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22)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22화(122/150)
122화. 피의 군주(2)
“역시 마탑은 마탑이군요.”
앙헬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후스타프가 뿜어대는 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결계를 이렇게 만들다니…….”
우리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마법 결계 탓이었다. 앙헬의 말에 따르면 8성급 마법에도 견딜 수 있다고 했던 강인한 결계였으나.
“그러게. 반 이상은 파괴된 것 같군. 방금 건 무슨 마법이지?”
결계에 전체적으로 퍼진 균열들. 조금 전 우리를 감쌌던 거대한 화염 마법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아무래도 후스타프 저자가 직접 연구한 마법 같습니다. 여러 마법사들의 마나를 모아 순간적으로 터트린 방식입니다.”
마법 결계가 없었다면 한순간에 모두가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상황.
‘아찔하구만. 미리 결계를 설치해두지 않았으면…….’
후스타프에게 큰소리를 떵떵 치긴 했지만, 역시나 마탑주의 오른팔은 쉽게 볼 것이 아니었다.
화염 계열 마법에 있어선 따를 자가 없다는 인물. 후스타프를 상대함에 있어서 한시도 긴장을 풀 수는 없었다.
“방금 그 마법을 또 쏘아낼 확률은?”
“아마도 낮을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마나를 소요하는 마법입니다.”
“하긴, 그러니까 이제 직접 나서는 거겠지.”
어느덧 후스타프의 붉은 머리칼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고.
화아아아…….
양손 끝에 모여드는 화염이 그의 전신을 붉게 물들여갔다.
[피의 군주라더니. 왜 그런 이명이 붙었는지 알겠네. 죄다 벌겋구만.]분노한 그가 대놓고 흘리는 기운은 아직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강대했다.
‘앙헬보다도 두 세수는 위겠지.’
모름지기 같은 8성이라 할지라도, 그 수준에는 격차가 있으니.
[그렇겠지. 고수가 될수록 다음 성취를 얻는 것이 그만큼 더 힘드니까.]9성을 목전에 뒀다는 후스타프는 앙헬보다도 한참 앞선 경지에 도달한 셈이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야겠다.”
원래는 그를 상대로 조금 시간을 끌려고 했었다. 마법 결계를 통해 그의 힘을 빼두면, 아무래도 도움이 될 터였으니까.
[어쩔 수 없지. 위험한 것보단 나으니까.]그렇게 다른 이들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려는 찰나였다.
“전언자님. 제가 한 번 정도는 더 막아보겠습니다.”
가라앉은 눈으로 후스타프를 바라보던 앙헬. 그가 내게로 고개를 돌려왔다.
“괜찮겠어?”
“네. 마법 결계가 많이 부서지긴 했지만, 한 번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눈빛은 후스타프의 기운만큼 뜨겁게 타오르는 듯했다. 내가 모를 리 없는 감정, 호승심이었다.
[이놈도 전사의 심장이구만.]강자를 본 이상, 한 번 실력을 겨뤄보고 싶은 것이 당연할 터. 심지어 앙헬 정도의 경지에서 붙어볼 수 있는 이는 한정적이었으니.
“그래. 한 번 해봐.”
잠깐 손을 섞어보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너무 무리는 하지마. 당장 다음 작전을 실행하면 되니까.”
잠시 고개를 숙여 보인 앙헬. 그 역시도 마나를 방출해내기 시작했다
[오호, 재미있겠구만.]그 순간 후스타프의 손이 휘저어졌다.
콰아아아아!
그의 손길에 따라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대지.
‘흐음. 파이어 어스인가.’
일전에 원심회의 습격 사건 당시, 알로이가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마법이었다.
역시나 화염계열 마법의 대가답게, 알로이의 것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으니.
[그때보단 훨씬 강력하군.]마치, 이것이야말로 진짜 파이어 어스라는 것을 말하는 듯. 엄청난 불길의 해일이 우리를 향해 덮쳐오기 시작했다.
“흥!”
그 순간 역시나 손을 떨친 앙헬.
쿠우우우!
