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45)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45화(145/150)
145화. 전면전
예상치 못한 에고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이곳에 박힌 채로, 대륙 전역에 퍼진 우리의 세력들을 통제해야 했으니까. 눈에 불을 켜고 우리를 찾아 헤매는 마탑과 오망성 덕에,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벌써 반년이나 흘렀구만.]그렇게 이곳에서 지낸 지가 6개월. 매일같이 홀을 오가며, 일행들과 전쟁을 준비해온 터였다.
‘그래. 놈들에게 쫓겨 여기로 온 게,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모르겠어.’
그들에게 쫓기지 않았다면, 달이 뜬 홀에 도전하려 하지도 않았을 터.
‘그 덕에 이렇게 오러도 잔뜩 쌓았고 말이야.’
어느덧 근육 세포 하나하나를 가득 채운 듯 넘치는 오러였다.
“전언자님.”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원심회의 기사단장이었다.
“그래, 오늘도 수고했군.”
어느덧 해가 저물어갈 시간이기에, 먼저 홀을 떠나는 그들.
“이안! 부탁할게.”
하지만 드류와 아드문은 그대로 내 옆에 남아 있었다. 녀석들은 노을빛이 비침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으니.
“그래. 둘 다 내 근처로 와.”
이제는 내가 두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덕이었다.
눈을 감은 채, 재차 느끼기 시작한 주변의 기운.
쿠우우…….
거세지는 홀의 기운들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술 듯 쓰나미 같은 기운들이었으나.
[옳지, 잘한다!]내 주변에서는 잔잔한 물결이 되어 닿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오러를 쌓은 지 반년. 몸속에 오러를 쌓은 것은 물론, 홀의 기운들을 통제하는 데에도 능숙해진 터였다.
[이제 점점 바엘 그놈이 나타나는 시간도 늦어지는군.]그 덕에 바엘은 달이 중천에 떠오른 때에나 등장하곤 했다. 이제 어지간한 상황에선 몸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으니까.
거친 기운들을 하나하나 느껴, 주변에 가둬두는 것을 반복했으니. 어느덧 반경 10미터 내의 기운들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고마워, 이안.”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채, 재차 오러 운용에 집중하는 드류와 아드문. 이런 방법으로, 녀석들 역시 홀에서 밤을 지새운 지도 꽤 된 터였다.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고.”
그렇게 눈을 감고 함께 집중했으니.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무아지경에 빠져들어갔다.
오로지 주변의 기운들과 나의 정신만이 존재하는 세상. 주변의 모든 오러를 빨아들일 기세로 몸을 개방해냈으니.
쿠우우…….
오러들도 새 보금자리가 마음에 드는 듯 근육 구석구석으로 자리 잡아갔다.
홀이 아닌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러의 파장. 기분 좋은 미소가 머금어지는 그 순간이었다.
[이안.]그 행복한 때를 방해하는 목소리.
[이안!]아직 바엘이 나올 정도로 위험하진 않았으니, 오베론의 것이었다.
‘왜 그래?’
[잠시 멈춰야 할 것 같은데.]저절로 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원래 오러를 쌓는 동안은 결코 방해하지 않던 그였으니까.
‘뭔데 그래?’
[저기, 클랄이 심상치 않아.]그의 손끝이 가리킨 곳. 저 멀리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인영들이 있었으니.
‘갑자기 여긴 왜……?’
클랄을 비롯한 잎사귀족의 일원들 몇몇이 상기된 얼굴로 홀을 찾은 터였다.
“이안!”
그의 다급한 목소리까지,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나 역시도 굳은 표정으로 그를 마주할 따름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일단 빨리 가야 해.”
그리고는 먼저 발길을 돌리는 클랄. 뒤이은 그의 말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몰려왔어.”
* * *
곧바로 향한 에고의 외곽.
“다른 분들은 이미 먼저 가셨어.”
나를 업은 채, 달리고 있는 클랄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드류와 아드문 역시 잎사귀족들에게 몸을 맡긴 채였다.
