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arlock RAW novel - Chapter 85
85. 퍼펫 (1)
“이런····. 언제 눈치챈 거야?”
그 말과 동시에 셰비·····. 아니, 셰비라는 이름을 쓰는 정체불명의 흑마법사가 벌떡 일어나 빠르게 감정을 추출했다.
올리버가 봐왔던 그 어떤 흑마법사보다 빨랐는데,
플라스크에서 실처럼 자아낸 감정은 그의 손에서 곧바로 아름다운 흑마법이 되었다.
마치 살아 숨 쉬듯이 자연스러웠는데, 다행히 올리버도 그 못지않게 빨랐다.
[해잇 불릿] [해잇 불릿]파바방━━━━━!
허공에서 증오의 탄환이 부딪치며 터졌다.
위력이 상당해 주변에 있던 이들은 모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는데, 올리버는 ‘오·····.’ 거리며 감탄하는 셰비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몹시도 여유로웠다.
“제법인데····. 제법이야.”
셰비는 음미하듯 중얼거리더니 해잇 불릿을 쏘고, 다른 한 손으로 블랙 재블린을 만들었다.
아마 올리버가 블랙 실드를 전개하거나, 해잇 불릿으로 영격하면 관통 속성이 추가된 블랙 재블린으로 압살하려는 것이겠지.
올리버는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해잇 불릿을 쏴 셰비의 1차 공격을 다시 막아냈다.
셰비가 웃으며 블랙 재블린을 던지려는 찰나 그의 손이 멈췄다.
“····응?”
올리버의 바인 쉐도우가 셰비의 팔을 붙잡은 거였다.
“헤·····. 기대 이상인데.”
셰비는 감탄의 빛을 뿜으며 말했다.
그와 함께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의 손이 도마뱀 꼬리처럼 떨어졌다.
과거 인형사 글립의 송장인형처럼.
팔이 떨어지자 녹색 액체를 머금은 칼날이 나오며 단숨에 올리버를 향했다.
‘역시·····.’
올리버는 당황하지 않고 그 상태로 해잇 불릿을 기관총처럼 쐈다.
첫 번째 해잇 불릿은 칼날을 박살 냈고, 두 번째 해잇 불릿은 어깨를 부쉈으며, 세 번째 네 번째 해잇 불릿은 양 무릎을 반파했으며, 다섯 번째 해잇 불릿은 배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퍼버벅━! 소리와 함께 가공 처리된 피부와 살점, 기계장치, 태엽 따위가 바닥에 흩뿌려졌는데,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타닥! 딱━! 탁다. 챙그랑! 데구르르······.
지하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못하며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지금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
“········.”
“········.”
“········.”
모두가 침묵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의 원흉이 그 침묵을 깨뜨렸다.
더할 나위 없이 밝고 유쾌한 목소리로 말이다.
“하하하하하······! 이거, 이거 의외구만. 이런 곳에서 이리 재밌는 친구를 만날 줄은. 예상 밖이야····. 하긴, 이런 의외성이 인생의 묘미라 할 수 있지.”
반쯤 박살 난 셰비가 여유롭게 지껄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목소리부터 말투, 분위기 등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안 아프나요?”
올리버의 질문에 몸이 박살 난 셰비가 대답했다.
“별로···. 싸우는 걸 볼 때 송장인형에 관해 좀 아는 거 같더니, 아니었나 봐?”
“예, 한번 보기만 했지 제대로는 모릅니다. 배우지는 못해서요····. 진짜 안 아프시나요?”
“응, 감각까지 동기화시키면 통증도 구현되지만, 난 그런 변태는 아니거든.”
참으로 기이한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서로를 향해 죽일 듯 공격했던 두 사람이 저리 태연하게 대화를 나눈다는 게.
기이하면서도 자연스러워 더욱 소름이 끼쳤는데, 그러던 중 용병대장 휴가 끼어들었다.
“이봐····. 당신 정체가 뭐야?”
“음? 아아····. 실례 내 소개가 늦었군. 이해하길 바라. 나이를 먹으면 기억력과 함께 예의도 사라지거든. 정식으로 인사하지. 퍼펫이라 하네. 늙은 흑마법사지. 만나서 반가워, 어린 친구들.”
퍼펫. 그 단어에 모두가 입을 벌렸다.
올리버도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검은 손이라는 아주 큰 조직의 간부이자, 전 세계에서 지정한 고위험등급 범죄자.
구체적으로 뭐라고 하더라? 영생의 퍼펫이라고 하던가?
모두가 충격을 받은 와중 한 명이 부정하며 말했다.
“거, 거짓말. 퍼펫이라면 몇 년 전 죽었다고·····.”
퍼펫이 웃었다.
