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16)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16화(16/150)
16화. 가자, 마탑으로
-졸업식은 일주일 후에 진행할 테니, 모두 돌아가도록.
알로이의 그 말을 끝으로, 졸업 심사는 종료됐다. 드류, 에리엘과 함께 기숙사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럼, 에리엘은 졸업 못 하는 거야?”
조심스레 입을 연 드류. 하지만, 에리엘은 그다지 슬퍼하지 않았다.
“걱정 마. 내 실력이 이안보다 부족해서 그런 것뿐이야.”
되려, 우리를 위로하듯 말하는 녀석이었다.
“이안, 먼저 마탑에 가서 자리 잡아둬. 내가 가자마자 따라잡아 줄 테니까.”
담담한 그 태도에 더욱 마음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늙은이 같기는…….’
[재능이 아쉽긴 하군.]하필 날 상대로 하는 바람에, 졸업을 못 하게 됐으니. 아쉬운 결과였다.
[그래도 얘 같은 천재들은 어릴 때 고꾸라져보는 게 훨씬 좋아.]맞는 말이었다. 언제나 승승장구하는 것보단, 벽을 느껴보는 게 더 큰 자양분이 되어줄 테니까.
그런 경험은 어릴 수록 좋을 터. 부디 이번 일이 녀석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길 바랄 따름이었다.
“이안.”
순간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우리 셋의 고개가 함께 돌아갔다.
“나 좀 잠깐 볼까?”
리우였다.
‘무슨 일이지?’
오늘은 교습도 없는 날이기에,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
“아, 아, 안녕하십니까!”
드류가 그를 향해 냅다 고개를 숙였다. 빨간 눈을 보고 델레마임을 눈치챈 것이다.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 리우.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냥 이안 삼촌으로 온 거니까.”
“아, 네! 안녕하세요!”
“그래, 나도 반갑구나. 미안한데, 내가 이안 좀 잠시 데려가도 될까?”
“물론이죠!”
해맑은 미소의 드류와는 다르게 내 속은 복잡했으니.
‘설마 락슨한테 걸린 걸 알고 온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리우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안. 평소답지 않게 표정이 이상한데? 못 볼 사람이라도 봤어?”
“……아뇨. 그럴 리가요.”
별수 없이 리우를 따라나설 수밖에.
“드류, 에리엘. 먼저 가 있어. 나도 곧 갈게.”
“응! 천천히 와!”
리우는 항상 교습을 진행하던 강당 뒤편으로 향했다.
“어……. 왔어?”
그곳엔 이미 맥더프도 있었으니.
‘락슨과 관련된 일은 아닌가 보네.’
녀석이 반가운 것은 처음이었다.
[그랬으면, 까불이도 부르진 않았겠지.]뻘쭘하게 내게 손을 흔든 맥더프가 리우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삼촌, 오늘은 교습도 없는 날인데. 왜 부르신 거예요?”
“너희 졸업 심사도 봤잖냐. 둘 다 합격했다면서? 마탑으로 떠나면 한동안 보기 힘들 테니, 인사하러 왔지.”
그가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자, 맥더프가 소리를 지른다.
“삼촌! 설마 마지막까지 숙제 주려고요?”
저럴 때면 항상 품 안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를 꺼내 들었기 때문. 녀석의 반응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 녀석. 그간 어지간히 하기 싫었나 보구나. 이건 숙제가 아니라 선물이야.”
하지만, 리우가 우리에게 내민 건 작은 반지였다.
“내가 직접 제작한 아티팩트야. 당연히 마법도 걸려있고.”
그가 손수 우리의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무슨 마법인데요?”
“너희한테 꼭 필요한 거지. 여기에 마나를 주입하면, 눈동자의 색을 바꿀 수 있어. 밖에 나가면 빨간 눈을 숨기고 싶을 때도 분명 있을 거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예쁜 삼촌을 봤나.’
특히 내게는 너무도 절실한 기능이었다. 빨간 눈으로 검을 수련하며 다닐 순 없었으니까.
[어쩐지 네놈 삼촌들은 생각보다 관심이 많은 것 같다.]‘그러게. 보기보다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쓰네.’
리우든, 락슨이든. 의도는 알 수 없으나, 꽤나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듯했다.
