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4)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4화(14/150)
14화. 락슨 델레마
뭐라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
[X됐네.]말 그대로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락슨의 가라앉은 눈을 보는 것 말곤,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좋게 넘어가긴 힘들겠지?’
[아무래도……?]그의 눈에선 감정조차 읽기 힘들었으니,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하아.’
그저 아이같이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최선이었다.
“이 정도 공간이동 마법이라면, 리우가 벌인 일이겠군.”
창고의 문을 만져보는 락슨.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무미건조한 음성엔 아직 노여움이 섞여 있지 않다는 것.
‘화난 게 아닌가?’
그 이질적인 음성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다.
‘그러고 보니 살기도 전혀 없고.’
저 정도 되는 자라면, 기운을 뿜어 압박하는 것이 편할 터.
그 말인즉슨.
‘일단 얘기는 들어보겠다는 거군.’
최소한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리우와 연관된 일이기에, 넘어가 줄지도 몰랐다.
“리우가 널 이곳에 들였느냐.”
“예. 제가 부탁드렸습니다.”
“가문의 일원만이 이곳에 들 수 있는 걸 모르는 게냐? 감히 델레마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도 걸리지 않을 성싶었더냐.”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바짝 고개를 숙이는 게 최선이란 것쯤은, 전생의 경험이 없었어도 알 수 있었다.
“하아. 이곳에 드나드는 쥐새끼가 있음은 진즉 알고 있었다. 허나, 외부로 공간이동 마법이 설치되어 있을 줄이야. 리우의 마법 때문에, 널 찾는 데 3년이나 걸렸구나.”
저벅. 저벅.
한 걸음씩 다가오는 발소리가 천둥처럼 귓가를 맴돈다.
‘어쩌지.’
[상황 봐서 도망쳐야 하나?]최악의 경우 그래야 할지도 몰랐다. 가문의 룰을 어긴 단죄를 받느니, 가문을 벗어나는 게 나을 테니까.
‘하, 이번 생도 쉽게 살기는 거른 건가.’
델레마의 눈을 피해 살아가는 것을 상상할 즈음이었다.
“이런 짓까지 하다니. 리우가 네 녀석을 어지간히 이뻐하나 보군.”
뒤이은 락슨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이곳에 보내 달라고 한 이유가 무엇이지?”
어째 분위기가 요상했다.
‘봐주려는 건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마학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깊이 있는 마학이라?”
“예.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해낸 최선의 이유였다. 마법사들은 배움에 있어선 관대했으니까. 배움을 욕심내는 건 마법사의 기본 소양으로도 손꼽혔다.
물론, 죄송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도 잊지 않았고.
“아카데미가 시시하다니, 시건방진 소리로구나.”
입꼬리를 씰룩인 그가 재차 소리를 내었다.
“좋다. 그럼, 네 성취가 얼마나 뛰어난 지 내게 보여라. 날 납득시킬 정도라면, 이번 일은 못 본 걸로 해주지. 그리고 아카데미 졸업 때까지, 서고를 이용하는 것도 허락해주겠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으나,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제가 어떻게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성취만 증명해 보인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소리였으니까.
“내가 곧 찾아가 테스트를 하겠다. 대신, 증명하지 못한다면 각오해야 할 것이다.”
* * *
그날 이후, 일주일간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그렇다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검사로서의 본능이었다.
길을 거닐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까.
혹여, 내 성취를 테스트하기 위해, 락슨이 습격을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지난밤도 거의 뜬눈으로 지새운 후, 강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안! 잠은 잘 잤어?”
드류는 오늘도 여전히 해맑았다.
“아니…….”
“헙! 너 같은 천재도 졸업 심사는 긴장되나 보구나!”
그런 게 아니었으나,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아, 응. 조금.”
강당에는 이미 모든 아이들이 출석한 상태였다.
졸업 심사 날인 탓일까. 평소보다 침착한 강당의 분위기. 공기를 가득 채운 긴장감에, 어떤 아이도 재잘거리지 않았다.
‘일단 나도 졸업 심사에나 집중해야지.’
락슨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한 머리를 애써 털어내었다.
“자, 오늘 심사 대상은 앞으로!”
알로이가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며 소리쳤다.
그의 등장에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더욱 굳어진다. 모두가 졸업 심사 대상인 아이들이었다.
“휴우. 잘할 수 있겠지?”
드류 역시 애써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너도 3성은 됐으니까, 3가지 마법만 보여주면 되잖아.”
