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5)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5화(15/150)
15화. 락슨 델레마(2)
정확히 5분 후였다.
“와! 대단하다!”
“쟤 어떻게 된 일이야?”
강당에 환호가 피어올랐다. 드류와 갈손의 대련이 아이들을 달아오르게 만든 것이다.
[꼴등의 이변이군.]마법적 재능이 가장 낮았던 드류였지만, 보기 좋게 갈손을 이겨버렸으니. 아이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역시. 깁슨 가문 피는 못 속이는구만.’
[그러게. 타이밍 재는 게 기가 막혔어.]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드류는 실전에서 더 침착했다. 착 가라앉은 눈빛은 마치 숙련된 검사와도 같았으니.
갈손의 마법을 속속들이 꿰뚫으며, 매번 우위에 있는 속성을 구현해낸 것이다.
“드류 깁슨이라.”
락슨 역시 적잖이 놀란 듯했다.
“잘했군.”
맥더프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그의 칭찬이 드류에게 향하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드류는 다시 긴장한 채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합격이다.”
락슨의 눈가에 이채가 서린 것도 잠시.
“이제 마지막이구나.”
다시 무심해진 그의 눈빛이 나와 에리엘에게 향했다.
“이안 델레마, 그리고 에리엘 올튼. 앞으로.”
드디어 내 차례였다.
[어떻게 상대할 거냐?]‘아무리 잘나봤자, 아직은 애지.’
드류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대하면 무난히 이길 수 있을 터였다.
‘실전 경험은 백전노장이라고.’
[하긴. 쟤가 쓸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니까.]그 말 그대로였다. 에리엘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봐야 이제 겨우 3성에서 4성 사이의 성취. 천 년 전 상대했던 마법사들에 비하면 핏덩이에 불과했으니까.
‘에리엘의 마법은 눈에 훤하지.’
상대방의 모든 패를 안다는 것. 그건 산전수전 다 겪은 내겐, 곧 승리를 의미했다.
하지만 락슨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만이 아니었으니.
‘처음 두 번은 공격을 받아준다.’
[그게 낫겠군. 혹시나 한 방에 에리엘이 나가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어차피, 세 가지 속성을 사용해야,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상황.
‘세 번째 공격 때, 반격해서 끝내자.’
락슨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내 다양한 능력을 선보여야 했다.
“자, 그럼 시작해라.”
락슨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후웅!
에리엘 앞에 바람이 살랑이고 있다.
‘처음은 풍속성이군.’
보이진 않으나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바람으로 이뤄진 칼날이 내게 다가오고 있음을.
곧바로 마나를 끌어 올렸다.
쿠드득!
단상 위로 솟구치는 흙의 장벽. 하급 마법인 토벽이었다. 주로, 야영할 때나 엄폐가 필요한 상황에서 쓰이는 마법.
‘이 정도면 충분하지.’
비록, 방어용 마법은 아니었지만.
쿠우우우…….
에리엘의 바람 칼날을 막아내기엔 무리가 없었다. 수속성이라면 모를까, 에리엘의 풍속성 성취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었으니까.
[딱 적절한 대응이군.]슬쩍 락슨의 눈치를 살피자, 그의 눈가가 미세하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첫 전략은 잘 통한 것 같네.’
락슨에게 내 성취를 선보이기 위해, 일부러 허접한 토벽을 사용한 것이었다.
[상대방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까.]상대를 간파하고, 최소한의 마력으로 방어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셈.
‘락슨 정도면 그걸 몰라볼 리가 없겠지.’
피어오르는 흙먼지에 에리엘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방어 마법도 아닌 진흙 따위에 자신의 공격이 막혀버렸으니, 분한 것일 테지.
촤락!
그 분노는 곧 녀석의 마법에 반영되었으니. 수박만 한 워터볼이 일렁였다. 결국, 주특기를 꺼내든 에리엘이었다.
‘어림없지.’
하지만, 이미 내 손에도 바람이 살랑이기 시작했다.
[오, 그거 아렌스가 마법 아냐?]고대어로 배웠던 아렌스가의 묘리. 바람의 신이라 불리던 가문의 절기는.
후우우웅-!
천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 뭐, 지금은 흉내 내는 수준도 안 되지만.’
허나, 그 정도로도 에리엘의 워터볼 정도는 처리할 수 있으리라.
바람이 쏘아져 나가자.
촤아악!
날아오던 워터볼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그럼에도 워터볼은 그 기세를 멈추지 않았으니.
‘워터볼만큼은 4성 수준이라 이거지?’
내 손 역시 계속해서 움직였다. 아렌스가 마법의 무서운 점은 연속성에 있었으니까.
후우우웅!
내 손길을 따라, 바람은 집요하게 워터볼을 괴롭혔다. 둘에서 넷으로. 넷에서 여덟으로. 계속해서 갈라지던 워터볼은.
