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13)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13화(113/150)
113화. 옵타티오의 조각
마치, 마탑의 신입생이 교수에게 연구과제를 제출하듯.
“혹시 찾으시던 게 맞나요?”
조심스레 물건을 건네온 주란트.
그 손에 들린 물건을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심상치 않은 물건이군.”
카를레스 역시 그 영롱한 빛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였다.
[이거 진짜 같은데?]‘……그러게.’
한눈에 봐도 옵타티오의 조각임이 확실했다. 돌조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용하기 힘든 기운이 좁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
“그, 그건!”
더구나 입을 벌린 채 손을 뻗는 디폰. 그의 당황한 표정은 주란트가 가져온 돌 조각이 진품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것만큼은 안됩니다! 제 것입니다!”
절규하듯 외친 그에게 허락될 수 있는 건 카를레스의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넌 조용히 하고 있어.”
“으으…….”
카를레스의 굳게 쥐어진 주먹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디폰을 뒤로한 채.
“고생했어.”
주란트가 건네오는 돌 조각을 받아들었다.
“내가 찾던 게 맞아. 너무 고맙군, 주란트. 당신 덕분에 큰 도움이 되겠어.”
“……감사합니다!”
이내 얼굴이 붉어진 채 허리를 숙이는 주란트였다
[아주 그냥 전언자님의 성은에 몸둘 바를 모르는구만.]그에게 하는 칭찬은 대수도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금화라도 보상으로 내리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옵타티오의 조각이라…….’
그가 건네준 돌조각. 옵타티오의 조각을 이리도 쉽게 손에 넣을 것이라곤 예상하지도 못했던 바였다.
“이봐 디폰.”
“……예.”
내 손에 들린 깨진 돌조각을 보며 입술을 짓씹는 놈.
“진짜도 가지고 있었구만?”
“예? 그게 무슨 말씀…….”
“아까 낮에 이라한 킬라브한테 판 건 가짜였잖아. 이건 진짜네? 진품을 가지고 있었으니, 모조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게로군.”
그 말에 그의 눈빛이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그 물건에 대해 알고 계신 거였군요.”
“그러니까, 내가 포기했지. 누굴 바보로 아나?”
“하아. 그래서 절 쫓아오신 겁니까? 그 돌조각을 찾으시려고요?”
“그래. 네가 가지고 있던 모조품의 생김새가 진품과 너무 똑같더군. 분명, 네가 뭔가를 알고 있겠구나 싶었지.”
“……아!”
눈을 질끈 감고 마는 디폰.
“그럼 그 거대 인형은 이 돌의 힘으로 움직인 거였구나?”
그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맞습니다. 그걸로 저의 군단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제야 거대 인형이 뿜어내던 에너지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조각일 뿐이지만, 이 돌덩이에 깃든 힘이라면 그 정도는 하고도 남을 테니까. 사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힘을 지닌 돌이었다.
‘어떻게 연동시킨 건지는 모르겠지만.’
옵타티오의 조각이 거대 인형을 움직인 에너지의 근원이 되어줄 수 있었을 터였다.
“하아…….”
끝내 디폰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조금씩 들썩이는 어깨가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러게 왜 사기를 치고 다녔냐.]괜히 모조품을 판매하려다, 자신이 생각하던 대의를 망쳐버렸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나 같은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겠지.’
내 손 위에서 영롱하게 환한 빛을 밝히고 있는 돌조각. 디폰과는 반대로 내 입꼬리는 절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라프텔로 오면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물건이 내 손에 쥐어진 터였으니까.
“디폰, 다른 조각들의 행방도 알고 있나?”
단 하나의 조각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지닌 돌. 모든 조각을 모은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힘이 욕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조각들은 모릅니다. 저도 수소문 중일 뿐이었죠.”
허나 체념한 채 고개를 가로젓는 디폰이었다.
“그럼 이건 어디서 난 거지?”
