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784
784. 에필로그 – 은퇴한 노인(3)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포레스트가 나타나자마자 마리와 요안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어색하게 앉아 있던 것 같은데, 이해하는 바였다.
마리와 요안나.
선택하는 사람과 파테르교.
그의 대리인과 성녀.
새로이 뜨고 있는 종교와 기존의 지위를 지키려는 종교 등등.
이 둘은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이며, 좋게 지내기도 나쁘게 지내기도 애매한 사이였다.
아이러니한 점은 두 세력 모두 ‘그’를 신격화한다는 점이었고, 또한, 실질적 수장인 마리와 요안나는 그 일을 막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다.
‘너무나 다른 듯하면서도,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아······.’
포레스트는 마리와 요안나를 보며 그리 평하고는, 일단,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거대한 두 집단의 수장께서 반겨주시니 이 노인네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마음씨가 고운 탓인지, 두 분께서는 도통 나이를 먹질 않으시는군요. 껄껄껄.”
포레스트는 농담하고 있다는 뜻으로 일부러 과하게 웃었다.
하지만 말 자체는 어느 정도 진심이었다.
그가 떠나고 이십여 년이 지났건만, 그녀들은 거의 그때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제인 그리고 마탑의 새로운 그랜드 마스터 야렐리 또한.
과장을 보태면 가장 아름다운 그때 그 시절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고, 그 탓에 세간에는 이런 풍문이 나돌았다.
그분이 사랑한 여인들이라 축복을 받아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그러한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낳았다. 소문이란 생물이 그러하듯.
그것은 다름 아닌 선택하는 사람들의 대리인 마리, 파테르교의 성녀 요안나, 시스터후드의 대모 제인, 마탑의 그랜드 마스터 야렐리 중 누가 더 그의 사랑을 받았냐는 소문이었다.
그를 아는 포레스트로서는 어이가 없는 헛소리 중의 헛소리였건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고, 기어이 분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종의 정통성 문제라고 할까?
“아.”
순간, 포레스트는 머리가 아파져 오는 듯했으나, 빠르게 고개를 저어 해당 생각을 떨쳐버렸다.
지금은 이런 생각 따위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 사실을 상기하며 포레스트는 헛기침해 목을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험! 험! ······농담입니다. 노인네가 분위기 좀 풀어보려고 한 농담.”
“아······.”
“아······.”
“반응이 그따위인 걸 보니 두 분은 사실 마음이 곱지 않은 듯합니다. 하긴 아름다운 아가씨들은 대개 마음씨가 고약하니 이해합니다.”
포레스트는 흰소리로 두 여성을 타박하며 어깨에 둘러멘 짐을 옆 좌석에 기대 채 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포레스트가 앉자 두 여성 모두 앉았다.
“그래도 여러분에 대한 섭섭함은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쨌건, 두 분 다 이 늙은이의 요청대로 와주셨으니.”
마리와 요안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맞춰 답했다.
“아뇨, 그렇게 말씀하시지-”
포레스트가 일부러 말을 잘랐다.
“-각각 그의 대리인, 성녀라 불리는데 말입니다.”
쩌저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한순간 포레스트의 귓가에 무엇인가 얼어붙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공기마저도 실제로 차가워진 듯한 착각이 일었다. 마리와 요안나가 내뿜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의해.
포레스트는 당황했으나 곧 이성을 되찾았다.
그 둘은 형태는 다르나 엄연한 초인이었고, 또한 포레스트가 반농담식으로 꺼낸 말은 그녀들에게 있어 일종의 패륜적인 욕설에 가까웠으니.
그녀들 앞에서 그를 들먹인 건 그런 뜻이었다.
“······.”
“······.”
그러나 포레스트 역시 단순히 기분 나쁘게 하려고 그를 들먹인 게 아닌지라, 일반인의 몸임에도 불구 사과하지 않고 그녀들을 차분히 바라봤다.
그런 포레스트의 눈빛에서 무엇인가를 읽은 마리와 요안나는 날카롭게 세웠던 기세를 천천히 가라앉혔다.
“하아아······.”
팽팽해진 공기가 풀리자, 포레스트가 늙은 육신을 축 늘어트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늙은이 배려 좀 해주죠. 겁먹었잖습니까?”
