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733
733. 정리 (1)
시계를 잠시 사흘 전으로 돌리자면, 란다는 안팎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무꾼 데이브가 감옥을 습격한 것도 모자라 왕국군을 직접 공격했을 때부터 말이다.
거대 도시 란다는 계엄령이 떨어진 것처럼 대부분 사람이 자기 거처에서 나오지 않았고, 란다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안쪽은 전쟁 비슷한 것이 벌어졌다.
왜 전쟁 비슷한 것이냐면 한 명의 사람과 군대가 싸우는 걸 전쟁이라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그 군대가 그 사람에게 티끌만 한 상처도 주지 못한 걸 전쟁이라 표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그때는 정말 정신이 없는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좀비 군대의 침공을 겪은 란다 대다수 시민은 그들답지 않게 겁먹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았고, 왕국군과 방위군은 공격이 닿지 않는 무엇인가를 상대로 필사적으로 싸워댔으니까.
거기다 라디오에서는 전쟁에 관한 뉴스를 쉴 새 없이 쏟아내 혼란을 가중했다.
하나, 바쁘기만 한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란다 시민 중, 그 결이 약간 다른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발이 아닌 타의로 인해 집 안에 갇혀 있던 자들로, 겁이 아닌 기회를 엿보며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방금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감옥을 습격한 범인인 나무꾼 데이브는 현재 A구역에서 거대한 크리처를 소환해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에······] [······현재 나무꾼 데이브가 소환한 크리처로 인해 A구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란다를 습격한 좀비 군대 역시 나무꾼 데이브가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가 F구역의 오염구역을 손에 넣은 것도 대량의 시체를-]그리고 기다림 끝에 라디오에서 기회가 나왔다.
[궁금한 게 있으면 말해보시오. 최대한 협조해 주겠소.] [제 말을 제대로 안 들으시는군요.]그것은 좀비 군대로부터 란다를 구한 (자칭) 영웅 빌리 크로울리 중장과 란다를 공격한 극악무도한 흑마법사 나무꾼 데이브의 대화였다.
기회, 두려움. 이유는 달라도 라디오를 경청하던 란다의 시민들은 갑작스레 나온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고, 잠시 후,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소식이란 연합 왕국의 군인인 빌리 크로울리 중장이 출세를 위해 퍼펫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과 마법사, 드루이드, 정치인, 귀족, 심지어 왕세자 등 수많은 연합 왕국의 지도자들이 퍼펫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었다.
연합 왕국의 황금기를 이끄는 사회 지도자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흑마법사, 그것도 손가락인 퍼펫과.
너무나도 충격적인 소식에 겁에 질린 란다의 시민들은 한순간 두려움도 잊고 멍한 상태에 빠졌다.
뇌가 감당할 수 없는 정보를 접하면 보통 이러곤 했는데, 당연히 그 보통에서 벗어나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당연히 기회를 엿보듯 라디오를 듣던 이들로,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왕국군에 의해 연금된 시의원과 고위 공무원들이었다.
“씨발! 내 이럴 줄 알았지!!”
“어휴, 병신들······. 어쨌건 휴가는 끝인가?”
“여보. 내 양복 어딨어? 출근해야 할 것 같아.”
“모르는데요?”
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시의원도 사람이고, 정치인이었기에 퍼펫에게 매수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 상황 자체에 겁먹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일부가 움직였다는 사실이었다.
24명 중 16명.
그들은 연금됐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뇌물을 받아 산) 값비싼 양복을 걸친 채 집 밖으로 나왔다.
당연히 그들을 감시하던 왕국군이 그들을 막아섰고, 한차례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오시면 안 됩니다. 의원님.”
“상황 파악 안 되나? 너희 지휘관이 퍼펫과 손잡았다고 하잖아?”
“헛소리입니다! 흑마법사의 헛소리!”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흑마법사의 헛소리지.”
“······.”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날 깜빡 놓친 거로, 그리된다면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 왕국군만큼은 변호해 주지. 킹이 잡혔다고 나머지도 다 죽을 필요는 없잖아? 체스도 아니고?”
장사치, 사기꾼, 건달, 살인자가 득실대는 란다에서 정치인 노릇 하던 이들은 왕국군 병사들을 상대로 감언이설을 토했다.