자연스레 이 조각의 행방이 궁금해질 수밖에.
“제가 몸을 담았다던 조직에서 나올 때, 훔쳐 나온 겁니다. 그 덕에 그들에게도 아직 쫓기는 신세죠. 그래서 이렇게 오지에서 숨어 사는 중이고요.”
레볼루카라는 이름의 조직. 명문가들의 자제들이 모여있다는 그들이라면, 옵타티오의 조각을 입수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레볼루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레볼루카에서 활동하는 델레마의 이름을 묻던 순간, 온 신경을 앗아갔던 옵타티오의 조각. 그 때문에 잠시 화재가 돌려졌던 터였다.
자연스레 그들에 대한 질문이 재차 이어졌으니.
“아, 그래서 레볼루카에 있다는 델레마의 일원은 누구지?”
“아아. 그분이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여는 디폰.
“그 이름은…….”
잠시 뜸을 들인 그가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델레마…… 커, 커헉!”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땅을 뒹구는 디폰.
“이봐!”
카를레스가 달려들어 그의 몸을 똑바로 눕혔다.
“커어! 커!”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 거친 호흡만을 내뿜던 그는.
“끄아아악!”
끝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간이 찌푸려진 것도 찰나일 뿐이었으니. 그의 비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죽었나 본데.]끝내 게거품을 문 채 고개가 축 늘어진 디폰. 핏발이 가득 선 두 눈은 부릅떠진 채였다.
“으음.”
그의 목에 맥박을 짚어보던 카를레스의 고개가 저어졌다. 손을 쓸 틈도 없이 절명해버린 디폰이었다.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나 역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으니까.
“갑자기 저렇게 죽었다고? 뭔데! 저주라도 걸려있었던 거야?”
도리어 그 모습에 호들갑인 아리에스였다.
[진짜 저주라도 걸려있었나 보군.]‘하아. 뭐 하나 쉬운 게 없구만.’
더 이상 지하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일단 위로 올라갑시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디폰에게 다가가 그 눈꺼풀을 내려줄 뿐이었다.
* * *
디폰의 수습은 원심회의 일원들이 순식간에 처리했으니, 모든 일행이 1층 로비에 모인 터였다.
“이제 어떡할 건가?”
맞은 편에 앉아있던 카를레스였다.
“일단,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겠지요. 족장님과 카리스 양도 에고에 볼일이 있으실 테고, 저희도 마탑으로 돌아가야 하고요.”
마탑으로의 복귀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 주구장창 라프텔에 눌러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앙헬.
그 역시도 오랜 부재로 인해, 원심회의 일이 많이 밀려있을 터. 더구나 많은 수의 간부들까지 이곳에 모였기에, 처리할 것이 한둘이 아닐 터였다.
“흐음. 마탑이라. 자넨 꼭 그곳에서 지내야 하는 거지?”
“네. 일단은 그곳을 졸업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자유롭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겠죠.”
마음 같아선 나 역시 당장이라도 마탑을 때려치우고, 미래를 도모하고 싶었다.
에고에서 배워야 할 것들도 많고, 원심회를 부흥시키는 데에 더욱 힘써야 했으니까.
‘그러기엔 아직 너무 어려.’
허나, 델레마 출신의 15세 소년이 눈치를 보지 않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탑 정도는 졸업해야 활동에 제약이 줄어들 터였다.
“흐음. 그렇구만. 그럼 이제 바로 마탑이 있는 마을로 가는 건가?”
“네. 족장님께는 매 방학마다 훈련받으러 찾아뵙겠습니다.”
그가 알려주기로 했던 유술. 이제야 겨우 맛만 봤던 터였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기술이었다.
‘조금씩 배우다 보면, 언젠가 내 것으로 승화할 수 있겠지.’
내 검술에 또 한 번의 발전을 가져다줄 그의 훈련이었다.
“허허. 알겠네. 그럼 이제 가세.”
자리에서 일어나는 카를레스와 카리스.
