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71
71. 습격 (1)
올리버는 머피의 안내에 따라 허름한 창고에 들어갔다.
겉에 때가 끼고, 마감의 일부가 벗겨진 창고는 그 겉모습처럼 내부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낡고 먼지가 쌓인 나무 상자가 창고 이곳저곳에 벽처럼 쌓여 있었으며, 검은 천막도 여기저기 처져 있었다.
올리버가 뭘 알겠느냐마는 이 창고는 관리 안 한 지 꽤 된 것 같았다. 아니면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거나.
그 속마음을 읽은 건지 머피가 말했다.
“많이 지저분하지요?”
“····조금요?”
“다행이군요.”
“예?”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게 목표거든요. 이렇게 지저분한 창고는 흔하고 또 그만큼 단속을 잘 안 하니까요. 옷에 먼지가 묻는 건 다들 싫어하죠.”
“아····.”
“머피. 그 사람은 누구니.”
제3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여성의 목소리였는데, 고개를 돌리자 한 손에 서류철을 든 중년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서는 올리버와 비슷한 10대 소년도 하나 있었다.
“매기 이모. 저번에 모셔오겠다고 말씀드린 흑마법사님입니다.”
“이분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젊으시구나.”
그녀의 표정은 한순간 못미더운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올리버도 굳이 내색지 않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그녀를 관찰했다.
어딘가 굳세어 보였는데, 과거 마리와 약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세상의 풍파와 싸우려는 사람.
“존나 젊은데? 정말 이 사람이 뚱땡이 부교수 데려온 거야?”
탁-!
매기 옆에 서 있던 소년이 멋대로 지껄이자 머피가 바로 팔을 휘둘러 소년의 뒤통수를 때렸다.
맞은 소년은 ‘씨····.’ 거리며 짜증을 냈지만, 그 이상은 반항하지 못했는데, 그런 소년을 보며 머피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흑마법사님. 막내 놈이라 조금 예의가 없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그런데 동생분이라고요?”
“예, 마일로라고, 막냅니다.”
아무래도 흑마법사 패밀리와 달리 킴벨 패밀리는 정말 가족 단위로 조직을 운영하는 거 같았다.
이 역시 어쩌면 중요한 정보일지 몰라 머리 한쪽에 새겨 넣었다.
“저도 조카의 무례를 사과드리겠습니다. 흑마법사님.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돈 받고 하는 일인지라 괜찮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을 좀 여쭤볼 수 있을까요? 그래도 한 달 동안은 같이 지내야 할 텐데. 성함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데이브라고 합니다.”
“데이브요?”
“예.”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제게 말씀해 주세요. 최대한 맞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이 있어 그러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이만 가봐도 될까요?”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자 매기는 조카 마일로의 귀를 잡아당기며 갔다.
“아! 아! 이모, 이모! 귀!”
마일로를 데리고 떠나는 매기.
올리버가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꽤 강하신 분 같군요.”
“예, 맞습니다. 강하신 분이죠····. 다시 안내해드려도 될까요?”
머피의 말에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머피는 올리버를 데리고 다시 창고를 돌기 시작했다.
창고 안은 짐이 정말 많았는데, 벽면을 따라 짐들이 쌓여 있었다.
가만 보니 짐으로 벽과 길이 만들어진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머피가 웬 상자 더미 사이로 들어갔다.
“이쪽입니다.”
올리버는 아차 하면 무너질 거 같은 상자길 사이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깊었는데, 이윽고 이것이 인위적으로 만든 길임을 알아차렸다.
“여깁니다.”
머피가 거대한 나무 상자에 비밀스럽게 있는 문을 열며 말했다.
“창고 중앙에 작업장을 만든 건가요?”
“예. 원래는 지하실에서 만들 생각이었지만, 도저히 작업장 규모가 나오지 않아서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올리버는 X구역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작업장을 보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노동자가 모여서 얼추 완성해가고 있었다.
“머피 씨?”
손에 기름때가 묻은 노동자가 모자를 벗으며 머피에게 인사했다.
“다른 일 때문에 온 거니까. 난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어때? 작업은?”
“머피 씨가 준 그림을 보고 몇몇 부분 손 봤습니다. 생산 자체에는 딱히 큰 문제는 없지만, 바꾸는 게 더 효율이 높아서요. 덕분에 고생은 했지만, 어찌어찌 애쓰면 제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행이네.”
