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23)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23화(123/150)
123화. 피의 군주(3)
‘나이스 타이밍!’
메테오가 산산 조각난 직후, 호송대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
“뭐, 뭐야!”
“이런!”
“다들 조심해!”
호송대원들의 당황스러운 음성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후스타프의 공격이 가로막힌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일 텐데.
쿠우우…….
누가 봐도 음울한 기운이 자신들의 발아래에서 튀어나오고 있었으니까.
[확실히 쓸모있는 마녀군.]검은 기운은 역시나 아리에스가 만들어낸 작품. 검은 구름 위에 올라탄 채, 호송대원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였다.
‘맛 좀 봐라.’
그 기운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일까. 후스타프의 두 눈에 노여움이 가득 들어찼다.
“이놈들 감히!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대었구나!”
마탑의 정통한 실력자인 후스타프.
[꼰대 같은 놈.]그에게 있어 흑마법과 금기마법은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일이었을 터이니.
“마탑의 명예를 걸고, 네놈들의 비밀을 끝까지 쫓아 파헤쳐주리라!”
결국, 그의 노한 음성이 협곡에 떨쳐졌다.
‘그렇겐 안 될 거다. 임마.’
허나 흑마법의 흔적을 뒤쫓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괜히 아리에스의 마법진을 몸에 새긴 것이 아니었으니까.
협곡의 대지에 마법진을 설치할 수도 있었지만.
‘흔적을 남길 수야 없지.’
이곳에 어떠한 흑마법의 흔적도 남기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다.
쿠우우우……!
아리에스의 손짓에 따라 순식간에 호송대를 감싸는 검은 기운.
“모두 걱정하지 말아라!”
어찌할 바 모르는 호송대원들을 다독이는 후스타프였다.
“마법 결계가 너희를 지켜줄 터이니, 공격에만 신경 써라!”
결국, 흑마법이던 일반 마법이던 그들의 결계를 뚫기란 쉽지 않을 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그의 판단은 냉철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상황이었을 때는 말이다.
“히힛! 멍청한 놈들!”
그 순간 들려온 아리에스의 음성. 놈들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어, 어?”
“이게 뭐야!”
“결계가, 결계가 사라진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반투명한 막이 흩어지기 시작한 터였다.
아리에스가 야심 차게 준비한 마법은 바로 디스펠이었다.
[꼴 좋구만.]우리도 그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당했던 마법.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이번엔 광역 디스펠이 아니라 단 하나의 마법만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마법을 무효화시키려면 초대형 마법진이 발현되어야 하는 터. 그런 거대한 마법진을 아리에스의 몸에 모두 그려 넣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제대로 작동하는구만.’
그렇기에 우리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법은 단 하나.
‘결계만 없애도 충분하지.’
놈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싸울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커다란 수확이었다.
‘슬슬 시작해볼까.’
우리의 전력은 결코 놈들에게 뒤지지 않았으니까.
“앙헬.”
“예.”
앙헬의 손짓에 따라 일제히 움직이는 원심회의 일원들. 그들의 손끝에는 이미 준비되어 있던 마법들이 맺힌 채였다.
“시작하지.”
그 말과 함께 각양각색의 빛무리가 마탑이 호송대를 덮쳐갔다.
“끄아악!”
“1열은 쉴드를 펼쳐라……!”
“어, 얼른 대응 공격해!”
결계가 사라진 직후 쏘아진 공격들 탓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호송대원들.
[캬. 좋구나.]마법 결계를 믿고 있다가, 도리어 더 큰 화를 당하는 그들이었다.
[이게 전략의 중요성이지.]엄지를 들어 보이는 오베론 너머로, 호송대의 첫 번째 열이 순식간에 함락되고 있었다.
“전원 당황하지 말고 전열을 가다듬어라!”
후스타프의 간절한 외침에 대응 마법을 준비하는 호송대들.
허나, 그들의 얼굴에는 또다른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뒤, 뒤쪽에도 놈들이 있다!”
“나누어서 대응해!”
