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31)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31화(131/150)
131화. 태동(3)
티타니아의 눈망울에 아쉬움이 가득 들어찼다.
“그래서 가문엔 안 가겠다고?”
“네. 몇 년은 세상을 둘러보고 싶어요.”
곧바로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내 발언 탓이었다.
“으음…….”
이내 생각에 잠긴 티타니아. 허나 그 고개가 끄덕여지는 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가문과 마탑 밖의 세상은 네가 보고 자란 것과는 많은 것이 다를 거야.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렴.”
손을 뻗어 내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티타니아.
“그러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거야. 더 멋진 어른이 되어 돌아오겠구나.”
그녀의 아쉬움 가득한 눈가엔 희미한 미소가 함께 머물고 있었다.
‘생각보다 쉬웠네.’
[역시 깨어있는 여인이란 말이지.]혹여 그녀가 헬레나와 같은 성미였다면, 가문의 정치싸움에 뛰어들게 만들었을 터.
‘그래도 이번 생에 어미 하나는 잘 두었구만.’
다른 델레마들과는 달리, 권력 따위에는 욕심이 없는 티타니아였다. 델레마라면 학을 떼던 나였음에도, 그녀에게만큼은 미소가 지어졌다.
[왜? 티타니아 말고도 맘에 들어 하는 사람 있잖아.]‘내가? 누굴?’
[리우 놈도 괜찮아하는 거 아냐?]‘으음. 리우도 꽤 괜찮은 놈이긴 하지.’
티타니아를 제외하곤, 날 편견 없이 바라봐 주는 유일한 인물. 그에게도 역시 나쁘지 않은 감정이었다.
[헤엠. 너 이 정도면 이제 델레마 좋아하게 된 거 아니냐?]‘……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물론 어디까지나, 사람으로서 괜찮은 것일 뿐. 델레마에 대한 증오가 사그라든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
[그냥 한 번 물어본 것뿐이야. 뭐 그럴 수도 있잖아.]‘델레마는 무조건 내 손으로 파멸시킬 거야. 후안 그놈이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고.’
다만, 눈앞의 티타니아에게 델레마를 향한 감정을 드러낼 순 없었으니.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고개를 숙일 따름이었다.
[근데 리우는 어디 간 거지?]‘글쎄. 먼저 갔나? 인사라도 하려고 했더니.’
[뭐 또 보겠지. 나름 가족인데.]맥더프에게 잠시 말을 걸던 그는 벌써 모습을 감춘 채였다.
‘맥더프 녀석은 가문으로 가겠지?’
[그렇겠지. 슬슬 가문 내에서도 자리 잡아야 할 테니까.]벌써 헬레나와 함께 마탑을 벗어나고 있는 맥더프였다.
‘저 인생도 조금은 불쌍하구만.’
안녕을 빌어주는 친구 하나 없이, 홀로 떠나는 맥더프.
[원래 명문가 자제들이 다 그렇지 뭐.]겉보기엔 화려할지 모르지만, 그 속내는 누구보다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할 터였다.
“저희도 이만 가죠.”
“그래. 그러자꾸나. 넌 드류와 함께 갈 거지?”
내 뒤편을 가리키는 티타니아. 그녀와의 작별을 기다리고 있던 드류였다.
“네. 함께 돌아다녀 보려고요.”
“그래. 델레마 아카데미에서 얻은 연을 잘 이어가는구나. 보기 참 좋아. 드류 너도 몸 조심히 다니렴.”
드류를 향해 고개를 들어 보이는 티타니아.
“예. 이안은 제가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마셔요.”
해맑은 웃음으로 화답하는 드류였다.
“그래. 두 사람 모두에게 밝은 미래가 있길 희망하마.”
마탑에서 보낸 지 어언 5년여의 세월. 드디어 마탑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우리였다.
* * *
티타니아를 배웅한 후, 먼저 들른 곳은.
“이쪽으로 오세요!”
“옆집보다 잘해준다니까?”
“이아스 명물, 해산물 맛보고 가세요!”
이아스의 번잡한 시장이었다.
‘여기 분위기도 상당히 바뀌었구만.’
이전보다도 훨씬 많아진 방문객들.