“마탑의 마법사들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놈들이 찾아왔어. 에고의 숲 앞에 펼쳐진 초원을 모조리 점거한 상태야.”
에이탈에서 에고로 이어진 초원을 말하는 클랄이었다.
“으음…… 수는 얼마나 되던가요?”
“급히 자넬 데리러 오느라 제대로 세어보진 못했지만, 300 이상은 되어 보이더군.”
미간이 찌푸려지는 대답. 생각보다 많은 수의 마법사들이 몰려온 터였다. 마탑에서 보내온 이들이기에 어중이떠중이도 일리도 없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건가.’
지난 시간 동안 그들도 우리가 에고에 숨어든 것을 눈치챘을 터. 서로 움직일 적기만 재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미 일부 인원들이 마법 공격을 퍼붓고 있어. 그리고 뭔가를 준비 중이더군.”
“준비요?”
“그래. 거의 다 왔으니, 직접 보게.”
곧장 달리던 그가 주변에서 가장 높게 솟은 나무를 타고 올랐으니.
‘음.’
에고 앞 초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
초원을 뒤덮은 마법사들이 양손에 가득 불꽃을 머금은 채, 에고의 숲을 향해 퍼붓고 있었다.
[많이도 몰려왔군.]에고를 위협하는 거대한 화마.
그래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우리가 아니었으니.
‘잘 대응하고 있었네.’
레볼루카와 원심회의 마법사들이 필사적으로 저지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멋진데?]그 와중에서도 발군은 스테노스였다.
쩌저적!
그가 만들어낸 천년의 빙하가 에고의 숲을 감싸듯 둘러싼 채였으니까.
화염마저도 얼려버릴 기세인 스테노스의 마법. 8성급 중에서도 상위의 경지에 오른 이의 위엄은 그런 것이었다.
‘스테노스가 아니었다면, 당황할 뻔했겠어.’
에고의 숲이 타오르기 시작했다면, 당황한 이종족들이 본 힘을 끌어내기 힘들었을 터.
[고위급 마법사 하나가 어중이떠중이 수십보단 낫지.]그의 존재감은 여실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길 봐.”
그리고 마법사들 너머의 한 공간을 가리키는 클랄.
“……저건.”
십 수명의 마법사들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으니. 거대한 바위 주변을 둘러싼 채, 마법을 영창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저게 내가 말한 걸세. 뭔진 모르겠지만, 심상치 않은 걸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력 폭탄이 저렇게 크다고?]클랄이 그 정체를 못 알아볼 정도로 거대한 마력 폭탄. 지름이 10미터는 될 법한 마력 폭탄을 향해 마나를 주입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저걸 터트릴 속셈이군.’
에고의 숲에서 터진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터. 산간의 수목이 모두 불타고, 우리의 진영이 아비규환에 빠지는 것은 당연할 터였다.
“화염 마법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눈속임이에요. 저걸 막아야 합니다.”
“으음. 하지만 나가기가 쉽지 않아. 아무리 눈속임이라곤 해도, 저 화마를 뚫어야 해.”
“그래도 해봐야지요. 일단 내려가시죠. 모두 모여있는 곳으로 갑시다.”
고개를 끄덕인 클랄. 그가 재차 나무 아래를 향해 내달리길 잠시.
“왔는가!”
곧바로 그란텔의 얼굴이 눈에 담겼다. 족장들이 한데 모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언자님.”
그리고 역시나 그들과 함께 있는 앙헬.
“앙헬. 초원에 있는 이들 말고, 다른 동태도 파악된 것이 있나?”
그의 고개가 저어졌다.
“다행히도, 저들이 전부인 듯합니다. 주변에서 감지된 인원은 없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구만.”
초원에 집결한 이들 외에도 더 있다면, 꽤나 오랜 전투가 이어질지도 모를 일.
최대한 빨리 저들을 물리친 후, 다음 이어질 전투에선 우리가 선수를 낚아채야 했다.
“감히 인간들이!”
그리고 날뛰기 시작하는 한 인물.