어이없는 포레스트의 반응에 마리 역시 예의라는 갑옷을 한 겹 풀며 양팔을 식탁 위에 올렸다.
“······아실 만큼 아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이러는 거잖습니까?”
“나 노인이오. 마리. 뻔뻔하게 남의 아픈 구석을 긁어도 되는 권리가 있단 말이오.”
“아뇨! 헛소리 마세요. 그런 권리는 그 누구도 없어요.”
“오늘따라 까칠하구만. 언제부터 내게 이리 엄격해졌소?”
“저한테 재개발 연합을 떠넘기고 갔을 때부터요.”
“그랬던가?”
포레스트가 짐짓 모른 체하자, 마리의 엉덩이가 의자에서 살짝 떠졌다.
그 모습에 포레스트는 움찔했으나, 다행히 마리가 포레스트에게 달려들지 않아 최소한의 품위는 지킬 수 있었다.
늙은이에게 너무한 거 같았지만, 힘없는 포레스트는 기꺼이 자기가 참기로 했다.
그것이 란다의 지엄한 법도.
또, 솔직히 그 바쁜 와중에 그 산더미 같은 일을 한 번의 상의도 없이 던져줬으면 자기도 저랬을 거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쓰시는 책 때문에 부르신 건 아닌 거 같네요.”
조용히 마리와 포레스트를 지켜보던 요안나가 물었다.
포레스트는 마리를 대할 때보다 조금 더 예를 갖춰 그녀를 대했다.
마리와 제인과는 나름대로 사적인 사이였지만, 요안나는 그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만나는 등 공적으로만 아는 사이였기에.
포레스트는 풀어진 자세를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성녀로서 오래 지내셔서 그런지 확실히 말귀가 밝으시군요.”
“듣기 싫은 소리만 골라 하는 게 이 일과 관련된 거길 빌겠습니다.”
요안나가 정말로 싫었는지 가볍게 경고했다.
포레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두 사람 다 지금 상황 알고 있지요?”
지금 상황.
듣기에 따라 여러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었으나, 둘 다 짚이는 게 있는지 표정이 굳어졌다.
어쩌면 자기들 둘을 부른 시점에서 눈치챘을지도 몰랐다.
그의 숭배에 관해.
팽팽해졌다 풀린 공기가 다시 천천히 조여들며, 룸 안에는 묘한 정적과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지라, 포레스트는 공기 따위 무시한 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과거 그처럼.
“톡 까놓고 이야기하겠습니다. 그의 숭배는 막을 수 없을 거요.”
일각에서 그의 여인, 그의 사랑을 받은 여자라 불린 두 여성이 너무나 저돌적인 이야기 진행에 움찔했다.
“이야기 진행이 빠르군요. 너무.”
“그렇습니까? 난 좀 느리다고 생각되는데? 진작에 이야기했을 문제를 미루고 미뤄 이제야 꺼내는 건데?”
포레스트의 대답에 마리는 반박하지 못했다.
“하긴, 빠르든 느리든 그건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따지지 말고······. 우선, 이거 하나는 확실히 못 박고 갑시다. 난 두 분이 나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포레스트가 마리와 요안나를 번갈아 보며 진심을 전했다.
“두 분 다, 그의 숭배와 신격화를 막기 위해 노력한 거 난 잘 알고 있습니다. 선택하는 사람들, 파테르교. 형태와 장소는 달랐어도 그의 유지를 받든 건 나도 잘 알아요.”
“······.”
“하지만, 그와 별개로 결국 실패할 것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선택하는 사람들이 공동체 성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 마리가 반박했다.
포레스트도 응수했다.
“그럼, 정정하지요. 난 두 사람이 반드시 실패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유가 뭐죠?”
비교적 차분히 이유를 묻는 요안나. 포레스트가 답했다.
“두 사람도 언젠가는 나처럼 나이를 먹고 죽을 거기 때문이지요.”
“예······?”
“아니, 내가 죽는다는 게 아니라,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죽을 거라고요. 난 아직 살고 싶소.”
“······.”
“내 말의 요점은, 두 사람 모두 결국에는 죽는, 유한한 시간을 가진 사람이라는 겁니다. 부정합니까?”
요안나와 마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영향을 받아 그녀들은 모두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사람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깊게 인지하고 있었다. 포레스트처럼.