“철창을 보호하라!”
그들의 뒤편으로 등장한 15명의 인물. 협곡 위에 모습을 숨기고 있던 나머지 원심회의 일원들이었다.
“이놈들! 우리를 습격하기 위해 작정을 한 게로구나!”
결국, 후스타프의 양손 가득 타오르는 불길. 그의 손이 각각 앞뒤로 뻗어질 찰나였다.
쿠우우우우!
엄청난 속도로 그에게 접근하는 무언가.
“웬 놈이냐!”
협곡 위에서 그를 향해 수직하강하는 이가 있었으니.
“피의 군주라니. 감히 군주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나 보자꾸나!”
트라이던트를 앞세워 뛰어내린 카를레스였다.
결국, 앞뒤로 뻗어졌던 후스타프의 양손은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괴인의 기운은 범상치 않았을 테니까.
당장 원심회의 일원들을 공격하는 것보다, 카를레스를 향해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리라.
화라락!
그의 손끝에서 광범위하게 펼쳐져 나오던 화마는 결국 카를레스를 향해 쏘아졌다.
‘오…….’
그 모습은 적잖은 충격을 선사했으니. 상대가 죽기 전까진 절대 꺼지지 않는다는 불꽃, 헬파이어였다.
‘헬파이어를 이리 빨리 구현한다고?’
어지간한 8성 마법사들에게도 구사하기 힘든 마법. 그런 고위급 마법을 순식간에 발현해낸 터였다.
[확실히 화염 마법에는 통달했나보군.]곧 대마법사의 칭호를 받게 된다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었다.
‘안타까운 인재로구만.’
다만, 상대가 나빴을 뿐이었다.
창공을 집어삼킬 듯 뿜어져 나간 헬파이어였지만, 그런 화마를 뚫고 튀어나온 카를레스.
[상성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지.]치이이……!
그의 몸 주변에는 수증기가 가득 맺혀 있었으니. 수왕족인 그를 화염 속성으로 제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참 대단한 종족이란 말이지.’
아직 트라이던트의 힘을 개방한 것도 아니었다. 그 기운은 이곳을 모조리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테니, 일부러 자제하라 일러둔 터였다.
센스 있게 하늘 위의 메테오를 날려버릴 때만 사용한 카를레스였다.
“무, 무슨!”
결국 후스타프의 얼굴에는 경악이 맺혀갔다.
* * *
피의 군주.
마탑주의 가장 큰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자, 대마법사의 반열을 눈에 앞둔 이.
그 모든 수식어는 후스타프, 자신만을 위해 허락된 것이었다.
‘하아…….’
그 수식어들을 얻기 위해 얼마나 갖은 노력을 해왔던가.
마탑의 연구 공로는 물론, 수도 셀 수 없는 범죄자들을 소탕해온 자신이었다.
수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은 바, 더 이상은 살아감에 있어 놀랄 일도 없던 터였으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에게도 강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의해 메테오가 박살 나서도 아니었고,
마탑의 마법결계가 디스펠되어서도 아니었으며.
갑자기 나타난 강자가 헬파이어를 아무렇지 않게 견뎌내서도 아니었다.
‘기사…… 라고?’
후스타프를 가장 놀라게 만든 것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들고 있는 무기였다. 스태프나 완드 같은 마법 도구가 아닌 기다란 금빛 창을 들고 있었으니까.
‘분명 마나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마법을 사용해서 헬파이어를 뚫고 나온 것이라면, 자신이 느끼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렇다는 건, 정말로 상대는 혈혈단신으로 마법을 뚫고 나온 기사라는 소리.
‘말도 안 되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 순간 땅으로 착지한 거구의 사내.
후우우웅!
삼지창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다가오는 모습은 기사의 것이 분명했다.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다만, 이대로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가 뿜어내는 기세는 절로 마법을 준비하게 만들었으니까.
화라락!
재차 손끝에 타오르는 화마.
‘아까는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 분명하다.’
후스타프는 그리 생각했다.
