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29)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29화(129/150)
129화. 태동
별다를 건 없었다.
후우웅!
검은 여전히 허공을 가르고 있었고.
툭.
언제나처럼 땀방울 하나가 바닥을 적셨다. 여느 때처럼 그저 훈련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그렇지. 오늘도 좋구만.]오베론의 말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낮에는 마탑을, 밤에는 훈련을.
일반적이지만, 최선을 다한 날들. 그 일상들이 모여, 5년의 시간이 채워졌다.
[폼 자체는 아도니스 때보다도 좋아진 것 같아.]‘덕분이군.’
[확실히 예전만큼 키가 커지니, 몸에 익는 구만.]문득 내려다본 아래. 항상 같은 훈련을 진행한 거처의 바닥은 일정하게 패여 있었다.
‘후우. 확실히 나쁘지 않네.’
동일한 보폭으로 수년간 행해온 훈련. 깊게 패인 발자국은 그 시간과 땀방울을 대변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상념도 잠시. 옆에 다가온 이가 있었으니.
“아, 오늘 대련하는 날이던가?”
“예.”
아드문이 고개를 숙여왔다. 그런 녀석과 눈높이가 비슷해진 터였으니, 어느덧 서로 비슷하게 자란 키였다.
“오늘도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내 자세를 잡은 아드문. 부쩍 다부져진 그의 몸을 보자니, 감회가 새로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녀석도 몸이 꽤 쓸만해 졌어.’
아드문과 함께 지낸 지만 어언 5년. 매일 같이 붙어 지내며 훈련했기에, 그의 몸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 준비 자세에선 군더더기가 없군.]‘워낙 학습력이 좋은 녀석이니까.’
더구나 오베론도 놀랄 만큼, 몸을 쓰는데에 익숙했던 아드문이었으니.
‘이제 어디 가서 무인이라고 말해도 되겠어.’
제법 뽐새가 나는 녀석이었다.
툭.
검을 내려둔 뒤, 꽉 쥔 주먹. 나 역시 보폭을 벌려 자세를 잡아갔다.
“오늘은 오러 없이 약식으로 하자고.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기본기가 얼마나 충실해졌는지 봐보자.”
“알겠습니다.”
“대신 카타의 신발을 운용하는 건 허용하지.”
고개를 끄덕인 녀석의 신발엔 벌써 오러가 맺혀가고 있다.
“그럼 시작하자고.”
타앗!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달려드는 아드문.
‘음.’
순식간에 눈앞으로 이동한 녀석이 정권을 뻗어오고 있었다.
[처음엔 자기 속도에도 적응 못 하던 그 아드문이 맞냐? 가슴이 웅장해진다.]문득, 5년 전 녀석과의 첫 대련이 떠올랐으니.
‘똑같이 한 번 해보자.’
오른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며 왼 무릎을 들어 올렸다.
그때와 정확히 동일한 상황. 허나 그 결과는 달랐다.
타앗!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속도를 제어하는 아드문. 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측으로 한 바퀴 돌며 내 측면을 공략하는 녀석이었다.
‘옳지.’
도리어 내가 위험해진 상황이었으나, 절로 입가에 미소가 맺혀가는 건 왜였을까.
완벽하게 내 체술을 익혀가고 있는 녀석이 이리 대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드문에겐 녀석만의 무기가 하나 더 있었으니.
후우웅!
나조차도 부담스러울 발차기가 하단부를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오오! 잘한다!]아무리 아드문의 신체 능력이 좋아졌다곤 하나, 그 속도는 일반적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이 신발의 진짜 활용법을 깨달아 버렸구만.’
카타의 신발을 활성화시킨 녀석. 그 신발이 녀석의 발차기 속도를 더해주고 있는 터였다.
[암암. 이 정도는 활용해줘야 안 아깝지.]그 옛날, 메트론가의 무인들이 이름을 날렸던 이유. 단순히 카타의 신발을 신고, 날아다녔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이동용으로만 쓰기엔 너무 아깝지.’
시시각각 공격의 속도를 제어하며 전투의 흐름을 뺏어갔던 그들. 그 예측할 수 없는 전투방식 때문에 누구보다 상대하기 어려웠던 터였다.
