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50)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50화(150/150)
150화. 종말(4)
상공에 몰아치는 기운. 이제까지와는 다른 결이었다.
흑마법의 기운을 진하게 풍겨오는 홀 델레마. 다만, 내가 놀란 것은 다른 이유였다.
‘……아도니스를 알고 있어?’
천 년 전의 내 이름이 놈에게 거론된바. 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당황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흑마법?”
“홀 델레마! 이게 어찌된 일이오!”
그의 주변에 몰아치는 검은 기운에, 다른 오망성의 가주들까지 놀라고 있었다.
‘다른 오망성에선 모르고 있었던 건가.’
내겐 오망성에서 흑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있었건만, 그들은 전혀 모르는 듯한 모습이었으니.
“웃기는군. 네놈들이 여태 어떤 힘을 기반으로 자리를 잡았는지도 모르는구나!”
홀 델레마의 조소가 초원에 떨쳤다. 그리곤 검게 물든 지팡이가 그들에게 향했다.
“무, 무슨 말이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짙은 흑빛이 나아간 곳.
“커, 커헉!”
옵타티오의 조각을 꺼내, 라타토스크를 견제하고 있던 킬라브가의 가주였다. 그의 몸을 검은 기운이 감싸고 있었으니.
“끄아아아!”
이내 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치 몸속의 기운을 끄집어 삼키듯, 그의 마나가 흘러나와 홀 델레마의 몸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제 더 연기할 필요도 없겠구나. 이곳의 모든 존재감을 얻어, 천 년의 굴레를 끊어버리겠다!”
그와 함께 더욱 거세게 퍼져나가는 검은 기운. 그것들이 오망성의 나머지 가주들을 삼켜갔다.
“끄아아악!”
“크, 크헉!”
각기 다른 비명을 내지르는 이들.
“그래도 가주들이라 그런지 꽤나 존재감들이 크구나!”
그와는 대조되게 만면에 미소가 가득 맺힌 홀 델레마였다.
“흥!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그 모습에 치를 떠는 아리에스. 그녀에게로 시선이 닿은 홀 델레마였다.
“네년도 아직 살아있었구나.”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간 알게 된 아리에스에 대한 정보.
“이래 봬도 네놈 누나인데, 네깟놈 계략에 빠져 죽으리?”
홀 델레마의 친누이가 바로 아리에스였으니. 놈과의 가주 경쟁에서 밀려났다던 그녀였다.
“그래. 오늘은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마. 네년도 아도니스도.”
그런 놈의 시선이 내게로 와닿았으니.
“우습구나. 아도니스. 넌 또다시 내 손에 죽어 영원한 시간의 굴레에 빠져들 것이다!”
그제야 한 구석에서 맞춰지지 않던 톱니가 맞아 돌아가고 있었다.
“네놈……. 설마 후안인 것이냐!”
“크하! 역시 눈치가 영 없는 놈은 아니란 말이지.”
잠시 웃던 놈의 표정이 굳어졌으니.
“나도 꽤나 놀랍구나. 하필 네놈의 환생체가 나의 핏줄이라니! 그래서 네놈의 몸에는 전이될 수 없는 것이었어!”
“뭐? 전이?”
“그래. 네놈이 갓난아기 때 쥐여주었던 수호의 목걸이. 그건 사실 내가 영혼을 전이할 때 사용하는 물건이었지. 바엘 그놈을 흡수한 네놈 몸으로 영혼을 이전하려 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되질 않더군…….”
그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이미 네놈의 영혼은 시간의 굴레에 속박되어서 빼앗을 수 없었던 거였어!”
그제야 나 역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흑마법으로 천 년 동안 몸을 옮겨 다니며, 살아온 건가.]내 영혼에 관한 말은 정확히 이해할 순 없었으나, 놈이 어찌 천 년간 존재를 유지해왔는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존재감인가 뭔가를 좀만 더 모으면, 이제 곧 성좌가 된다는 말이지?’
그리고 천천히 끄덕여지는 고개.
“그래. 잘됐다.”
놈을 마주한 내 입가엔 미세한 미소마저 맺혀있었으니.
“나도 네놈에게 직접 복수하지 못하면 너무 억울할 뻔 했거든.”
나 역시도 후안 델레마를 마주하길 고대하고 있던 바였다.
‘네놈도 좌절을 맛보게 해주마.’
어느덧 가주들의 기운을 모조리 흡수해버린 후안 델레마. 나 역시 가만 있지 않았다.
‘오베론.’
[오케이.]놈을 상대하기 위해선 모든 힘을 아껴둘 수 없는 바. 오베론의 권능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네놈이 어찌 오러의 힘을 손에 넣었는진 모르겠으나, 그뿐이다. 그래 봐야 이 흑마법의 힘 앞에서는 하루살이지!”
동시에 검은 기운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놈.
푸화아악!
