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23)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23화(23/150)
23화. 알로이 교관
“올해 마탑의 부교수로 임명된 알로이다.”
알로이는 자연스레 걸어와, 교탁 앞에 자리했다.
“맡은 과목은 기초 마나 운용법이야. 초임 강사이지만, 너희의 마학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잘 부탁한다!”
가볍게 목례한 후 수업을 시작하는 알로이.
“알로이 교관님이 왜 여길……?”
역시 단짝일까. 드류는 내 심경을 그대로 대변했다. 델레마에 있어야 할 그가 이곳에 나타났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올해도 델레마 아카데미에 남을 것처럼 말했었는데.’
우리가 궁금해하건 말건, 알로이는 수업을 진행했다.
“마나 운용은 마법사의 기본이다. 마법을 부리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
하지만, 열정적인 그와는 달리, 아이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으니. 이내 몇몇 아이들이 따분함을 표출했다. 하품하는 아이들부터, 꾸벅꾸벅 조는 아이까지.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전부 마나 운용 정도는 할 수 있기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래. 너희가 지루해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마나 다루는 연습을 게을리하면, 고등급 마법사로 올라갈 순 없을 거야.”
알로이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럼, 그럼. 지당한 말이지.’
오러를 잘 운용하는 검사가, 더욱 예리한 검기를 뿜어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이제 막 입학한 풋내기들이 그 참뜻을 이해할 순 없었으니.
“교수님! 마나 운용은 저희도 이미 잘하고 있는걸요? 그냥 숨 쉬듯 되는 건데 이걸 따로 연습해야 한다고요?”
갈색 머리의 한 소년이 손을 들고 외쳤다.
이곳에 모인 아이들은 마법에 특출난 재능을 가졌기에, 자부심이 가득한 것이다. 드류가 오러를 잘 느끼듯, 마나 정도는 쉽게 느끼는 아이들일 테니까.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마나를 운용하는 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넌 네가 정말 마나 운용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물론이죠!”
알로이가 그 소년을 보며 씨익 웃는다. 그 모습에 팔을 툭툭 치는 드류였다.
“저 미소 불길하지 않아?”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골려줄 때마다, 알로이가 짓던 특유의 미소였다.
“그러게. 쟤 혼 좀 나겠는걸.”
역시나 알로이는 갈색 머리의 소년을 불러냈다.
“너, 이름이 뭐지?”
“전 쟌크 수단이에요.”
그 이름에 녀석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수단가라……. 최근에 떠오르는 마법 가문이라 했었지.’
실력에 자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알로이는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그래. 쟌크 잠깐 앞으로 나와 볼래?”
소년은 고개를 갸웃하며 알로이의 옆으로 다가섰다.
“네 마나 운용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싶지 않니?”
“그런 것도 가능한가요?”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 다른 사람과 누가 더 마나를 잘 다루는지 겨뤄보면, 바로 비교할 수 있으니까.”
“네? 그게 무슨…….”
“나와 붙으면 부당하다고 생각할 테니, 여기 있는 동급생과 비교해보는 건 어때?”
어째 불안했다.
‘설마, 난 아니겠지.’
이런 예상은 항상 현실로 다가왔으니.
“음. 거기 뒤에 있는 학생!”
알로이가 모른 척, 날 지목한다.
“그래, 통통한 친구 옆에 너. 한 번 나와 볼래?”
이미 내 마나 운용 실력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쟌크와 붙이려고 일부러 불러낸 것이다.
‘하아……. 이렇게 써먹기 있냐고.’
교탁으로 다가가자, 알로이가 자신의 마나를 뿜어낸다.
촤락!
예의, 마나 로프가 쟌크와 내 손목을 감싸 안았다.
“이건 마나로 이뤄진 로프다. 이걸로 둘이 줄다리기를 할 거야. 마나를 통제하며 둘이 겨뤄 보거라.”
델레마 아카데미 첫 수업 때 했던 마나 줄다리기였다. 뜬금없는 제안에 미간을 찌푸린 쟌크였지만.
“흡!”
이내, 마나를 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빠른 속도로 마나 로프를 장악한 녀석이 줄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나름 준수한 컨트롤이었지만.
‘귀엽구만.’
내 눈에는 훤히 보이는 수준.
나 역시 로프를 당기는 척하다, 화악! 그대로 마나를 방출해 줄을 놓아주었다.
“으억!”
맥더프가 그랬던 것처럼 엉덩방아를 찧고 마는 녀석.
