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22)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22화(22/150)
22화. 아도니스 칸(3)
내부는 넓은 광장이었다. 수십 명도 거뜬히 수용할 만한 너비.
‘저쪽이었지.’
걸음은 거침없었다.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진열대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전부 그대로구나.’
진열대 위, 나를 반기는 각종 무구들. 세상 어디 내어놓아도 극찬을 받을 장비들이었다.
‘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천 년의 세월이 비껴간 듯, 본연의 빛을 잃지 않은 채였다.
“상태가 정말 좋다. 장비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말이야.”
물론, 난 고작 열다섯 살 난 아이였기에, 이렇게 칭찬하는 것이 전부였다.
“정성을 다해 관리했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고개 숙여 보이는 아드문. 유독 남루한 녀석의 행색이 눈에 밟혔다.
“이것들 중 아무거나 하나만 팔았어도, 몇 년은 먹고살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지?”
아드문은 살며시 웃어 보일 뿐이었다.
“모든 소유는 칸의 가문에 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관리했을 뿐이지요.”
고개가 절로 저어지는 청렴함이었다.
어떤 것은 적으로부터 빼앗은 것도 있었고, 어떤 것은 유람 중에 얻은 것도 있었다.
‘어차피 이것들은 내가 쓰는 것들도 아닌데…….’
속상했다. 그저, 전리품 격인 물건들이었는데. 이런 물건들보다는 돌프와, 그의 후손들이 내겐 더욱 소중했다.
[뭐 이리 아둔할 정도로 착한 족속이 있냐.]‘내가 사람 하난 정말 잘 봤지.’
내 관심은 곧장 다른 곳으로 이어졌다. 진짜 아끼던 것들은 별도로 보관했으니까.
“광장 안쪽으로 가보자.”
“아, 알겠습니다!”
조금은 상기된 듯한 아드문. 녀석의 두 눈에 기대감이 실렸다.
[저긴 너 말고 아무도 못 들어가는 법 몰랐었지?]‘응. 돌프에게도 안 알려줬었으니까.’
돌프 가문에서 천 년을 관리해온 나의 거처. 그들조차 드나들 수 없는 장소가 있었으니.
광장의 가장 구석.
우우웅!
주황색의 결계가 다시금 우리를 반겼다.
“공자께서는 이곳을 들어가는 법도 아십니까?”
“물론이지.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평생, 이곳을 관리해온 아드문에게는 이 안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리라.
굳이 아드문에게 뒤로 물러서라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외울 수도 없겠지.’
우우웅!
손을 올리자, 고대어로 된 문자열이 튀어 오른다.
Ⅰ Ⅳ Ⅵ
Ⅲ Ⅴ Ⅸ
Ⅷ Ⅱ Ⅶ
랜덤하게 떠오른 숫자판이었다.
매번 다른 순서로 나타나는 번호들인 데다 고대어였기에, 한두 번 봐서는 기억할 수 없을 터였다.
빠르게 번호를 눌러갔다.
‘114, 215, 316, 418, 521, 623, 725, 829, 935.’
앞자리는 내가 기사로서 이룬 성(成)이었고.
뒤의 두 자리는 그 성취를 이룬 나이였다.
[거참, 자기애 대단한 놈이라니까.]‘대단한 업적이긴 하잖아.’
비록 어릴 땐, 시장바닥에서 목숨을 전전했었지만. 검을 쥐고 오베론을 만나며, 누구보다 급격한 성장을 했던 터였다.
번호를 누르자, 금빛으로 물드는 결계.
쿠우우…….
이내 작은 진동과 함께 결계 뒤의 공간이 열린다.
“와아……. 전설로만 들었던 곳입니다.”
아드문이 입을 떡 벌리고 서 있다.
“같이 들어가 보자.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마.”
그렇게 들어선 곳. 광장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의 작은 방이었다.
“이것들이 다 무엇입니까?”
아드문이 고개를 갸웃한다. 얼핏 보기엔, 밖에 있는 무구들보다 가치가 없어 보였으리라.
“무공서들이다.”
“무공서라하시면…….”
“그래. 내가 직접, 아, 아니. 아도니스께서 다른 가문들의 절기들을 보고 깨우친 것들을 정리해둔 것이다. 거기다 그분만의 절기를 정립하기도 하셨지.”
“……아! 그래서 따로 보관해두신 거군요.”
그제야 아드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법사에게 마법서들이 중요하듯, 무인에게도 무공서는 각별한 의미였으니까.
