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41)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41화(141/150)
141화. 각성
“지금 홀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네가 모를리는 없을테고…….”
홀로 데려다 달라는 나의 요청에, 미간을 찌푸린 그란텔.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밤의 홀은 기운들이 폭주하는 터. 당연한 걱정이었다.
“사실 지난번 홀에 갔을 때 느낀 것이 있어요.”
“지난번이라면……. 사고가 벌어질 뻔한 때 말인가?”
“네. 실수로 초저녁까지 있었을 때요.”
지난 방학 때도 역시나 방문했던 홀. 오러를 모으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해가 진 것도 모른 채 홀에 더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하필 그때 잎사귀족도 아무도 없었지.]이제는 수차례 방문했기에 혼자서도 홀까지 다닐 수 있는바. 하필 잎사귀족도 동행하지 않은 때였다.
‘그래도 그 덕에 가능성을 봤으니까.’
폭주하기 시작한 홀의 기운들 속에서 발견한 한 가지 가능성.
[그놈이 또 튀어나올 줄이야.]몸속의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하던 때, 검은 기운이 슬그머니 튀어나왔으니. 폭주하는 오러와 마나를 진정시키며, 몸속을 장악하던 기운.
그 덕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터였다.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확실한 방법이 아니라면, 난 말리고 싶네만.”
당연히 이어지는 그란텔의 걱정 어린 목소리.
[넌 겁도 없냐? 잘못하면 깨꼬닥이라고.]오베론 역시 만류하고 나섰다.
다만, 포기하기 힘든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그래도 그때 엄청난 오러와 마나를 느꼈어. 홀은 밤에 가야 진짜라고.’
낮에도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는 홀이었지만, 밤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홀.
‘그것만 제대로 흡수할 수 있으면, 훨씬 시간을 아낄 수 있어.’
그 강대한 기운을 갈무리할 수만 있다면…….
‘예전의 경지는 물론, 10성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단시일 내에 꿈의 경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었다.
당장, 오망성 가문들과 마탑에서도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는 터.
‘이런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어?’
한 명의 기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마법사로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금단의 묘약이었다.
[하아. 만약 그 검은 기운이 널 보호한다고 쳐. 그다음에 그놈이 네 몸을 다 잠식하면 어쩌려고 그래? 네 몸에서 그놈을 몰아낼 수 있겠어?]다만, 또 다른 걱정을 안겨주는 오베론.
‘그럼 그땐 네 권능을 사용할 테니, 네가 들어와서 쫓아내 줘.’
이미 마음을 정해버린 날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씨. 이게 날 진짜 뭐로 보고! 나 그놈이랑 마주치기 싫다니까?]‘제 성좌님! 그럼 제가 위험에 처했는데 그냥 두고 보시렵니까?’
[이럴 때만 성좌님이지?]투덜거리는 오베론을 뒤로한 채, 그란텔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가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으음. 자네 뜻이 그렇다면 시도는 해보자고. 어차피 자네는 한번 결정하면 고집을 꺾지 않지 않는가.”
역시 내 성미를 파악한 그란텔.
“대신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내가 들쳐 엎고 나오겠네.”
결국 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 * *
만월(滿月).
빈틈없이 꽉 찬 달이 에고의 숲을 비추었다.
‘확실히 거세긴 하군.’
하필이면 보름달이 뜬 날. 아직 홀 근처에 다다르지도 못했건만, 몸속의 마나와 오러가 요동치고 있었다.
[괜찮냐?]‘아직은. 근데 조금만 더 가면 확실히 위험하겠어.’
아직까진 자의로 오러와 마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조금 더 접근하면 그조차 쉽지 않을 터.
[심상치 않아. 주화입마에 빠지기 딱 좋은 상태다.]저 멀리 용솟음치는 홀의 기운을 바라보는 오베론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어떠냐?]‘일단 하는 데까진 해보고.’
홀에 가까워질수록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마나와 오러의 흐름. 과거 9성의 경지에 올랐던 나였기에, 기의 흐름에는 통달했다고 생각했건만.