투둑-. 툭.
내게 닿을 때쯤엔 그저 힘없는 물방울이 되어있을 뿐이었다.
에리엘의 필살기 격인 워터볼도 막혔으니, 나머진 더 볼 것도 없으리라.
‘다음은 뭐냐.’
걱정은 없었다. 풍속성과 마찬가지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수준일 터. 그게 뭐든 내 상대는 아니었다.
“이안…….”
역시나 에리엘은 인상을 찌푸리고 서 있었다. 녀석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한층 깊어졌다.
‘하필 나랑 붙는 바람에, 미안하구만.’
드류를 제외하곤, 가장 마음이 가던 아이였으나.
‘나도 락슨의 시험은 통과해야 하거든.’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내 얼굴에 의아함이 물들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으니.
녀석은 내게 반전을 선사했다.
파즈즉!
녀석의 왼손에서 전류가 피어오른 것이다.
‘오호. 뇌 속성도 다룰 수 있었군.’
뇌속성을 다룰 수 있단 사실을 숨기고 있던 에리엘이었다.
‘뭐 그쯤이야. 또 막으면 되지……. 응?’
서둘러 대응 마법을 시전하려는 찰나.
촤락!
기이한 소리가 전방에서 들려온다.
‘……동시 영창?’
에리엘의 오른손에서 피어난 워터볼. 내게 쏘아질 그 물의 기운에 전류가 덧씌워지고 있었다.
‘여태 실력을 숨긴 건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동시 영창이라니.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내게 동시 영창에 대해 물어왔던 에리엘이었다.
[널 보고 자극받았나 보군.]하지만 지금의 에리엘은 동시 영창을 넘어, 두 마법을 혼합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마법 조합이라…….’
순간 머릿속으로 여러 수가 떠올랐다. 몸에 밴 습관이었다. 순식간에 상황을 판단해, 여러 경우를 시뮬레이션하는 것. 검사에겐 숙명이었으니까.
[어떻게 할 거냐.]피하거나 막거나. 두 가지 방법 모두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허나, 이미 두 번이나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 상태.
‘계속 방어하는 모습만 보여줄 순 없으니…….’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락슨에게 좋은 평가를 받긴 힘들 터.
‘역시. 정면 돌파지.’
더구나 에리엘의 마법을 보니,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에리엘이 선보이려 하는 마법 조합. 그것이 머릿속에 새겨진 한 구절을 자극했으니까.
-뇌(雷)와 수(水)를 조합한 응용마법.
델레마 서고에서 본 서책이었다. 처음엔 뭐 이런 괴짜가 있나 싶었다.
‘케인 구르프라고 했던가.’
그는 번개와 물에 미친 학자였다. 10,000페이지가량의 책을 번개와 물에 관한 설명으로만 가득 채웠으니까. 심지어 그런 책이 두 권.
상, 하로 나뉘어 있었다.
처음엔 읽기가 너무나 싫었다. 거부감 드는 책 두께도 그렇거니와, 내용도 따분하기 그지없었으니.
‘그래도 괜히 델레마 서고에 있는 게 아니었지.’
읽다 보니 빠져들었다. 원소에 관한 원론 서책보다 기초적이었으며, 깊이 있었다. 미친 사람이라기보단, 두 속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사람이었다.
‘그가 에리엘의 마법을 봤다면, 당장 때려치우라고 했을 거야.’
그 책에 담긴 묘리에 비하면, 에리엘의 마법 조합은 막무가내식이었다. 뇌와 수를 섞으려는 시도는 좋은 접근이지만, 저런 식으로는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그게 대다수 마법사들이 마법 조합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
어쭙잖게 따라 했다간, 한 가지 속성의 파워도 나오지 않기 때문. 심지어 마나 소모도 극심할 터였다.
‘에리엘, 고맙게 생각해라.’
케인 구르프에게 배운 마법 조합의 기초를 보여줄 테니.
[오, 설마 그걸 쓰는 거야?]몸 주변으로 마나의 기류가 소용돌이친다.
‘그래. 나 때문에 아카데미 졸업이 미뤄질 테니, 선물이라도 줘야지.’
에리엘 정도의 천재라면, 이걸 보고 느끼는 바가 있을 터.
‘많이 배워두라고.’
마법 조합은 마법을 발현한 후에 합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각 마법이 충돌해 위력을 반감시키고 말 뿐.
‘마법을 발현하기 전부터 합쳐야 하는 거야.’
애초에 만들어지길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처음 마나를 운용할 때부터 조합을 시도해야 한다.
몸 주위를 떠돌던 마나가 형태를 갖춰간다.
파즈즉!
스파크가 튀고.
촤락!
물방울이 난무했다.
