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35)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35화(135/150)
135화. 변화의 시작(3)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울 수밖에 없었다. 조금의 휴식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 폭음이 발생한 터. 엄청난 진동이 건물을 뒤흔들고 있었으니까.
[이런 미친.]서둘러 바닥의 푸른 막으로 다가서자 펼쳐진 풍경. 티나의 방은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으니.
‘이렇게 대놓고 움직인다고?’
깔끔하던 방 내부엔 깨어진 벽돌의 파편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건물 밖에서 습격했군.]외부와 연결된 벽면이 반파된 탓이었다.
“전언자님!”
그 순간 내 방문을 열고 달려 들어온 이. 다급히 내 곁으로 다가온 앙헬이었다.
“누군가 습격했어.”
“하, 이리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군요.”
“그러게 말이야. 완전 무식한 놈들이로군.”
역시나 아래층의 광경을 바라본 앙헬.
“보는 눈도 많은데, 이렇게 나오다니요.”
다른 손님들도 있는 이 공간에서 이런 공격적인 행동을 자행할 줄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흑마법 기운을 느껴서, 확신했나 보군.]티나의 몸에 붙여두었던 흑마법의 기운. 습격한 이들이 마탑이건, 레볼루카이건. 티나는 확실한 그들의 표적이었다.
‘빠르게 치고 빠지려나 본데.’
그리고 역시나 반파된 벽 틈으로 등장하는 인영들.
‘흠.’
다만, 나타난 테러범들의 모습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 있는 건가?’
등장한 이들은 총 셋이었으나.
[그러게. 밝혀져도 상관없나 봐.]자신들의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였으니까.
“네, 네놈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티나 역시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바.
“……글룬, 무라이, 티고.”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세 가문이 무슨 일로 날 찾아왔냐 물었다. 그것도 이리 예의 없게.”
아까 연회장에서 티나 질리아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이들이었다.
“티나 질리아. 당신을 데리러 왔습니다.”
셋 중 입을 연 인물. 가운데에 있던 장발의 남성이었다.
“앙헬. 저놈이 무라이 가문이라고 했었지?”
“예, 맞습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티나 질리아를 노려보는 사내.
“날 데리러 왔다라?”
티나 역시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목소리를 깔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더 소란을 일으키긴 싫으니, 순순히 따라가시죠.”
말과는 달리 양손에 가득 마나를 끌어 올리는 무라이가의 사내. 따르지 않으면, 공격도 불사할 기세였다.
“이런 미친놈들이. 감히 질리아를 대상으로 이따위 짓을 벌인다고? 네놈들의 가문이 무사할 성싶더냐?”
습격한 이들도 명문가들이긴 하나, 오망성 중 하나인 질리아의 위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평소라면 당연히 그녀의 엄포에 주눅 드는 것이 당연했겠으나.
“하아……. 티나 질리아 님.”
무라이가의 사내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티나.”
“……뭐?”
“우린 질리아 가문을 향해 이를 드러낸 것이 아니다. 오로지 미쳐버린 마녀를 처단할 뿐이지.”
마녀라는 단어에 발끈하는 티나.
“이런 미친놈들이, 누구더러 마녀라고 지껄이는 게냐!”
그녀의 손에도 거친 마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티나.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왔을 거라 생각하나?”
장발의 사내 역시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얼마나 흑마법을 연구했으면, 네년의 몸에서 끊임없이 흑마법의 기운이 흘러나온단 말이냐!”
“……뭐라? 흑마법?”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티나 질리아.
“무, 무슨 소리냐! 흑마법 따윌 내가 왜!”
“잡아떼도 소용없다. 드디어 네년의 꼬리를 잡았구나. 흑마법을 사용하고, 마탑을 테러하고도 무사할 성싶더냐. 지난 5년간 네놈들을 추적했다. 그 노력이 오늘 결실을 맺을 것이다!”
그제야 이들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마탑에서 보낸 놈들이로군.’
5년 전 마탑 테러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들. 마탑을 대변하듯 입을 뗀 그였다.
“오, 오해가 있어! 내가 흑마법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난 그따위 테러범이 아니라고!”
당황한 티나는 극구 부인해 보았지만.
“역시 순순히 따라 갈 생각은 없나 보구나. 걱정 마라. 네년을 데려가 마탑에서 심문할 테니. 레볼루카의 뿌리를 뽑아줄 것이다.”
급습한 세 사내가 동시에 손을 저어냈다.
파즉!
순간 방안에 번뜩이는 밝은 빛. 좁은 방이기에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전격계 마법이 티나를 향해 쏘아졌고.
우우웅!
다급히 에어쉴드를 전개한 티나 질리아.
파아아아!
두 마법이 격렬히 격돌했다.
[제법 하는군.]습격에 당황한 티나였으나, 마법을 사용할 때는 침착했다.
‘못해도 7성은 될 테니까.’
그녀 역시 질리아의 핏줄. 보통 마법재능은 아닐 터였다.
[그래도 한계가 있겠지.]다만, 저들 역시 마탑에서 추려보냈을 실력자들.
티나의 수준을 알고도 이리 찾아왔다는 것은,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일 터.
‘시간 문제지.’
잠깐은 버틸 수 있겠지만, 티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당하고 말 것이었다.
“전언자님. 어찌하시겠습니까? 지금 나서시겠습니까?”
고민스러운 상황임에는 틀림없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이 많았으니까.
[나서기도, 나서지 않기도 애매하구만.]‘그러니까 말이야. 다른 놈들은 아직 파악을 못 했는데.’
의심스러웠던 자들 중 3명밖에 나타나지 않은 상황. 아직 다른 이들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터였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이대로 저 여자가 끌려가고 상황 종료될 거다.]그렇게 된다면, 다른 인물들의 정체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터였다.
