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31)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31화(31/150)
31화. 테스트에서 생긴 일(6)
장내에 찾아온 정적. 여인이 가진 존재감에 누구도 쉽사리 소리 낼 수 없었다.
마치, 흑백 세상이라도 된 것처럼, 사위는 어두워졌고. 강단에 올라선 마탑주의 신형만이 강조되어 눈에 맺힌다.
‘후우…….’
나조차도 호흡을 골라야 할 정도로 긴장되는 압박감.
‘마탑주는 다르다 이건가.’
스테노스가 보였던 것처럼 날카로운 카리스마는 아니었다. 락슨이 지녔던 패도적인 이미지도 아니었다.
‘부드러운데도 힘이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우아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전해지는 기백. 왕년의 여느 기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좋은 걸 얼마나 많이 먹은 거야.]그런 마탑주의 얼굴은 2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만큼 젊어 보였으니.
‘영약이란 영약은 다 쓸어 먹었겠지.’
노화를 방지하는 영약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욕심 많은 할망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구나. 어차피 수명까지 늘리진 못할 텐데.]‘천 년 전에도 그런 애들 꼭 있었잖아.’
불로와 불사는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시대에나 젊어 보이려 애쓰는 자들은 존재했다.
‘마탑주라 해봤자, 외모에 관심이 많은가 보지.’
그런 그녀의 입이 천천히 떼어졌다.
“다들 고생이 많았어요. 저는 마탑주, 파이디온이에요.”
청아한 음색.
조용하던 실내를 장악한 목소리가 귓가에 정확히 전달됐다. 하지만 이내 모두의 눈썹이 꿈틀거렸으니.
“마탑의 가족들이 변을 당할 뻔했다니! 직접 와보지 않을 수가 없었지 뭐예요?”
다소 경박스러운 그녀의 말투 때문이었다.
‘무슨 마탑주가 저리 위엄이 없어?’
[늙어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젊은 말투를 쓰는 건가?]아이들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그래도 여러분 중엔 한 명도 안 다쳐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현장에 있던 부교수님들이 잘 대처했다죠? 모두 고생했어요.”
비록, 한 명의 부교수가 명을 달리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학생들은 모두 무사히 복귀한 터. 그녀의 칭찬에 부교수들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괘씸한 놈들! 생포한 작자들은 여기 있는 스테노스 수석 마법사께서 직접 심문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죠? 스테노스 님.”
“예.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그 잔악한 놈들이 실토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려요. 스테노스 님! 아자아자! 화이팅!”
양손을 불끈 쥐어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얼굴이 붉어진 건 되려 스테노스 쪽이었다.
“마탑 내부에 다른 첩자가 있는지도 철저히 수색해야겠군요! 그렇지요? 스테노스 님?”
“……예, 마탑주.”
스테노스를 보며 싱긋 웃은 마탑주. 그녀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했다.
“아, 참. 그리고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죠? 이안 델레마라는 친구가, 그 씹어먹을 놈들 중 하나를 생포했다고요?”
맥더프가 서 있는 방향이었다.
[까불이를 너로 착각한 것 같은데?]자신에게 시선이 향하자, 당황한 맥더프.
“에…… 에?”
얼버무리는 녀석 대신, 스테노스가 마탑주에게 귓속말을 전한다. 그의 손길이 정확히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맛! 미안해요! 붉은 눈이라 착각했네요. 이번 기수에는 델레마가 둘이나 있었군요!”
이번엔 정확히 나를 바라보는 마탑주였다.
“그쪽이 이안 델레마 군인가요?”
“네.”
“이안 군에겐 제가 직접 실적 포인트를 10점 내어 드리겠어요! 안드레이 교수님? 처리 부탁드려요!”
신이 난 듯 날 바라보는 마탑주였다.
‘실적 포인트라…….’
마탑을 졸업하기 위한 점수 제도.
‘10점이면 꽤 높을 텐데.’
그 정도 포인트라면 마탑에 실질적인 공로를 세워야 받을 수 있는 점수였다. 단일 사건으로 받을 수 있는 점수 중 최고치에 육박했으니까.