“백 년마다 내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두, 세 번은 나오지. 지금처럼 당할 때도 있거든. 하지만, 난 당할지언정 죽지는 않아. 그래서 내가 영생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거고. 아, 참고로 믿든 안 믿든 상관 안 한다네, 젊은 친구들. 편한 대로 생각해. 뭘 믿든 현실은 변함없으니.”
너무나도 자기중심적이며 여유로운 태도에 다들 반박하지 못했다.
어느새 모두 눈앞의 존재가 진짜 퍼펫이라는 걸 믿는 분위기였다.
당연히 올리버도 믿었다. 전부 다 꿰뚫어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가 진심인 것은 알 수 있었으니.
“·······.”
갑작스러운 대악당의 등장에 다들 겁을 집어먹으며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는데, 그러던 차 조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정말 퍼펫····· 이라는 겁니까?”
“그렇다네. 파이터 크루의 반쪽짜리 흑마법사. 뭔가 궁금한 게 있나 보군.”
“·····나에 대해 아시오?”
“그럼, 난 모르는 게 거의 없거든. 어디든 내 눈과 귀가 있지. 어디든 말이야.”
반은 허세였지만, 그 자신감만큼은 진짜였다.
거동도 힘들 만큼 부서진 상태였지만, 그는 말 몇 마디로 여기 사람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단순한 이름값이 아닌 여유로운 태도와 말 몇 마디로.
꽤 배울 만한 태도인 것 같았다.
올리버는 계속해서 퍼펫을 관찰했다.
“·····이 건물 밖의 좀비들 전부 당신 작품입니까?”
“그래, 마음에 드나? 어린 친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는데, 좀 귀찮았긴 했지만, 꽤 재밌었어.”
조가 끼어들어 물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당신과 어떠한 은원관계도 없는데.”
퍼펫은 웃음을 터트렸다
일순간, 그의 웃음소리에 올리버를 제외한 이들은 등을 타고 오르는 소름에 몸을 털 수밖에 없었다.
“은원····? 클클클클클····. 아, 실례, 하지만 너무 웃겨서.”
“·····무엇이 웃기다는 거요?”
“아, 글쎄. 사람 고깃값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은원관계니 뭐니 같은 하는 게 웃겨서····. 꼭 자기들이 선량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잖아. 인간 백정인 주제에.”
노골적인 모멸.
그는 온 진심을 담아 말했고, 그 탓에 듣는 이로 하여금 강자에 대한 두려움도 한순간 잊을 만한 분노를 느끼게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퍼펫은 더욱 조롱할 뿐이었다.
“불쾌했다면 사과하지, 어린 친구들. 하지만 사실이잖아? 뭐, 사실이니까 그만큼 더 화나는 거겠지만····. 어쨌건, 질문에 대답하지.”
“질문?”
“그래,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물었잖아? 간단해. 내가 때마침 너희 같은 인간이 필요해서 이러는 거야···. 햄이 필요해서 돼지를 잡듯이 필요해서. 이해했나?”
“······.”
“이해 못 하나 보네? 뭐 상관없어. 어차피 죽음이라는 게 이해를 구하는 개념은 아니니····. 그래도 재밌게 해줬으니까 내가 제안 하나 하지.”
“···?”
“너희 중 일부만 죽고 대다수는 살 수 있는 제안. 어때, 꽤 괜찮지 않나?”
“·······.”
“이미 다른 해결사들을 많이 넘겨서 얼추 목표치는 채웠거든. 그러니, 너희 중 일부만 날 따라와서 죽어라. 그럼 나머지는 풀어줄게. 안전하게····. 어때?”
“거, 거짓말일 거야.”
누군가 중얼거렸다. 퍼펫이 대답했다.
“믿든 안 믿든 상관 안 한다네. 젊은 친구들·····. 애당초 난 이런 허름한 건물은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거든. 의심스럽다면 다시 건물 위로 올라가 보게. 그리고 봐봐. 몇 배로 늘어난 좀비 군대를 볼 수 있으니.”
진심.
“만약, 싫다면 지금 말하게. 당장이라도 내 힘을 증명해줄 테니. 난 어린 친구들이 그나마 살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거야. 진심으로 말이야. 서로를 위해, 내 수고를 덜어주겠나?”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송장인형이라고는 하나 일어설 수도 없는 사람에게 나름대로 이름난 해결사들이 모두 겁박당하는 상황이라니.
심지어 꽤 먹혀 대다수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두려움에 물드는 감정과 흔들리는 눈,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그 증거.
상황의 주도권이 어느샌가 퍼펫에게 넘어간 거였다.
해결사와 용병이 할 수 있는 것은 선택뿐.
그러던 중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하는 자들이 누굽니까?”
“아, 이제 좀 똑똑한 친구들이 나타났군····, 저 친구랑 저 친구. 그 외에 아무나 열 명 정도. 단 죽이지 말고, 산채로.”