그런 메트론가가 현세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듯했으니.
‘하, 이건 나한테도 빡센데.’
그 모습에 입가의 미소가 절로 달아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허벅지를 찰 것만 같던 녀석의 발차기는 순식간에 속도를 줄여가더니.
후우우!
순식간에 궤도를 바꿔 내 머리 쪽으로 쏘아져 오고 있었으니까.
능수능란하게 공격의 강약을 조절하는 아드문이었다.
[훠우! 아드문 잘한다! 오늘은 이놈 좀 꺾어봐라!]분명 세상 그 누구라도 기겁할 만한 공격이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래도 아직 나한텐 안 되거든?’
녀석의 기술은 이미 내가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카를레스와 연습한 덕에…….
‘공격의 본질을 파악하면 그만이지.’
그 선무당 잡는 소리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졌다는 점.
아직 카를레스 수준의 공격을 모두 파훼할 순 없으나, 아드문의 첫 번째 공격이 페이크임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탓!
이미 한 발을 뒤로 빼며 체중을 아래로 보내둔 터였으니.
후우웅!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아드문의 발등.
그 이후 중심을 잃은 녀석을 공격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퍼어억!
비틀어진 녀석의 허리 틈을 파고든 주먹 하나.
“컥!”
단말마 비명을 지른 녀석이 한참이나 밀려 나자빠졌다.
“괜찮나?”
얼른 몸을 굴리며 일어선 아드문.
“……예에. 역시 아직 안되는군요.”
혀를 내두르며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괜찮아. 나도 카를레스 님과의 훈련이 아니었다면 당했을 거다. 장담하건대 그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훌륭했어.”
“정말인가요?”
“그럼. 누구 제잔데.”
그제야 미소를 되찾은 아드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녀석이었다.
카아아아앙!
그 순간 귓가를 찢는 듯한 소음이 들려왔으니.
[오오, 저기도 재미난 구경이다!]냉큼 한쪽 구석으로 다가가는 오베론. 드류와 카를레스 역시도 대련이 한창이었다.
‘어우.’
거대한 덩치의 두 사내가 기다란 창을 맞대고 있는 모습. 수많은 전투를 지켜봐 온 내게도 감명 깊은 장면이었으니.
[깁슨은 깁슨이라니까.]겉으로 보기엔 카를레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드류였다.
2미터에 달하는 카를레스보다 불과 주먹 하나 정도 작은 드류. 다만 그 근육의 양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어릴 땐 통통하더니 전부 근육으로 가버리네.]‘진짜 사기 핏줄이야.’
자신의 키보다도 훨씬 긴 장창을 휘두르는 드류의 모습은, 흡사 천 년 전 동료를 마주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우우웅!
그 창끝에는 선명한 노란빛이 맺혀있었으니, 이제는 오러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는 드류.
‘근데 너무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냐?’
[뭐가?]원래도 오러의 재능이 뛰어난 녀석이었건만.
‘어떻게 스무 살에 벌써 7성이야?’
방학마다 홀에서 오러를 쌓은 덕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드류였다.
[참나, 그러는 넌 말이 되고……?]‘내가 왜.’
[너도 곧 8성이잖아.]‘야. 난 전에 9성을 해봤었고. 더구나 이번 생만 봐도 드류보다는 오러 다룬 시간이 길잖냐.’
그만큼 드류의 재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뭐 그건 그렇지. 근데 넌 대신 이번에 마법 재능을 타고 났잖아. 누가 델레마 아니랄까 봐.]반면, 마법적 재능에 있어선 한참이나 차이나긴 했으니.
[드류는 이번 졸업생 중에 꼴찌 아냐? 네 덕에 안드레이가 잘 봐줘서, 겨우 졸업요건만 맞췄잖아.]‘하긴. 마법은 이제야 겨우 턱걸이로 5성이 됐으니까.’
마탑에서만큼은 문제아 아닌 문제아로 낙인찍힌 드류였다.
[누가 봐도 네가 훨씬 사기지.]‘에헴. 그런가.’
