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10)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10화(110/150)
110화. 감춰진 힘(2)
불과 5분 전.
기이이익!
카를레스는 여전히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를 마주하고 있었다. 놈과 쉴 틈 없이 이어진 공방에 눈이 좁혀지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정체가 무엇이기에…….’
콰아아아!
또다시 쏘아져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파.
‘제약도 없이 이리 무지막지한 기운을 뿜어낸단 말인가!’
트라이던트의 힘을 마주 쏘아냈다.
쿠우우우우!
벌써 수차례 이어진 거대한 기운의 충돌. 놈은 지치는 기색도 없이 다듬어지지 않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 역시도 이제껏 방어적인 태도로만 전투에 임해왔다는 것.
‘이제야 제대로 싸울 수 있겠구나.’
자신의 뒤쪽에 있던 이안과 그 수하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수동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터였다.
혹여 놈이 쏘아낸 에너지파가 그들에게 닿을까 걱정되었으니까.
‘저 인간은 어떻게 저리 쌩쌩하게 나타났는진 모르겠지만.’
허나, 앙헬이라는 인간이 나타난 후로, 나머지 인물들이 모두 대피할 수 있었으니.
“감히 내게 저항하다니! 그것도 이제 끝이다!”
더 이상 눈앞의 거대 괴물에게 수동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
기기이이익!
또다시 기괴한 관절을 비틀며 손을 들어 올리는 놈. 길이만 10미터는 됨직한 거대한 팔이 자신을 향해 겨눠진 채였다.
허나, 그 거체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도 일지 않았다.
“흥! 덩치만 큰 놈이 까부는구나!”
수왕족장, 카를레스.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었으니까.
콰아아아!
이내 터져 나오는 놈의 에너지파. 쏘아져 오는 강대한 기운을 더 이상 맞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타앗!
옆으로 한걸음 옮겨, 놈의 궤적을 피해내면 그만이었으니까.
이제 보호할 이들도 없었기에, 직선적인 놈의 공격에 불필요한 힘을 빼지 않았다.
콰아아아!
땅을 반으로 가를듯한 기세로 쏘아져 내린 에너지파를 옆에 둔 채.
“이제 슬슬 결판을 내주마!”
타아앗!
거세게 지면을 박차 올랐다.
트라이던트를 앞세운 채 하늘을 날 듯 쏘아졌으니.
기이이익!
괴이한 놈의 지근거리에 닿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생명체가 아니었나?’
가까이서 본 놈의 얼굴은 마치 목각인형 같았다. 영혼 없는 그 무미건조한 표정이 기시감을 일게 했다.
허나, 지금도 놈은 괴상한 기운을 쏘아내고 있는바.
‘우선 팔부터!’
그 왼팔의 어깻죽지가 목표였다. 양팔로 에너지를 쏘아내는 괴인. 놈의 공격수단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었으니까.
우우우우웅!
이내, 트라이던트가 낮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래. 가라!’
동시에 창을 쥐고 있던 오른팔을 내지르자, 순간 번뜩이는 빛무리들.
트라이던트의 창끝이 세상을 물들일 듯 빛나고 있었다.
쿠아아아아!
그것도 잠시, 세 갈래의 빛줄기가 거대한 인형에게로 쏘아졌으니.
“까불고 있어!”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까지 트라이던트의 공격을 직접 맞은 자가 버텨낸 적은 없었으니까.
기이이익!
놈의 관절부를 갉아먹듯 스쳐 지나간 빛무리.
쿠우우우우웅!
그 뒤엔 역시나 거대한 굉음이 따랐다.
‘크기도 하군.’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팔이 땅으로 곤두박질치며 발생한 소음이었다.
“별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허나 놈의 팔을 갉아낸 후에도 창의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한참 모자라다는 듯.
쿠아아아아!
황금빛 기운은 온 숲을 뒤흔들며 하늘로 쏘아져 갔다.
‘……너무 힘 조절을 못 했나.’
그간 주변의 이들이 휩쓸릴까 걱정되어 제대로 개방하지 않았던 트라이던트의 진짜 힘이었다.