퍼펫이 올리버와 아서를 지목하며 말했다.
올리버는 수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서는 긴장하며 당장이라고 싸울 자세를 취했는데, 그에 호응하듯 다른 이들 역시 근육을 수축하며 언제든 움직일 태도를 취했다.
그들 대다수의 감정은 두려움과 공포, 자기 합리화 혹시 모를 약간의 희망이 있었는데, 그나마 이성을 유지한 것은 조 정도였다.
아군 끼리 싸울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 누군가 퍼펫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올리버였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다른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다른 제안?”
“예, 허락해주신다면요.”
모두가 놀란 눈으로 올리버를 바라봤다. 퍼펫 조차도.
“이거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이 상황에서 역으로 제안하는 사람은 요 백 년간 보지를 못해서····. 말해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한데.”
“저를 비롯한 사람들이 어딘가로 오길 바라는 것 같은데요. 가급적 멀쩡하게 말이죠····. 차라리 제가 직접 갈 테니 저랑 한번 싸워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나랑 싸우자?”
퍼펫이 재밌다는 듯 되물었다.
“예, 만약 이기면 저희 모두 그냥 풀어주시고, 지면 여기 있는 분들을 마음대로 하시는 거죠. 앞서 말씀하신 대로 퍼펫 님께선 그럴 힘이 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어차피 전부 다 죽일 생각이시고요.”
마지막 말에 분위기는 식다 못해 서늘해졌다.
“크크크클클클클클···! 좀 많이 심하게 티 났나 봐?”
“그냥 보였습니다.”
“그냥····? 이런! 이건 내가 실수했구만. 사과하지! 그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만한 대우를 해야 하는 법인데. 하지만 믿어줘. 보통 대부분은 이런 뻔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거든. 눈앞에 감당할 수 없는 힘 차이를 보여주고 약간의 희망을 심어주면 말이야. 정확히는 스스로를 속이지. 한순간의 희망과 안식을 위해. 어리석지?”
“글쎄요····. 제가 누굴 평가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보다 어떻게, 제 제안을 수락하실 겁니까? 만약, 안 하시면 전 지금이라도 혼자 도망칠 겁니다. 도망치는 데만 전력을 다하면 어찌어찌 도망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퍼펫이 올리버를 빤히 봤다.
“·····이런, 진심이군. 이런 식으로 협박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음, 그럼 조금만 더 희망을 주도록 할까? 아래에 있는 지하실로 오시게. 그래, 만에 하나라도 나를 이기면 모두를 풀어주도록 하지. 이렇게 도발적인 친구도 참 반갑단 말이야···.”
대답을 들은 올리버는 손을 뻗어 퍼펫의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댔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이거는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제가 이겼으니까.”
“오오, 마음에 드는 태도인데.”
그 말과 함께 올리버는 작은 해잇 불릿을 쏴 송장인형의 관자놀이를 꿰뚫었다.
실이 끊기듯 눈에서 빛이 사라지더니 그대로 널브러졌다.
모두가 침묵하였는데, 올리버는 허리에 찬 가죽 케이스를 열어 차곡차곡 접혀 있던 먹보 주머니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 꺼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던가?
누군가 물었다.
“그. 그건 도대체······.”
그 말과 함께 접혀 있던 먹보 주머니가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사람 크기만 한 걸 주문했는데, 부풀어 오른 탓인지 사람보다 약간 더 컸다.
그와 함께 여러 개의 인피(人皮)를 연결한 흔적과 전 방향에 붙여진 눈알이 보였다.
커진 덩치만큼이나 자의식이 강했는데, 갑자기 불러서 그런지 현재 상황에 약간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먹보 주머니.”
올리버의 부름에 먹보 주머니가 올리버 쪽으로 몸을 틀었다.
뒤뚱뒤뚱 움직여 민첩함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당신 주인인 데이브라고 해요. 괜찮으시면 저거 좀 삼켜주실래요.”
올리버가 퍼펫의 송장인형 ‘셰비’를 가리켰다.
먹보 주머니는 자기 입맛에 안 맞는지 안 내켜 하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먹고 주머니는 금전적으로 가치 있는 귀금속이나 돈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가?
먹보 주머니는 송장인형을 빤히 보다가 올리버를 봤는데, 한참을 바라보다 송장인형을 들어 입에 통째로 넣었다.
마치 팔다리가 달린 뱀을 연상케 했는데, 만든 사람의 실력이 좋은지 딱히 반항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순종적이기까지 했다.
먹보 주머니는 송장인형을 삼킨 후 올리버가 명하자 다시 쭈그러들었고, 올리버는 그걸 차곡차곡 개어 가죽 케이스에 도로 넣었다.
다 넣은 후 올리버는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시 저랑 같이 퍼펫과 싸우러 갈 사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