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33)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33화(33/150)
33화. 원심회(2)
알로이 역시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스테노스 님?”
자신의 연구실에 불청객들이 찾아와 있었으니까. 스테노스는 그렇다 쳐도, 원심회의 잔당들까지 연구실에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저, 개 같은 놈! 실력을 숨긴 이유가 무엇이냐!”
원심회의 마법사는 자신을 보자마자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망할 델레마 새끼! 네놈은 내가 반드시 죽일 것이다!”
검사는 이안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각자 자신을 제압한 이들에게 분노를 표하는 것.
그나마 놈들은 밧줄에 온몸이 묶여있는 상태. 혀만 놀릴 뿐,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순 없었다.
‘……저건 또 뭐야.’
그런 놈들 주변으로는 알 수 없는 철창까지 둘러져 있었으니. 원래 연구실에 있던 시설은 아니었다.
“이놈들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놈들을 향해 손을 뻗는 스테노스. 그의 손끝에서 뿜어진 마나가 놈들의 포승줄에 닿는다.
파즈즉!
순간 포승줄에서 튀어 오르는 스파크.
“크악!”
단말마 비명과 함께 축 늘어진 놈들이었다.
‘마력 포승줄이었구나.’
포박당한 이로 하여금 마나 운용을 못 하게 하는 것은 물론, 스파크를 일으켜 제압까지 할 수 있는 마도구였다.
놈들이 잠잠해지자, 스테노스가 이안을 향해 입을 뗐다.
“이안 델레마. 미안하지만 잠시 나가 있어 주겠나? 알로이 부교수와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아, 네.”
고개를 숙인 후, 다시 문을 나서는 이안. 곧이어 스테노스가 문 쪽으로 방음 마법을 시전했다.
“기별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저 철창은 또 뭐구요.”
“미안하게 됐네. 이놈들을 심문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말이야.”
기절한 원심회 잔당들을 가리키는 그였다.
“수석 마법사 집무실에서 하시는 게 편하지 않으십니까?”
“거긴 마탑 업무로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일세. 마탑주가 보더니 남들 보기 흉하다며, 내 집무실 말고 다른 곳으로 데려가라더군…….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아…….”
“그래서 여기로 왔네. 내가 심문하는 걸 보여줘도 될 사람이 자네뿐이잖은가. 심문 끝나는 대로, 마탑 감옥으로 보내질 테니. 며칠만 감안해주게.”
“알겠습니다. 저희를 위한 일인데, 얼마든지 감수해야지요.”
“고맙네. 아, 그리고 오늘 밤 사령관께서 급히 보자고 하시더군.”
“사령관께서요? 무슨 일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건 말이 없으셨네. 직접 이아스로 온다고 하셨으니, 밤에 잠시 시간 좀 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문득 문 쪽을 바라보는 스테노스.
“아까 그 아이는 조교로 발탁한 건가?”
“네. 그렇습니다.”
“사령관께서 저 아이를 주시하라고 하셨다지? 곁에 둘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로군.”
“어쩌다 보니, 일이 잘 풀렸습니다.”
“그래. 그럼 다시 불러오도록 하게.”
우우웅!
그와 함께 방음 마법을 해제하는 스테노스였다.
* * *
‘둘이 무슨 관계지?’
스테노스와 알로이. 두 사람은 분명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쑥 남의 연구실에 찾아올 리가 없을 테니까. 그것도 범죄자를 둘이나 달고.
개인적 성향을 존중하는 마법사 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순간 다시 열린 문.
“이안. 이제 들어와도 된다.”
알로이의 부름에 다시 들어선 연구실.
‘꽤 젊은 놈들이었구만.’
원심회의 잔당들은 검은 가면이 벗겨진 채였다. 많이 쳐줘야 이십 대 중반이나 되어 보이는 얼굴.
알로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이에 비해 꽤나 성취가 높은 놈들이었다.
‘원심회라…….’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축 늘어진 놈들의 모습에 오베론이 혀를 쯧- 찼다.
[그래도 생각보단 신사적으로 심문하나 보네.]‘그러게 말이야. 고작 마력 포승줄이 전부라니. 나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구만.’