‘확실히 힘들긴 하군.’
절로 식은땀이 나는 상황이었다. 자칫하면 내부의 기운이 폭주해버릴 상황. 이미 전신은 식은땀으로 젖어버린 상태였으니.
‘얼른 반응해라…….’
한 걸음씩 다가설수록, 검은 기운의 도움이 절실해져만 갔다.
“무리라고 느껴지면 언제든 말하게.”
그란텔의 걱정어린 목소리 속.
한 걸음을 더 내디뎠을 때였다.
‘……!’
순간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 마나와 오러가 아닌 또 다른 기운이 심장에서 느껴지기 시작했으니.
‘나왔구나.’
검은 기운이 흘러넘치며, 몸속에 퍼져가고 있었다.
[어때?]‘확실히 한결 나아.’
요동치던 오러와 마나를 다독여가는 검은 기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하던 기운들은 그 안에 갈무리되는 듯했다.
“그란텔 님. 좀 더 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
“으음. 확실히 방금 전보다는 표정이 가벼워 보이는구만.”
그리고 그란텔의 안내 하에 이어진 걸음. 밝게 뜬 달 아래, 홀을 향한 여정은 지속 될 수 있었다.
천천히 한 걸음씩.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내딛길 수십 분.
점차 거세어지는 기운 탓에 머리칼이 흩날리고, 로브 자락이 펄럭이기 시작했으니.
[곧 도착이군.]어느덧 창공에는 홀에서 삐져나온 기운들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오베론.’
그리고 잠시 후 시야에 비친 것.
‘근데, 원래 기운 색들이 이런가?’
[왜?]기존에는 각양각색으로 빛나던 기운들이었건만.
“그란텔 님. 원래 밤엔 이렇게 변하는 건가요?”
“무엇이 말인가?”
“기운들이 모두 검은색으로 바뀌었잖아요.”
지금 매섭게 몰아치는 기운들은 모두 흑빛이었다.
“……그게 무슨?”
앞서 걷던 그란텔이 고개를 돌려왔다.
“자네! 괜찮은가?”
그런 그의 두 눈이 크게 뜨여졌으니.
“예?”
나란히 서 있던 오베론의 시선 역시 내게로 향했다.
[……이런 미친!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그게 무슨 소리야?’
두 사람의 표정이 잔뜩 상기된 채였다.
“자네 눈이……!”
[전부 검게 물들었어.]그 순간.
시야는 온통 흑빛으로 암전됐다.
* * *
사위로 고개를 돌려보아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온통 캄캄한 세상. 한 줄기 빛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 칠흑 같은 어둠만이 눈에 비칠 뿐이었다.
‘……여긴?’
분명 조금 전까지 앞에는 그란텔, 옆에는 오베론이 함께 있었건만.
이 어두운 그림자 속엔 오로지 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오베론!’
혹시 몰라 소리쳐보았지만, 잔잔한 메아리만이 나를 놀리듯 되돌아왔다.
‘여긴 대체…….’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 마치 붕 떠 있는 듯, 기시감을 느끼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당연한 듯한 이곳에, 조금의 변화가 찾아왔으니.
‘……!’
순간 귓가를 자극한 조그마한 기척.
다급히 고개를 돌린 곳엔, 조그마한 빛이 꿈틀대고 있었다.
[……야.]그리고 들려온 목소리 하나.
[…해야.]들릴 듯 말 듯 조그맣던 그 목소리는 점차 선명해 지고 있었으니.
[아해야.]분명 누군가 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슬며시 움켜쥔 프라가라흐의 검 자루. 언제든 오러를 뿜어낼 준비를 마친 채였다.
[드디어 내 목소리가 네게 닿는구나.]목소리는 귓가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베론의 말처럼 머릿속을 울리는 듯했으니.
“……누구냐.”
일반적인 존재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터인데.]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뿐이었다.
“네가 오베론이 말한 그놈이군.”