‘그래도 나서기엔 너무 위험부담이 커.’
그렇다고 지금 나서자니, 갑자기 다른 인물들이 튀어나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오늘은 아쉽지만, 저 세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된 거로 만족해야겠어.’
[그래. 안전한 게 최고지.]티나 질리아에겐 미안하지만, 어차피 그녀의 결백은 마탑에서 증명될 터.
“일단 이대로 두자고.”
결국 판단은 나서지 않는 것이었다.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뒤에 어떤 일이 더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그래. 마탑에서 저 세 사람 말고 다른 함정을 숨겨두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마주하기로 한 티나의 최후. 첫 공격 이후 몇 차례 더 공격을 막아낸 그녀였으나.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세 사람이 뿜어내는 마법에 계속해서 저항할 수는 없었다.
푸우욱!
결국 그녀의 어깻죽지를 꿰뚫고 만 얼음송곳 하나. 티나의 몸이 반바퀴 돌아가며 고꾸라지고 말았다.
“이, 이 망할 놈들! 내가 분명 아니라고 했을 텐데! 내 결백이 증명된다면, 네놈들은 내가 꼭 벌할 것이다!”
그렇게 마력 포승줄을 꺼내 든 세 사람.
“닥쳐라. 네년과 말을 섞고 싶지 않으니까.”
우악스러운 손길로 티나의 손목에 포승줄을 묶어내던 그 순간이었다.
쿠아아앙!
재차 들려온 폭음. 이번에는 외벽 쪽이 아니었다. 객실의 문이 터져나가며 방 내부에 있던 이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미안합니다만, 소란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 너머로 등장한 인물.
‘하.’
리우 델레마가 방긋 웃고 있었다.
“역시,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네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리우의 등장에 마탑 측 세 인물이 눈을 좁혔다.
“델레마의 리우 님이시군요. 이 모습만 보면 오해를 하실 수도 있겠으나, 사실 저흰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입니다.”
“호오. 그렇군요.”
“5년 전 마탑 호송대 습격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아아. 물론 알고 있죠. 후스타프 님이 엮여있던 일이니까요.”
“레볼루카라는 놈들의 짓이었죠. 그놈들의 꼬리를 드디어 잡은 겁니다. 티나 질리아, 이 여자에게서 흑마법의 기운을 감지했거든요.”
팔다리가 묶여버린 티나 질리아.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누구더러 흑마법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으아!”
분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괴성만 질러댈 뿐이었다.
“그렇군요. 흑마법을 다룬다니……. 조사할 필요가 있긴 하겠군요.”
“예. 그러니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
고개를 끄덕인 리우.
“헌데, 그 마탑의 테러범이라는 자들이 레볼루카라는 것은 확실합니까?”
다만, 리우는 조금 다른 포인트에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곳의 생존자에게 확인한 내용입니다.”
“생존자에게 확인했다라……. 습격한 이들이 레볼루카라는 증거를 보기라도 했냐 이 말입니다.”
“놈들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레볼루카라고 떠벌렸다죠.”
“흠. 그럼 결국 증거를 본 건 아니군요. 그 테러범들이 레볼루카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십니까?”
무라이의 눈썹이 한 차례 꿈틀댔다.
“그놈들이 레볼루카를 사칭한 것일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직접 보지도 않고 여태 허상을 좇은 게 아닌가 해서요.”
“으음. 리우 님. 마탑에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쫓은 것입니다.”
“그런가요.”
고개를 끄덕인 리우. 장발의 사내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사뭇 진중해졌다.
“……하지만 그대들이 틀렸다면 어쩌겠습니까?”
거듭된 리우의 물음에 기분이 나빠진 탓일까.
“그건 지금 여기서 이야기할 것이 아닌 것 같군요.”
무라이가의 사내 역시 점차 표정이 굳어가고 있었다.
“제가 직접 그 사실을 파헤쳐보고 싶은데요. 티나 질리아라는 분을 제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아까부터 자꾸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조금 무례하신 듯합니다.”
“역시 안 되겠지요?”
그리고는 양손에 마나를 끌어 올리기 시작하는 리우. 이제껏 방안에 들끓었던 마나보다 훨씬 강대하고 세찬 기운이었다.
“……지금 무엇 하시는 겁니까?”
“사실 저도 티나 질리아에게 볼 일이 있거든요. 조용히 데려가려 했는데, 그대들이 먼저 선수 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게 되었군요.”
그의 말에 미간을 좁힌 건 마탑의 일원들뿐만이 아니었다.
‘리우…….’
흑마법을 사용한 티나 질리아에게 볼 일이 있는 자. 그러면서 마탑이 아닌 자.
리우의 말들은 그가 레볼루카임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레볼루카가 누명을 썼다는 사실까지 넌지시 밝히고 있었으니까.
‘하필 리우였다니.’
괴짜 상인 디폰이 델레마의 핏줄에도 레볼루카의 일원이 있다고 했던바. 델레마의 등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게 중 유일하게 마음이 갔던 리우였기에, 마음이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그 꼰대들 사이에서도 유일하게 깨어있는 녀석이더라니.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랐구만.]그들이 지향하는 점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들의 이름 그대로 혁명을 지향하는 집단.
리우의 성향은 그들과 썩 어우러지는 것이었다.
“……리우 님. 지금 하시는 말씀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거듭 묻는 장발의 사내.
“말 그대로입니다. 티나 질리아는 제가 데려가야겠습니다.”
“설마 리우…… 님도. 이 마녀와 한패입니까?”
“지레짐작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아무튼 그냥 내어주실 생각이 없으신 것 같으니…….”
그의 손에 소용돌이 치던 마나는 이내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 방법밖엔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