이윽고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낸 건.
콰르응-!
뇌운(雷雲)이었다. 크기는 내 상체만 할 뿐이지만, 짙은 먹구름엔 사나운 스파크가 튀고 있다. 그것이 에리엘의 마법에 대항할 내 무기였다.
쏘아져 오는 라이트닝 워터볼을 향해.
콰르릉!
먹구름 사이에서 번개가 쏘아져 나간다.
‘한번 붙어보자고.’
파아앗!
완벽하지 못한 마법은 파훼 되기도 쉬운 법. 에리엘의 라이트닝 워터볼은 생김새에 비해, 초라하게 터져나갔고.
파즈즉!
여전히 힘이 넘치는 번개는 에리엘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갔다. 뇌운의 물기를 머금은 번개의 위력은 그러기에 충분했다.
‘이런……!’
서책에서 본 마법을 구현하는 데에 몰두한 탓일까. 아니면, 에리엘의 마법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약해서였을까.
[……저건 너무 센데?]번개의 기세는 너무나 맹렬했다. 이미 공격수단을 잃은 에리엘은 방어할 수단이 없었고. 녀석이 크게 다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서둘러 마력을 제어하려 했으나.
콰르릉!
내게도 익숙지 않은 기운은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다. 겨우 뇌운은 없앴건만, 이미 쏘아져 나간 번개는 에리엘에게 닿기 직전이었다.
파아아아!
그 순간 에리엘 앞을 가로막는 투명한 장막.
‘……!’
장막과 부딪힌 번개는 힘없이 자연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거기까지.”
락슨의 음성이었다. 그가 손을 뻗어 쉴드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하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자, 안도감이 몰려온다. 그 적막 속에서 락슨의 음성이 재차 들려왔다.
“어떻게 한 것이냐.”
락슨의 눈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네가 한 마법은 기껏해야 3성 수준의 위력이나, 마법의 구현 방식은 최소 6성 이상의 마법사나 깨달을 법한 묘리를 담고 있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게 된 것이지?”
그 물음에 마음이 놓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실력은 제대로 입증했군.]이제 남은 건, 내 천재성을 입증하는 것뿐이었다.
“방금 에리엘이 뇌와 수를 섞는 걸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마법을 구현할 때부터 섞으면 더 좋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우연이었습니다.”
“우연이라…….”
락슨은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볼 뿐, 말이 없었다.
이 순간 필요한 건 눈빛이 떨리지 않게 유지하는 일. 아홉 살 이안이 아닌, 산전수전을 겪은 아도니스의 정신이 있기에 태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락슨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다.”
그리고는 알로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알로이, 사과하지. 내가 이 아이들의 수준을 너무 무시한 것 같군.”
알로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할 뿐, 말이 없었다. 락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을 훑었다.
“이번 기수의 아이들은 유독 일찍 성취를 얻었다기에, 직접 와보고 싶었다. 저런 뛰어난 아이들이 있으면, 반 분위기도 함께 고양되는 법이지. 이제야 너희의 성취가 이해가 되는구나.”
그 말을 끝으로 락슨은 강당 출구로 향했다. 물론, 마지막 판정은 잊지 않았다.
“이안 델레마, 합격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뱉은 그 말에, 아이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와아!”
“이안! 멋지다!”
“뇌운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
그러한 열렬한 외침도 귀에 들려오진 않았으니. 합격이라는 말이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서고 일은 봐준다는 소리겠지?]‘그렇겠지.’
내 성취를 증명해 보이라던 테스트. 필히, 그것에 대한 합격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으리라.
* * *
“……보통 놈이 아니구나.”
강당을 나선 락슨은 혼자 아카데미 밖을 거닐었다.
“진작 관심을 둘 걸 그랬어.”
락슨은 분명 혼자였으나, 또 다른 음성이 튀어나온다.
“아직은 어린싹에 불과합니다.”
옆에 있는 수풀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락슨은 원래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양, 무덤덤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아직은 그렇지. 허나, 자칫하면 골머리를 썩일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 할지라도, 감히 락슨 님의 대의를 거스를 순 없을 것입니다.”
락슨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아니. 그 아이의 목에 아버님의 목걸이도 걸려있더군. 아버님께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녀석이다.”
잠시 걸음을 멈춘 락슨이 풀숲 쪽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널 마탑으로 보내주겠다. 이제부턴 네가 저 아이를 주시하도록 해라. 아직은 지켜보는 정도면 충분하겠지.”
“알겠습니다. 헌데 서고 일은 정말로 없던 걸로 묻어두실 참입니까?”
잠시 걸음을 멈춘 락슨. 그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제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어차피 고대어는 읽을 수 없을 테니. 그 정도는 삼촌 된 자로서, 선물하는 셈 쳐주지.”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