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27)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27화(27/150)
27화. 테스트에서 생긴 일(2)
“후우. 떨린다.”
드류의 한숨이 귓가를 맴돌았다.
“너무 긴장하지마. 그래도 첫 테스트는 필기시험이잖아.”
첫 과목은 안드레이 교수의 과목인 속성 원론. 이론 수업이었기에, 따로 마법을 펼칠 필요는 없었다.
“자, 한 장씩 받아가도록.”
인솔자로 따라 나온 젊은 교수들이 나눠준 종이를 받아들었다. 모든 학생들이 종이를 가지고 바닥에 앉자, 미드란 부교수가 확성 마법을 활성화시킨다.
“안드레이 교수님은 참석하지 않으셨지만, 문제는 내게 전달하셨다. 지금부터 읊어줄 테니, 너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종이에 작성하면 된다.”
그의 입가로 바닥에 앉은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미드란 부교수가 손에 든 쪽지를 보며 외쳤다.
“화, 수, 목, 토. 네 가지 속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서술하라.”
그 질문에 아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으니.
‘상관관계라…….’
그 질문의 진의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무엇에 대한 상관관계인지 설명도 없이, 불친절한 문제를 낸 안드레이였다.
아이들 모두 쉽사리 답안을 적어 내려가지 못하자, 보다 못한 미드란 부교수가 재차 입을 열었다.
“힌트를 주자면, 속성 간의 우위에 관한 것을 적으면 될 것이다.”
그제야 출제 의도가 파악되었으니.
‘어떤 속성이 어떤 속성을 이기냐, 이거구만.’
아이들이 서둘러 답변을 써 내려갔다.
‘당연히 물이 불보다 우위고, 불이 나무보다 우위인데…….’
안드레이가 의도한 바도 그것일 테고, 다른 아이들이 써 내려가는 답변도 그것일 터.
‘그 정도론 부족하지.’
하지만 내 답은 그리 단순해선 안 됐다. 안드레이의 테스트에서 1등 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일반적인 답변으론 허를 찌를 수 없어.’
잠시의 고민 끝에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다.
[엥? 이렇게 쓰면 1등은커녕 꼴등인 거 아냐?]그 답안에 오베론이 고개를 갸우뚱했으니.
‘뭐 이 정도는 써줘야 관심 좀 끌지 않겠어?’
종이에 적힌 것은 오직 한 문장에 불과했다.
– 화, 수, 목, 토 속성 간에 절대적인 상관관계란 없다.
그 대신, 시험지 위에 마법 하나를 시전했다. 그러자 종이 위로 작은 문양이 반짝이다, 이내 흡수되어 사라진다. 고대어 서적에서 보았던 마법을 구현한 것이다.
[뭐 하는 거야?]‘나중에 안드레이한테 내 말이 맞단 걸 입증해야 하니까.’
내 논리를 입증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답을 적는 사이, 몰래 마법 하나를 심어두는 것으로 첫 번째 시험을 마무리 지었다.
“자! 이제 그만! 시험지를 걷겠다. 채점은 안드레이 교수님께서 하실 테니. 점수에 불만이 있으면 직접 가서 문의하도록.”
* * *
두 번째 테스트는 마나 운용이었다.
‘드디어 실기구나.’
미드란 부교수 대신 앞으로 나선 알로이. 역시나 그의 목엔 확성 마법이 걸린 채였다.
“눈앞에 보이는 돌들은 전부 마력석들이다. 다들 알다시피, 마나를 품고 있는 돌이지. 이걸로 너희의 마나 운용 능력을 테스트할 거야.”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마력석을 가리켰다. 푸른 돌 40개가 일렬로 죽 늘어서 있었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줄게.”
그와 함께 눈을 감는 알로이. 오른손을 뻗어 마나를 방출했다.
우우웅!
그의 마나에 반응한 첫 번째 마력석이 푸르게 물든다.
우우웅!
두 번째, 세 번째 마력석도 푸르게 물들었고.
“와아…….”
이내 40개의 마력석이 모두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 광경에 야외 실습장에 모인 아이들이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저것이 어느 정도 난이도인진 모르겠지만, 그의 실력이 수준급이란 것은 모두가 알 수 있었으니까.
“후우. 잘 봤지? 너희도 이제 똑같이 하면 돼. 빛나는 마력석 개수가 많을수록 고득점이야.”