‘아티팩트를 가진 자겠군.’
그것이 추론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었다. 한 번 정도는 아티팩트의 힘을 빌어, 견뎌낼 수 있었을 터.
허나, 자신의 헬파이어를 두 번이나 견뎌낼 수 있는 방어 아티팩트 따위는 없었다.
“이놈! 그래 봐야 소용없다! 감히 누구에게 불길을 지피려는가!”
다가오며 소리치는 놈이 더욱 확신을 들게 했다. 한 번 더 견딜 여력은 없기에, 괜히 큰소리치는 것이리라.
“누굴 능멸하려 드는가!”
화아아!
놈의 도발을 무시한 채 그대로 쏘아 보낸 거대한 불기둥. 불길에 닿은 협곡의 바닥이 녹아버릴 정도로 뜨거운 화마였으니.
‘이번에야말로 끝이다!’
필시 놈은 견뎌낼 여력이 없을 터였다.
“후, 후스타프 님!”
그 순간 들려온 다급한 음성. 쏘아져 나간 헬파이어의 불기둥 바로 옆에 있던 호송대원의 목소리였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커, 커헉!”
시야에 들어온 것은 호송대원의 목을 향해 날아든 무언가.
푸화악!
그리고 솟구치는 피분수였다.
‘무슨……!’
채 눈에 담기도 힘든 속도였으니.
“흐음. 이따위 불구덩이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또다시 헬파이어를 뚫고 나온 사내가 호송대원의 목에서 삼지창을 거둬내고 있었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정체라…… 글쎄? 오늘부터 내가 피의 군주할까?”
“뭣이?”
“그 호칭이 썩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자네만 없어진다면, 내가 쓰고 싶군.”
그 말과 동시에, 창을 휘두르는 사내. 보지도 않고 뻗어낸 그의 창에, 뒤편에 있던 호송대원의 목이 또다시 달아났다.
푸화아악!
솟구치는 피분수. 정녕 피의 군주라도 되는 양, 놈의 주변으로는 피로 얼룩지고 있었다.
‘……허세가 아니다.’
자신을 죽이고 이명을 빼앗겠다는 놈의 말. 눈앞의 사내라면 분명 가능할 듯싶었다. 그의 움직임은 눈에 담을 수도 없었으며, 뿜어내는 기세는 자신조차도 주눅 들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대체 어디서 이런 자가!’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오는 사내. 자신과 그의 사이에 있던 호송대원들은 무기력하게 목이 베어져 나가고 있었다.
결국, 괴인을 바라보는 후스타프의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한 가지뿐이었으니.
‘……도망쳐야 한다.’
우선은 이곳에서 달아나야 한다는 것.
단순히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내가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니야.’
마법사를 압도하는 기사의 등장은 쉬이 넘길 사안이 아니었으니까.
로브를 뒤집어쓴 괴인의 정체를 알려야 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힘을 갖게 된 것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마탑. 마탑에 알려야 한다!’
마법사를 능가하는 기사가 존재했다는 이야기. 고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자, 그제야 상황이 객관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빌어먹을.’
호송대를 앞뒤로 둘러싼 괴인들 역시도 보통의 실력들은 아니었으니, 벌써 반 이상의 호송대원들이 괴멸한 채였다.
‘어디서 이런 놈들이!’
자신들이 밀리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명한 사실. 결국 후스타프의 선택권은 단 하나였으니.
“구아르!”
자신의 바로 옆에서 보좌하던 호송대의 부대장을 불렀다.
“예, 후스타프 님.”
“자네는 살아서 도망치게.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반드시 마탑에 알려야 하네.”
그 모습에 경악 어린 외침을 보내오는 구아르.
“서, 설마! 시그마 작전을 실행하시려는 겁니까!”
“그래. 그것 말곤 방법이 없어. 빨리 떠나게!”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후스타프 님이……!”
이미 괴인은 목전까지 다가온 상황. 지체할 시간 따윈 없었다.
“명령이다.”
구아르의 대답을 듣기도 전, 마나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