그 옛날. 고문을 위해 온갖 간악한 방법도 서슴지 않던 그때의 마법사들에 비하면, 지금의 모습은 양반이었다.
손과 발이 마력 포승줄에 묶여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꽤나 멀끔한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희망이 좀 생기는구만.’
[희망? 무슨 희망?]‘돌프 말이야. 아일렌 돌프.’
문득 떠오른 아드문의 동생. 그 아이 역시 이 정도의 대우만 받았다면, 목숨은 부지하고 있을 터였다.
그렇게 녀석들을 살피고 있자, 알로이가 내 어깨를 토닥인다.
“저놈들도 당분간만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어. 걱정 하진 마. 아까 본 것처럼, 저놈들은 언제라도 제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눈이 좁혀질 수밖에 없었으니.
‘저거 설마.’
알로이의 위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야, 저놈.]축 늘어진 검사의 옷가지 사이로 흘러내린 목걸이. 달랑거리며 목에 걸린 그 펜던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아. 이거 복잡하게 흘러가네.’
그 가운데에 있는 문양은 천 년 전에도 보았던 것이었으니까. 동그라미 안에 빛나는 모양의 검이 새겨져 있었다.
[저거, 그때 그 사이비 종교 표식 아냐?]‘너도 기억나지? 그 사기꾼 새끼.’
천 년 전. 세상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 했던 사이비 교주, 앙겔로스. 놈의 종교를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당연히 기억나지. 너한테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았잖아.]물론, 내게도 이상한 헛소리를 전하려다, 혼쭐이 나긴 했었지만…….
‘아직도 대를 있는 놈들이 있었나.’
어쨌거나, 반가운 표식이었다. 천 년 전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다는 것은, 마치 내 존재가 허구가 아님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으니까.
더구나, 오망성이 조작한 역사 속에서도 살아남은 집단이라면, 오망성이 행한 일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저놈들을 더 파볼 필요가 있겠어.’
별 관심 없던 원심회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이안. 일단, 짐부터 풀어.”
물론, 그때가 지금은 아니었다.
“거기 그 책상 쓰면 돼. 아까 낮에 닦아뒀으니 깨끗할 거야.”
우선은 알로이와 스테노스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었으니.
* * *
“어때? 자리는 괜찮아?”
자신의 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알로이. 책상은 서로 마주 본 모습으로 세팅되어 있었다.
“네. 의자도 생각보다 편하고, 좋아요.”
스테노스는 자신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며, 원심회의 잔당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무슨 말 하는지 도통 모르겠군.’
철창 주변으로 방음 마법을 걸어뒀는지, 입만 뻥끗하는 것처럼 보일 뿐. 심문하는 소리를 엿들을 순 없었다.
대신, 알로이의 음성이 공백을 채웠다.
“앞으로 이곳에서 연구도 할 수 있어. 조교만의 특권이지. 알다시피, 연구와 마법 개발은 마탑에서 중요한 요소거든.”
그 말대로였다. 다른 아이들은 연구를 위해, 공동 실습장을 빌려 써야 할 테니까.
‘시험 잘 본 덕에 호사를 누리는구만.’
마음 편히 연구할 수 있는 장소를 얻은 것도 모자라, 조언을 주는 교수까지 옆에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근데, 너 진짜 얘 조교 하려고?]알로이를 향해 손짓하는 오베론.
‘응. 왜?’
[이놈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놈이잖아. 괜찮겠어? 스테노스도 한통속이 확실한 것 같은데.]간만에 생각이 통하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괜찮을 거야. 알로이가 무슨 목적인진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날 해코지할 생각이었다면, 진작 죽이고도 남았겠지.’
[그것도 그렇지. 이놈들이 뭘 숨기고 있는 건지 궁금하구만.]‘만약 날 관찰하려고 델레마에서 사람을 붙인 거라면, 오히려 가까이 지내는 쪽이 더 낫고.’
[어차피 알로이에게 관찰당할 거라면, 너도 놈을 지켜보겠다?]‘당연하지.’
