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04)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04화(104/150)
104화. 괴짜상인
“소원은 지금 당장 사용할 것이오?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 나중에 사용해도 상관은 없소.”
결국 패배를 인정한 이라한. 녀석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미룰 필요 있겠어? 지금 바로 사용하지.”
그 말에 되려 놀란 이라한이었다.
“저, 정말이오?”
보통은 아껴뒀다가 몇 년 후에나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명문가 자제들의 결투란 그런 의미였다.
언젠가 각 가문의 중축이 될 사람들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소원의 가치는 더욱 커질 터. 나중에 해당 가문을 대상으로 소원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 바로 물어볼 게 있어.”
허나, 나는 당장 소원권을 사용한다고 하니, 녀석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분명 여기 온 목적이 따로 있을 텐데…….’
대륙 전체에서도 가장 인적이 드문 마을인 라프텔을 찾아온 이유. 그것이 궁금했으니까.
[이번에도 희귀한 거 찾으러 왔을까 봐?]‘응. 그럴 확률이 높을 것 같아.’
직감이었다.
여태 내가 킬라브가와 부딪힌 것만 벌써 두 번. 라타토스크의 알은 물론, 일리미타까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던 그들이었다.
‘여기도 그냥 오진 않았을 거야.’
더구나 식당에서 수모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던 이라한이었기에, 의심은 더욱 가중된 터였다.
[그래도 소원권은 좀 아깝지 않아? 나중에 이놈이 킬라브의 가주가 될 수도 있잖아. 그때 쓰면 어지간히 큰 도움 될 텐데.]‘나중 일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잖아. 그땐 이미 이놈에게 소원을 쓸 수 없는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어차피, 오망성의 비밀을 파헤치고 모두 박살 내는 것이 목표였기에.
‘지금 미리 써두는 게 나아.’
굳이 소원을 남겨둘 필요도 없었다. 당장 필요한 정보를 얻는 편이 나았다.
“고, 고작 질문을 한단 말이오? 물건을 달라거나, 금화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다시 한번 되묻는 이라한. 그만큼 충격적이었겠지만, 번복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니까.”
이런 내 반응은 이라한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으니.
“뭘 묻고 싶은 것이오? 무엇이든 알려주지!”
이내 큰소리를 떵떵 치는 이라한이었다. 거창한 소원도 빌 수 있을 터인데, 단순한 질문으로 그친다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간단해. 네가 여기 온 목적을 알려줘.”
허나, 이어진 내 질문에 녀석의 표정은 굳어졌다.
“……무, 무슨 목적 말이오?”
급격히 당황한 녀석의 태도에, 이제는 내 입가가 말려 올라갔으니.
‘확실히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
[냄새가 나는구만.]라프텔에 온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무엇 때문에 킬라브의 도련님께서 이런 오지까지 행차하신 거냐고.”
“무엇 때문이냐니! 그, 그냥 여행 삼아 온 것이오.”
“흐음. 그냥 여행 삼아 왔는데, 이곳에 단골 식당이 있다고? 누굴 속이려 드는 거야.”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눈알을 굴리는 녀석. 미간이 심하게 찌푸려진 채였다.
“거짓말하지마. 너희 가문의 명예를 떨어트리고 싶니?”
“뭐, 뭣이? 가문의 명예?”
“그래. 난 지금 결투로 얻은 소원권을 쓰는 거야. 신성한 마나의 신이 지켜보고 계신데, 거짓말해서 되겠어?”
“이익!”
이를 아득 깨무는 이라한. 녀석은 결코 거짓을 말할 수는 없을 터였다. 마법사들은 마나로 맺은 결투의 규칙은 무조건 지켰으니까. 어긴다면 마나의 신이 저주를 내린다나 뭐라나.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족속이라니까.’
돌잡이 행사부터 결투까지. 미신을 끔찍이도 믿는 마법사들의 문화는 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어져 오고 있었다.
“하아. 그래, 말해주겠소.”
결국, 이실직고하기 시작하는 이라한.
“사실 이곳엔 물건을 찾으러 왔소.”
“어떤 거지?”
