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42)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42화(142/150)
142화. 각성(2)
[후안 델레마!]그 이름에 발작하듯 핏발선 눈동자. 순간적으로 뿜어낸 압박감에 정신조차 차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후안 그놈은 이런 놈을 어떻게 봉인했다는 거야…….’
성좌가 본심을 다해 뿜어낸 존재감.
내게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건만, 인간의 몸으로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 년이나 마음을 가다듬었건만, 그 이름엔 도저히 진정이 안 되는구나! 아해야! 어찌 내 앞에서 그 이름을 논했는가!]아득한 기운 탓에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 지경이었으니.
“……이봐. 내게 이래 봐야 좋을 것 없을 텐데.”
핏발선 눈동자를 향해 겨우 말을 내뱉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너도 결국 내 몸에 기생하고 있는 것 아닌가?”
[뭣이라?]“그런 게 아니라면 진작 내 몸에서 빠져나가, 네 갈 길을 갔겠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날 바라볼 뿐인 눈동자. 다만 몸을 옥죄이던 압박감은 한층 사그라진 채였다.
“게다가 내가 위험할 때만 튀어나온 걸 보면……. 너도 내 몸속에 머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 아냐?”
필시, 놈에게도 무언가 사연이 있으리라.
“후안이 네게 건 봉인 때문인가?”
[……꽤 통찰력이 있는 놈이로군.]어느덧 눈가의 핏발은 잦아들고 있었으니, 꽤나 평정심을 되찾은 그였다.
[그래. 그 빌어먹을 놈 때문이지. 그놈이 내게 건 건 단순한 봉인이 아니니까.]“……저주도 함께였나보군.”
일반적인 봉인마법은 매개체에 대상을 집어넣는 것에 그치지만, 이놈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흑마법 카드에서 내 몸으로 이전된 놈.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만 튀어나올 수 있는 듯했으니까.
[그래. 그놈은 내게 저주도 걸었다. 그게 무슨 내용인지 아나?]나를 향한 거대한 시선. 그 눈가에 조금의 핏줄이 재차 맺혀갔다.
[흑마법 카드를 고른 놈에게 전이되어, 그 몸을 지키라는 것이지.]“……그 말은 날 지킨다는 것인가?”
[그래. 네놈의 몸이 위험한 상황일 때만 나타날 수 있게 저주를 걸어놨지.]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베론의 권능을 사용한 때, 그리고 홀의 기운이 몸을 헤집어 놓았던 때.
그때마다 나타나 내부의 기운들을 진정시키듯 다독였던 놈이었으니까.
“즉, 넌 네 몸에 해가 되는 행동은 못 한다는 소리군?”
그 거대한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이 한결 편안해진 터였다. 날 지키는 것이 저주의 목적이라면, 날 해할 수는 없을 테니까.
[……묻는 의도가 불순하구나. 아해야.]다만, 놈의 동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감히 성좌를 능멸하려 하는가!]그와 함께 재차 붉게 물드는 그의 흰자위.
‘……!’
사라졌던 압박감이 재차 숨통을 옥죄어왔다.
[후안 델레마 그놈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지. 네놈 역시 이곳에 가둬버리면 끝인 것을! 네놈도 이제 이곳에 갇혀 영원히 나와 함께 있는 것이다.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천년이나 적적했는데, 네놈을 괴롭히며 여흥을 즐겨야겠구나!]다시금 동공을 크게 넓히는 놈. 그에 따라 점차 압박감이 거세어져 갔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이야기? 어쭙잖은 뱀의 혀를 놀리려 하는가.]“그게 아니라…….”
거세진 압박감에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겨웠으나.
“네 저주를…… 함께 풀면 되지 않는가.”
겨우 뱉어낸 단어들의 조각에, 놈이 기운을 조금은 거둬냈다.
[저주를 푼다라?]“그래. 봉인이 걸렸다면, 봉인을 풀면 될 것이고. 저주가 걸렸다면, 풀면 될 것 아닌가. 그러고 나서 다시 성좌의 세상으로 돌아가든, 다른 인간을 간택하든 네 마음대로 해라.”