[다 너 때문이잖아.]대부분의 인파는 이아스의 가장 안쪽 식당. 즉, 내 가게를 찾기 위한 이들이었다.
‘뭐, 덕분에 시장도 활성화되고 좋은 거지.’
안티에서부터 대대적으로 시작한 음식점 사업. 음식 실력이 워낙 좋았기에, 번창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지난 5년간 대륙 전역 곳곳에 잡화점과 함께 퍼져나갔으니.
[그중에서도 본점은 못 참지.]본점을 들르기 위해 이아스 시장을 찾는 이들은 끊이질 않는 터였다.
그런 시장의 가장 안쪽.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커다란 5층 건물이 들어서 있었으니.
“다들 번호표 받고 대기해주세요! 그냥 무작정 기다리시면, 못 들어갑니다!”
시장 내 가장 큰 규모로 확장한 식당이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름이 저게 뭐냐?]‘왜 어때서?’
그런 식당의 거대한 입구 위에 붙은 간판.
[누가 식당 이름을 자기 이름으로 짓냐고. 식당 칸이 뭐냐?]천 년 전 내 이름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뭐 어때. 난 천 년 후에도 건재하다고.’
[으휴. 너만큼 자기애가 넘치는 놈은 처음 본다. 결계 문답도 그러더니, 가게 이름도 지 걸로 해놓냐?]툴툴대는 오베론에게 피식 웃어 보인 후, 다가간 식당의 입구. 그 순간 누군가 뒤쪽에서 내 어깨를 잡아챘다.
“이보쇼. 여기 다 대기표 뽑고 줄 서 있는 거요.”
식당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이던 사내였다.
허나, 당찼던 그의 표정에 이내 당황이 서렸으니.
“아, 제가 여기 사장이라서요.”
“아, 아. 예?”
고개를 돌린 내 붉은 눈이 그를 마주할 따름이었다.
* * *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칸.
“오셨습니까.”
원심회의 일원 하나가 나와 드류를 맞이했다.
이후 그가 안내한 곳은 식당 한켠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 겹겹이 쌓인 보안시설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해체하겠습니다.”
원심회의 일원 중에서도 허가받은 이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시설. 그 안쪽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할 공간 하나가 있었으니.
잠시 후, 보안 마법을 해제한 곳엔.
우우웅!
푸른 포탈이 일렁이고 있었다. 내 지하 거처로 향하는 포탈이었다.
[식당 안에 포탈을 해두다니.]‘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거든.’
식당 건물을 확장하면서, 기존에 있던 잡화점까지 통째로 합쳐버린 터. 원래 거처로 통하던 포탈이 있던 장소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작은 사무실까지 갖춰둔 터였으니.
“오셨습니까.”
앙헬과 아리에스 두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왜 그리들 심각해? 또 싸웠어?”
천천히 저어지는 앙헬의 고개.
“혹시 오늘 소식지 보셨습니까?”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건넸다.
“아, 오늘은 졸업식이라서 못 보았군.”
후스타프를 죽인 후 매일 같이 체크해 온 소식지였으나, 부득이 보지 못한 터. 앙헬이 건넨 소식지를 받아들었다.
[오호.]동시에 오베론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마탑이 레볼루카의 꼬리를 잡았다고?’
흥미가 쏠리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찾아낸 건가.’
지난 5년간, 레볼루카의 흔적을 찾지 못했던 마탑. 기껏해야 끄나풀들을 잡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아무런 누설도 없이 자결했고, 레볼루카 역시 별다른 대응 없이 흘러갈 뿐이었다.
“이번에는 명문가가 개입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네. 레볼루카의 핵심들은 명문가 자제들이니, 뭔가 알아낸 듯합니다.”
“오호. 이번에는 마탑이 한 건 했구만. 그래서 잡힌 건 누구래?”
“아직 마탑에서도 특정 인물을 잡아들인 건 아니랍니다. 그저 개입 정황만 찾았다는군요.”
다만, 굳어진 앙헬의 표정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가 심각하게 여길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근데 왜 그리 심각해? 우리랑은 상관없잖아.”
“사실, 오시기 직전에 마탑 내부에 잠입시킨 아이들이 정보를 전해왔거든요.”
