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26)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26화(26/150)
26화. 테스트에서 생긴 일
“안드레이 교수님. 그건 제 겁니다.”
그 순간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알로이 부교수?”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알로이였다. 마침 마탑으로 들어서던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고마워, 이안. 괜히 내가 들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자연스레 검은 봉투를 낚아챈 그는 안드레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미 내게로 뻗어졌던 안드레이의 손은 무안하게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큼큼. 알로이 부교수도 이 아이들과 함께였나?”
“네. 마침 밖에서 마주쳐서요.”
그 말에 안드레이의 두 눈이 좁혀진다.
“마탑 밖에서 별도로 챙겨준 건 아니겠지? 같은 델레마 출신이라고 특별 대우를 해선 아니 되네.”
그의 손이 내 붉은 눈을 가리켰다.
“마탑의 학생들은 출신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니까.”
“별도로 챙겨준 게 아니라, 그냥 길을 지나다 마주친 것뿐입니다. 아, 참. 그리고 이 아이는 출신도 훌륭하지만, 실력은 그보다 더 우수하고요.”
알로이는 싱긋 웃으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그의 능글맞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쯧! 수업에 집중도 제대로 하지 않는 녀석이 실력이 우수할 리가 없지. 알로이 부교수도 델레마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감싸고 도는 것이오?”
안드레이의 찌푸려진 미간은 좀체 펴질 줄 몰랐다.
“델레마 빽으로 부교수에 임명됐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낮게 중얼거리는 안드레이의 혼잣말은 알로이의 표정도 굳게 만들었으니.
“……그런 것이 아닙니다.”
결국, 알로이의 눈매도 좁혀질 수밖에.
“지금 날 쏘아보는 겐가? 하아! 델레마의 위세가 대단하기로서니, 마탑의 부교수가 정교수를 무시하는구나!”
“제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러십니까. 그저 사실이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했을 뿐인 걸요.”
“그럼 내 말이 틀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예. 아쉽게도 방금 말씀하신 것들은요.”
안드레이가 몰아붙임에도 알로이는 굴하지 않았으니.
“뭐?”
노교수 역시 표정이 한층 싸늘해졌다. 주관이 뚜렷한 마법사들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나 진배없었으니까.
“내가 틀렸단 걸 증명할 수 있나?”
결국, 안드레이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어찌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알로이도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 칼부림만 나지 않았을 뿐, 이미 두 사람의 신경전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아. 상황 이상하게 돌아가네.’
그런 안드레이의 눈초리가 나를 향해 쏘아졌으니.
“따로, 공들여 증명해 보일 필요도 없지. 이 아이의 실력이 뛰어나다면, 일주일 후에 알 수 있지 않겠나?”
“과목별 테스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이안이 두 과목 이상 1등 한다면, 자네가 맞았다는 걸 인정하지.”
난데없이 왜 내가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에 휘말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알겠습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알로이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었다.
‘뭐야!’
알로이의 시선 역시 내게 향했다.
“할 수 있지?”
이 상황에서 뭐라 답하겠는가. 이미 물은 엎질러진 것을.
“……네.”
생각지도 못한 숙제가 주어지고 말았다.
* * *
“후. 아깐 너무 경솔하게 말해서 미안하다.”
마탑의 로비에서 알로이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상관없어요. 안 그래도 1등 할 생각이긴 했었어요.”
이왕 하는 거, 날 무시했던 안드레이의 콧대까지 눌러주면 더 좋은 거 아니겠는가.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쉽지 않을 거야. 전체 입학생 중에 1등이라, 다른 반 아이들도 경쟁자거든. 심지어 두 과목이나 해야 하고.”
그리고 이왕 콧대를 눌러주려면 제대로 눌러야 성미가 풀리는 게 바로 나였다.
“걱정 마세요. 세 과목은 1등 할 거니까.”
“뭐? 세 과목이나?”
“네. 저도 자존심이 상했거든요. 안드레이 교수님에게 제대로 실력을 보여줘야죠.”
그 정돈 해줘야, 그 노교수도 토를 달지 못할 터였다.