수백 개의 검은 송곳들이 겨눠지고 있었다.
후우웅!
나 역시 이미 검무를 추고 있었으니.
“아도니스! 또 다시 내 손에 죽음을 맞이하거라!”
“네놈이야 말로, 오늘 끝이다!”
검은 송곳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 * *
쐐애애액!
귓가를 찢을 듯한 파공음.
동시다발적으로 수십 개의 검은 송곳이 쏘아져 나왔다. 고수의 반열에 든 기사의 검보다도 빠른 흉기들.
[이건 뭐 거의 이기어검이구만.]수백 자루의 병기들이 오로지 나만을 향해있었다. 다만, 전생과 달리 그 힘에도 저항하고 있었으니.
‘카를레스가 아니었으면 위험했겠어.’
그의 아래에서 수련하게 된 상대의 진의를 알아보는 방법. 그 덕에 수많은 송곳 중 무엇이 날아들지 판단할 수 있었다.
‘오베론 속도 좀 올려보자.’
[오케이.]그리고 또 한 가지.
이제는 오베론의 권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바엘 부탁하지.’
이미 몸에 부담이 온 것은 한참 전.
[크하! 그래. 저 빌어먹을 놈에게 바람 구멍 한번 내어보자고!]허나 바엘이 몸을 지탱해준 덕에, 무리 없이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바였다.
“이놈! 미꾸라지가 따로 없구나!”
후안 델레마 역시 생각대로 되지 않자, 그 눈가에 조금의 당황이 서렸으니.
‘지금!’
온몸의 오러를 폭발적으로 터트려냈다. 그러자 곧바로 후안 델레마의 목전에 도달한 몸.
블링크와 같은 마법은 아니었다. 그저 극한에 달한 체술과 권능의 조화였을 뿐.
“후안 델레마! 드디어 네놈을 잡는구나!”
크게 뜨인 놈의 눈을 바라보며, 단검을 찔러넣었으니.
푸욱!
손끝에 전달된 정확한 감촉.
“커, 컥!”
그리고 놈의 입가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이 순간 희열이 차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으리라. 단검을 쥔 손이 떨리고 있었으며, 눈가에는 격한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너무도 손꼽아 왔던 순간.
너무나 기뻐, 하염없는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았던 순간.
‘끝이구나.’
해냈다는 후련함이 몸속을 지배하던 그때였다.
“큭. 좋은 공격이군, 아도니스.”
고통에 신음하던 놈의 표정이 점차 무뎌지고 있었다.
“인정하지. 분명 천 년 전의 나였다면, 필시 네놈에게 패했을 거다.”
그리고 이내 그 입가엔 비릿한 조소가 자리 잡았다.
“헌데, 어쩌나. 지금의 나는 이미 반신이 된 것을. 내 몸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시 회복하면 그만인 게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구멍났던 가슴팍에 검은 기운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쿠우우우!
그리고 점차 돋아나는 새살.
‘이런 미친!’
다만, 생각을 오래 이어갈 순 없었다.
파즈즈즉!
주변을 감싼 칠흑의 빛무리.
그것이 몸에 충격을 선사하고 있었으니까.
‘커헉!’
튀어나오려던 비명을 참는 것이 전부였다. 아니, 어쩌면 신음조차 나올 수 없는 고통이었으리라.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겪은 것 중 가장 강한 고통임이 틀림없었다.
“꼴이 우습구나. 아도니스.”
파아앗!
동시에 손을 떨치는 후안 델레마. 그 손길에 의해 몸은 땅으로 곤두박질쳐졌으니.
‘……!’
거센 기운이 몸을 결박한 채였다.
“이제 목숨을 거둬줄 터이니, 또 다른 세월의 굴레에 빠져 들거라!”
내게 다가서기 위해 땅으로 내려선 후안 델레마.
“크아아아!”
놈을 향해 라타토스크가 그 거대한 몸집을 디밀었다.
“어디서 개새끼가 짖는구나.”
다만 녀석을 향해 손을 한 번 휘저을 뿐인 후안.
파즈즉!
예의 검은 전류가 라타토스크를 휘감았으니.
“크아아악!”
자일로 산맥의 절대자도 그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아무튼, 고맙구나. 네놈이 이리 자리를 만들어줘서 손쉽게 존재감을 모을 수 있겠어. 네놈 덕에 난 천 년 만에 성좌가 되는 것이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놈. 그 손에 뻗어지려던 때였다.
“망령 따위가 감히 누구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냐!”
블링크를 사용해 후안의 뒤를 덮친 앙헬이었다.
“따르는 개들이 많구나!”
다만, 그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앙헬……!’
푸우욱!
순식간에 휘둘러진 검은 송곳이 그의 복부를 꿰뚫고 있었다.
그 공격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푸욱! 푹!
자신에게 다가오면 이리된다는 본보기라도 보이려는 듯. 거듭 송곳을 날려 보이는 후안 델레마.