순식간에 튀어 오른 흙의 장벽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그와 함께 다니며 자주 보았던 그라운드 펜스였다.
쿠우우우!
고위급 마법들의 충돌. 그 여파에 발길이 뒤로 밀릴 듯했으니.
‘……대단들하구만.’
지금의 내 수준에서는 도저히 낄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그래도 역시 앙헬이 안 되는구만.]짧은 찰나 격돌한 두 사람의 마법. 오베론의 말처럼 그라운드 펜스는 파이어 어스에 삼켜지듯 녹아내리고 있었다.
“애송이들인 줄 알았더니, 꽤나 실력 있는 놈이 숨어있었구나! 그래 봤자, 네놈들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그 광경에 소리치는 후스타프.
“칫……!”
앙헬의 미간이 좁혀지는 것은 당연했다. 놈이 쏘아낸 파이어 어스는 어느덧 그라운드 펜스를 다 녹여버린 채, 우리를 향해 덮쳐오고 있었으니까.
비록 그라운드 펜스에 의해 위력이 반감된 것은 사실이었으나.
쿠아아아!
마법 결계를 통째로 덮치기엔, 여전히 무리가 없는 크기.
쩌저적……!
결계에 생겨났던 균열들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결계는 이번 공격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앙헬은 그 말과 함께 재차 다음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결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에게도 후스타프와 겨뤄볼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옳지. 공격도 한 번 해봐야지.]서둘러 마법을 외는 그의 표정은 여전히 흥분된 듯 보였다.
차아아앙!
결국 파이어 어스가 지나친 직후 깨져버린 결계. 대신 그 사이에서 튀어나온 것은 그 끝이 불타오르는 샌드 스피어였다.
‘정면 승부를 선택했군.’
화염 마법의 정점인 후스타프를 대상으로 불을 사용한 그였다.
[오, 지난번보다 하나가 더 늘었는데?]앙헬의 주변을 둘러싼 샌드 스피어는 총 여섯 개였으니, 운용할 수 있는 개수가 늘어난 앙헬이었다.
‘에고의 마나 덕분인가?’
며칠 사이에 하나가 더 늘어난 스피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리라.
쏴아아아!
불꽃이 일렁이는 샌드 스피어는 그렇게 후스타프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우습구나!”
그 모습에 코웃음을 친 후스타프. 그의 손짓에 그의 주변으로도 일련의 기다란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앙헬과 같이 불타오르는 샌드 스피어를 소환해낸 그였다.
화라락!
다만 그 전체가 화염으로 불타오르고 있었으니, 창살만 불꽃이 일렁이는 앙헬의 것과는 한 차원 다른 수준의 것이 분명했다.
“……이런!”
이를 아득 가는 앙헬.
‘대놓고 무시하는 구만.’
[얕보였군.]같은 마법을 소환해낸 후스타프는 일부러 수준 차이를 보여주려는 듯했다.
심지어 그 개수마저 여섯 개로 동일했으니.
콰아아아아!
12개의 스피어들이 공중에서 만나 굉음을 만들어냈다. 그저 앙헬의 공격을 막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격.
앙헬이 만들어낸 회심의 일격은 그렇게 무위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역시 아직 무리인가.’
마법사들의 싸움은 이렇기에 재미가 없었다. 결국 더 많은 성취를 이룬 자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결투. 변수를 만들어내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슬슬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야겠는데…….’
그렇게 살핀 앙헬의 표정.
‘응?’
왜인지 그 한쪽 입가가 씰룩이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의 검지가 까딱여졌으니.
쿠우우우!
그 순간 후스타프의 뒤쪽을 노리고 날아드는 샌드 스피어 하나. 놈의 뒤쪽에 따로 하나의 스피어를 더 소환해둔 앙헬이었다.
[오호.]‘일부러 하나는 숨겨둔 건가.’
어차피 정면 승부를 벌여 봐야 승산이 없을 터. 앙헬은 짧은 시간 내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었다.
‘역시 센스는 있다니까.’