[이래야 아도니스답지.]알로이 역시 오베론처럼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 두 과목이든, 세 과목이든 내 면 좀 살려줘라.”
“이왕이면, 알로이 교수님 과목에서도 1등 하려고요.”
“좋은 생각이야. 넌 마나 감응력이 뛰어나니, 충분히 가능하겠지. 아, 혹시 내 조교가 되려는 거니?”
“네. 전 교수님이 좋거든요.”
알로이의 조교가 되어야, 마탑을 활보하기 편할 것 같았을 뿐이었지만.
“오, 그래?”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힌다.
“나 때문에 이리 된 거니. 네가 정말 내 조교가 된다면 혜택을 줄게.”
“혜택이요?”
“응. 네가 원한다면, 연구실 잡무는 시키지 않으마.”
알로이의 제안은 입가에 호선이 그려지게 했으니.
‘이게 웬 떡이냐.’
그야말로 내게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조교들은 교수의 연구를 도와 성취를 얻기도 하지만, 그만큼 잡무에도 시달려야 했으니까.
‘아일렌 찾는데 시간을 더 쓸 수 있겠어.’
[이건 꼭 해야겠네.]내게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요!”
밝게 웃으며 알로이를 바라보자,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
어느새 검은 봉투 속 내용물을 확인한 그였다.
“근데 이건 어디서 난 거지?”
“그게…….”
뭐라 대답하기도 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나도 네 나이 땐 궁금하기도 했었으니까.”
알로이는 이해한다는 듯 한쪽 눈썹을 찡긋했다.
[오, 이해하는 건가?]‘역시! 깨어있는 선생이라니까.’
하지만, 검은 봉투를 자신의 품으로 챙겨 넣는 알로이였다.
“그래도 내 제자가 이걸 가지고 가는 걸 본 이상. 그냥 줄 순 없겠지? 이건 압수야.”
‘아!’하고 새어 나올 뻔한 탄식을 꾹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안드레이에게 괜한 트집을 안 잡힌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젠장.’
* * *
마탑은 학구열로 꽤나 불타올랐다.
“자, 풍속성은 이렇게 유려하게 다뤄야 한다. 다들 알겠지?”
“네!”
다들 조교가 되고 싶은지, 수업에 열심히 임하는 아이들이었다.
우리가 배우는 과목은 총 여섯 개였는데.
알로이의 ‘기초 마나 운용’.
안드레이의 ‘속성 원론’.
그리고 화, 수, 풍, 토. 네 가지 속성에 대한 기초 마법 시간이었다.
‘일단 기초 마나 운용이랑 속성 원론은 내가 1등 해야겠어.’
[안드레이 그 영감 수업도 노려보려고?]‘응. 자기가 담당하는 과목도 1등 하면, 얼마나 자존심 상하겠어.’
게다가 속성 원론은 고대어 서적들로 예습도 했던 터라, 다른 과목들보다 수월할 터였다.
‘나머지 한 과목이 문제인데…….’
세 개 과목에서 1등 하겠다고 큰소리쳤기에, 한 가지 과목을 더 선택해야 했다.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할지 감이 안 와.’
각 속성에 대한 기초 마법 과목들은 실기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할 터. 하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알 수 없었다.
[가르쳐준 마법을 구현하라고 하지 않을까?]‘그러면 1등 하기 어려울 텐데.’
속성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대거 포진해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우웅!
마침, 교실 위로 흩날리는 거대한 바람. 우리 반에서 가장 풍속성과 친근한 아이, 토니 글룬의 작품이었다.
‘확실히 이해도가 빠르네.’
강단에 있는 교수가 말한 대로, 곧바로 바람을 유려하게 다뤄보는 녀석이었다.
‘나머지 한 과목은 일단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겠어.’
[답을 알 수 없을 땐, 그게 최고지.]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정리하던 때. 옆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하아……. 이안. 난 재능이 없나 봐.”
손안에 작은 바람을 일으켜보던 드류였다. 토니 글룬이 만들어낸 바람을 보며 상심에 빠진 것이다.
“네가 재능이 없다니. 무슨 소리야.”
“난 토니처럼 컨트롤이 잘 안돼.”
