 데려가게 허락해 준다면 기쁘게 수락하겠소.”
멀린이 자기 등 뒤에 주저앉은 노인을 가리켰다.
그 노인은 가난한 형제들 복지관의 관장 캔트로, 그 퍼펫의 습격을 받았음에도 겁먹지 않고 오히려 집중력을 발휘. 멀린과 퍼펫의 대화에 집중하였다.
퍼펫이 멀린의 제안을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겠소. 내 볼 일이 있어서.”
“피리 부는 사나이의 족쇄를 풀어준 게 이러기 위해서요?”
“설마 그렇겠소? 난 그 정도로 무모하지 않소.”
“그럼,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인 거요? 그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정녕 모르는 거요?”
멀린이 분노를 담아 말했다.
아카이브가 된 후 좀처럼 보지 못한 모습. 그만큼 퍼펫의 행동에 분노했다는 거였다.
설마, 그 캔트를 노리다니.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라면 그럴 수 있다 쳐도, 알 만큼 아는 자가 이러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사적인 거라고 해둡시다. 그가 피리 부는 사나이와 약속을 어겼으니, 나와의 약속도 어길 수 있지 않소. 새로운 안전장치가 필요해서 말이요.”
“새로운 안전장치? 자기 목에 거는 올가미겠지.”
“어차피 종말이란 불가해한 일이 찾아오는데 그런 거 따져 무엇하겠소? 그저 내가 보기에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할 뿐.”
퍼펫의 대답과 동시에 멀린과 캔트 주변의 허공이 일그러지더니 그 사이에서 다수의 송장인형이 나왔다.
걸인처럼 헐벗은 채 수염을 기른 송장인형이 있는가 하면, 화려한 양복을 입은 송장인형도 있었고, 또, 군복, 이국의 복장 등을 입은 송장인형도 있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각기 다른 송장인형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각각 손에 책을 한 권씩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카이브······.”
캔트가 허공에서 나타난 송장인형을 보며 조용히 경악했다.
가난한 형제들이라는 정보 조직을 이끈 캔트의 경험이 지금 나타난 송장인형 모두가 아카이브라고 알려주었다.
“혼자서·····.”
“전부·····.”
“감당할·····.”
“자신이·····.”
“있으신가?”
퍼펫이 송장인형-아카이브의 입을 빌려 한 단어, 한 단어씩 말해 하나의 문장을 만들었다.
마치 사람과 비슷한 무언가를 상대하는 듯한 묘한 불쾌감마저 느껴졌다.
심상치 않은 공기. 침묵하던 멀린이 입을 열었다.
“그거 아시오. 퍼펫,”
“······?”
“난 한때 내가 천재인 줄 알았소. 그것도 역사에 영원히 남을 천재.”
“····인정하지. 나 역시 그대를 봤으니. 유년기의 그대는 이미 성인이 된 마법사를 뛰어넘었고, 청년기에는 개인의 마법과 학식으로 다섯 개의 원소학파를 힘으로 통일했으니. 그대는 내가 수백 년 동안 봐온 인간 중에서도 손꼽힐 천재요.”
“맞소. 그래서 난 내가 무엇이든 해도 되는 줄 알았소. 난 그럴 권리가 있고, 그게 세상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믿었으니까. 그 믿음 하나만으로 나는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말았소.”
멀린은 과거 자신의 죄악을 떠올렸다.
“허어····. 이제는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시는군.”
“맞소. 아이러니하게도 목표이던 아카이브가 된 후 그게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소.”
“아카이브가 되려던 이유가 뭐요?”
“모든 걸 알고 싶어서였소. 가장 우월해지기 위해서였소····. 허나, 내가 알게 된 것이라고는 나의 어리석음과 죄악뿐이었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아마, 그게 그대와 우리의 차이점이 아닐까 하오.”
“······.”
“어쨌건 내가 아카이브가 돼서 배운 사실은 나의 어리석은 존재라는 거뿐이요. 그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지.”
“뭐요?”
“내가 역대 최강의 아카이브라는 사실.”
멀린이 말을 끝마치자 노쇠한 멀린의 몸에서 그 존재만으로 공기를 일그러트리는 방대한 마력이 분출됐다.
그 마력만으로 부서진 건물이 뒤흔들렸는데, 놀랍게도 그 흉폭한 마력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캔트를 보호했다.
캔트의 안전이 확보되자 멀린은 바로 움직이려고 했으나-
-!
그 순간 심상치 않은 기운이 저 바다 건너에서 느껴졌다.
오직 아카이브만이 느낄 수 있는 위험 신호.
퍼펫도 이를 느꼈는지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종말이·····.”
“더 일찍·····.”
“찾아온 것 같은데·····.”
“먼저·····.”
“저쪽부터·····.”
“가야 하지 않겠소?”
캔트를 노리는 송장인형이 한마디 한마디 지껄였다.
예리한 기운이 사방에서 포위해 와 캔트를 노렸다. 멀린은 침묵했다.
그때, 멀린과 퍼펫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캔트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올리버에 관한 겁니까?”
멀린은 다시 침묵했다.
“가십시오.”
그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한 캔트가 멀린에게 부탁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가십시오. 그 아이에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요. 그대에게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어찌 될지 알 수 없소.”
“지금 가지 않으면 당장 어찌 될지 알 수 없지.”
퍼펫이 멀린과 캔트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멀린은 망설였다.
자칫 잘못하다간 나중에 종말을 막을 수단이 사라질지도 몰랐다. 자신은 그걸 할 수 없었다.
멀린은 캔트를 어떻게든 데리고 갈까 했으나, 눈앞의 아카이브들이 눈에 밟혔다.
각 시대를 대표하던 위대한 마법사이자, 죄인들.
멀린은 저들을 쓰러트리는 것은 자신 있었으나,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지킬 게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찰나와 같으면서도 영원한 고민이 지속되는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