“푸핫!”
결국, 교실 안의 몇몇 아이들이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대부분이 델레마 아카데미 출신의 아이들이었다.
“자, 이제 마나를 다루는 것에도 실력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겠니?”
알로이는 쟌크를 일으켜 세웠다.
“그, 그치만 이걸론 인정할 순 없어요. 마나를 잘 운용하는 거랑, 마법을 잘 부리는 거랑은 상관없잖아요.”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듯, 열변을 통하는 녀석. 그런 쟌크를 향해 알로이가 재차 입꼬리를 씰룩인다.
“좋아. 그럼 이번엔 마법 구현으로 비교해보자. 여기 이 친구랑 누가 더 강력한 마법을 만드는지 말야.”
알로이는 교탁 바로 옆에 두꺼운 토벽을 생성해냈다.
쿠우우!
두 뼘 이상의 두께였다.
“내가 만든 토벽을 누가 더 많이 부수는지, 비교해보자고.”
그러자, 쟌크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좋아요!”
“네가 주로 쓰는 속성이 뭐지? 그걸로 해보거라.”
“전 물을 잘 다뤄요.”
꽤나 자신 있는 듯, 크게 외치는 녀석이었다.
곧바로 물방울들을 만들어내는 쟌크.
촤아아…….
손끝에 모여든 물방울이 합쳐져 물줄기가 되고. 물줄기들이 소용돌이쳐 원형의 구체를 만들어낸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듯, 쟌크는 진땀까지 흘려냈다.
‘꽤 하는구만.’
쟌크가 집중 끝에 만들어낸 워터볼은.
촤아아!
자신의 얼굴만 한 크기를 자랑했다.
‘그래도 에리엘보단 별로야.’
그대로 쏘아져 나간 워터볼이 알로이의 토벽에 부딪힌다.
콰아아!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물방울과 흙먼지들.
잠시 후 그곳에 남은 건, 워터볼의 크기만큼 뚫려버린 구멍이었다.
“와! 대단하다.”
“오, 쟤 누구라고?”
반 아이들의 탄성이 흘러나왔고.
“흥!”
그 결과가 만족스러운 듯 괜히 나를 흘겨보는 쟌크. 녀석의 콧대가 높아져 있었다.
‘짜식들. 엉아가 한 번 보여줄게.’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으니.
촤락!
곧바로 물방울들을 소환해냈다.
[너도 워터볼 쓰게?]‘엉. 그래야 저놈의 큰 코를 눌러줄 수 있겠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마법인데 더욱 큰 효과를 낸다면 녀석도 수긍할 수밖에 없을 터.
촤아아!
거칠게 회전하던 물방울들이 한데 모여 구체를 만들어낸다. 주먹만 한 크기의 워터볼이었다.
“풉!”
그 모습에 비웃음을 짓는 쟌크. 녀석이 만든 것에 비하면 초라한 정도로 작은 사이즈였지만.
‘잘 봐둬라.’
한쪽 입가를 올리며 워터볼을 쏘아냈다.
후우우웅!
이상한 소리와 함께 나아간 작은 구체.
‘이게 수세르가의 노하우가 담긴 워터볼이다.’
이내 토벽과 부딪힌 워터볼은.
쿠우우…….
잔잔한 소리를 빚어낸다.
그 모습에 신이 난 듯한 쟌크는 곧장 소리쳤지만.
“그거 봐요! 제가 뭐라고……!”
끝내 뒷말을 이을 순 없었다.
콰득…. 콰드득!
워터볼은 사라지지 않고 토벽을 계속해서 갉아 먹고 있었으니까. 쉬지 않고 회전하던 워터볼은 결국 토벽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쩌적!
그곳에서부터 퍼져나가기 시작한 균열은, 이내 토벽 전체를 장악했으니.
파아앗!
결국, 그 두꺼운 토벽이 모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그 광경은 교실 전체를 정적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허…….”
정작 담당 교수인 알로이마저 입을 떡 벌린 상황.
‘너무 했나?’
[뭐 어때. 덕분에 알로이 기도 살려주고 좋지.]수세르가가 물의 대가로 불렸던 것은, 물의 흐름을 제어한 데에 있었다. 단순히 직선으로 쏘아내는 것이 아닌, 물의 흐름으로 회전력을 발생시키는 것. 그것이 그들의 비법이었으니까.
‘워터볼 정도에는 응용할 수 있지.’