“쟨 열일곱 살이잖아. 열다섯 살에 마탑에 온 네가 훨씬 대단한 거야. 너도 2년 뒤엔 저것보단 잘 하지 않겠어?”
“……그런가?”
“그럼, 그럼.”
녀석의 얼굴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 물론, 드류의 마법적 재능이 범재의 수준에 불과한 건 사실이었지만, 굳이 기죽일 필요는 없었다.
기사로서의 재능은 누구보다 뛰어난 아이인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둘 다 잘하면 너무 사기인 거지.’
검의 피가 흐르는데, 마법까지 잘하는 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니겠는가.
[혹시 너 자기소개하냐?]오베론이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난 특이 케이스잖냐.’
[내로남불 오지네.]‘그건 또 뭔 말이야? 내로남불은 뭐고, 오지네는 또 뭐야?’
[예전에 잠깐 유행하던 말 있어. 그냥 너 멋있다는 그런 말이야.]‘오, 웬일로 칭찬을 다 해?’
일진이니, 내로남불이니. 가끔 이상한 말을 쓰는 오베론이었다.
* * *
일주일 후 아침.
후웅!
숙소 안에서 프라가라흐를 휘둘렀다.
[자세는 좀 더 낮은 게 좋겠어. 그게 더 힘이 잘 실리겠군.]오베론도 이 시간만큼은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임했으니. 현재의 몸에 맞게 검술을 연마하기 위한 새로운 아침 루틴이었다.
후우웅!
오베론의 말대로 무게 중심을 낮추자, 더욱 강력한 파공음이 이어진다.
‘역시 왕년의 오베론 어디 안 갔구나?’
[참나. 햇병아리 녀석이 누구더러! 네가 아무리 검제라 해봤자, 나한텐 풋내기일 뿐이지.]아직 몸집이 작은 탓인지, 오베론이 교정해준 자세가 훨씬 나았다.
‘그건 그렇고, 슬슬 나가봐야겠구만.’
프라가라흐를 다시 내려놓자.
똑, 똑.
때마침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안! 가자! 오늘 테스트 날이야!”
방문을 열고 나서자, 드류가 기다리고 있었다.
“드류, 테스트 준비는 잘했어?”
“난 큰 욕심 없어. 제발 꼴등만 면하고 싶다!”
녀석의 소원과 함께, 교실이 아닌 마탑의 입구로 향했다.
[테스트는 야외 실습장에서 한다고 했지?]‘응. 아무래도 마법도 써야 하니까 그렇겠지.’
실내보다는 실외가 마법을 사용하기에 적합할 터. 마탑 입구로 신입생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4개 반의 모든 아이들이었다.
“자. 오늘은 알다시피, 테스트를 진행할 거다. 마탑 소유의 야외 실습장으로 갈 거니, 다들 잘 따라오도록.”
화 속성 기초 마법 수업을 맡은 부교수. 미드란의 외침에 따라, 긴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솔자는 죄다 젊은 교수들 뿐이군.’
신입생들 사이에 섞여 함께 걷는 젊은 마법사들. 인솔자들은 대부분 5에서 6성 정도의 마법사들이었다.
[원래 이런 귀찮은 일은 젊은 사람들 몫이지.]‘에휴.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만고불변의 법칙이구만.’
마탑의 학생이라곤 하지만, 대부분 10대 중후반의 소년, 소녀들. 그런 아이들 100명을 데리고 외부로 나가는 것은 어지간히 귀찮은 일인 것이다.
[알로이도 저기 있네.]그 역시도 아이들의 보모 노릇을 피할 수 없었다. 한창 소란을 피우던 아이들을 제지하고 있는 그였다.
‘……고생이네.’
젊은 마법사들의 노고 아래.
도착한 곳은 이아스 도심 외곽의 숲속이었다. 숲속 한가운데에 펼쳐진 거대한 원형 공터. 교수들은 그곳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여기가 야외 실습장이로구만.’
아이들 앞으로 미드란 부교수가 다시 한번 나섰다.
지이잉!
자신의 목에 스스로 확성 마법을 시전한 그가 크게 소리쳤다.
“지금부터 테스트를 실시하겠다! 반별로 모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