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33)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33화(133/150)
133화. 변화의 시작
내 손짓에 반응해, 티나 질리아에게 달려든 한 인물.
“아이고, 왜들 그러십니까요.”
이곳 식당의 지배인이었다.
“제가 얼른 자리를 마련해드릴 테니, 노여움 푸시지요.”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그의 정체는 물론 원심회의 간부, 주란트였으니.
[나이스 타이밍.]티나를 상대하러 오기 전 잠시 그에게 들러, 임무를 하달한 터. 의도적으로 티나에게 접근한 그였다.
‘자연스럽게 잘하네.’
주란트는 능숙하게 티나의 로브 자락을 터치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흑마법의 잔재를 심어두기 위함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누가 보면 연기자인 줄 알겠어.]아리에스에게 요청해, 미리 받아온 먼지 한 톨. 흑마법을 심어둔 검은 가루가 티나의 로브 자락에 자리 잡았다.
“흥! 네놈은 또 뭐냐!”
그런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재차 목소리를 높이는 티나 질리아.
주란트를 대신해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곳 지배인입니다.”
“지배인? 내가 이런 놈과도 말을 섞어야 하는 것이냐! 썩 물리거라!”
고압적인 태도의 그녀. 명문가 망나니의 전형이 아닐 수 없었다.
“지배인, 자네는 잠시 물러나 있게. 내가 마무리하겠네.”
“예.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채 한 걸음 물러선 주란트.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 그는 자연스레 물러서고 있었다.
“티나 질리아 님이시지요?”
그리고 그녀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으니.
“네놈 날 아는 것이냐?”
“물론이죠. 한 사람의 마법사로서, 예전부터 티나 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달라진 내 태도에 눈썹을 씰룩이는 그녀였다.
“전 사실 티나 님을 알고 있기에, 너무나 반가워서 장난을 좀 친 것인데. 제가 선을 넘었나 봅니다. 결코, 노엽게 만들려던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뭐?”
“저는 티나 님께 내적 친밀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티나 님께선 저런 풋내기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으셨겠지요. 거기까지 생각지 못하고, 농담을 던진 제 불찰입니다.”
너무나도 급변한 내 태도가 당황스러울 티나였겠으나.
“에헴!”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게 된 터. 심지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체면까지 세워주니,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아주 싹수가 없는 녀석은 아니로구나! 알겠다. 이번은 용서한다만, 두 번 그러지는 말거라.”
“알겠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사죄의 의미로 음식은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그리고 대기 중이던 주란트에게 손짓했다.
“지배인. 이분을 가장 좋은 자리로 모셔라.”
“예.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
괜히 한 번 날 흘긴 그녀는.
“흥!”
도망치듯 주란트를 뒤따랐다.
[재밌겠구만.]‘멍청한 여자 같으니라고.’
비록, 지금은 한발 물러서 주었지만, 잠시 후면 더욱 곤경에 처할 그녀였다.
‘두고 보자고.’
그렇게 상황을 마무리 지은 후 자리로 돌아가자, 속삭여오는 아드문.
“헌데, 저자가 레볼루카와 관련된 인물이면 어쩌지요?”
녀석이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티나 질리아를 우리의 작전 대상으로 지정한 터. 그것은 어느 집단의 소속이 아닌, 일반인이어야 했으니까.
“걱정 마. 절대 그럴 리 없어. 5년이나 꽁꽁 숨어지낸 놈들이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다닐 리는 없지.”
“하긴, 그렇겠네요. 시선을 끌어모으는 꼴이니까요.”
지난 세월, 마탑의 수사망을 피해 모습을 감춰왔던 이들. 대놓고 눈에 띄는 짓을 할 리는 없었다.
“시작이 좋구만.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하자고. 손님들 맞이하러.”
만족스러운 미소가 머금어졌다.
* * *
으리으리한 외관의 식당 칸.
그리고 그 옆에는 적당한 크기의 건물이 하나 있었으니.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투박하지도 않은, 다른 건물들과 적절히 융화된 잡화점이었다.