‘원심회 놈들이 이렇게도 도움이 되는구만.’
입가가 절로 씰룩였다. 물론, 안드레이는 똥 씹은 표정이었지만.
“자! 그럼 나머지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고, 여러분은 안심하고 푹 쉬도록 하세요!”
마탑주는 마지막까지 해맑게 소동을 마무리 지었다.
* * *
“으음.”
강당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하는 길. 드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왜 그래? 아직 걱정돼서 그래?”
드류는 검사의 공격을 직접 받을 뻔한 터. 어쩌면 트라우마가 생겼을지도 몰랐다.
‘역시, 아직은 애인가.’
아무리 무사의 피가 들끓는다고 해도, 이 나이에 감당하기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아니, 그건 아닌데…….”
허나, 녀석의 고개는 저어졌으니.
“그럼 왜 그래?”
“오늘 밖에서 저녁 먹는 건 무리겠지?”
황당한 말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뭐?”
“우리 자주 가던 식당 가고 싶은데, 마탑 경계가 삼엄해졌잖아. 오늘도 나갔다가 들어오면 안드레이 교수님한테 단단히 찍힐 것 같아서.”
절로 아찔해지는 드류의 가치관이었다.
‘전투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귀여운 녀석이야.]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이미 털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오늘은 마탑 급식소로 가자. 네 말대로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교수님들 눈 밖에 나기 딱 좋은 날이니까.”
“……알겠어. 어쩔 수 없지.”
우우웅!
곧바로 이동 구슬을 잡아탔다. 목적지는 2층에 있는 급식소. 마탑의 학생, 교수, 연구원들까지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식당이었다.
“난 괜찮아! 급식도 충분히 맛있긴 해! 왕창 퍼다 먹어야지!”
애써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드류. 결연에 찬 눈빛으로 급식소로 들어섰다.
“오? 이안? 드류?”
그곳에서 우릴 반긴 이가 있었으니.
“노아 선배?”
노아 그렌텔이 바로 앞에서 식판을 집어 들고 있었다.
“너희도 오늘은 급식 먹는구나?”
“네. 오늘은 밖에 나가기가 좀 그래서요. 낮에 신입생들 테스트 중에 원심회의 습격이 있었거든요.”
“뭐? 허, 원심회? 감히 마탑을? 어쩐지 교수님들이 오늘은 마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니. 너흰 괜찮은 거야?”
“네. 다행히 신입생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요.”
자연스레 노아 그렌텔과 함께 하게 된 식사. 미드란 부교수에 대한 얘기도 전하자, 그녀의 미간이 한층 깊게 패였다.
“그럼, 마탑에 신분을 속이고 잠입한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겠네.”
“아마도요. 마탑주께서 대대적으로 색출하겠다고 했어요.”
“나쁜 놈들! 꼭 다 잡혀야 할 텐데…….”
문득 노아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 오늘 일 때문에 교수님들이 그랬구나.”
“뭐가요?”
“강의 끝날 때쯤에, 신입생 멘토를 뽑으시더라고.”
“멘토요?”
“응. 너희 현장 실습 때문에.”
대륙 각지에서 마탑으로 의뢰하는 수많은 사건들. 그중 난이도가 낮은 임무는 신입생들의 실습 대상이었다.
“우리더러 신입생들 따라서 같이 가주랬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모든 장소에 교수들이 함께할 순 없을 테니.’
신입생들의 보호자 명목으로 4성급 의 학생들을 함께 내보내려는 목적이었다. 단순한 성취를 넘어,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 있다면 훨씬 안전해질 테니까.
“너희랑 같이 가게 되면 재밌겠네.”
노아의 말에, 드류가 식사를 멈추고 눈을 크게 띄웠다.
“누나도 멘토로 지원했어요?”
“응. 따라만 가주면 실적 포인트도 2점 준다고 하더라고. 안 할 이유가 없었지.”
“오! 무슨 사건 맡았어요?”
“아파테 왕국으로 가래. 거기서 물건 분실 사건이 생겼거든. 좀 더운 곳이긴 한데, 잃어버린 물건만 찾아주면 되는 간단한 의뢰야.”
“완전 멋져요!”