“다 찢어 죽여버리겠다!”
호족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절대 마음대로 나서지 말라고 일러둔 터. 그 때문에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리라.
상인족장이 겨우 그를 뜯어 말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일단 맛 좀 보여줄까.’
그런 그들에게 다가가 호족장을 마주했으니.
“족장님.”
“언제까지 참으라고만 하려는 것인가! 저놈들을 당장 다 찢어발겨야 한다!”
흥분한 그가 침을 튀겨왔다.
“그래요. 이제 한 번 본때를 보여주시죠.”
그 말에 타오르는 듯 이글거리는 호족장의 눈가.
“……본때라. 그 말은 가도 된다는 말이렸다?”
그 시선이 에고의 숲 바깥쪽으로 향했다.
“크아아아!”
마법사들을 바라본 그의 포효가 숲속을 떨치자.
“크아아!”
“크앙!”
연이어 울리는 호족들의 울음소리. 호족장의 울음소리를 기폭제 삼아, 일제히 달려나가는 호족들이었다.
“……이대로 보내도 괜찮겠는가?”
그 모습에 그란텔의 표정이 근심으로 가득찼다.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습니다. 지금 놈들이 뒤편에서 엄청난 크기의 마력 폭탄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도 최대한 빨리 응수해서 막아야 합니다.”
“으음……. 마력폭탄이라.”
“그리고 기선제압을 하기엔 호족분들이 가장 적합하기도 하고요. 초원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을 테니까요.”
극한의 체술을 이용해 기의 파장을 쏘아내는 호족. 직선적이고 강한 공격방법이기에, 초원에서 그들의 힘은 더욱 극대화될 터였다.
“곧 앞쪽의 진열이 무너질 겁니다. 호족의 힘을 처음 접한 놈들은 당황하겠죠. 그때 이종족분들과 제가 일제히 앞으로 나가서 급습할 겁니다.”
“으음. 알겠네.”
최대한 빨리 놈들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 굳이 다른 작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면전이군.]호족에게 당황한 틈을 타, 일제히 공격을 감행하는 것.
‘때로는 무식한 게 최고니까.’
그것이 지금 상황에선 최선이었다.
오래 대화를 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앙!”
초원을 울리기 시작한 호랑이들의 울음소리. 곧이어 인간들의 비명이 울려 퍼질 테니까.
“다들 가시죠.”
재빨리 호족의 뒤를 이어 에고의 숲 밖으로 뛰쳐나갔다.
* * *
“이, 이종족이다!”
“조심해!”
“끄아아악!”
초원은 아비규환이었다.
화속성 마법을 연신 뿜어내던 마법사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 얼어붙은 채였으니.
오직 지금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쏘아져 나간 호족들.
콰아아아!
그들의 양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파를 감당하지 못하는 마법사들이었다. 그 덕에 마법사들의 앞 열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터.
“크아아!”
호족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다만, 곳곳에 있는 노련한 마법사들.
“당황하지 마!”
“진열을 가다듬어라!”
그들이 망가진 진열에 달려들어 재빨리 대응하기 시작했으니.
[그래도 나름 체계가 있군.]‘조장들이겠지.’
마탑의 조장들. 최소 7성급의 마법사들이 굳건히 버텨내고 있었다.
“수속성 마법을 쏘아내라! 호족들은 물에 약하다!”
이미, 만반의 조사를 마치고 온 듯, 이종족에 대한 정보를 꿰고 있는 이들.
촤아악!
그들의 손에서 일제히 물줄기가 쏘아져 나왔다.
그 탓에 공격을 멈춘 채, 물을 피하기에 급급한 호족들이었다.
‘어림없지.’
다만, 호족들은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준 터.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제 발로 왔는가.’
이미 마탑의 마법사들을 보는 내 눈가는 착 가라앉은 채였다.
그런 내 뒤쪽에 함께 자리한 수많은 이종족들. 그들이 천 년간 에고에서 쌓아온 울분이.
“가시죠!”
다 함께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