[우습구나. 애초에 넌 후안 그놈의 핏줄이다. 그놈이 네게 남긴 선물을 네 손으로 뿌리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재차 몰려드는 압박감.
[그 세 치 혀를 놀리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구나!]서둘러 말을 이어야만 했다.
“나도 복수할 것이다!”
조여드는 숨통 틈으로 겨우 내뱉은 말. 다행히도 그 이름은 달려들던 기운들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뭐라?]“……나도 놈에게 진 빚이 있다. 그 때문에 이리도 악착같이 살아가는 것이고.”
[천 년이나 지난 후안의 핏줄이, 놈에게 빚이 있다고?]“그래. 혹시 천 년 전 놈과 수차례 겨루었던 기사 하나를 알지 않는가? 네가 놈의 성좌였다면 말이다.”
그러자 좁혀지는 놈의 동공.
[……아도니스 칸? 그 애송이 기사를 말하는 겐가?]“그래. 알고 있나 보군.”
[그놈 이름은 갑자기 왜 말한 게지? 아니, 니가 그놈을 어찌 알고 있는 것이지?]어느덧 압박하던 기운을 모두 거둬들인 놈. 그제야 평온하게 입을 뗄 수 있었다.
“사실 그게 바로 나거든.”
[……무어라?]“천 년 전 그 애송이 기사가 바로 나라고.”
그 순간 형태가 흐려지기 시작한 눈동자. 애초에 놈이 나타났던 것처럼 빛무리로 흩어지기 시작한 그것은.
“으음.”
이내 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아도니스 칸…….]천 년 전 대륙을 뒤흔들었던 검사. 나의 모습이 그곳에 서 있었다.
[이게 정녕 네놈이라고?]다만, 그 입이 빵끗거려진 때에 튀어나온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니었으니.
[말도 안 되는 소리구나.]놈이 만들어낸 환영이었다.
“나도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아니면, 내가 어찌 그 이름을 알겠나?”
아도니스 칸. 아니, 이름 모를 성좌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럼 네놈이 환생이라도 했단 말이냐? 후안의 핏줄로?]“그래. 못 믿겠다면, 후안 델레마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읊어줄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놈한테 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거든.”
그때 느꼈던 분노와 치욕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바.
더구나 천 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내게는 불과 20여 년 전의 일이었으니. 말해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아…… 되었다.]다만, 한숨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떨구는 놈.
[설마 했는데, 정녕 그렇게 된 것이로구나.]어찌 된 일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였다.
“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추측이 되는 건가?”
[그래. 그렇고말고. 네놈도 나처럼 그놈의 제물이 된 게로구나.]“뭐? 제물이라고?”
[그래. 시간의 굴레에 널 빠트린 거다.]지긋이 날 응시하는 놈.
[후안 델레마. 그놈은 성좌가 되려 한 것일 테고.]이어진 그의 말에는 눈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성좌라니?”
[나를 봉인한 것도, 그리고 너를 시간의 재물로 바친 것도. 모두 성좌가 되기 위한 재료에 불과한 것이다.]그의 입가가 작게 꿈틀거렸다. 내 얼굴을 빌려 지을 수 있는 가장 씁쓸한 웃음이었으리라.
[예상했겠지만, 난 흑마법의 성좌다. 이름은 바엘이지. 그리고 후안 그놈에게 흑마법을 알려준 것이 어언 50여 년. 어느덧 놈에게 더 이상 알려줄 흑마법이 없을 지경이었지.]“……그래서?”
[마지막으로 성좌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성좌가 되는 방법이라…. 그런 게 있나?”
[그래. 농담삼아 해준 말이었지. 어차피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거든. 다만, 그때 놈의 눈가가 내가 봐온 여느 때보다 반짝였다는 것을 내가 간과했더구나.]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안 그놈이 날 무언가의 재물로 사용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으나.