기기이이익!
허나 잘려나간 팔에도 아무런 통증이 없는 듯, 거대 인형은 몸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남아있는 팔을 다시 뻗어오는 놈.
“이제 안 통한다고 했을 텐데.”
땅에 착지한 후, 이번에는 곧장 정면을 향해 내달렸다.
‘이번엔 아예 못 움직이게 해주마.’
이미 놈의 공격수단을 하나 없애버렸으니, 다음은 기동성을 제한할 차례.
마지막 도약 후 트라이던트가 향한 곳은 놈의 오른쪽 정강이였으니.
콰아아아!
트라이던트의 거센 기운이 놈의 다리를 박살 내며 쏘아졌다.
기기기기익!
괴상한 소음과 함께 쓰러지기 시작하는 놈. 한 발로는 중심을 잡을 수 없는 것인지 그 거체가 숲 위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와! 대박이다! 왜 이렇게 쎄? 죽인다!”
그 순간 뒤쪽에서 들려온 음성.
“오, 다시 왔는가.”
아리에스와 이안이 나무 틈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카를레스 님. 방금 그 굉음은 카를레스 님께서 하신 건가요?”
“물론이지. 그게 내 트라이던트의 진짜 힘일세.”
숲속 전체를 들썩이게 한 기운이기에, 이안 역시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동안은 저희가 휩쓸릴까 봐 힘을 아껴두신 거였군요.”
“하핫! 당연하지. 설마 날 의심한 건가?”
“그럴 리가요. 한 번도 믿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훗! 어쨌건, 이제 별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군.”
고개를 숙여오는 이안. 그 모습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띠어졌다.
‘그래도 이제 한시름 놓았구만.’
행여나 자신 때문에 에고의 은인이라는 소년이 다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으니까. 이제야 그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게 된 터였다.
‘에휴. 어디서 이딴 괴물이 나타나는 바람에.’
숲속에 반파된 채 쓰러진 정체불명의 거대 인형. 이제 놈이 자신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이제 저놈만 해결하면 되겠구만.’
남은 건 앙헬과 싸우고 있는 디폰이라는 작자뿐이었다.
* * *
‘하아.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나타나서!’
디폰은 이를 아득 깨물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을 방해하는 마법사는 물론이요.
쿠우우우웅!
창을 든 덩치 큰 사내는 심지어 자신의 비밀병기인 아주로까지 쓰러트리고 말았으니까.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된다고!’
아주로가 어떤 존재이던가. 목숨 걸고 만들어낸 자신만의 비밀병기. 세상을 발아래에 두기 위한 지옥의 사자가 아니었던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고!’
자신마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괴물. 그 태산 같은 존재가 이리도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채였다.
‘저 거한은 여태 힘을 아낀 거였나?’
델레마에서 만들어낸 창을 든 괴인은 너무나도 손쉽게 아주로를 제압해버렸다.
어렵사리 구한 만년철로 만든 관절이든, 가고일의 가죽으로 만든 피부든. 그의 창 앞에선 한낱 먼지에 불과한 듯했다.
‘하……. 모든 게 끝이로군.’
새삼 델레마라는 이름이 왜 대륙에 떨쳐졌는지, 지금에서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자신만이 세계를 호령할 병기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훨씬 말도 안 되는 괴물을 만들어낸 터였다.
“어딜 한눈을 파는 것이냐!”
심지어 눈앞의 사내 역시도 만만치 않았다.
화아악!
쉬지 않고 땅에서 치솟는 샌드 스피어들. 고위급 마법을 연달아 쏘아내는 그가 이리도 야속할 수가 없었다.
콰아아앙!
서둘러 두른 쉴드 위에 꽂히는 스피어. 그럴 때마다, 사지가 찢어지는 듯했으니.
‘하아. 여기서 이리 발목을 잡힐 순 없단 말이다!’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8성의 성취 중에서도 나름 높은 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했건만, 사내의 마법 수준은 자신과 비등한 듯싶었다.
물론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델레마는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마법명가. 그 휘하에 있는 자가 8성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다만 문제는…….