“내부 준비는 다 해두었습니다.”
앙헬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늘 명문가 자제들을 대상으로 경매가 열릴 장소이자. 그리고 마탑과 레볼루카가 스며들 장소였다.
“어서오십시오.”
안에 있던 원심회의 일원들이 우리를 반겨왔다.
“무슨 물건이 필요하십니까?”
공손히 물어오는 이들.
잡화점은 내 소유임을 비밀로 하고 있기에, 일부러 우리를 손님처럼 대하는 그들이었다.
“여기 초대장을 갖고 왔네만.”
오늘 경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초대장을 건네자.
“VIP셨군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자연스레 별도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이들. 뒤쪽에 마련된 조그마한 문으로 안내했다.
겉보기엔 창고의 입구 같았으나.
끼익-
그 내부엔 깔끔하게 정돈된 너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명문가 자제들의 사교시설로 만들어둔 비밀 연회장이었다.
“고맙네.”
“별말씀을요.”
연회장 내부엔 이미 몇몇 인물들이 도착해 있었다.
하나같이 멋들어진 옷을 빼입고 온 이들. 초대장을 받은 명문가의 일원들이었다.
– 가장 좌측에 있는 인물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언 마법을 사용해 남몰래 들려오는 앙헬의 음성.
한동안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 모두 초대 리스트에 있는 자들이구만.
– 그렇습니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혹여 우리의 초대 리스트에 없는 자가 왔다면, 정체를 의심해볼 만했으니까.
일부러 초대장만 각자의 가문으로 보냈기에, 별도의 초대 리스트는 외부로 공개하지 않은 상황.
우리가 보낸 적도 없는데 초대장을 가지고 왔다면, 마탑이나 레볼루카에서 잠입했을 확률이 높았다.
[일단 이중엔 프락치는 없는 건가?]‘그건 모르지. 애초에 우리가 정한 초대 리스트에 그들이 껴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명단에 있는 이들도 안심할 순 없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는 의심의 대상이었다.
– 앞으로 올 자들도 잘 봐줘.
– 알겠습니다.
아직 공지된 시간까지는 1시간가량 남은 상황. 앞으로 올 이들의 면면도 흘려넘길 순 없었다.
* * *
[많이도 왔구만.]‘그러게. 초대장 받은 사람 중에 반 정도는 온 건가?’
얼추 모인 이들은 30여 명에 육박했으니. 대륙에서 내놓으라 하는 가문의 일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터였다.
[오늘 경매 물건이 매력적이긴 했나 보구만.]‘마법사라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겠지.’
그들에게 전달한 경매품은 원심회에서 보관하고 있던 마법서. 블링크 마법에 관한 절기가 담겨 있기에, 이들의 흥미를 끌기엔 충분했다.
물론 모두가 경매 낙찰을 위해서만 온 것은 아니리라.
‘그냥 인맥 쌓으러 온 사람들도 제법 되겠지.’
명문가들의 젊은이들 사이엔 이미 만남의 장이 된 곳이니, 그저 사교의 목적으로 방문한 이들도 꽤 될 터였다.
[이제 이놈들 중에 마탑과 레볼루카를 솎아내야겠구만.]‘그게 오늘의 일이지.’
정체를 숨긴 채 이곳에 흘러들어왔을 자들. 오늘 두 세력의 윤곽을 반드시 밝혀내야 했다.
“오, 델레마의 자제분이시군요.”
그 순간 내 붉은 눈을 보고 접근한 이. 금발의 미남자가 악수를 청해왔다.
‘그라함 가문이라 했었나.’
앞서 식당에서도 보았던 인물. 성미가 불같다는 앙헬의 부연설명이 따랐던 이였다.
“반갑습니다. 그라함 가문이시지요?”
“오호, 어찌 알았습니까?”
“독수리의 용맹함이야말로 그라함의 상징이지 않습니까.”
그가 가슴팍에 달고 있는 배지 하나. 날개를 펼친 독수리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델레마의 자제분이 알아봐 주니 영광이군요. 로렐 그라함입니다.”