마탑에 입학하기 위한 최소한의 성취. 그리 어려운 요건이 아니었다. 그저 본격적으로 마법을 배우기 위한 기초적인 재능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긴장하지 마라. 이놈아.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물론, 드류는 마법적 재능이 이 클래스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육체 단련과 더불어 마법에도 개인 교습이 들어갔음은 물론이었다.
[쟨 너랑 다르잖냐. 긴장될 수밖에 없겠지.]‘그래도 마법 세 개는 쓸 수 있게 만들어놨으니. 긴장만 안 하면 통과하겠지.’
알로이의 앞으로 나온 건 16명이었다.
“호오. 이번 기수 아이들은 유별나다니까. 다들 왜 이렇게 진도가 빠른 거야? 역시 내 제자들이야!”
알로이의 자랑스러운 눈빛이 아이들을 향할 때였다.
끼익-.
재차 강당의 문이 열렸다.
“진도가 빠르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 그만큼 놓치고 지나가는 것도 많다는 의미일 테니까.”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아이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저분은 누구야?”
“글쎄?”
“누구지?”
모든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허…….”
나와 맥더프만이 작게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알로이 교관. 오랜만이군.”
자연스레 분위기를 장악한 남자를 향해, 알로이는 고개를 숙였다.
“락슨 님. 여긴 어쩐 일로.”
그 이름에, 아이들이 다급히 입을 틀어막는다. 아카데미의 아이들조차, 익히 알고 있는 이름. 락슨의 무심한 시선이 16명의 아이를 훑었다.
“이번 아카데미 졸업 심사는 내가 직접 봐도 되겠나?”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찾아온다던 게…….’
내게 성취를 증명해 보이라던 것이 졸업 심사였음을.
“……네? 심사를 직접 말씀입니까?”
알로이는 살짝 당황한 내색을 비췄지만.
“그래, 알로이. 자네는 물러서 있게.”
락슨 델레마의 명을 거절할 순 없었다. 그의 날 선 기운이 강당을 장악하고 있었으니까.
“나도 심사할 자격은 있잖은가. 델레마 가문의 5성급 이상의 마법사면 되는 거 아닌가? 나도 그 정도 능력은 있다네.”
5성 이상의 마법사. 델레마 아카데미 졸업 심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물론, 9성 경지를 목전에 뒀다는 락슨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리 없었고.
“알겠습니다. 락슨 님께서 직접 참관해주신다면, 아이들도 영광이겠지요.”
결국, 알로이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거기 앞에 나와 있는 아이들이 이번 심사 대상인가?”
“네. 그렇습니다.”
“좋아. 길게 끌 것 없지. 바로 시작하자고.”
알로이의 옆에 선 락슨이 단상 위의 아이들을 훑었다.
“다들 훌륭하다. 아직 아카데미에 들어온 지 5년도 안 됐는데 졸업 심사 대상이라니.”
그런 그의 눈빛이 내게 한참 머물더니.
“과연 성취가 얼마나 뛰어난지, 내가 직접 보고 싶어 이리 자리했으니. 다들 이해해주길 바란다.”
분명 내게 하는 말이리라. 락슨은 고개를 휙 돌려 구석으로 자리 잡았다.
그 모습에 드류가 몸을 움찔 떨었다.
“와, 정말 무서우시다. 어떡해?”
“걱정 마. 연습했던 마법 세 개만 보여주면 될 거야.”
그렇게 드류를 안심시켰건만, 락슨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카데미 졸업 심사는 마탑에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마탑 입학 요건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
락슨의 물음에 감프가 손을 들며 대답한다.
“3성의 마나를 보유하고, 세 가지 이상의 속성을 다뤄야합니다!”
“맞는 말이다. 허나! 난 편안한 상태에서 사용하는 마법이, 제대로 된 마법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3개 이상의 원소를 다룰 수 있어야 하지.”
무표정으로 입을 여는 락슨에게 누구하나 의문을 표할 수 없었다. 감히 그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아이는 단 하나도 없었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다들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조건을 주겠다. 두 사람씩 나와서 마법 대련을 해라! 그리고 대련하며 각자의 성취를 선보여라.”
“저어…… 락슨 님. 물론 좋으신 의견이지만, 아이들은 아직 대련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알로이가 다급히 만류해보았지만.
“자네가 키웠다고 감싸는 건가? 델레마 아카데미 출신이 마탑에 가서 무시당하는 꼴은 못 본다네. 졸업하는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한 거지.”
알로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락슨의 말에 두 번이나 반발할 용기는 없는 듯했다. 이미 한 번 반발한 것만으로도, 그가 제자들을 아끼는 마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락슨은 한 마디를 덧붙였으니.