드류의 격한 반응에 눈을 반짝이는 노아.
“아, 그래! 너희도 이걸로 지원하는 게 어때? 나랑 같이 가자.”
섣불리 좋다고 할 수가 없었다.
‘얜 좀 불편한데.’
그렌텔 가문과 함께하는 건 괜스레 신경 쓰였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려는 드류를 제지했다.
“저흰 생각 좀 해볼게요.”
“칫. 비싼 척 하긴.”
식사를 마친 노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푹 쉬고, 잘 생각해보라고.”
“네. 알겠어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마탑의 저녁.
“우리도 가자, 드류.”
그렇게 원심회가 불러일으킨 소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 * *
소문은 밤새 일파만파 퍼져갔다.
– 검은 가면을 쓴 자들이 마탑을 노렸대!
– 아이들을 모두 죽이려고 했다던데!
– 괴물같이 생겨서 얼굴을 가린 거래!
– 마탑주도 직접 나섰다는데?
– 그럼 완전 큰일 난 거 아냐?
마탑의 학생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이야기를 퍼다 날랐으니.
“쟤가 걔야! 그 검사랑 싸웠다는 애!”
“엄청 침착하게 대응했다는데?”
“교수님들보다도 잘 싸웠대!”
다음날, 수업 가는 길에도 날 알아보는 수많은 아이들과 마주쳐야 했다.
“훗!”
괜히 옆에서 어깨를 으쓱하는 드류였다.
[귀염둥이 녀석. 자기가 신났구만.]‘오줌 안 싼 것만으로도 대견하지.’
우쭐한 녀석과 함께 들어선 교실. 원래는 미드란 부교수의 수업시간이었으나.
“다들 어제 큰일을 겪었다지.”
안드레이 교수가 대신 교탁에 자리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웅성거림은 멎어 들지 않았으니.
“미드란 교수님이 원심회 소속이었다며?”
“교수라고 하지도 마. 끔찍하니까.”
“진짜, 충격이다.”
안드레이 교수가 소란을 일축했다.
“미드란 부교수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헛소문이다. 앞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학생은 엄벌을 내릴 테니, 알아서들 하라고.”
그제야 조용해진 교실 안. 안드레이의 수업이 이어졌다.
“어제 시험이 치러지지 않은 과목들은, 각 과목의 교수들이 임의로 조교를 선발하기로 했다. 이례적인 방식이긴 하나, 조교 선정을 늦출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니 이해들 해라.”
그 말에 각자의 기대감으로 가득한 아이들. 혹시나 자신이 선택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네!”
아이들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안드레이의 입이 재차 열렸다.
“그래도, 내 시험은 제대로 치러졌으니, 나는 성적대로 조교를 선정하겠다.”
수십 개의 시선이 안드레이의 입에만 집중된 때.
“1등은 이 반이 아닌, 다른 반의 맥더프라는 아이다. 가장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서 답을 적었더군.”
이어진 안드레이의 말에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오, 까불이 녀석! 너도 제친 건가?]오로지 오베론만이 재밌다는 듯 피식 거렸다.
“그래도 대부분 좋은 성적을 받을 테니, 상심들 하지 말거라. 근데…….”
아이들을 다독이듯 이어진 노교수의 심심한 위로도 잠시.
“딱 한 녀석. 내 마탑 교수 인생에 이런 해괴망측한 답을 쓴 놈은 처음이다.”
그 날카로운 시선이 내게 쏘아졌다.
“이안 델레마!”
그가 시험지 한 장을 교탁 위로 들어 올렸다. 내가 작성한 답안이었다.
“감히 이따위 답변을 제출해? 속성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내 질문 자체가 틀렸단 게냐!”
내게로 일제히 몰리는 아이들의 시선. 담담히 입을 떼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날 조롱하는 것이냐?”
결국, 그의 노여움은 나를 앞으로 불러들였으니.
“당장 나와서 이 답안에 대해 설명해 보아라. 합당한 사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징계 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다.”
주저 없이 일어나 교탁으로 향했다.
‘그래. 역시 막판 역전극이 제일 재밌지.’
나의 진짜 시험은 이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