허나, 상대는 감시라는 임무를 맡은 군인. 대다수는 자신들의 임무를 끝까지 수행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일부는 설득됐다는 뜻이고, 그 수는 4명 정도였다.
란다 시의원 24명 중 단 4명. 대략, 17퍼센트 만이 자유를 얻었다.
얼마 안 되는 수. 허나, 놀랍게도 그들은, 흑마법사 단 한 명에게 전투 의지가 꺾인 왕국군과 스스로 퍼펫과의 야합을 자백한 자칭 영웅에게서 란다의 통제권을 되찾아왔다.
단 하루도 되지 않아.
물론, 시의원만 활약한 것은 아니었다.
란다의 고위 공무원인 장관도 한몫 거들었다. 가령, 내무부 장관직을 맡고 있으며, 나무꾼 데이브와 비공식 동맹을 맺은 폴 카버라든가.
그가 의견을 냈다.
“우선, 해야 할 게 있습니다.”
“방위군과 보안국의 통제권을 가져오는 거?”
“아뇨, 이미 저희에게 온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들도 좋아서 왕국군을 따른 게 아니니까요. 이미, 그쪽과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역시, 폴. 일 잘해. 그럼, 뭔데?”
“이 개판을 수습하는 겁니다.”
개판. 공직에 몸담은 사람들이 말하기 부적절한 단어였으나,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좀비 군대가 란다를 치고, 그런 좀비 군대를 몰아낸 왕국군의 지휘관이 사실 퍼펫과 손을 잡았으며, 왕국의 지도자들 역시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 전역에 퍼졌으니까.
개판 외에는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었다.
란다의 통제권을 되찾은 지도자들이 해야 하는 건 이 개판을 그나마 덜 개판으로 만드는 거였고, 카버는 바로 방법을 내놓았다.
“사실을 축소해야 합니다.”
“은폐가 아니라?”
“은폐하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동감이야. 그렇다면 편집해야 한다는 이야기겠군.”
편집. 드러난 진실 중 일부를 인정하고, 일부는 잘라내 피해를 축소하는 정치 수법.
카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디까지 드러내고 어디까지 부정할 건가?”
“크로울리 중장까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정할 겁니다. 오직 그만이 퍼펫과 손잡았다고 주장해, 좀비 군대의 침공을 자작극으로 몰아가는 거죠.”
“공훈을 늘리기 위해?”
“그렇습니다.”
“너무 많이 봐주는 거 아닌가?”
“이 이상 넘어가면 저희도 감당이 불가능합니다. 딱 여기까지입니다.”
카버가 강력히 주장했고, 시의원들도 침묵으로 동의했다.
빌리 중장 외에 더 엮인다면 어찌 될지 닳고 닳은 정치인들조차 쉬이 예상할 수 없었다. 아니, 예상하기 싫었다.
잘못하다간 연합 왕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붕괴, 혹은 비슷한 상태에 처할지 몰랐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흑마법사와 손을 잡아 자작극을 벌였으니.
“크로울리 중장 선에서만 멈추면 왕국군도 저희 말에 따라 란다의 통제권을 넘길 거고, 사람들도 진정시키기 수월할 겁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먼저 이런다면 왕국에서도 감히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수작을 부린다면 스스로 그 말을 인정하는 셈이니.”
짧은 시간 사이 얼개가 맞춰지자 모두 그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그러자 다음 안건이 나왔다.
“데이브는······. 어떻게 하지?”
그 안건이란 데이브의 처우에 관한 것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데이브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쓰러트렸다고 했다.
혼자서 란다를 뒤엎어 버린 최강의 흑마법사를. 이를 믿지 못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 역시 홀로 왕국군을 박살 냈으니까.
문제는 다음이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쓰러트린 후, 현재 뒷세계. 특히,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세상의 종말(終末)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나무꾼 데이브가 있고, 그렇기에 데이브를 숭배하며, 그를 중심으로 종말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마왕이 강림한다는 수준의 헛소리. 문제는 마냥 무시할 수 있는 헛소리는 아니라는 데 있었다.