“……돌 조각인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오.”
“어허! 마나의 신이 보고 계시는데도?”
“정말이오! 그냥 가문에서 시켜서 찾고 있는 것뿐이오. 그냥 이상한 문양이 들어간 깨진 돌조각이라는 것만 알고 있소.”
“깨진 돌조각이라고?”
“그렇소. 나도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오. 그게 뭔지도 모르고.”
이라한은 진실로 호소하고 있었다. 마나의 신까지 들먹인 마당에, 정말로 그 물건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것이리라.
‘깨진 돌조각이라…….’
다만, 대충 전해 들은 설명만으로도 미간이 좁혀졌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킬라브가에서 직접 구하려고 한다면 맞을 것 같은데.’
각종 문양이 들어간 깨진 돌조각. 그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으니까.
‘옵타티오의 조각이 여기 있다고?’
옵타티오의 조각. 천 년 전에도 오망성의 노인네들이 죽어라 찾아다녔던 물건.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아 헤매는 것이 분명했다.
[흐음. 이놈들이 다시 뭔가 일을 벌이려나 본데.]‘그러게. 그걸 다시 찾는 다라…….’
하나의 조각만으로도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옵타티오의 조각. 모든 피스를 모았을 땐, 무엇이든 이룰 힘이 담겨있다는 돌조각이었다.
‘무슨 꿍꿍이냐.’
사용하기에 따라 대륙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전설과도 같은 물건이기에, 킬라브가의 속셈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근데 그게 라프텔에 있다고?]그 또한 의문이었다. 사는 이도 별로 없는 한적한 동네에 옵타티오의 조각이 있다니. 결국 이라한에게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넌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어떻게 구한다는 거야?”
“그냥 가문에서 시킨 대로 따를 뿐이오. 그걸 보면, 사 오라고 하셨소.”
“흐음. 사 오라고 했다고? 어디서?”
“그, 그것까지 말해줘야 하오? 가문에서 알려준 비밀인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웃는 것이오!”
“식당에서 구할 수 있는 거겠지, 뭐.”
“뭐, 뭐요?”
“나한테 수모를 겪고도 끝까지 식당에 남아있었잖아. 아무래도 식당 주인이 팔지는 않을 테고. 식당이 약속 장소인 건가?”
“그, 그건…….”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이라한. 녀석이 끝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후우. 이 지역에 있는 괴짜상인이 그걸 가지고 있다고 정보를 입수했소. 그자가 이 식당을 자주 찾는다기에 나도 매일같이 들르는 중이었고. 따로 약속을 한 건 아니오.”
그제야 녀석이 굳이 식당에서 버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 거였군.]‘괴짜 상인이라…….’
언제 올지 모를 상인이었기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길래 옵타티오의 조각을 갖고 있는 거지?]‘글쎄. 이곳에 자주 온다니, 원심회 애들 좀 심어놔야겠어.’
나 역시도 관심이 이는 물건이었다.
[너도 구하려고?]‘당연하지.’
옵타티오의 조각. 단순히 내가 사용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오망성 가문의 알 수 없는 계략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손에 넣어야만 했다.
“그렇군. 알겠어.”
“이제 질문은 끝인가?”
“아는 것도 없다면서. 더 물어서 무엇하겠어?”
“참나! 암튼, 어디 가서 떠벌리진 않을 거라고 믿고 있겠네!”
도끼 눈을 뜨는 이라한. 녀석이 대뜸 물어왔다.
“……저어. 근데 그건 어떻게 한 건가?”
“뭘?”
“아까 결투할 때 썼던 그 마법 말일세.”
“아, 워터볼?”
“아니. 그것도 궁금하긴 하지만, 그전에 썼던 거 말이오.”
“그 전에 쓴 거?”
녀석이 무엇을 말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수세르가의 워터볼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했으나, 그전에 사용한 마법이라곤 일반적인 쉴드뿐이었으니까.
“아니! 이동하는 마법 말이오. 블링크를 썼을 리는 없고. 발에 보니 노란빛이 일렁이던데?”