워터볼의 사이즈를 키우는 것 대신, 남는 마나로 지속적인 회전을 유지한 것이다.
‘뭐, 토벽이 제대로 된 방어마법이 아니기도 했고.’
당연히, 알로이가 마음먹고 만든 방어마법이었다면, 절대 깨부술 수 없었겠지만. 토벽 수준의 마법이었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이안! 멋지다!”
외침과 함께 손뼉을 치는 드류.
교실 한 군데에서 시작된 박수 소리는 이윽고 교실 전체로 퍼져나갔다.
“와아!”
“대단하다!”
“역시, 델레마야!”
강의실을 가득 메운 환호에, 알로이가 평정심을 되찾았다.
“자, 다들 조용! 이안, 쟌크. 둘 다 들어가 보도록.”
흐름을 타 수업을 이어나가는 알로이.
“다들 잘 봤지? 마나를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면, 마법도 강력해진다. 그만큼 세세하게 마나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지. 방금 이안이 보여준 건, 마나와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거야.”
그제야 반 아이들의 눈가가 초롱초롱해졌다.
“네!”
“열심히 배울게요!”
수업에 대한 열의가 샘솟고 있었다. 갈색 머리 소년, 쟌크는 뒤에서도 보일 만큼 볼이 빵빵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흡족한 미소를 지은 알로이는 내게 윙크를 해 보인 뒤, 오후 수업을 이어나갔다.
* * *
이후 순조롭게 첫 수업을 종료한 알로이.
드류와 함께 그를 따라 복도로 나섰다.
“와, 교관님! 아니, 교수님!”
드류의 부름에 알로이가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 드류! 오랜만이구나! 덩치가 며칠 새 더 좋아진 것 같은데?”
“헤헤, 감사해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나도 언젠가 이곳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거든. 마침 델레마에서 마탑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어.”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 그래서 온 거였구만.’
좋은 교수 밑에서 부교수로 일하며 성장하는 것. 그것은 마법사들이 성취를 쌓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연구 실적도 쌓고, 마법도 배울 수 있을 테니.’
명예와 성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이었으니까.
알로이는 젊은 나이에 5성급에 오른 인재였으나, 여태 델레마의 아카데미 교관으로 머물러 있었던 터. 분명, 더 성장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을 것이다.
“암튼, 또 봐서 너무 반갑다.”
그런 그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그리고, 이안. 오늘 고마웠어. 애들 자존심이 너무 세길래, 분위기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했는데. 덕분에 쉽게 풀렸어.”
“뭘요. 교수님 말을 안 듣는 학생은 혼 좀 나야죠.”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래, 그래. 어차피 이곳에서 한솥밥 먹게 됐으니, 앞으로도 자주 보자고.”
알로이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떠나갔다.
“우리도 가자.”
오늘 수업은 모두 끝났기에, 기숙사 층으로 가기 위해 곧바로 이동 구슬을 잡아탔다.
“와, 진짜 대박이다. 알로이 교관님을 여기서도 또 보다니.”
한참 신나하던 드류가 문득 고개를 돌린다.
“왜 그래?”
사뭇 심각한 표정의 드류. 녀석의 진지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우리 오늘도 저녁은 나가서 먹는 거야?”
열망 가득한 눈빛이 내게 쏘아지고 있었다.
“……난 또 뭐라고.”
뭐든 잘 먹는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근데, 그 전에 방에 좀 들렀다 올게. 잠시 할 게 있거든.”
“알겠어! 그럼 나도 방에 갔다 올게. 얼른 다녀와야 해, 오늘은 내가 살 테니까!”
이동 구슬이 10층에 도착하자, 냅다 자신의 방으로 뛰어가는 드류였다.
‘귀여운 녀석.’
나 역시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어제와는 다른 풍경.
‘오랜만이구나.’
한쪽 구석을 덮고 있는 커튼을 들추니,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제 거처에서 가져온 검이었다.
[지금 써보려고?]초라해 보이기 짝이 없는 철검. 누군가 본다면, 골동품이 아니냐 묻을 테지만.
‘응. 천 년 동안 잘 있었나 확인은 해봐야지.’
전생의 내가 가장 애용했던 검이었다. 오른손으로 검 손잡이를 쥐자, 오랜만에 전해지는 차가운 쇳덩이의 기운이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응답해라. 프라가라흐.’
우우우…….
내가 쌓았던 모든 오러를 그쪽으로 흘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