손가락 소속으로 알려진 흑마법사들이 데이브의 부하인 마리에게 지속해 접촉했으니까.
느슨한 연합체이던 검은손이란 조직이 단 한 명의 마법사를 중심으로 뭉친다?
이는 재앙이었고, 성법이 사라진 지금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했다.
어쩌면 좀비 군대, 왕국군, 피리 부는 사나이보다 더 위협적인.
그런 그를 란다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니, 그 이전에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었다.
“저희가 의뢰를 맡긴 것으로 하죠.”
“뭐?”
“저희는 빌리 중장과 퍼펫의 수상한 야합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그냥 얻어걸린 거지만, 그렇긴 하지.”
“그러던 중 빌리 중장이 저희를 모두 감금했고요. 그래서 저희가 데이브에게 의뢰한 것으로 하는 겁니다. 빌리 중장의 비밀을 까발려 달라고요.”
“빌어먹을 그게 말이 돼?”
“됩니다. 외부에서 보면 딱 그런 상황이니까요. 거기다 왕국군이 박살 났다곤 하나, 이번 전투에서 그 누구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으니 더욱 그럴듯합니다. 최소한 데이브 손에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미친 소리 같지만 사실이야.”
시의원 중 하나가 거들었다.
“그 누구도 피를 보지 않았으니, 모두 믿을 겁니다. 감옥 건은 퍼펫이 한 거라 포레스트가 알려줬으니, 데이브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다 해도······.”
일부 시의원이 계속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카버의 의견이 억지인 것도 있었으나, 두려움 탓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존재란 그런 거였으니까.
본인이 가만히 있어도 의심과 두려움을 사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설득하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힘이었다.
“그거 외에 방법이 있습니까?”
폴 카버가 질문했고, 그의 말마따나 그거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걸 인지한 시의원들은 더 이상 다른 의견을 꺼내지 않았다.
선택이란 강한 쪽에서 할 수 있는 것. 시의원들은 올리버가 싫다 해도 빌어서라도 협력한 것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계획이 수립되자 시의회와 란다의 모든 행정조직은 움직였다.
칼과 총을 앞세운 왕국군에 협력하던 라디오와 신문사는 다시 시의회와 손을 잡아, 빌리와 퍼펫의 더러운 동맹과 그 외에는 거짓이라는 자체 조사 사실을 밝히고, 이 일의 최대 공훈자는 해결사 나무꾼 데이브라고 밝혔다.
[그렇습니다! 빌리 크로울리 중장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시의회에서 란다 최고 해결사에게 의뢰한 것입니다!]다행히도 대부분 받아들였다. 사람이란 어려울 때 믿고 싶은 걸 믿었고, 지금은 몹시도 힘든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는 사이 시의회는 왕실과 중앙의회와도 비밀리에 접선했다.
이들과의 거래 역시 계획대로 진행됐다.
“크로울리 중장의 더러운 비밀을 파헤쳐 주어 진심으로 고맙소. 우린 그런 일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소. 공에 눈이 먼 친구인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미쳤을 줄이야.”
“저희도 같은 생각입니다.”
사전에 말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딱딱 대화를 나눴다. 마치 연극을 하듯.
“그런데 크로울리 중장이 한 이야기 중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던데······.”
“임무를 수행하던 과정에 발생한 헤프닝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위기에 몰린 악당이 어떤 헛소리를 하는지요.”
“맞죠. 헛소리······.”
“거기에 관해서도 내용을 정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감사합니다. 역시 란다로군요.”
왕실에서 온 집사와 중앙의회에서 온 의원과의 대화는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그리고 왕위 계승 소식이 발표됐다.
불과 사흘 사이에.
덕분에 왕국군의 무단 점거에 원래 색을 잃던 란다도 조금씩 원래 색채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산적한 문제가 많았으니까. 그중 하나가 데이브의 행방이었다.
“데이브는 어디 있나? 최소한 얼굴을 한번 봐야 하는데?”
“확실히, 그의 생각을 들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번 일만이 아니더라도요. 이제 그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 질문에 폴 카버는 아무런 대답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애당초 이런 문제가 카버의 전문 영역도 아닐뿐더러, 전문 영역이라 해도 불가능했다.