그제야 녀석이 묻는 마법의 정체를 알 수 있었으니.
[오러를 봤나보군.]체인 라이트닝을 피해내기 위해, 급히 전개했던 오러. 그 금빛 기운을 본 것이 분명했으니까.
‘마법으로 착각했나 보네.’
[그럴 만도 하지.]이라한의 상식선에선 마법 말고 다른 것을 떠올릴 순 없었으리라.
“그건 비밀이야. 알려고 하지마.”
“치사하군! 난 모든 걸 알려주었는데!”
“그건 내가 결투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잖아.”
“이익!”
“가문 내에서 비기로 전수 받은 거니까 알려고 하지 마.”
가문의 비기라고 하면 녀석도 납득할 수밖에 없을 터.
‘오히려 잘됐군’
[그러게 말이야.]괜히 오러를 사용해서 찜찜했던 차였는데, 마법으로 오해해주니 다행이었다.
“오우, 오늘은 식당 앞에 사람이 많네.”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
원심회의 일원들과 이라한의 수행원들 사이를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헙!”
그 모습에 이라한의 눈이 크게 뜨였으니. 어깨 한가득 보따리를 짊어진 금발의 사내였다.
이라한의 반응과 그의 행색으로 보아 그 정체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저놈이 그 상인인가?’
내 눈치를 살피던 이라한이 냅다 그에게 달려갔으니.
“이보시오! 혹시 그대가 디폰이라는 상인이오?”
보따리를 짊어진 사내의 한쪽 눈썹이 꿈틀댔다.
“오호.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공자라니. 뭐 살 게 있나 봅니다?”
옵타티오의 조각을 가지고 있다는 괴짜 상인임이 확실했다.
* * *
“우선 시장하니 밥부터 먹으면서 이야기하지요.”
상인 디폰. 그는 델레마와 킬라브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도리어 식당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해, 자연스레 대화를 주도하는 그였으니.
“그래서, 킬라브의 공자께선 무얼 찾으신다고?”
도리어 이라한이 안달 난 채였다.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깨진 돌조각을 갖고 있다고 들었소. 그것을 내게 파시오.”
“호오. 역시 귀한 물건을 알아보시는군요. 물론 가지고 있습니다.”
한 손으로 턱을 괸 디폰.
“얼마까지 생각하고 오셨습니까?”
그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으음. 금화 500개면 어떻소?”
이라한의 입 밖으로 나온 거금에 디폰의 눈빛이 흔들렸다. 물론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 그는 금세 무표정을 유지한 채였다.
“흠. 금화 700개는 주셔야 타산이 맞습니다만.”
그 말에 이라한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알겠소. 다만, 당장은 줄 수 없으니 가문에 가서 보내드리겠소.”
그만큼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리라. 고개를 끄덕인 디폰이 보따리를 뒤적일 즈음이었다.
“내가 금화 800개를 주지. 내게 넘겨라.”
둘의 대화에 내가 끼어들자, 두 사람 모두 당황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뭐, 뭣? 자네 지금 무슨 소린가! 이번에도 내 것을 뺏으려는 겐가!”
결국 발끈한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이라한.
“나도 관심이 좀 생겨서 말이야.”
허나, 옵타티오의 조각이라면 나 역시 양보할 생각 따윈 없었다.
“그게 무슨! 자네는 상도덕도 없나! 우리 가문에서 필요한 거라고 했을 텐데!”
“미안하군. 난 상인이 아니라 상도덕 같은 건 없어.”
“이, 이익! 이런 나쁜!”
그 모습에 디폰의 잇몸이 만개했으니.
“오오. 델레마의 공자께서도 관심이 있나 보군요. 그럼 두 분 중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분께 넘길까요?”
자연스레 경매의 분위기로 넘기는 그였다.
“좋지. 다만, 우선 물건부터 보여줘. 그래야 거래를 할 수 있으니까.”
“아아! 그렇지요. 제가 깜빡했군요. 잠시만요.”
이내 디폰의 보따리에서 꺼내어진 돌조각 하나.
“여기 있습니다.”
주먹만 한 크기의 돌조각이 디폰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