알로이는 각 반마다 20개씩의 마력석을 나눠주었다.
“100명을 일일이 테스트하면 하루 종일 걸릴 테니, 반끼리 나눠서 실시하자고.”
그렇게 만들어진 총 네 줄의 마력석. 그 끝에는 젊은 교수들이 채점을 위해 지키고 서 있었다.
그때부터 야외 실습장엔 푸른 마나 물결이 휘몰아쳤다.
우우웅!
사방에서 진동하는 마력석들. 하지만, 알로이만큼 장관을 이뤄낼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10개 내외의 마력석을 빛내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오, 이번엔 좀 볼만 하겠군.’
다음은 풍속성에 재능을 지닌 토니 글룬이라는 아이의 차례였다.
“쟤는 몇 개나 할 수 있을까?”
드류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의 귀추까지 주목되는 상황.
우우웅!
마력석은 빠르게 반응했다. 다른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마나 운용 능력.
“와아!”
반 아이들의 함성이 크게 터져 나왔다. 결국, 마지막 스무 번째 마력석까지 빛낸 토니였다.
‘쟤네 가문도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꽤나 준수한 마법 재능. 중앙에 서서 전체 상황을 지켜보던 알로이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시선을 조금 옮겨 날 바라보는 알로이.
‘부담 팍팍 주시는구만.’
마치, 나도 저 정돈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런 그의 시선도 내게 오래 머무르진 않았으니.
“우와!”
“대박이다!”
옆쪽에서 들려온 환호 때문이었다.
‘오, 저기도 끝까지 간 건가.’
다른 반의 마력석도 끝까지 빛나고 있었다.
곧바로 테스트에 응한 아이를 확인했다. 다른 반 아이들의 실력은 잘 몰랐기에, 어떤 아이의 재능이 뛰어난지 알아둘 필요가 있었으니까.
‘……오호. 저 녀석이라면 그럴 만하지.’
그제야 끄덕여지는 고개. 맥더프였다.
[까불이 실력이 상당히 늘었네. 리우랑 마나 연습했던 게 도움이 됐나 보구만.]‘그렇겠지. 어디 가서 꿀릴 재능은 아니니까.’
그 장면 덕에 초조해지기보다는, 되려 마음이 편해졌다.
‘맥더프는 내가 항상 이겼으니, 이것도 내 실력이면 충분하다는 소리네.’
처음 해보는 방식이었기에, 조금은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맥더프도 해낸 걸 내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 다음. 이안 델레마!”
우리 반 앞쪽에 서 있던 젊은 교수가 내 이름을 호명했다.
‘한번 해보자고.’
한 번의 쉼호흡 후.
우우웅!
곧바로 마나를 흘려보냈다.
‘뭐야, 이거 쉽잖아?’
마력석의 푸른 불빛은 빠른 속도로 번져갔다. 토니가 했던 것 보다, 훨씬 짙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마력석들.
우웅!
결국, 스무 번째 마력석이 빛나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우와! 쟤 봤어?”
“엄청 빨라!”
“그리고 빛도 엄청 진했어!”
우리 반에서 시작된 환호는 이내 야외 실습장 전체로 번져갔다.
[너무 압도적인데?]‘마나 운용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
물론, 이 정도로 쉬울 줄은 나도 몰랐다. 그 덕분일까.
[쟨 또 왜 저러고 있냐?]오베론이 가리킨 곳. 그곳에서 알로이의 벌어진 입을 또 볼 수 있었다.
‘우리 알로이 교수님 또 충격 좀 받으셨나 보네.’
그의 표정 변화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으니.
‘이건 아무래도 내가 1등이겠지?’
똑같이 스무 개의 마력석과 감응했다고 하더라도, 명백한 차이가 있었음이다.
‘이제 마음 편히 구경이나 하면 되겠군.’
저 멀리 보이는 맥더프 역시도 패배를 직감한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 * *
테스트는 빠르게 종료됐다.
“다들 내 생각보다 뛰어나구나. 스무 개 모두 반응한 사람이 다섯 명이나 되다니.”
알로이의 말대로 마력석 끝까지 마나 감응을 한 아이들은 다섯 명.
하지만, 나만큼 강력한 반응을 일으킨 아이는 없었다. 알로이의 마무리 멘트와 함께, 시험은 종료되는 듯했다.
“알로이 교수님! 그럼 1등은 어떻게 가려지는 건가요?”