“그리고 대련에서 진 사람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하겠다.”
강당의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 * *
테스트는 바로 시작됐다. 서 있는 순서대로 둘씩 나오라고 한 락슨의 명에 따라.
“벨라 라그엠입니다.”
“앤더즈 돌먼입니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두 아이가 단상 위로 올랐다.
‘괜히 미안하네.’
나만 아니었다면, 원래대로 치러졌을 심사였을 터. 괜히 16명의 아이들 중 절반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뭐, 어쩔 수 있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후우. 그래도 마음은 쓰이잖냐.’
단상 위 두 아이. 그중에서도 앤더즈에게 안쓰러운 눈길이 쏘아졌다.
‘당연히 벨라가 이기겠지…….’
앤더즈는 이제야 막 세 가지 속성을 다루게 된 반면, 벨라는 이미 반년 전부터 성취를 이룬 상태였다. 맥더프, 에리엘을 제외한 아이들 중에선 가장 뛰어난 재능이었다.
“그럼 시작해라.”
역시나 상황은 볼 것도 없었다. 앤더즈는 벨라의 워터볼을 한 번은 막아냈지만.
촤륵-!
연속적으로 빠르게 쏘아낸 다음 워터볼에는 대응하지 못했으니까.
“으윽!”
앤더즈는 단상 위에서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고, 벨라는 헤벌쭉 웃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락슨에게로 향한 알로이의 시선. 그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리라.
“합격자는…….”
하지만 락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없다.”
분명, 벨라가 승리했건만, 그는 벨라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 어째서 저는 합격이 아닌 건가요?”
벨라가 용기 내 되물었으나.
“난 분명 세 가지 속성을 다 선보이라고 했을 텐데.”
락슨의 싸늘한 음성이 되돌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벨라는 결과를 수긍할 수 없는 듯했다.
“하, 하지만. 전 세 가지 속성을 다룰 수 있어요.”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다급히 불꽃을 피워 보이는 벨라였다.
“아니. 편안한 상태에선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다. 굳이 너희보고 대련하라고 한 이유를 모르겠나? 그 정도도 이해 못 한다면, 마법사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군.”
벨라를 아래위로 훑으며 미간을 찌푸리는 락슨. 그 경멸 어린 시선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알로이마저도 잠시 입술을 씰룩거릴 뿐, 그를 제지할 순 없었으니까.
‘이기더라도 속성을 다 못 쓰면 소용없다는 건가.’
[거 참, 빡빡하구만. 이제 막 열 대여섯 된 애들한테.]낙담한 벨라는 무릎을 꿇고 말았고.
“자, 다음.”
심사는 속행됐다.
* * *
심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한정적이었으니까. 대련의 승부는 금방 결정지어졌다.
“후우.”
손끝에서 불꽃을 거둬낸 맥더프가 락슨을 바라본다.
“맥더프 델레마. 합격.”
세 가지 속성을 이용해, 상대를 쓰러뜨린 녀석이었다. 그 모습에 바로 앞에 서 있던 드류는 더욱 긴장한 듯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순서가 다가옴에 따라, 녀석의 걱정도 커져만 갔다. 드류의 상대는 녀석의 앞에 있는 갈손 하퍼스. 갈손에게까지는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잘 들어, 드류. 넌 운이 좋은 거니까.”
갈손의 주력 속성은 화, 목, 뇌였다.
“마침, 네가 쓰는 속성 상성이 더 뛰어나. 저 녀석이 화 속성 마법을 쓰면, 바로 수 속성으로 대응하고. 목 속성 마법을 쓰면, 화 속성으로 대응해.”
“그럼 뇌 속성을 쓸 땐, 토 속성으로 막으면 되겠구나.”
“그렇지.”
말은 쉽게 했지만, 지금의 아카데미 아이들 중 드류만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이 녀석 동체 시력은 장난 아니니까.’
타고난 무가의 체질을 가진 녀석은 그 찰나의 순간, 상대방의 마법을 판단할 수 있을 터였다.
‘지금은 내 걱정이나 해야지.’
내 상대는 바로 뒤에 있는 아이. 에리엘이었다. 수속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능. 가장 까다로운 상대임이 분명했다.
[뭐, 그런 존재일수록 허점도 있는 거지.]‘그렇지. 자신만만한 부분에서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당연히, 어렵다뿐이지, 져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게 있어 이번 심사는 아카데미 졸업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니까.
‘무조건 이긴다.’
락슨의 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