머피가 진심으로 안도했다.
“그런데 저분은?”
“아····. 작업실 지켜주실 분이야.”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올리버에게 꽂혔다.
저마다 ‘흑마법사···.’, ‘너무 젊은데?’, ‘괜찮은 거 맞아?’와 같은 불안한 소리를 낮게 중얼거렸다.
소리가 거슬릴 정도였는데, 머피와 대화를 나누던 작업반장이 큰소리를 쳤다.
“거 잡담들 그만하고 일해! 떠들라고 돈 주는 거 아니야!”
그러자 노동자들이 다시 작업장 설치에 들어갔다. 좀 조용해지자 작업반장이 머피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저분이 말씀하신 흑마법사라고요?”
“그래.”
“····좀 젊지 않습니까?”
“실력은 확실해. 포레스트 씨가 보증했으니까.”
“뭐, 갱이야 그렇다 쳐도 진짜 마법사라도 나타나면-”
“-걱정 마. 그럴 확률은 몹시도 낮으니까. 흑마법사를 데려왔으니, 더 낮을 거고. 넌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맡은 일만 신경 써. 이 작업장만 제대로만 운영되면 너희도 더 이상 이 공장에서 개값 받고 일 안 해도 되니.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 상사님.”
한 차례의 대화가 끝나고 다시 작업반장은 작업으로 돌아갔고 머피는 올리버에게 다가왔다.
“여기가 흑마법사님께서 지켜야 할 곳입니다. 창고 중앙에 작업실을 마련하기 위해, 이 창고를 사고, 주변의 짐들을 끌어모아 위장했죠.”
올리버는 상당한 규모의 작업실을 훑어봤다. X구역에서 봤던 것보다 몇 배는 컸으며, 위에는 환풍 장치도 설치되어 있었다.
공장이라고 한 게 허언이 아닌 거 같았다.
“들어올 수 있는 입구는 어딨죠?”
“왔던 길을 포함해 저기 짐을 빼는 입구 총 두 개입니다. 전자는 사람을, 후자는 짐을 옮기는 곳이죠.”
“그렇군요.”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요?”
“예. 보통 자잘한 갱들은 제 선에서 처리하는 게 맞겠지만, 여기 계시는 동안에는 흑마법사님께서 좀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
“흑마법사님을 부려먹으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소문을 내기 위해서군요?”
“····예. 제가 흑마법사를 고용해 방비를 높였다고요. 소문이 좀 퍼지면 어설프게 찌르는 놈들은 줄어들어 일하기 훨씬 편해질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음····. 동료이신가요?”
“예?”
“아까 전에 말씀 나누시던 분요.”
올리버가 작업반장을 가리켰다.
“아, 예. 전우입니다. 정비병이었죠····. 전역 후 일이 마땅치 않아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침입자를 계속 맡겠습니다.”
올리버의 시원한 태도에 머피가 기쁨을 표했다.
“아, 감사합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얼굴을 자주 비추며 흑마법 좀 몇 번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그런데 이런다고 마법사가 안 오겠습니까?”
마법사란 단어가 나오자 머피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단순히 마법사란 이름값에 겁먹은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 구체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실력 있는 흑마법사가 있다고 하면 아마 섣불리 오지는 못할 겁니다. 괜히 일이 커져 소란이 나는 것 그쪽도 원치 않을 테니까요.”
글쎄····. 올리버는 솔직히 의문이었다. 제대로 된 마법사라곤 전격 마법사밖에 못 봤지만, 그들이 그걸 크게 신경 쓸지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한 가지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머피라는 이 사람. 올리버를 정성 들여 부른 것 치고는 마법사와 싸워 이길 거라는 기대를 안 하는 거 같았다.
뭐, 흑마법사가 가짜 마법사라 마법사들보다 아래로 보고 있는 것은 얼추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반응인 건 좀 신기했다.
“혹시 마법사를 직접 본 적이 있습니까?”
“예?”
“뭔가 마법사에 대해 잘 아는 게 있으신 것 같아서요.”
“·····군인 시절 몇 번 봤습니다.”
“그럼 설명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군인 시절 보셨다던 마법사들에 대해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은데.”