“그러시죠.”
그들을 따라 나와 원심회의 일원들이 모두 일어섰다.
“제가 다시 에이탈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에고까지는 대륙을 횡단해야 하는바. 신원 조회 없이 포탈을 이용하기 위해선 델레마의 붉은 눈이 필요했다.
“그래그래. 그렇게 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카를레스. 그가 카리스의 손을 내게로 건넸다.
“우리 딸 좀 잘 데려다주고 오게.”
“예?”
그의 말이 무언가 이상했다.
“카를레스 님은 함께 안 가십니까?”
“응. 이왕 세상에 나온 김에 좀 더 둘러보다 가려고. 어차피, 수왕족들은 알아서들 잘 지내거든. 누가 침범할 일도 없고 말이야.”
“아, 그렇군요. 하긴 이왕 힘들게 나오신 것 풍류를 즐기다 가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암암. 얼마 만에 나온 건데 그냥 갈 수야 있나.”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카를레스.
[뭐 또 식당이나 털러 다니겠구만. 근데 혼자 다니게 둬도 돼?]‘좋을 대로 하라지. 저 무식한 양반이 혼자 다닌다고 누구한테 당하기나 하겠어? 괜히 시비 건 놈만 불쌍하지.’
[하긴. 누굴 걱정하리.]다만, 그가 문제없이 다니려면 금화가 필요할 터였다.
“여기 이거라도 가지고 다니십시오.”
그에게 건넨 금화 몇 닢에 그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돈인가?”
“네. 다니시면서 식사도 하시고 이래저래 쓰시면 될 겁니다.”
“호오. 좋지! 고맙군! 역시 자넨 은인이야.”
식사라는 말에 잇몸이 만개한 그였다.
“그런데 어느 도시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응? 나 말인가?”
카를레스의 기다란 검지가 자신을 향해 뻗어졌다.
“네. 카를레스 님도 포탈을 이용해야 한다면, 그쪽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난 이아스로 갈 건데? 자네랑 같이.”
“……예? 이아스로 가신다고요?”
당연하다는 듯 바라보는 카를레스.
“그래. 자네에게 유술을 알려준다고 하지 않았나.”
“아……?”
“그게 한두 번 배운다고 될 것 같은가?”
난데없이 마탑으로 함께 하겠다는 카를레스.
그에게 훈련받는 것은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으나, 동시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거처를 어디에 마련해야 하지?’
함께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의 외관은 너무나 눈에 띄었으니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활개 치고 다니기엔 너무나 독특한 생김새였다.
‘검술 훈련할 곳도 마땅치 않을 텐데…….’
더구나 이아스는 마탑이 있는 곳. 마법사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곳에서 대놓고 검술 훈련을 할 수는 없을 터였다.
[네 옛날 거처는 어때?]그 순간 카를레스와 내 사이로 불쑥 튀어나온 오베론.
‘내 거처?’
[응. 거기라면 꽤 괜찮을 것 같은데. 어차피 쟤도 데려가야 하잖아.]그의 손끝이 아리에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쟤한테 흑마법도 계속 연구시킬 거 아냐?]‘그건 그렇지.’
[귀광족의 결계 속이라면 흑마법 기운도 숨길 수 있을 거고. 검술을 연마하기에도 딱일 것 같은데?]마탑 근처에서 흑마법의 기운을 숨겨줄 수 있는 장소. 그리고 누구의 눈치 보지 않고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장소.
애초에 정답은 하나뿐이었다.
‘……그래. 한번 가보자고.’
카를레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카를레스 님도 함께 가시죠.”
“오오! 좋아. 얼른 가자고. 근데 거기도 맛있는 건 많지?”
“물론이죠. 대륙에서 가장 해산물이 신선한 지역이죠.”
“……뭣! 해산물? 우욱!”
입을 틀어막는 카를레스.
‘아, 동족은 너무했나?’
아무래도 수산물은 끌리지 않는 그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