[이러다 곧 가문 정치싸움에도 휘말리는 거 아니냐?]‘에이 설마, 아직 새파란 아이들인데. 벌써 그것까지 신경 쓰겠어?’
그런 상황은 질색이었다. 그런 건 할 줄도 몰랐고. 내게 델레마란, 내가 충분히 강해질 때까지 이용할 둥지에 불과했으니까.
* * *
다음 날 새벽.
눈 뜨자마자 아카데미 구석의 창고로 향했다. ‘졸업 심사 통과자는 수업 면제’라는 말에, 곧바로 서고로 향하는 중이었다.
[설마 락슨 그놈이 또 오진 않겠지?]‘테스트 통과하면 봐준댔잖아.’
수업도 없겠다. 온종일 서고에 있을 기회였다.
‘졸업 때까지 남은 것들도 필사할 수 있겠지.’
다행히 리우의 공간 이동 마법도 유지되고 있었고, 락슨도 없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공간을 노니며 필사를 실시했다.
‘원소 이론도 쓸만한 게 있나, 다시 한번 봐야겠어.’
가문들의 절기에 비하면, 가치가 낮아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케인 구르프의 ‘뇌와 수를 조합한 응용마법.’처럼.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되는 서책이 있을지도 몰랐다. 나조차 당황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담고 있었으니까.
‘호오. 이런 내용도 있구나.’
전에 보았을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았으나,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도 많았다.
‘이제 나도 마법 좀 쓴다 이건가.’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책들을 베껴내러 가기 한참.
[이제 슬슬 갈 시간이야.]오베론이 뚱한 표정으로 독촉하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빨리 검도 수련하러 가야지.]‘알겠어. 알겠어.’
책 위로 머리를 들이미는 녀석 탓에.
탓!
보고 있던 책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가자고. 드류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오베론이었다.
기숙사 안에는 언제나 그랬듯 드류가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헉……. 허억……. 왔어?”
녀석의 훈련 성취에 따라, 훈련 강도도 높여온 탓이었다. 드류의 옆에 서서 함께 앉았다 일어서기를 함께 실시했다.
‘이제 모인 오러도 3성 정도는 되겠어.’
[캬. 오러를 느끼기 시작하고 3년 만에 3성이라……. 옛 실력 어디 안 가는구만.]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던 오베론이 드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근데, 이놈은 뭘 먹길래 이렇게 덩치가 좋아지는 거야.]드류의 몸은 꽤나 다부져졌다. 뭘 얼마나 먹는 건지, 살은 그대로였지만 근육이 꽤 불어있었다.
‘이제 마탑에 가면 슬슬 오러 연공법도 알려줘야겠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이제 튼튼이 네놈은 자기도 모르게 검사의 길을 걷게 되는 거다!]오베론의 사악한 미소가 드류를 향했다.
“허억! 헉!”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훈련에 열중하는 드류였다.
* * *
일주일 후, 졸업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미 졸업 심사는 마친 후였고,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으니까. 굳이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
“축하한다. 이안. 졸업도 1등이구나.”
졸업생 대표로 단상에 올라가, 알로이에게 칭찬을 들었다는 것 정도.
“이안! 이게 무슨 일이야!”
집으로 돌아오자, 티타니아가 격하게 맞이했다.
“15살에 마탑이라니. 정말 대단해!”
“그냥 운이 좋았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유모가 더 야단법석이다.
“운이라뇨! 도련님.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1등을 놓친 적이 한 번도 없으시다면서요?”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는지. 넓은 델레마 가문이건만 소문은 생각보다 빨랐다.
“도련님께서 벌써 이리 장성하시다니. 기저귀 갈아드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감격스러운지, 유모가 눈물을 글썽였다.
‘굳이, 쓸데없는 말을.’
[캬하학! 크학!]유모의 괜한 소리 덕에, 오베론의 괴상한 웃음소리만 귓가에 퍼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티타니아의 얼굴은 울상이었으니.
“얼굴 본 게 정말 오랜만인데, 또 벌써 헤어져야 하는구나.”
“그렇게 되었네요.”
“바로 일주일 후에 가야 하는 거지?”
마탑의 입학식이 곧이기 때문이었다. 우연은 아니었다. 매년 있는 마탑의 입학식 일정에 맞춰서, 델레마 아카데미의 졸업 날짜가 잡히는 거니까.