“뭐····. 그 정도야 얼마든지요.”
***
종군 마법사.
머피는 전쟁터에 군인 신분으로 참여한 마법사를 그리 칭했다.
진짜 군인 신분인 자들도 있지만, 자신들처럼 입대한 자들도 있다고 하였는데, 편의상 모두 종군 마법사라 부른다고 했다.
종군 마법사 모두 한 명의 마법사로 제 몫을 하는 자들로 개개인의 역량 차이로 인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는 제각각이지만,
마법의 화력은 모두 최소한의 수준을 갖췄기에 기본 수십 명에서 수백 명분의 화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심지어 여러 마법사가 합심해 준비만 제대로 하면 수천 명도 증발시킬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마법도 쓸 수 있다고 했고.
한정적인 감정으로 싸우는 올리버로서도 꽤 놀라운 규모의 이야기였다.
혹시 허풍이 아닐까도 싶었지만, 머피의 감정을 보니 그 생각을 접었다.
그는 진심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도 마법사와 부딪칠지도 모르는 지금 상황에 적잖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머피는 계속해 말했다.
아군에게는 희망을 적에게는 공포를 주는 마법사는 그 외에도 자원 탐사나 여러 학술적인 부문에서도 활약하고, 그런 탓인지 자기 외에도 군인 출신이라면 최소한 한 번쯤은 마법사를 봤을 거라고.
올리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마법사를 본 참전군 출신자를 모두 불러 달라고 했다.
머피는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따라줬는데, 덕분에 올리버는 경비를 서는 동안 참전군인 출신인 창고 노동자, 마법주 노동자, 경비원, 심지어 머피의 형제인 마틴, 마이어 등 수많은 사람에게서 마법사에 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 모두 참전군인 출신이라 듣는 것만으로 심심하지 않았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마법사의 주요 역할은 강력한 화력으로 적에게 큰 타격을 주어 전투 의지를 꺾는 것이라 하였다.
특히, 마법사가 없는 신대륙이나 동쪽 미지의 땅에서 그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전설적인 일화로는 마법사 단 셋으로 5천 명의 병력에 큰 타격을 줘 패퇴시킨 적도 있다고 했는데,
전격 마법사 때 한번 느끼긴 했지만, 마법사란 참 어려운 상대인 것 같았다.
솔직히 겁이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일단 일을 수락했으니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올리버는 경비를 서는 동안 창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머릿속으로 지형을 숙지하고, 예상 침입로를 생각해 보았다.
예상이라고 해봐야 자신이라면 어떻게 침입할지 생각하는 수준이었지만.
고민 끝에 올리버는 가장 침입하기 좋은 침입로를 일곱 곳을 선정하고 그에 맞춰 그레이마켓에서 구입한 감정을 심어두었다.
창고 근처부터 멀리 떨어진 건물 꼭대기까지 그 범위가 다양했는데,
감정이 든 시험관에 흑마법진을 새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참고로 흑마법진이란 앤서니 패밀리의 서적에서 본 것으로 원거리에서도 흑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장치이다.
원래는 조작 계열 전용이었지만, 올리버가 임의로 계량해 좀 더 범용성을 높여 봤다.
화력에선 흑마법이 마법보다 밀릴지 모르나, 이런 의외성으로 그 차이를 메꿀 수 있었다.
최소한 과거 전투 경험을 미뤄봤을 때는 말이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 자잘한 갱들을 물리치며 마법사를 상대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그럼에도 같이 일하는 이들은 아직 올리버가 못미더운 듯했다.
정확히는 혹시 모를 마법사의 습격을 두려워한 거였지만.
“저 흑마법사 생각보다 대단한데? 혼자서 세 번이나 갱들을 쫓아냈잖아?”
“그러게 너무 젊어서 걱정했는데, 의외더라.”
“성격도 그리 안 이상하고. 전쟁터에서 본 흑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적들보다도 위험하던데.”
“야야, 그래도 괜찮을까? 갱이야 막말로 우리도 막을 수 있지만, 문제는 마법사잖아?”
“에이,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작업실도 거의 다 완성됐고. 안 나타나겠지.”
“뭐, 그럼 다행이지만, 그래도 마법사 나오면 어떡하지? 여기까지 쳐들어오면 제정신은 아닐 거고, 실력에도 자신 있다는 이야긴데.”
