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09)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09화(109/150)
109화. 감춰진 힘
주란트를 부르는 목소리. 그와 함께 디폰과 주란트의 사이에 새로운 인영이 나타났다. 허나 그 인물을 자세히 살필 여력은 없었다.
파즈즈즉!
이미 영창되어 있던 디폰의 썬더 스톰이 터져 나온 탓이었다.
[……방금 목소리 뭐였지? 잘못 들은 거 아니지?]‘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은 퍼져나오는 빛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앙헬이……?’
원심회의 교주, 분명 그의 목소리였다. 그가 디폰과 주란트의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여기 왔지? 아직 회복 중인 것 아냐?]그가 이곳에 오는 것은 납득하지 못할 일이 아니었다. 앙헬이라면 원심회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달려왔을 수도 있을 터.
허나, 나 역시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상적인 컨디션의 앙헬이라면 디폰의 마법에 맞설 수 있을 테지만, 현재의 그는 온몸이 만신창이였으니까.
‘무슨 생각이지……?’
당장 디폰의 근거리를 모두 장악한 썬더 스톰을 견뎌내는 것부터가 힘들 터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순간 새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고개를 돌린 곳. 야산의 초입부에는 십수 명의 인영이 드리웠으니.
“아리에스!”
그녀를 비롯한 원심회의 간부들이었다.
“휴우. 잔뜩 쫄았었지? 이 누님이 지원군을 데리고 왔다 이 말씀이야!”
호들갑을 떨어대는 그녀의 모습이, 이 순간만큼은 달갑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된 거지? 여긴 어떻게 왔어.”
“어떻게 된 거긴. 네가 위험한 놈 잡으러 갔다고 이놈들이 얼마나 호들갑을 떨던지.”
자신과 함께 대동한 원심회의 간부들을 바라보며 혀를 쯧- 차는 아리에스.
“그뿐이냐? 그 소식 듣자마자, 앙헬 저놈이 당장 나가야 한다면서 난리 쳤지.”
그 장면이 눈에 훤하게 비춰지는 듯했다.
[저놈 성격상, 움직일 수만 있다면 무조건 오려고 했겠지.]자신이 대신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였다.
“몸 상태는 어떻지? 다 회복되어도 저놈이랑 비슷한 수준일 텐데.”
“걱정 마. 쟤 이미 완전히 회복했으니까.”
“뭐? 벌써?”
피식 웃는 아리에스. 그녀의 입가에 묘한 웃음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렇다니까? 카리스한테도 완치 판정받고 나온 거라고.”
당연히 믿을 수 없었다. 불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겨우 입을 떼기 시작했던 그였으니까.
‘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 고작 몇 시간 사이에 그게 가능하다고?’
[아무리 카리스의 능력이 좋다곤 해도, 좀 이상한데.]아리에스의 표정이 심히 수상하긴 했으나, 그녀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틈은 없었다.
콰아아아아!
전류의 폭풍이 요동치며 숲을 뒤흔들기 시작했으니까.
‘큭!’
디폰이 쏘아냈던 썬더 스톰이 흩어지며 생겨난 파장이었다.
“네놈은 또 누구냐!”
무력화된 썬더 스톰 틈에서 새어 나온 디폰의 음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니, 앙헬이 손을 쓴 것이 분명했다.
‘정말로 다 나은 건가?’
전류 폭풍이 만들어낸 흙먼지 틈에서 나타난 그림자는.
“누구긴. 지금부터 불경한 자를 벌할 몸이다.”
역시나 앙헬의 것이었다. 그것도 너무나 멀쩡히 서 있는 앙헬. 그가 자폭하려던 주란트를 막아서고 있었으니.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하다고?]결국 아리에스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속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의 불씨.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 상황은……!’
사지 멀쩡한 앙헬, 그리고 원심회의 십수 명의 간부들이 나타난 이상, 상황은 반전된 터였다.
디폰 하나를 상대하기엔 차고 넘치는 전력이었으니까.
더구나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는 카를레스가 밀어붙이고 있었으니, 디폰의 이가 까득 깨물어졌다.