물론, 이것들은 아직 내 머리에 생생했으니, 무공서나 보려고 이곳에 든 건 아니었다.
‘저기 있군.’
한쪽 구석에 작게 마련된 진열대. 그곳에 전생의 내가 사용하던 무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9성 이후론 크게 쓸 일이 없었지만.’
지금의 내겐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줄 장비들이었다.
‘일단 이것만 챙겨가자고.’
[오, 이거 오랜만이구만!]눈에 띄는 갑주들을 전부 가져갈 순 없었으니. 스릉. 구석에 세워져 있던 검 한 자루만 챙겨 들었다.
* * *
다시 광장으로 나오자, 흥분했을 땐 보이지 않던 조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앙에는 우물도 있었고, 한구석으로는 작은 텃밭도 존재했으니.
‘여기서 폐관 수련할 때가 생각나네.’
완벽한 폐관을 위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뒀던 것이다.
[그때 많이 컸지. 9성도 그때 올랐잖아.]여전히 잘 관리된 이곳은 당시와 다를 바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그때보다 좀 더 커진 텃밭의 규모였다.
‘혼자 지냈다기엔 좀 큰데.’
그제야 떠오른 의문.
“근데, 다른 가족들은 어디로 간 것이냐?”
천 년을 이어왔다면, 돌프의 가족도 꽤나 있었을 터였다.
“그게…….”
아드문의 얼굴이 급격히 그늘졌다.
“원래는 저희 집안은 이곳의 지상에서 꽤 큰 규모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평민이긴 했지만, 그럴싸한 가문으로도 불릴만한 규모였죠. 다들 이아스의 터줏대감으로 인정해주었으니까요.”
“그런데?”
“3년 전에 마탑 사람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이곳에서 뭔갈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이곳을 뜨라더군요.”
이어진 아드문의 말은 마저 듣기 힘들었다.
“저희는 이 땅을 뺏길 수 없었기에 항전했습니다. 결과는…… 죽음뿐이었죠.”
녀석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말을 이어나갔다.
“결국, 아버지는 최후의 순간 저와 동생을 결계 안으로 피신시켰습니다. 가문을 이을 사람이 있어야 아도니스 님의 후예를 맞이해줄 수 있다고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보다 나를 우선시한 그들.
‘내가 뭘 그리 잘해줬다고…….’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옥죄여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동생은 어디 있느냐? 이곳에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제발. 그렇다고 대답해라. 그리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드문의 고개는 천천히 저어졌다.
“저도 생사를 모릅니다.”
담담하게 내뱉은 말에,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생사를 모른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말 그대로입니다. 결계로 피신하고, 몇 달이 흘렀을 때였습니다. 상황을 살피려 밖으로 향했는데, 마법사들과 마주쳤죠. 동생은 그대로 놈들에게 붙잡혔고, 저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허탈했다. 이제야 겨우 만난 돌프의 후손들이건만. 세상은 그리 쉽게 우리의 재회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마탑의 마법사 놈들이었지?”
“네. 아직 결계가 뚫리질 않은 걸 보면, 다행히도 순순히 분 것 같진 않습니다만…….”
아드만은 다음 말을 잇진 못했다. 이미 죽었을 확률이 더욱 크단 말을 삼켰으리라.
‘이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
놈들에게 잡혀가 어떤 꼴을 당했을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드문의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을 순 없었으니.
“너무 걱정 마라. 내가 알아보겠다.”
우선은 아드문을 위로하는 수밖에.
[어떻게 알아보려고?]‘그래도 난 마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니까. 모든 수를 다 써봐야지.’
우울한 기색도 잠시. 아드문이 다급히 위쪽을 올려다본다.
“아, 근데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왜지?”
“곧 아침 조가 올 시간입니다. 지금 안 나가시면, 점심 식사시간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럴 순 없었다. 마탑의 수업을 빼먹을 순 없었으니까.
“그래. 일단 마탑으로 가야겠구나.”
“제가 철조망 밖까지 안내하겠습니다.”
“부탁하지.”
아드문을 따라나선 밖. 어느덧 새벽 동이 터 오르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제야 이놈들이 천막으로 가리고 있던 것들의 실체가 보인다.
‘전부 돌프가의 사람들이 살던 흔적이었군.’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드문드문 집터로 추정되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철조망이 쳐진 모든 곳이, 언젠가 돌프의 후손들이 뛰어놀았을 곳이었다.
‘……내가 꼭 복수해주마.’