토니 글룬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기 전까진 말이다.
“응? 1등?”
알로이는 당황스러운 듯 눈썹을 꿈틀댔다. 누가 봐도 내가 1등이었는데,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이 의아했을 테니까.
“네. 똑같이 스무 개에 도달한 사람이 다섯 명이니까, 공동 1등인가요?”
“으음…….”
“처음에 말씀하신 채점 기준은, 감응한 마력석의 개수잖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찌 됐건 알로이가 말한 채점 기준에는 반응 속도나, 강력함은 없었으니까.
“좋아. 합당한 의문이다. 그럼 너희 다섯만 따로 추가 평가를 하도록 하자.”
토니의 의견대로. 알로이는 80개의 마력석을 모두 모아, 일렬로 쭉 세웠다.
‘꼬맹이 녀석, 귀찮게 하는구만.’
[여기선 판가름 나겠지.]마력석 앞으로 모여든 다섯 아이. 그 주변으로 나머지 아이들이 구경이라도 하듯 몰려들었다.
‘그래. 누가 위인지 확실히 보여주마.’
가장 먼저 나선 건 다른 반의 은발 소녀였다. 잔잔히 반응하던 마력석은 스무 개를 조금 지나쳐 그쳤다.
“오! 잘했다. 스물세 개까지 반응할 수 있었구나.”
알로이의 격려와 함께, 찾아온 다음 순서. 역시나 다른 반의 아이인 소년이었다.
“음. 조금 아쉽구나. 넌 스물두 개야.”
피부가 유독 까만 소년은 아쉬워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은 까불이구만.]세 번째로 차례로 나선 맥더프.
우우웅!
마력석은 앞선 아이들보다 훨씬 거칠게 반응했다.
[이열. 까불이 잘하는데!]그 진동은 꽤나 멀리까지 퍼져나가.
“오! 스물여덟 개나 했어! 현재까지 1등이구나.”
알로이의 아낌없는 칭찬이 내려졌다.
“후우…….”
맥더프의 활약에 긴장한 듯 숨을 고르는 토니였다. 다음 차례인 녀석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좋아. 토니 글룬. 맘껏 실력을 뽐내봐.”
알로이의 말과 함께 마나를 뻗어내는 토니.
‘오, 잘하긴 하네.’
우우웅!
순식간에 가장 앞선 두 아이의 개수를 지나쳐, 스물다섯 번째 돌까지 도달했다.
“으으……!”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는지, 녀석의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
몸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힘을 내고 있었지만, 좀처럼 더 나아가질 못했다.
우…… 우우….
그 순간 깜빡거리는 스물여섯 번째의 돌.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이미 모든 정신력을 소모한 토니였다.
“잘했어, 토니. 마지막 것까진 성공으로 인정해줄게.”
좌절감에 빠진 듯, 고개를 푹 숙인 토니. 맥더프보다도 낮은 성적이었기에, 내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1등은 물 건너가고 만 것이다.
‘후우. 엉아가 보여줄 테니, 잘 봐라.’
의기소침한 녀석을 지나쳐, 마력석 앞으로 다가섰다.
“이안, 시작해.”
알로이의 눈가에도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다. 얼마나 많은 개수를 할 수 있을지, 나 역시도 궁금한 상황.
우우웅!
마나를 뻗어 마력석과 감응을 시작했다. 아까보단 빠르지 않게, 그리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당연히 스무 개는 가뿐히 넘어섰고, 토니의 기록인 스물여섯 번째 마력석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 좀만 더 가면 맥더프보다도 앞서.]‘충분해.’
아직까지는 너무도 쉽게 여겨졌으니.
우우웅!
스물여덟 개를 넘어, 서른 개까지도 큰 힘이 들지 않았다.
[너 이러다 알로이보다도 많이 하는 거 아냐?]그럴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마법을 구현하는 영역이 아닌, 그저 기와 반응하는 영역이니까. 어쩌면 기에 예민한 내가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도.
그렇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던 때.
서른두 번째의 마력석이 진동하던 그때.
맑던 하늘이 조금 어두워진다.
사위가 어두워진 탓일까. 발광하던 마력석이 한층 더 빛나 보이던 그 순간이었다.
“워, 원심회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하늘이 어두워진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
쿠우우우!
야외 실습장 위로 쏟아지는 수십 개의 마법 다발들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