“델레마의 개들이 잔뜩 몰려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앙헬은 여전히 여유가 흘러넘쳤다.
“주란트. 내가 이자를 처단할 터이니, 넌 뒤로 빠져서 몸을 신경 쓰고 있거라. 고생 많았다.”
“가, 감사합니다. 교주님.”
둘에게서 떨어지는 주란트. 그 모습에 디폰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보자 보자 하니 조금 화가 나는군요. 나는 무시하는 것입니까!”
곧바로 아이스 스피어 하나가 소환되어 주란트를 향해 쏘아졌다. 정확히 주란트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간 아이스 스피어.
허나, 끝내 그 날카로운 얼음송곳이 닿은 것은 주란트가 아니었다.
쿠우우우웅!
순식간에 튀어 오른 그라운드 펜스. 앙헬의 전매특허 방어 마법이 주란트의 뒤를 지켜주고 있었다.
“네놈을 벌할 자는 나라고 했을 텐데.”
“하아. 이놈이고 저놈이고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요.”
나와 앙헬을 번갈아 바라본 디폰이 피식 웃었다.
“좋습니다. 한 번 해보자고요.”
드디어 이쪽으로는 신경을 끈 채, 앙헬을 향해 손을 뻗어내는 디폰이었다.
* * *
“주란트!”
어깨를 움켜쥔 채, 다가온 그를 원심회의 간부들이 다가가 부축했다.
“……전언자님.”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냐!”
“저놈이 전언자님을 욕보이기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나머지 인원들이 살아 돌아갈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고요.”
“하아.”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했으나, 그의 입장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쟤 입장도 생각해줘야지. 쟤한텐 그게 최선이었어.]주란트가 나서지 않았다면, 다른 누구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숭배하는 신의 전언자. 그들에겐 내가 자신들의 목숨과도 비견할 수 없는 가치였을 테니까.
“우선 뒤쪽으로 빠져서 응급치료라도 받고 있거라. 나머지 인원들은 방어진을 구축하고 대기하고 있고. 혹시나 앙헬이 밀리면 다 같이 투입해서 놈을 제압한다.”
“옙!”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원심회의 간부들.
“넌 어디 가려고?”
발길을 떼려는 내게 다가온 아리에스였다.
“확인할 게 좀 있어서.”
“뭔데?”
“저 디폰이라는 놈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파악해보려고.”
곧바로 발끝으로 마나를 흘려보냈다.
퉁!
예의 에어워크가 라프텔의 야산에서 발현되었다.
투우웅!
신중하게 몇 걸음 내디디던 그때였다.
“야, 나도 같이 가자.”
공중으로 떠오른 내 귓가에 재차 들려온 아리에스의 음성.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 목소리에 기시감이 몰려왔으니.
“부양 마법도 배운 거였나?”
고개를 돌린 곳엔 아리에스가 공중을 부유한 채, 따라붙고 있었다.
“물론이지!”
웃으며 자신의 발끝을 가리키는 아리에스. 그 끝에 검은 구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흑마법의 일종이 분명했다.
“나도 저놈 기술이 좀 궁금해서 말야. 흑마법은 아닌 것 같거든.”
아리에스의 손끝이 카를레스와 싸우고 있는 괴생명체를 가리키고 있었다.
“네가 봐도 그런가 보군.”
“응. 뭔질 모르겠어. 그래서 나도 흥미가 생기지 뭐야? 어디로 알아보러 가는 거야?”
“너희가 오기 전까지, 이 근처에서 화살들이 날아들었어. 우선 그걸 쏜 게 뭔지 보려고.”
기계음이 들린 것으로 보아, 사람이 쏜 것 같지는 않았다.
‘분명 저놈이 제어한 게 맞는데.’
디폰이 원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난무했던 화살 다발들. 놈이 앙헬에게 시선을 빼앗긴 후로는 뚝 끊겨버린 화살 공격이었다.
“위치는 어딨는지 알아?”
“대충은.”
아까 오베론의 권능으로 검무를 추며 파악했던 화살의 궤적. 매번 같은 포인트에서 쏘아져 나왔던 화살들이었다.