그리 다짐하며 아드문을 따라 걸었다. 이곳 지리에 훤한 녀석이었기에, 근처에 있던 철조망까지 빠르게 도달했다.
“제가 드나드는 곳 중 하나입니다.”
철조망 아래로 작게 패인 틈. 개구멍처럼 나 있는 작은 틈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마치 시범을 보인 듯한 녀석이었지만.
‘난 그렇게 할 필욘 없는데…….’
예의 아렌스가의 절기를 사용해.
퉁! 퉁!
철조망 위를 뛰어넘었다.
“……아. 역시 대단하시군요. 괜한 권유를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다. 죄송할 필요 없어.”
어쩔 줄 몰라하는 녀석. 그냥 개구멍으로 몸을 밀어 넣을 걸 그랬나 보다.
“마탑은 이쪽 길을 따라 쭉 가시면 됩니다.”
일부러 마탑에 가장 가까운 쪽으로 안내한 아드문이었다.
“그래. 곧 다시 들릴 테니, 들키지 말고 잘 있어.”
고개 숙인 아드문을 두고 발길을 옮기려던 때.
“아, 잠시.”
주머니를 뒤적여, 가지고 있던 모든 금화를 건넸다.
“지금은 가진 게 이것밖에 없구나.”
“괘, 괜찮습니다.”
황급히 손을 내젓는 녀석이었지만.
“일단 이걸로 요기라도 하고, 당분간 지하 말고 여관이라도 가서 생활하거라.”
거듭된 내 권유를 거절할 순 없었다.
“……감사합니다.”
* * *
잠을 잘 시간은 없었다.
방으로 돌아와, 잠시 오러 운용과 근육단련을 했을 뿐이건만.
‘벌써 수업 갈 시간이구만.’
창밖엔 어느덧 아침 해가 밝아있었다.
똑! 똑!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안! 수업 가자!”
유난히 활기찬 드류의 목소리였다.
“그래. 가자.”
녀석과 함께, 어제 수업이 진행됐던 교실로 향했다. 이제는 나름 능숙하게 이동 구슬을 타고.
우우웅!
12층의 교실로 입성했다.
“너희는 이제 막 2성이 되었다. 즉, 풋내기라는 소리지.”
첫 수업은 어제의 노교수가 담당했다. 올해 입학생 100여 명은 4개 분반으로 나뉘었는데.
“너희 반은 오늘 오전엔, 내게 각 속성에 대한 원론을 배울 것이다.”
과목별로 선생이 있는 방식이었다. 하필 안드레이라는 저 노교수는 속성 원론 강사였다.
‘따분한 사람이 따분한 과목을 맡았구만.’
게다가, 속성 원론은 고대어책으로 이미 수없이 학습했던 터.
‘저 양반 수업 땐 오러나 통제해봐야겠군.’
우우웅!
몸에 쌓인 오러를 느껴본다. 단전이 아닌, 근육에 쌓여가는 오러. 문득, 오러들을 오른팔 끝으로 모았다.
‘이제 전완근 정도는 가득 채울 수 있구나.’
온몸에 흩어진, 오러를 모은 결과였다.
한참 오러 운용에 집중이던 때.
“……안?”
전에 느껴본 기시감이 몰려든다.
“이안!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안드레이가 안경을 고쳐 쓰며 흘겨보고 있었다.
‘쟤, 또 뭐라디?’
[하아. 내가 네 보모냐?]‘아, 제발.’
[어휴!]머리를 내흔드는 오베론이었다.
[화속성은 패기가 짙은 속성이니, 다룰 때 항상 주의해야 한다. 아니면, 시전자도 크게 다칠 수 있음이라.]“화속성은 패기가 짙은 속성이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아니면, 시전자도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배시시 웃어 주었다.
“떼잉!”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차며 수업을 종료하는 안드레이.
“이안. 넌 다른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전부 듣고 있었구나.”
같은 반에 배정된 드류가 눈을 빛내온다.
“그럼, 그럼.”
뒤에서 오베론이 ‘성좌를 개똥으로 아는 거냐’며 구시렁대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 수업은 마나 운용법이네? 이안, 너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오! 정말?”
가장 자신 있는 시간이었다.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며 등장한 새로운 교수.
“안녕 친구들!”
그 모습에 내 눈이 크게 뜨였고.
“켁!”
드류는 몰래 먹던 과자가 목에 걸리기까지 했다.
“반갑다. 난 알로이라고 한다!”
델레마 아카데미의 교관. 그가 이곳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