“두 사람이 각각 원치도 않는 대리인, 성녀의 직위를 내걸며 그의 신격화를 막는다 해도 결국에는 두 사람이 죽으면 그 노력은 허물어질 겁니다. 두 사람이 속한 조직 대다수가 그쪽 흐름으로 흐르고 있으니······.”
포레스트가 말꼬리를 흐리며 마리와 요안나를 살펴봤다.
그녀들의 얼굴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이를 보자마자 포레스트는 소리쳤다.
“······다들 멈추시죠!”
갑작스러운 큰 소리. 마리와 요안나는 포레스트를 바라봤다.
포레스트는 그런 그녀들에게 어른의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세요.”
“······.”
“난 두 사람이 그 녀석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는 사람이니, 절대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시오. 그놈은 이런 거로 여러분께 실망할 놈이 아니니까. 아니면, 그놈이 여러분 노력도 보지 않을 장님이라 생각하시오?”
평소보다 거친 말투였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마리와 요안나는 포레스트가 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포레스트는 한결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했고, 지금까지 잘했소. 그놈도 그걸 알 테고, 그의 중개인인 나도 그리 생각하오. 그러니, 자기들에게 실망하지 말고,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는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합시다······. 이해했소?”
길게 내려앉은 적막.
마리가 그 적막을 깼다.
“어떤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자는 거죠?”
“그렇지. 이제 이야기가 진행되네.”
포레스트는 손가락을 튕기고는 옆에 세워둔 ‘짐’을 들어 식탁 위에 올렸다.
타악!
맑고 경쾌한 소리.
마리와 요안나는 천에 싼 길쭉한 짐에 시선이 고정됐다.
어딘가 본 적 있다는 듯.
포레스트는 천을 풀어 내용물을 보여주자, 착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쿼터스태프?”
“정확히는 그 녀석의 쿼터스태프지.”
포레스트가 풀어헤친 천 사이에 올려진 쿼터스태프를 보며 물건의 정체를 밝혔다.
그가 떠나기 전 남긴 쿼터스태프였다.
신체 일부처럼 늘 가지고 다니던, 캔트에게서 받은 쿼터스태프.
완전히 사라진 그의 흔적을 본 두 사람의 눈이 살짝 흔들리며 손이 움찔움찔 다가왔다.
반가움, 그리움이란 감정에 지배돼 몸이 멋대로 움직인 것으로, 포레스트의 다음 발언에 그녀들은 화들짝 놀랐다.
“난 선택하는 사람들과 파테르교가 교대로 이 물건을 맡아 관리하면 어떨까 싶소.”
“············!?”
마리, 요안나. 너나 할 것 없이 놀랐다. 너무 놀라 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감정을 추스른 그녀들이 뭐라 말하려 하자 포레스트가 입술 위에 검지를 올렸다.
“우선, 나부터 먼저 말하겠소. 난 두 사람이 서약서를 쓰고 각 조직의 장으로서 이 물건을 교대로 보관하면 하오. 이유는 세 가지 있소.”
포레스트가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하나, 이대로 두 사람이 사라지면 녀석의 의지가 곡해될 가능성이 있소. 그럴 바에는 곡해되지 않게 틀을 만들어야 하오.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통성이 필요하지.”
포레스트는 그간 조사해 온 선택하는 사람과 파테르교를 토대로 자기 생각을 밝혔다.
대리인 마리, 성녀 요안나. 둘 다 각각의 조직에서 높은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그와 별개로 그의 신격화를 막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들에게 대항하지 않으나 우회적으로 그의 신격화를 진행하는 이들이 있어서였다.
조직은 크고 그곳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늘 있었으니까.
그들은 그들 나름의 가르침과 논리를 구현한 상태였고, 이를 단기간 내 찍어버리고 주도권을 가져올 방법은 단 하나. 절대적인 정통성을 가져오는 것뿐이었다. 찍소리도 못할.
이 앞에 놓인 쿼터스태프가 그 정통성 그 자체였다.
“하지만······.”
“둘. 만약, 두 사람이 서약을 나눠 번갈아 보관하지 않으면 필시 싸움이 날 거요. 같은 존재를 모신다고 한들 자기 쪽이 올바르다고.”
“······.”
“그러기 위해서는 싸우지 않을 연결 고리가 필요하고, 이 쿼터스태프가 그 연결 고리로서 가장 적합하지. 그 녀석 자체라 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
포레스트가 쿼터스태프를 내려다보며 말했고, 마리와 요안나도 따라 내려다봤다.