“대체 그쪽은 정체가 무엇입니까?”
“무슨 말이지?”
“분명 상처를 입었는데, 왜 상처가 사라지냔 말입니다!”
분명 그 역시도 자신의 마법에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그 방증으로 그의 로브 곳곳이 찢어져 있기도 했고.
서로에게 직접적인 마법 데미지를 주진 못했지만, 마력의 충돌로 인한 기파가 몸의 곳곳에 상처를 만들어냈던 터였다.
헌데 지금 그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델레마에서 괴물들을 만들어놨구나!’
자잘하게 생겨났던 자상들은 그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채였다.
‘신체를 강화시키는 법이라도 개발한 것인가?’
창을 다루는 괴인만 개조인간인 줄 알았거늘, 눈앞의 사내 역시 그런 류임이 분명했다.
허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
“그건 신의 은총이라고 말해두지.”
“뭣?”
“당신도 섬기는 신이 있었다면,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 말에 눈가에는 절로 독기가 서렸다.
‘신이라고?’
신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놀리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이놈이 나를 능멸하는구나!’
신이 있었다면, 자신이 이리 힘들게 살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며.
신이 있었다면, 세상이 이따위로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 같은 소리.”
허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아주로도 힘없이 쓰러진 채였고, 자신 역시도 진작 대부분의 마나를 소진해버린 상태였으니까. 전신에는 마력 충돌의 파장으로 인해 상처가 없는 곳이 없었다.
‘하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다 끝이다.’
툭!
결국, 힘없이 꿇어진 양 무릎. 고작 체력 따위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으로서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델레마라는 이름. 양어깨를 짓누르는 태산과도 같은 무력감이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 * *
[겨우 끝났구만. 이 얄팍한 놈 때문에, 괜히 나만 고생했잖아!]오베론이 노려보고 있는 이. 디폰이 마력 포승줄에 묶인 채, 꿇어 앉혀져 있었다. 결국 앙헬에 의해 제압당한 그였다.
“여기서 이야기할 건가? 아니면 데려가서 고문이라도 할 텐가? 필요하면 말하게. 고문도 내가 일류라네.”
카를레스 역시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심드렁했으나.
“일단, 여기서 이야기 좀 해보고 정하죠.”
아직 놈에게 궁금한 것은 많이 있었다.
“디폰. 정체가 뭔지 밝혀라.”
꿇어앉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던 디폰. 그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이놈은 자꾸 기분 나쁘게 웃어! 짜증 나게!]디폰은 여전히 반달 눈을 유지한 채로 천천히 입을 뗐다.
“아시다시피, 상인 아니겠습니까?”
이미 모든 것이 종료된 상황임에도 능글맞은 태도를 유지하는 놈.
‘이놈도 어지간히 간이 큰 놈이군.’
[망할 놈이 왜 이렇게 여유 있는 거야? 그래서 더 짜증나!]아리에스와는 또 다른 느낌의 여유였다. 그녀는 흑마법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이자는 진짜로 초연한 듯한 모습이었으니까.
“상인이라고 하기엔, 꽤나 이상한 걸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더군.”
카를레스가 쓰러트린 거대한 인형. 그것을 바라보는 디폰의 눈가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예술품이라고요. 아름답지 않습니까?”
“저따위 기괴한 것이 아름답다고?”
“세상을 바꿀 예술품이니까요. 공자께서는 보는 눈이 영 없으시군요.”
세상을 바꾼다라는 그의 얘기. 그 이야기에 호기심이 깃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그렇고, 원심회의 생각도 그러했으니까.
“네놈이 원하는 세상은 무엇이지?”
“제가 원하는 세상이라…….”
말을 잇던 그의 눈매가 돌연 일자로 굳어졌다.
“그건 제 예술품으로 직접 보여드리죠.”
그와 함께 귓가에 전해지는 괴이한 소리.
기기이익!
짧은 기계 마찰음과 함께.
딱! 딱! 딱! 딱! 딱! 딱!
놈이 예술품이라 칭하던 거대 인형의 입가가 달싹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