흑마법 카드에서 흡수된 검은 기운. 언젠가부터 심장에 자리 잡고 있던 그 기운이 분명했다.
[아, 그 빌어먹을 기사 말이로구나. 어찌나 방해하는지. 그 때문에 네게 닿기가 이렇게 힘들었구나.]“여긴 대체 뭐지?”
그러자 주변을 한 번 훑기 시작하는 눈동자.
[우습구나. 자신의 몸속도 알아보지 못한다니.]“뭐?”
[이곳은 네놈의 몸 속이다. 그리고 보다시피 내가 모두 장악한 상태이지.]온통 검은 칠로 가득한 곳. 내 몸속을 장악했다는 놈의 말에 미간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오베론이 봐온 게 이건가.’
권능을 사용할 때면 매번 놈으로부터 내 몸을 지켜왔던 오베론.
검은 기운이 뿜어내는 이질적인 감각은 나로서도 결코 반겨지지 않았다.
‘…….’
그제야 오베론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들긴 했으나, 이곳에서 주야장천 이놈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야 없는 노릇.
“네놈 정체가 뭐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이어진 질문에 나타났던 작은 빛무리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정체라…….]점차 커져가는 한 줄기의 빛. 어두컴컴한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하던 그것은, 이윽고 둥그런 형태를 띤 채로 번뜩였으니.
[이 몸은 성좌이다.]어느덧 검은 공간에는 거대한 눈동자 하나가 띄어져 있었다.
“……성좌라고?”
[그래. 그 빌어먹을 기사 놈 같은 성좌이지.]분명 그가 뿜어내는 기운은 오베론의 그것과 흡사한 듯 싶었으나.
“네가 성좌라면, 왜 카드 속에 있었던 거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오베론에게 듣기론, 성좌들에겐 본디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터. 인간과 계약을 맺지 않은 성좌는 그곳에서 머문다고 했었다.
[난 계약한 인간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렇기에 인간계에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이고.]“계약한 인간이 있다고? 그것도 이상하군.”
흑마법 카드는 후안 델레마가 직접 만들었다고 했던바. 그 말인즉슨, 천 년이나 그 속에 있었다는 말이었으니까.
“네 계약자는 죽었을 텐데?”
계약자가 죽는 순간 성좌들의 세계로 보내졌어야 할 터. 그는 계속해서 인간계에 남아 있었다.
‘오베론도 그렇긴 했지만.’
오베론 역시 천 년이나 인간계를 떠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계약한 상태로 환생을 해버린 내 덕분. 결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그 빌어먹을 놈이 죽었는지 아닌지는 내 알바가 아니다. 네 말대로 난 그놈의 계략에 빠져, 좁은 카드 속에 천 년을 갇혀 있었거든.]“뭐? 가뒀다고? 그것도 네 계약자가?”
[그래. 아직도 분이 가라앉지 않는구나.]말투는 이제까지와 같이 평온했으나, 그 거대한 눈가엔 핏발이 서고 있었다.
“설마 그 계약자라는 놈이…….”
그리고 내가 예측할 수 있었던 것.
“후안 델레마 인가?”
천 년 전 손수 카드를 만들었다던 놈. 그리고 성좌를 계략에 빠트려 봉인할 수 있는 실력자라면, 후안 델레마 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손짓 한 번에 태산을 깎아내고, 또 한 번의 손짓으로 바다를 움직여 해일을 만들었던 놈.
‘지금까지도 그런 놈은 못 봤으니.’
인정하고 싶진 않으나, 후안 델레마의 마법은 이미 인간의 그것을 넘어선 듯 보였었으니까.
흑마법까지 섭렵한 그는, 지금껏 만나온 그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상대였다.
다만, 그 순간 이 어두운 공간에 급격한 변화가 들이닥쳤으니.
[후안 델레마!]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강한 압박감. 눈동자에서 튀어나온 기운이 검은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큽!’
그 거대한 눈가에 핏발이 가득 들어찼으니. 흰자위 따윈 애초에 없었다는 듯, 붉게 물든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