그가 테이블 위에 있던 검은 가루를 집어 보였다.
원심회에서 사용한다는, 예의 전언 마법이 담겨있는 가루였다.
“흠.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무슨 내용이지?”
“딱히 안 좋다고 하기엔 애매합니다만……. 마탑에서 가장 먼저 잠입하기로 한 곳이 안티의 잡화점이라 합니다.”
“안티의 잡화점이라면?”
“예. 전언자께서 운영하시는 상점입니다.”
“흐음.”
우리의 본거지에 잠입하겠다는 마탑의 소식. 그제야 심각한 앙헬의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명문가 수색이라…….’
어느덧 우리의 잡화점은 명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터. 그곳은 더 이상 단순한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었다.
[마탑에서도 가장 먼저 접근할 만하지. 온갖 명문가 자제들이 다 모여드니까.]귀한 물건을 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가문의 인물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이었으니.
어느덧, 명문가 자제들의 사교의 장이 되어버린 곳이었다.
“알겠어. 우리도 가만있을 순 없겠구만.”
“어찌할 계획이십니까?”
“일주일 뒤에 경매를 열자고. 우리 잡화점에 자주 찾던 자제들에게 쭉 연락을 돌려둬. 엄청난 물건이 나올 거라고 말이야.”
“그러면 사람들이 몰려들 텐데 괜찮을까요? 마탑에도 정보가 새어 들어갈 테고요.”
“그걸 바란 거야.”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사람들을 모은다면, 마탑에서도 흥미를 보일 터.
“우리 집에 손님이 온다는데, 직접 맞이해줘야지. 가서 레볼루카든, 마탑에서 잠입한 놈이든. 환영해줘야 하지 않겠어?”
놈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야 없지.’
은밀히 움직일 레볼루카와 마탑. 언제 어떻게 행동할지 모를 그들이기에.
‘한 번 와서 설쳐보라고.’
차라리 놈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판을 깔아두는 편이 나았다.
“미끼를 던지시는 거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준비해두겠습니다.”
“부탁하지.”
숨죽이고 있던 레볼루카. 그리고 그들을 쫓으려는 마탑. 두 조직을 위한 게임장이 될 터였다.
* * *
“아아,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친구 잘 둔덕에, 매번 이렇게 줄도 안 서고 먹네.”
식당 한쪽에서 만족스레 배를 두들기는 드류. 녀석이 여전히 기다란 식당 대기열을 바라보았다.
“뭐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않겠어? 명색이 사장이랑 제일 친한 친군데.”
그런 녀석의 앞에 쌓여있는 수십 개의 접시. 덩치가 커짐에 따라, 먹는 양도 늘어난 드류였다.
“매번 이렇게 공짜로 얻어먹기만 해도 되나 몰라.”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녀석. 그 모습이 밉지 않았다.
“대신 너도 나랑 뜻을 함께해 주잖아.”
마탑 졸업 이후엔 자신의 길을 걸을 법하건만,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 내 곁을 지켰으니까.
“참나. 너가 어렸을 때부터 다 구슬려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람. 나 이제 너 아니면 갈 데도 없어.”
그 발언에 킬킬대는 오베론이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아카데미 때부터 가스라이팅 해놓고선.]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할 말은 없었다. 녀석이 따르지 않겠다고 한다면, 깁슨 가라도 찾아가서 설득할 생각이었으니까.
“흠흠. 근데 가문에선 뭐라고 안 하셨어?”
“우리 가문?”
“응. 졸업식에도 안 오셨잖아.”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들썩여 보이는 드류.
“가주께서 가문으로 오지 말고, 널 따르라고 하시더라.”
“가주…… 님이? 직접?”
“응. 사실 며칠 전에 네 얘기를 좀 했거든.”
“내 얘기를?”
“졸업 후에 너랑 함께 유랑한다니까, 궁금해하시더라고.”
상체를 기울여 목소리를 낮추는 녀석. 이내 장난기 많던 그 표정은 사라졌고.
“……근데 그때 가주께서 말씀해주셨어. 우리 깁슨이 어떤 가문인지 말야.”
진중해진 눈빛만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아도니스 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