혼자서 군대를 무너트린 자가 사라졌는데, 어찌 자신이 찾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그 말을 솔직히 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카버는 데이브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좀 더 수색하겠다고 말하려 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벌컥.
원래라면 오만하고 냉소적인 란다의 시의원들이 높으신 분들이 회의 중인데, 누가 감히 멋대로 들어온 것이냐고 고함과 욕설, 비아냥과 욕설, 협박과 욕설 등으로 폭격을 가해야 마땅했으나,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한차례의 위기를 겪어 관대함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런 건 란다의 미덕이 아니었으니.
그들이 조용한 이유는, 그토록 찾아 헤매고 있던, 무엇보다 자신들 보다 강한 나무꾼 데이브가 들어와서였다.
“다들 안녕합니까? 카버 씨도요.”
그는 사흘 만에 나타나 옆집 아저씨에게 인사하듯 시의원과 장관에게 인사하곤 허락도 없이 의자 위에 앉더니 말을 툭 내뱉었다.
“퍼펫과 왕실의 동맹은 사실입니다. 종말(終末)이 다가오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모두 침묵했다. 아마, 누가 들어와 수류탄을 던졌어도 이보다는 당혹스럽지는 않았을 거였다. 당혹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려던 찰나, 추가타가 날아왔다.
“아, 한 가지 더. 저는 지옥의 왕자입니다. 혹시, 궁금한 거 있으신가요?”
***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숨 막힐 것 같은 길고 긴 적막 끝에 한 시의원이 총대를 멨다.
‘총대를 멨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큰 용기를 내서 한 질문이었는데, 올리버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가장 궁금해하시는 걸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왕실이 퍼펫과 동맹인 건지,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건지, 그리고 제 정체가 무엇인지요.”
모두 조용히 경악했다.
경황이 없어 일을 해결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나, 시의원들 역시 자신들이 아는 사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궁금해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확실한 그런 것은, 천지 차이였으니까.
올리버가 그러한 궁금증에 마침표를 찍어줬다.
혹시나 하던 왕실과 퍼펫과의 동맹을, 종말이 다가와 세상이 곧 끝날 거란 사실을, 그 중심에 올리버가 있다는 사실을.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으니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어떻게 아는 거냐는 새로운 의문이 피어오르려던 순간 올리버가 바로 알려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그 모습에 그나마 남아있던 의심마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냥 올리버는 마주하고 몇 마디 듣는 것만으로 그의 말을 믿은 것이었다. 닳고 닳은 정치인들이.
그들이 미친 게 아니면, 올리버가 정말 지옥의 왕자라는 것인데, 시의원들은 후자를 믿기로 했다. 아직 치매가 걸리기에는 젊었으니까.
“더 궁금하신 거 없나요?”
심란한 시의원들에게 올리버가 재차 물었다.
심란함의 원인이 이리 말하니 꽤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시의원들은 따지는 대신 궁금한 걸 질문하기로 했다. 시의원이 아닌 사람으로서 궁금한 걸.
“종말이란 무엇입니까?”
“대답 안 하겠습니다.”
“? 궁금한 게 없냐고 물으셨지 않습니까?”
“물어보라 했지. 대답해 준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
시의원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너무나 놀라. 놀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시의원이 되고 나서 이런 미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게 첫 번째요. 두 번째는 자신들이 아는 데이브는 이런 미친 소리를 하는 인간이 아니라서였다.
개인적으로는 몰랐어도, 소문과 폴 카버를 통해 들은 됨됨이는 얼추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자면 데이브는 갑자기 찾아와 이따위 헛소리를 할 위인이 아니었다.
‘그럼, 뭐지?’
‘누군가 변장한 건가?’
“저희에게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시군요.”
란다의 내무부 장관 폴 카버가 무엇인가를 눈치챈 듯 조용히 끼어들었다.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궁금한 걸 알려드렸으니, 이젠 제가 묻는 게 공평하니까요.”
“옳은 말씀이군요.”
카버가 대답한 뒤 시의원들을 바라봤다.
대화의 흐름을 파악한 그들은 눈빛을 통해 전권을 건네줬다.
“뭐가 궁금하십니까?”
“란다의 지도부인 여러분은 종말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