“이안 델레마입니다. 이제 막 마탑을 졸업한 풋내기이니, 혹여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리 예의 바른 청년인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잇는 그라함.
“사실, 아까 티나 질리아 님과 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한 방 먹여주셨더군요.”
“아, 지켜보셨군요. 제 장난이 너무 심했었죠.”
“아닙니다. 평소에도 말이 많던 분이라, 모두 통쾌해했을 겁니다.”
속삭이며 피식 웃는 로렐 그라함.
[생각보단 호탕한 인물이군.]그는 꽤나 내가 마음에 든 듯했다.
다만 우리의 대화는 길게 이어질 수 없었으니.
“이봐! 문 좀 크게 만들면 덧나? 내가 꼭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겠어?”
연회장 내부에 들려온 노한 음성.
자신의 흉을 보는 걸 알기라도 하듯, 티나 질리아가 들어서고 있었다.
“경매는 언제 시작하는 거야? 빨리하고 끝내자고! 어차피 내가 사갈 거니까.”
소리치는 그녀에게 참석자들의 시선이 모여드는 상황.
‘역시 들어오자마자 시선을 끌어주시는구만.’
입가에 작은 호선이 그려졌다.
–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인 것 같군. 시작하지, 앙헬.
– 알겠습니다.
앙헬의 고개가 끄덕였고, 동시에 내 손끝도 움직여졌다.
츠으…….
티나 질리아의 로브에 묻혀둔 흑마법의 잔재. 그것을 활성화시키는 중이었다. 별다른 마법은 아니었다. 그저 흑마법 기운을 조금 흘려내는 용도일 뿐이었으니까.
‘자아. 누가 마탑에서 오신 손님일까나.’
티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의 눈빛을 훑었으니.
[흑마법은 탐지하고 있겠지.]이곳에 마탑의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반응을 보일 터였다. 마탑에서 레볼루카에 관해 가지고 있는 단서는 흑마법과 기사였으니까.
‘흑마법을 감지하려고 안달이겠지.’
티나에게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흑마법의 기운에 반응하지 않을 리 없었다.
[게임 시작이로군.]그리고 동시에 연회장에 들어서는 이들. 원심회의 일원들이 경매품을 들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티나를 향했던 대부분의 시선들은 경매품을 향해 옮겨졌으나. 여전히 티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이들이 있었다.
‘음……. 꽤 많은데?’
누군가는 눈을 좁힌 채로, 누군가는 미간을 찌푸린 채였으니. 일곱 명의 인물들이 티나 질리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놈들은 확실한 듯하군.’
심지어 그중엔 서로를 바라보며 시선을 주고받는 이들도 있는바.
[저놈들은 같은 무리인가 보군. 마탑놈들인가?]확실히 흑마법에 반응하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레볼루카일지도 몰라. 놈들도 자신들에게 누명을 씌운 우리를 찾으려고 하겠지.’
앙헬도 그들을 파악하며 훑고 있었으니.
– 일단 저자들을 기억해두자고.
– 모두 확인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우리 역시 모종의 사인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계속된 경매의 현장.
“우선 이 자리에 찾아주신 VIP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원심회의 일원이 시선을 끌어갔다.
“이것이 기다리시던 마법서입니다. 블링크 마법이 담겨 있지요.”
계속해서 티나를 바라 볼 수야 없기에, 모두의 시선은 우선 마법서를 향해 옮겨졌다.
“이 자리에 계신 누가 이걸 차지하게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드리며.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경매 시작의 알림에 따라, 사람들의 눈빛에 기대감이 차오르던 그때였다.
끼익!
재차 열린 연회장의 작은 문.
“아이고, 미안합니다. 좀 늦었군요.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한 명의 사내가 더 들어서고 있었다.
[……쟤가 왜?]그를 향해 모든 이의 고개가 돌아갔으니.
‘리우……?’
등장한 이는 또 다른 붉은 눈의 사내, 리우 델레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