‘성좌가 될 수 있다니.’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것을 위한 재물이 너와 나였다?”
[그래. 수많은 재물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두 가지가 우리 둘이었을 거다. 선명한 존재감을 가진 이를 봉인하는 것. 그리고 시간의 굴레에 누군가를 빠트리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요소이니까.]“시간의 굴레에 빠트린다고?”
선명한 존재감을 가진 이를 봉인하는 것은 대강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바엘과 같은 성좌야말로 누구보다 선명하고 짙은 존재감을 지녔을 테니까.
다만, 시간의 굴레에 빠트린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바였다.
“날 환생시킨 것을 시간의 굴레에 빠트렸다고 하는 건가?”
고개를 내젓는 놈.
[고작 그 정도로는 어림없지.]그의 한쪽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이번 생은 시작에 불과하다.]“뭐?”
[넌 생전의 기억을 간직한 채, 영원히 환생을 반복할 거다. 네게 기억의 소멸이란 허락되지 않는 것이지. 그것이 얼마나 큰 저주인지 아는가?]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감히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영원히 환생이라고?’
얼핏 상상해도 외롭고, 또 괴로울 수밖에 없는 굴레일 테니까.
“그럼, 내가 놈의 핏줄로 환생한 것도. 후안 그놈이 벌인 짓인가?”
[아니. 그것은 결코 놈이 의도한 바가 아닐 테지. 그건 신이 아닌 이상 정할 수 없으니까.]내 얼굴을 빌린 바엘은 비릿한 미소를 흘려내었다.
[헌데 공교롭게도, 네가 그놈의 핏줄로 환생해버렸구나. 후안도 절대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그럼 그냥 우연이라는 건가?”
[그럴테지.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그리고는 크게 웃는 놈. 한동안 어둠의 공간을 장악한 놈의 웃음소리였다.
‘후안 델레마…….’
다만, 그보단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럼 정말 그놈은 성좌가 된 것인가?”
성좌가 되기 위해 성좌를 제물로 바친 놈. 그 결과가 궁금한 터였다.
[확실치 않지만, 아직 되지 못했을 거다.]“어떻게 알지?”
[이렇게 버젓이 내 영혼이 살아있지 않으냐. 놈이 성좌가 되었다면, 내 영혼은 진작 소멸했을 것이다. 내가 지닌 존재감을 앗아가야만 놈이 성좌가 될 수 있을 테니까.]“아,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다행이로군.”
철천지원수가 성좌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싶지야 않았던바. 그나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떠오른 의문.
“……그럼 놈이 아직 살아있다는 건가?”
후안 델레마의 생존 여부. 성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놈이기에,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다.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성좌가 되려다 죽었을 수도 있고, 아직 욕망에 사로잡힌 채, 구천을 떠돌고 있을 수도 있지.]그 말은 가슴 속에 뜨거운 불씨를 지펴냈으니.
“그렇단 말이지…….”
되려 놈이 아직 살아있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후안 델레마.’
내 손으로 직접 놈에게 복수할 기회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단 뜻이었으니까.
[애송이 기사.]다만, 그런 날 보며 피식 웃는 바엘이었다.
[넌 그놈이 죽었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왜지?”
날 죽일 때만 해도,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힘을 지녔었던 후안 델레마. 그때보다도 훨씬 강해졌다는 말은 미간을 찌푸려지게 하긴 했으나.
“그럼, 나도 그만큼 강해지면 되는 것 아닌가?”
별다른 걱정은 되지 않았다.
애초에 세상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싸움을 하고 있었던 바였으니까.
[하! 이놈이 겁이 없는 건 여전하구나. 방법이라도 있는 게냐?]“너만 도와준다면, 그놈에게 멋들어지게 복수할 수 있지. 너도 놈에게 복수하고 봉인을 풀고 싶지 않나?”
그 말에 눈을 좁힌 바엘.
[무슨 방법이지?]그런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일단, 나한테 협조부터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