“네. 저도 아쉽네요.”
입에 발린 말이었지만, 티타니아의 눈이 반짝인다.
“그럼 혹시, 1년 미룰 생각도 있는 거니?”
당연히 그럴 일은 없었다.
[이 여자가 감히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발광하는 오베론이 아니더라도, 나 역시 델레마를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나가서 원 없이 검 좀 휘둘러야지.’
항상 몰래 수련했기에,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에요. 얼른 나가서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마탑 방학 땐 또 뵐 수 있잖아요.”
잠시 슬픈 기색이 비친 티타니아였지만, 이내 감정을 감췄다.
“그래. 경험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
그리고는 와락 껴안는 티타니아.
“이안. 밖에서도 절대 기죽지 말아. 누가 너에게 저주받았다 한들, 넌 가장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니까.”
그녀의 사랑은 언제나 벅찼다. 감히 아도니스의 정신을 가진 내가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몸을 빼고 싶지가 않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요!”
그 감상을 깬 건 유모의 호들갑이었다.
“일주일 밖에 안 남았으니, 얼른 맛있는 식사를 차려올게요! 매일매일 진수성찬 기대하세요!”
곧바로 주방으로 뛰어가는 그녀였다.
* * *
마탑으로 향하는 날.
[너 한 5키로는 불은 것 같은데?]‘후우. 아직도 배가 더부룩해.’
일주일간 식고문 아닌 식고문을 당한 탓이었다. 마지막까지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려진 음식을 먹고 집을 나서는 중이었다.
“이안. 정말 짐이 그거면 되겠어?”
티타니아가 걱정스러운 듯 내 등 뒤를 바라보았다.
“네. 이거면 괜찮아요.”
등에는 고작 보따리 하나만이 메어있을 뿐이었으니까.
‘이거면 충분하지.’
델레마 서고에서 필사를 마친 책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만 엄선했다.
“도련님. 이거라도 더 챙겨가세요. 가시면서 요기하셔야죠.”
유모가 건네는 음식 보따리.
‘그렇게 먹여놓고, 또 준다고!’
본능적으로 손을 뒤로 뺐지만, 유모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음식 줄 땐 뭐 이리 빠른 거야.’
그 순간만큼은 숙련된 무인 같았으니, 보따리를 받아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쿠키도 더 구워놨는데!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그런 내게 비춘 한 줄기 희망이 있었으니.
“이안!”
일주일 만에 델레마의 영지를 다시 찾은 드류였다. 함께 마탑으로 이동하기로 약속했던 터였다.
“어어! 드류 왔어? 얼른 가자!”
다급히 녀석과 어깨동무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녀올게요!”
유모가 쿠키를 가지러 집으로 들어가기 전, 헐레벌떡 발길을 옮겼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아, 안녕히 계세요!”
영문도 모르는 드류는 어안이 벙벙한 채, 따라올 따름이었다.
[왜 그래? 유모가 만들어준 음식 맛있다며.]‘맛있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하잖아.’
그런 우리의 뒤로 ‘도련님! 쿠키 가져가세요!’라는 유모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듯했지만, 필시 환청이리라.
‘하아. 전생엔 그렇게 굶주렸는데, 이번엔 먹는 게 무서워질 줄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우리가 향한 곳은 영지 내의 포탈 관리국이었다.
[마법사들이 한 짓거리 중 가장 쓸모 있구나.]넓은 대륙을 걸어서만 다닐 순 없기에, 마법사들이 몇 세대에 걸쳐 구현해둔 대형 마법이었다.
“아이고! 어디로 가십니까, 도련님.”
생면 부지의 관리인이 고개를 숙인다. 붉은 눈을 알아본 것이다.
“대륙 북부 이아스로 간다.”
“아, 마탑에 가시는 게로군요!”
오베론과 내가 델레마를 벗어나, 마탑에 가고 싶어 한 이유는 단순히 검술 수련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아스.
대륙 북부의 항구도시이자, 제국의 마탑이 있는 곳.
[드디어 가는구만.]나에겐 생소한 도시명이었지만, 오베론에게 들은 이아스라는 도시의 옛 지명은 쉬라톤.
‘가야지. 내 새끼들 잘 있나 보러.’
그곳은 천 년 전 아도니스로 활동하던 당시, 내가 본거지로 삼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