[어이고, 누가 들으면 흥분하여 죽겠네. 어이 수석 졸업생 씨. 내일모레 졸업식 때도 대표로 상 받는다면서요. 티타니아 입이 아주 귀에 걸리겠네.]반면, 델레마의 피를 보유한 내겐 마법 역시도 검만큼 친숙했으니, 마법적 성취도 또래와 비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나만 더 빨리 모을 수 있으면, 8성까진 막힘없이 될 것 같은데.’
마법적 이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냥 보이는 대로 바로 받아들여지는 게 델레마였으니까. 다만, 절대적인 마나의 양이 부족할 따름이었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지. 안드레이 교수 봐. 머리가 나쁘니까, 다음 성취로 넘어가지도 못하잖아.]불현듯 등장한 안드레이. 여전히 신입생 과목만 담당하는 그였다.
‘불쌍한 사람.’
처음에는 괜시리 싫었던 안드레이였지만, 이제는 어딘가 짠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어느덧 뻗어간 상념은 마탑의 노교수까지 걱정하고 있었으니.
[오, 저거 봐!]그런 우리의 신경을 재차 빼앗으려는 듯, 눈가에 가득 담기는 환한 빛.
콰아아!
카를레스의 삼지창이 빛나고 있었다.
단순한 노란 빛의 오러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층 영롱한 황금빛의 기운. 트라이던트의 기운을 조금 개방한 그였다.
그 모습에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되었다.
비록 7성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드류라곤 하나, 직접 당해내기엔 너무나 강한 기운. 크게 휘둘러진 트라이던트가 드류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떻게 대응할 거냐.’
우우웅!
드류의 창도 더욱 강한 오러를 발산하는 것은 물론.
푸확!
카를레스의 발아래에서 튀어나온 흙으로 만들어진 손. 그 손이 카를레스의 발목을 뒤틀고 있었다.
[그렇지!]찰나의 순간, 대지의 손을 발현해낸 녀석이었다.
‘할 수 있는 건 다해야지.’
트라이던트의 궤도가 너무 길기에 피할 수 없는 상황. 어차피 맞서야 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해야 했다.
[발목을 잡아서 회전력을 줄여버렸구만.]미처 다 돌아가지 못한 카를레스의 발목 탓에, 트라이던트는 본래의 힘을 다 쏟아내지 못했고.
카아아앙!
오러를 가득 머금은 드류의 창이 그것을 튕겨내고 있었다.
“호오. 생각지 못한 영리한 방법이었다. 이제 전투 중에 마법을 같이 쓰는 것도 제법이구나.”
결국 드류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카를레스. 눈웃음으로 화답하는 드류였다.
“별 것 아닌 마법인데, 과찬이십니다.”
비록 마법적 재능이 낫다곤 하나, 드류는 5성에 달하는 마법사이기도 했다. 대지의 손과 같은 기본적인 마법은 눈감고도 사용할 정도는 될 터였다.
‘그것만 해도 할 수 있는 게 엄청나지.’
전투를 함에 있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하나의 마법만 사용할 줄 알더라도, 수십 가지의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 터였다.
[두말하면 입 아프지.]녀석이 사용하는 기초적인 마법의 수준만 하더라도, 충분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에휴. 넌 참…….]돌연 나를 흘겨보는 오베론.
‘또 왜.’
[질투 나서 그런다, 임마. 드류만 해도 저 정돈데, 너는 어떻겠냐고! 세상 참 불공평하다!]‘뭐 어쩌겠어. 그게 현실인 것을.’
마법까지 드류보다 잘 사용하는 데다, 실전경험까지 많은바. 녀석보다 두세 단계는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
[에휴, 그나저나 쟨 또 뭐한 다냐?]고개를 내젓던 오베론이 손짓한 곳.
‘……뭔가 싸한데.’
새로운 마법진을 그리며 실실 웃고 있는 아리에스였다.
‘또 뭔 짓을 하려고.’
지난 5년간 거처 내부의 모든 벽면을 마법진으로 채워 넣은 아리에스. 마법을 연구한다는 그녀를 만류할 수야 없었지만, 매번 괴상한 마법을 구현해내던 그녀였다.
“아리에스, 이번엔 또 뭐야?”
“히히. 직접 봐.”
그런 그녀의 손짓에 따라.
우우웅!
바닥에 있던 검은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