“이 개자식이!”
다만, 앙헬의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쿠우우!
조용히 움직이던 지면. 알로이의 손길에 의해 일어난 잔잔한 대지의 파도는.
척.
프라가라흐를 내 손으로 인도해주었으니까.
[끼요오오오!]그리고 후안 델레마를 바라본 내게 든 단 한 가지의 생각.
‘벤다.’
다른 잡념 따위는 없었다. 그저 욕망에 사로잡힌 저 노인을 베어낸다는 것만이 전부였다.
그 순간 눈가에 보이는 것.
‘아. 이런 건가.’
공기와 흙먼지, 그리고 검은 기운들까지. 놈에게 이어진 모든 물체들이 잠시 정지한 것으로 비춰졌으니.
‘길…….’
그 틈으로 놈에게 향하는 단 하나의 길이 보이었다.
그 후엔 그저 평소와 같이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평생을 연마해온 찌르기.
그것이 눈앞에 나타난 검의 길을 향해 뻗어졌고.
푸우욱!
그 뒤는 어느샌가 놈에게 닿아있는 검이었다. 프라가라흐가 그의 심장에 정확히 박혀 들어간 채였다.
“크, 크아악!”
앙헬을 괴롭히던 놈의 입에서 재차 신음이 터져나왔다.
“이, 이놈이!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 네놈은 결코 날 죽일 수 없다!”
그 발언은 오히려 내 입가에 미소를 맺히게 했다.
“그럼, 더 좋고.”
“뭐, 뭣?”
“영원히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거다. 심장을 갉아 먹히면서.”
성검 프라가라흐. 그 괴짜 검은.
[키에에에에! 주인! 드디어 만족스러운 먹이로구나! 에너지가 끝이 없어!]상대를 파멸로 이르게 할 때까지, 영원히 파헤칠 놈이었으니까.
“이, 이 개자식이 무슨 짓이야!”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한 후안이었으나.
“죽지 않는 네 몸을 원망하며, 고통에 몸부림 쳐라.”
“크아아악! 머, 멈춰! 검을 뽑아라! 크악!”
이미 프라가라흐는 놈의 심장에 자리잡은 터. 곧장 에고의 숲으로 고개를 돌렸다.
‘남은 오러면 홀에 갈 때까진 유지할 수 있겠지.’
[어쩌려고?]‘이대로 홀의 구덩에 안에 던져버릴 거다. 거기라면 프라가라흐에게 영원한 오러를 공급해줄 수 있을 테니까.’
[허.]어느덧 몸 밖으로 나온 오베론. 그의 고개가 내저어졌다.
심장을 파먹히는 고통에 몸을 가누지조차 못하는 놈.
“가자. 지옥으로.”
천 년의 욕망을 지닌 놈을 끌고, 걸음을 내디뎠다.
* * *
소박하게 꾸며진 작은 집무실. 한쪽 벽면에 자리한 나무 문이 벌컥 젖혀졌다.
“이안!”
“오, 드류. 어떻게 됐어?”
“이종족들은 잘 정착하고 있어. 리우 님이 제대로 황제를 설득하셨더라고. 그들만의 마을을 만들어줬지.”
황실도 후안의 손아귀에 있었던바. 그들 쫓아내 준 우리에게, 황제는 더없이 호의적이었다.
“그래. 처음부터 인간과 이종족들이 완벽히 공생하는 건 어렵겠지. 일단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천천히 적응해나가면 될 거야.”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지낸 사이였기에.
‘너무 급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지.’
천천히 어우러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터였다.
[시간이 해결할 문제지.]더구나 대륙의 모든 상권도 이미 장악했으니, 노예로 팔거나 납치하는 등의 행위는 내 눈을 벗어날 수 없을 터였다.
“잘 됐네.”
고개를 끄덕인 그때.
“전언자님! 다 준비되었답니다!”
재차 열린 문.
“……앙헬.”
후안에게 온 몸을 낭자하게 꿰뚫렸던 그. 다행히도 웨어울프의 회복력을 지닌 그였기에, 목숨만큼은 부지한 터였다.
“아리에스가 드디어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았답니다.”
“오, 정말인가?”
“네. 델레마 가주실 안쪽에 매개가 숨겨져 있었다는군요. 말씀하신 흑마법 성좌의 봉인구도 거기 있었답니다.”
후안 델레마가 내게 걸었던 시간의 저주. 놈을 없앤 후 가장 큰 걱정이었거늘. 드디어 희망이 생긴 터였다.
[그냥 시간의 굴레 속에서 영원히 나랑 이러고 살아도 되는데.]괜스레 미소짓는 오베론.
‘시덥잖은 소리 하긴.’
곧장 밖으로 나섰다. 그 뒤엔 언제나처럼 드류, 아드문, 앙헬이 함께였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