“일단 이쪽부터 가보자. 가장 가까워.”
투우웅!
공중을 내디디며 튀어 오르길 잠시.
“어? 저기 뭐 있다!”
아리에스의 손길이 뻗어진 곳.
[엥? 사람인가?]우리를 맞이한 존재에 의아함이 들끓었다.
사람 같은 실루엣이었으나, 움직임이나 기운은 전혀 없었으니.
‘……인형 같은데?’
천 조각과 누군가의 살점으로 이뤄진 인형이, 석궁을 겨눈 채 두꺼운 나뭇가지 위에 늘어져 있었다.
절로 미간이 좁혀지는 모습. 그래 봐야 마나로 연결된 기계식 석궁 정도가 있을 줄 알았으나, 전혀 예상 밖이었다.
“흐음. 뭐지 이건?”
아리에스가 나뭇가지 위를 밟고 다가가던 순간.
기기기기긱!
순간적으로 관절을 움직이며 고개를 치켜드는 인형.
“흐익! 이게 뭐람!”
그 얼굴은 마치 목각인형 같았으니.
딱! 딱! 딱!
그 입이 벌어졌다가 다물어지길 반복하기 시작했다.
[점점 빨라지는데?]딱! 딱! 딱! 딱!딱!딱!
마치 위험신호라도 보내듯, 점차 빨라지던 소리.
우우우웅!
더구나 인형의 초점 없는 눈동자에 빛이 맴돌기 시작했으니.
“아리에스 피해!”
불길함이 엄습해오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콰아아아아앙!
그와 함께 터져나가는 인형.
“으악!”
간발의 차이로 나뭇가지 아래로 뛰어내린 아리에스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저, 저 미친! 저게 뭐야! 깜짝 놀랐잖아!”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다가간 곳.
“하아.”
이미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터져버린 인형이었다.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터지는 건가?]‘……글쎄.’
당연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디폰이 사전에 무슨 수를 써놓았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일단, 얼른 다른 곳도 가보자.”
“어, 어어. 그래! 이씨, 다 죽었어.”
아직 남아 있는 인형들이 더 있기에, 나머지마저 터져버리기 전에 발길을 재촉했다.
* * *
콰아아아앙!
또다시 터져버린 인형.
“아오! 벌써 열 번째네?”
마치, 자신들의 비밀을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터져버리는 인형들이었다.
“디폰, 그놈은 대체 무슨 기술을 쓴 거지? 궁금해 죽겠네!”
분한 듯 발을 동동 구르는 아리에스. 키메라를 만들 때 사용되는 신체 접합술이나, 강령술에 능통한 그녀에게조차 이질적인 능력이었다.
‘정말로 인형을 조종할 수 있다고?’
디폰은 생명이 없는 것들을 모아 만든 인형으로 우리를 공격한 것이었다.
다만, 그 원리를 알아보고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주변을 모두 터트리며 자폭하는 인형.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남은 인형도 몇 없어.”
화살의 궤적을 통해 파악했던 인형의 개수는 열다섯 개가량. 이미 열 개의 인형이 터져버린 이상, 지금부터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다음은 어딨어? 이번에는 내가 멀리서 봉인 마법을 써볼게.”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내가 누군데! 어깨너머로 배웠었지!”
온갖 금기된 마법은 죄다 관심을 두었던 그녀였다.
“아직 움직이는 대상한텐 사용하기 어렵긴 한데, 얘네는 지금 안 움직이니까. 시간만 좀 있다면 할 수 있을 거야.”
터지기 전에 봉인을 해두고 접근한다면, 인형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지도 모를 터.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었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럼 다음은…….”
그렇게 그다음 위치를 파악할 즈음이었다.
쿠우우우우우우!
숲속을 뒤흔드는 강한 폭음.
여태 인형이 만들어냈던 폭발 따위가 아니었다.
‘흡!’
몸속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기파가 뒤따르고 있었으니까.
“뭐, 뭐야!”
아리에스와 동시에 고개가 돌아간 곳은…….
“일단 돌아가 보자.”
디폰과 앙헬. 그리고 카를레스가 전투를 벌이고 있던 방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