[이번엔 피의 군주인가 핏덩인가 저놈도 당황스럽겠구만.]이미 후스타프를 향해 거의 다다른 스피어. 이 찰나의 시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설마, 앙헬이 이렇게 끝내는 건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후스타프는 결국 앙헬에게 뒤를 내주고 말았으니.
[고수가 될수록 언제나 겸손해야 하는 법이지. 암.]당황한 그의 눈이 크게 뜨여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콰아아아아!
그리고 이어진 폭음. 흩날리는 흙먼지를 바라보는 앙헬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으음.]다만, 그 눈가는 금세 찌푸려지고야 말았다.
‘……역시. 이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지.’
흙먼지 틈으로 멀쩡하게 서 있는 후스타프였다.
“이노옴! 잘도 날 놀라게 했구나! 어디 출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따위 비겁한 술수를 부리는 것이냐!”
소리치는 후스타프의 온몸에는 푸르른 막이 둘러진 채였으니.
‘역시 결계인가.’
어느덧 모든 호송대원들의 몸 주변으로는 마법결계가 생성되어 있었다.
[원심회 것이랑은 좀 다르군.]우리의 결계가 커다란 공간 자체를 막아내는 결계였던 반면, 저들의 것은 몸에 밀착된 방식.
‘자동으로 발현되는 건가 보네.’
그렇기에 후스타프에게 닿기 직전에야 터져나간 샌드 스피어였다.
“……죄송합니다.”
작게 읊조린 앙헬. 그의 고개가 푹 숙여지고 말았다.
“아냐. 어차피 저놈들도 결계가 있을 건 예상했잖아.”
애초에 놈들을 습격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어차피 호송대에게 자동 결계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기습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이놈들! 마탑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샌드 스피어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재차 손을 휘젓기 시작하는 후스타프.
화라락!
그의 손끝을 타고 또다시 불길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 몸을 죽이겠다던 그 호언은 어디로 간 것이더냐!”
나를 노려보며 영창을 외고 있는 후스타프. 그 말과 함께 타오르는 듯한 양팔을 십(十)자로 교차하는 후스타프였다.
‘저게 말로만 듣던 피의 심판인가?’
그대로 양팔을 하늘로 떨쳐내는 후스타프.
쿠우우우…….
그 순간 기류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지진 같은 것이 아니었다. 대지는 멀쩡했으니까.
자연스레 상공으로 들어 올려진 고개. 그곳에는 불타오르는 돌덩이 하나가 있었으니, 10미터는 넘을 듯한 유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메테오로군…….]피의 군주, 후스타프. 그의 상징과도 같은 마법이었다.
“네놈들은 이 자리에서 즉결 심판하겠다. 그리고 네놈들의 정체는 시신에서 파헤쳐 주마.”
자신감이 가득찬 음성. 메테오를 마주한 이라면 누구나 전의를 상실하고 말테니, 당연한 자신감이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대답 대신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킬 뿐이었다.
“그래. 오만방자한 네놈들을 저승으로 보내줄 메테오다!”
다만, 그 행동을 오인해 메테오를 가르키는 줄 알고 있는 놈이었지만.
‘오만방자라…….’
그의 태도에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누가 오만방자한 것인지 보자고.’
평생을 마법사를 상대하며 살아왔을 후스타프. 그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 예정이었다.
내가 손가락을 들어 올린 이유는 메테오 따위를 가르킨 것이 아니었으니까…….
콰아아아아!
그 순간 하늘을 가로지르는 황금빛 섬광. 협곡의 위에서 튀어나온 빛줄기가 정확히 메테오를 가격했고.
“무, 무슨!”
이어진 결과에 후스타프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그 거대했던 유성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고…….
툭. 투둑.
작은 모래 알갱이 몇 줌만이 땅으로 낙하하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죽여주는구만.]협곡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를레스의 작품이었다.
“이, 이놈! 감히 무슨 수를……!”
당황한 채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후스타프. 아직 그가 놀라기엔 일렀으니.
“자, 그럼 다시 제대로 붙어봅시다.”
놀란 놈들 아래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