“······서로 영영 자기들이 가질 거라 싸우면요?”
“그러니, 서약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장 영향력 있고, 그의 사랑을 받은 여자라 불리는 두 사람이.”
“잠깐-”
“저기-”
“-아아아! 요점은 그런 대표성을 가진 두 사람이 해야 후일에 싸움이 없다는 거요. 말싸움하자는 게 아니니 사소한 부분은 넘어갑시다. 불쌍한 늙은이 괴롭히지들 말고!”
포레스트가 귀를 막으며 소리치자, 그 둘은 그냥 넘어갔다.
다행히 주장의 논지를 이해한 그녀들은 설득되는 모양새였다.
그 기세를 놓치면 안 된다고 판단한 포레스트는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셋. 나도 이제 나이가 있습니다. 오래 살 생각이긴 하나, 이 정도 나이를 먹으면 트럭에 치여도 자연사지. 그러니, 내가 살아있을 때 이 쿼터스태프를 정리하고 싶소. 만약, 내가 죽고 이 쿼터스태프만 덩그러니 놔두면 필시 서로 가지겠다고 싸울 놈들이 있을 테니까.”
마리와 요안나는 부정하지 못했다.
“다들 동의하는 듯하니, 다행이구려. 질문 있소?”
“······포레스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나마 최선인, 다만, 의문이 있습니다.”
“뭐요? 요안나.”
“이 쿼터스태프를 서로 번갈아 보관하겠다는 서약을 어떻게 나눠야 하죠? 그냥 여기서 사인하고 끝낼 수는 없는 이야긴데요.”
정확한 지적.
두 조직을 설득할 정도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연출이 필수였다.
“그 방법은 생각해 둔 게 있으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죠······. 마리는 어떻습니까?”
“············딱히 이견은 없습니다.”
마리는 겉으로는 그리 말했으나 어딘가 착잡해 보였다.
아마, 자책감이겠지.
지닌 시간 마리가 노력한 것은 사실이나, 선택하는 사람들이 종교적 성향을 띈 것은 뭐가 됐건 마리가 시발점을 끊은 탓.
뒤늦게 그 녀석의 생각을 받아들여 종교 단체에서 공동체로 성향을 바꾸려 노력했으나, 실패하니 그 자괴감과 죄스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였다.
그런 마리를 보며 포레스트가 대뜸 한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봤소.”
“······?”
“파이터 크루의 조가 결국 핑크맨을 잡았소. 마리는 알겠지요?”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즉 파이터 크루가 지지하는 왕실이 음지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뜻이요. 정확히는 알버트 왕이지만.”
“······예.”
“식민지 문제는 아마 해결하지 못할 테지만, 최소한 노스랜드의 자치권 문제와 세금 문제는 한결 더 나아질 겁니다.”
이십여 년 전, 수도에서 종말이 일어났을 때, 그가 윌레스를 설득해 수도 시민을 대피시켰고, 새로운 왕위에 오른 알버트와 그 측근인 필립 준장 등은 감사의 뜻으로 노스랜드의 자치권을 인정해 주고, 세금을 대폭 낮춰줬다.
독립까지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기에 나온 차선책.
물론, 이에 관해서도 양쪽에서 말이 나왔으나, 그 결과 밀을 통째로 빼앗겨 굶어 죽는 사람이라든가, 갑자기 거주지를 빼앗겨 도시 하층민이 된 사람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후로도, 노스랜드에 대한 차별과 악법이 차근차근 줄어나갔다.
켈 자유독립군의 도움을 기억하는 알버트 국왕에 의해.
“마탑 역시 야렐리 그랜드 마스터의 주도로 과거에 저지른 죄를 스스로 밝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자신들 죄를 바로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뭐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된 거는 없지요. 아직들도 뒷말들이 나오고 있으니, 현실이라는 이런저런 이해관계에 얽혀.”
“······.”
“그러나, 단 하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린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너무 느려 티가 안 날 때도 있지만, 결국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신경 쓰도록 합시다······.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뭐죠?”
“식사 주문하는 겁니다. 배고파 죽겠네.”
포레스트는 아까 전 힘찬 연설이 거짓말인 것처럼 노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종업원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