실력을 숨긴 채, 마탑의 부교수로 일하는 알로이. 그런 알로이 조차 절대 알 수 없는 변수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내 정신은 아홉 살 풋내기가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검제라는 것.
‘알로이가 나한테서 얻는 정보보다, 내가 알로이에게서 얻는 정보가 더 많을 거다.’
녀석의 숨겨둔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붙어있는 편이 나았다.
“약속한 대로, 잡다한 심부름도 시키지 않으마.”
더구나, 개인 시간까지 확보해 주는 알로이였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놈은 그리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아.’
[아카데미에서부터 장난기는 좀 많았지만, 항상 애들 편이긴 했지.]‘거기다, 이번에 아이들을 구하려고 숨겨두던 힘까지 드러냈어. 성심은 착한 놈이 분명해.’
자신을 평가하고 있는 줄 알 리 없는 알로이는 그저 날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부교수님. 그럼 연구 주제는 뭐로 하든 상관없는 건가요?”
“그래. 여기 있는 도구들도 전부 자유롭게 써도 좋아.”
주변을 둘러보는 알로이. 그의 시선을 따라 공간을 훑자, 수많은 연구 집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뭐부터 연구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면, 내가 진행하고 있는 걸 같이 해봐도 돼. 아, 물론 잡일 시키려고 수작 부리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부교수님은 뭘 연구 중이신데요?”
“난 흙에 관심이 많아. 만물의 근원이니까. 그래서 토속성 마법을 더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었어.”
꽤 구미가 당기는 주제였다.
‘하긴, 토속성 마법들은 유독 딱딱한 느낌이긴 하지.’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토속성 마법이 그랬다. 한 번 시전하면 모습을 바꾸기 어려웠으니까. 물이나 바람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기엔 어려운 속성이었다.
“음.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주제를 먼저 생각해 볼게요. 잘되지 않으면, 말씀해주신 거로 하고요.”
하지만, 우선은 거절해야 했다. 나도 알로이처럼 꿍꿍이가 있었으니까.
‘일단 혼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해.’
알로이와 공동 연구를 하면 아무래도 내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래. 좋을 대로 하렴.”
약속대로 알로이는 내게 자유를 허락했다. 그 순간 끼어든 또 다른 목소리.
“알로이 부교수. 이제 그만 나가보지.”
어느덧 방음 마법을 해제한 스테노스였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알로이가 벽에 걸린 시계를 살핀다.
“이안. 너도 오늘은 이만 나가자.”
“아, 벌써요?”
“스테노스 님과 난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거든.”
그 말에 눈이 번뜩였다.
“혹시 그럼 전 여기서 연구에 대해 더 생각하다가 가도 될까요?”
“정말? 오늘부터?”
“네. 연구 집기들을 보니까, 바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물론, 연구 때문에 이곳에 남으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앙겔로스. 그놈이 뭔 짓을 했길래 천 년 후까지 집단을 유지했나 보자고.’
[저놈들 캐볼려고?]‘응. 원심회 놈들이 언제까지 여기서 심문받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지.’
허나, 알로이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심회 놈들도 있는데. 같이 나가는 게 좋지 않겠니?”
“어차피, 스테노스 님께서 마력 포승줄도 채워주셨잖아요. 당연히, 저들이 저 철창도 뚫을 수 없을 거고요.”
“흠. 그건 그렇지만…….”
여전히 난색을 표하는 알로이. 오히려 내게 동의해준 건 스테노스쪽이었다.
“괜찮을 걸세. 저들이 마력 포승줄을 끊어내는 것도 불가능하고, 철창에 닿는 순간 기절하고 말 거야. 저긴 내가 손수 전격계 마법을 걸어뒀으니까.”
“그건 그렇지요.”
“마탑의 조교가 연구를 하겠다는데, 교수가 방해하면 쓰나. 우리도 얼른 가야 하니, 서두르자고.”
“……알겠습니다. 이안, 저놈들이 이상한 짓이라도 할 것 같으면, 마력 포승줄을 작동시켜. 아까 알려준 방법은 기억하지?”
“네. 물론이죠.”
철창 안의 놈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