“흑마법사가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야야, 흑마법사랑 마법사랑은 기본 화력이 달라. 왜 흑마법사를 가짜 마법사라 부르겠어?”
“자신 있으니까 온 거 아니야?”
“아니, 그냥 위협용으로 부른 거야. 이만큼 준비했으니 오지 말라고. 뭣보다 마법사랑 제대로 붙을 수 있는 흑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아. 그 정도 실력이면 해결사 일 말고 좀 더 번듯한 일을 하고 있겠지.”
“아, 그런가? 잘하면 좆되겠는데.”
올리버는 창고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경비 차원에서 창고 곳곳에 엿듣는 귀를 심어둔 것뿐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뿐이었다.
뭐, 재밌어서 계속 놔두고는 있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 비해 다들 올리버에 대한 믿음이 높아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혹시 모를 마법사의 등장에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한동안 보이지 않던 머피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오, 머피 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예, 잠시, 거래처에 다녀오느라. 언제 사업이 시작되는지 다들 궁금해해서····. 그동안 별일 없었습니까?”
“예, 딱히 없었습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올리버의 태도에 머피가 안도하며 말했다.
좀 신기했다. 갱들이 침입했을 때 한번 그가 싸우는 걸 봤는데, 그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흑마법으로나 가능할 법한 괴력과 민첩성, 반사신경으로 밤에 쳐들어온 갱들을 나이프 하나로 도살했는데, 그런 그가 올리버에게 이토록 저자세로 나오다니 좀 신기했다.
뭐, 그만큼 마법주 작업장이 중요한 것이겠지.
그러자 문득 궁금해졌다.
“머피 씨.”
“예, 흑마법사 님.”
“혹시, 마법주 작업장을 만드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뜬금없는 질문에 머피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질문을 무시하진 못했다.
지난 2주 동안 올리버는 머피의 기대 이상으로 일을 해주었으니.
“죄송하지만 질문의 저의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궁금해서요.”
“예?”
“궁금해서요. 사람들 말 들어보니 이 마법주 작업장 만드는데 적잖게 돈을 끌어다 쓴 것 같은데, 자칫 파괴되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을 만드는 건지 궁금해서요. 5개의 거리를 가지고 있으니 돈은 충분하지 않나요?”
“······.”
머피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물었다. 말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윽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흑마법사님께서 제가 왜 군에 입대하셨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애국자라서요?”
“아뇨. 면제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면제비요?”
“예, 3억 란다만 내면 면제 대상이거든요. 경제적인 군 복무를 했다고 말이죠. 그런데 3억 란다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이 나라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예, 3억 란다가 없는 죄로, 저희는 억지로 군에 끌려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뛰어다니며, 진흙탕에 굴러야 했죠. 그럼, 국가에서 애국자라는 칭호를 줍니다. 그런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지 압니까?”
“글쎄요?”
“재수 없는 사람은 팔다리 없이 돌아오거나, 머리가 회까닥하죠. 자기는 폭탄이라면서·····. 멀쩡하게 돌아와도 마냥 행복하진 않습니다. 군에 다녀온 동안 집은 더 가난해지고, 아내는 딴 놈과 살림을 차리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고 살려고 해도, 공장 같은 곳은 감자만 먹고도 살 수 있다며 임금을 깎으려고 하고요. 임금을 올려달라 시위하면 저 같은 갱들을 보내 두들겨 패죠····. 이 나라에서 돈이 없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진심. 올리버가 봐온 그 어떠한 말보다 강한 진심과 분노가 묻어 있었다.
“그래서 제가 이 사업을 하려는 겁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더 큰 부자. 그럼, 제 자식은 군에 안 보내도 되고, 돈 없는 전우들에게 썩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거든요. 뭣보다 군대도 안 다녀온 놈들 밑에서 일 안 해도 되고요. 그래서 제가 무리해가며 이곳을 지은 겁니다.”
올리버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이유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꽤나 흥미로웠다. 갱들의 관심사는 오직 돈인 줄 알았는데···. 그때 주변에 깔아놓은 미니언으로부터 뭔가 반응이 왔다.
“응?”
“왜 그러십니까?”
올리버가 한쪽 눈을 감으며 눈에 신경을 집중했다.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