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35)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35화(35/150)
35화. 조교 선정식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교실 대신 다시금 대강당으로 모였다.
“늦잠 자느라 빠진 사람 없지? 오늘은 조교를 발표할 거다.”
알로이가 강단 위에서 확성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조교 선정식 진행을 맡은 그였다.
‘다들 조용하구만.’
모였다 하면 떠들어대기 바빴던 아이들도, 이 순간만큼은 침묵했다.
마탑주처럼 이곳 전체를 장악할 존재감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알로이가 전신(戰神)으로 보이리라.
[혼자 원심회 놈들을 다 쓸어버렸으니까.]심지어, 아이들을 위해 자기 목숨도 내버릴 기세였기에, 그 감명은 더욱 크게 다가왔을 터였다.
“다들 기대하고 있겠지만, 알다시피 조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여섯 명뿐이다. 아쉽겠지만, 다음 학기에 또 노려볼 수 있으니 너무 상심하면 안 된다?”
“네에!”
이제는 알로이의 팬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우렁찬 대답이었다.
“우선, 화속성 기초마법 수업 조교는 뤼페오 하몬. 풍속성은 토니 글룬. 수속성은 퓨고 림. 토속성은 카타 디아노다. 다들 단상 위로 올라오도록.”
모두 마나 운용 테스트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낸 아이들이었다.
“와, 부럽다.”
“토니! 축하해!”
“그럼 쟤들은 연구도 따로 하는 거야?”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 아이들. 단상 위에 오른 녀석들의 표정이 한껏 의기양양해졌다.
[전부 네 대타로 뽑힌 것도 모르고 신났구만.]‘뭐 어때. 아직 애들인데.’
충분히 뽐내고 싶을 법한 나이였다.
“다음은 안드레이 교수님의 조교인데…….”
알로이 옆에 서 있던 안드레이 교수. 찡그려진 얼굴이 그의 탐탁지 않은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직 나한테 미련을 못 버린 건가.’
허나, 난 이미 알로이의 조교를 하기로 한 터.
“맥더프 델레마. 네가 기초 속성 이해 수업의 조교다.”
그의 차순위 선택지는 맥더프였다.
[하긴, 네가 시험 성적 뒤집기 전엔 까불이가 일등이라고 했었지.]‘근데 막상 맥더프도 표정이 별론데?’
알로이의 발표에 따라 맥더프에게 집중된 시선. 어째 녀석의 얼굴도 안드레이처럼 구겨져 있었다.
“저…… 알로이 부교수님!”
결국, 손을 들는 맥더프.
“왜 그러지?”
“혹시, 다른 과목 조교와 바꿀 순 없나요?”
“뭐?”
갑작스러운 녀석의 말에 강당이 술렁이는 건 당연했다.
“저는 화속성에 좀 더 재능을 갖고 있어서요. 연구도 그쪽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허나, 구겨질 대로 구겨진 안드레이가 결국 소리를 내질렀으니.
“네놈! 감히 정교수인 나를 두고, 부교수 아래로 가겠다는 것이냐!”
“그, 그게 아니라!”
“나도 네놈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야! 주제도 모르는 고얀 놈 같으니라고.”
“죄,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되었다! 네놈 말고 다른 아이로 선정할 것이다. 내 수업 때 별도로 발표하겠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 맥더프의 눈망울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까불이 녀석. 기회를 발로 차버렸구만.]‘갑자기 왜 저런 거지?’
[뭐, 잘나가는 가문에서 자란 애들 특징 아니겠냐. 세상 어딜 가나 오냐오냐해주니까, 버릇 못 고친 거지. 항상 자기 뜻대로 살아왔을 테니.]‘으휴, 멍청한 놈.’
안 그래도 날 선택하지 못해 심기가 불편했을 안드레이. 그는 맥더프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흠흠. 안드레이 교수님은 조교를 재선정하겠다 하시니, 따로 수업 때 듣도록 하고. 다음은 마지막으로 내 조교를 발표하겠다.”
알로이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이안 델레마. 내 시험에서 32개의 마력석과 감응해서 가장 높은 성적을 얻어냈다. 단상 위로 올라와.”
그 말에 일제히 탄식을 터트려내는 아이들.
“와……. 32개라고?”
“아, 맞다. 그때 테러범들 나타나기 전에 쟤가 엄청 많이 했었어.”
“심지어 테러범도 한 놈 때려잡았잖아!”
“쟤 진짜 대단하다.”
강단 위로 가는 동안 수많은 시선이 집중됐다.
[이야, 아도니스가 마법으로 칭찬을 다 받고. 오래 살고 볼 일이네.]‘으휴. 조용히 해. 고작 애들이랑 경쟁한 것 가지고.’
말은 그랬지만,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으니. 내심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내가 잘하긴 했지?’
[그래, 잘했다. 이 녀석아.]어느덧 올라선 강단. 조교들을 향해 아이들의 부러운 시선이 쏘아졌다.
“너무 부러워들 하지 마. 조금 혜택을 가지는 대신, 얘들은 이제 교수님들 노예나 다름없으니까.”
애써 아이들을 위로하는 알로이였다.
“이걸로 조교 선정식은 마치겠다. 조교들은 담당 교수들 따라 연구실로 이동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공동실습실로 가봐. 거기에 너희 연구를 도와주실 교수님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만, 해산!”
“네에!”
알로이의 말과 함께 대강당을 빠져나가는 아이들.
“그럼, 우리도 가보자.”
알로이가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 * *
우우웅!
이동 구슬을 잡아탄 알로이.
‘곁에 둘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는 옆에 있는 소년. 이안 델레마를 보며 미소지었다.
자신의 주군이 지키라고 한 아이. 그 이유까진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왜 그래야 하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가 시키는 일이면 그저 따를 뿐이었으니까.
‘일이 수월해졌어.’
그저 옆에 둘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러울 뿐이었다.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음 마법을 펼쳐둔 스테노스와 원심회 일당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내 일이나 잘하자.’
놈들은 스테노스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하리라. 자신은 연구와 이안에게 집중했다.
“어때? 어제 연구 주제는 정해봤어?”
“아, 네. 속성 조합을 좀 연구해보려고요.”
“속성 조합이라……. 처음부터 쉽지 않은 주제구나. 하긴 넌 뇌운도 사용했었지.”
델레마 아카데미 졸업 평가 때 이안이 선보였던 마법. 그땐 알로이도 꽤나 놀랐던 터였다.
‘그런 마법을 응용해낼 줄이야.’
고작 아카데미 수준의 풋내기가 만들어낸 마법이라곤 믿기 힘든 파괴력이었다.
락슨 델레마가 먼저 쉴드를 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뇌운을 격파했을 것이다.
“그래. 너라면 또 다른 것도 생각해낼 수 있겠지.”
“어려운 게 있으면 좀 여쭤볼게요.”
“얼마든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우마.”
문득, 책상 위에 지저분하게 늘어선 집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에휴. 누가 누굴 가르친다고. 내 것도 해결 못 했으면서.’
모두 알로이가 연구하던 흔적들이었다.
비록 사령관의 명에 따라 마탑의 교수로 들어왔기로서니, 마법에 대한 열정마저 거짓은 아니었다.
‘도무지 해결법을 모르겠단 말이지.’
그런 알로이도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주제. 토속성에 유연함을 부여하고 싶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물이나 바람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더구나 토속성은 알로이의 주특기 중 하나이기도 했다. 연구만 성공해낸다면 한 단계 성숙한 마법사가 되는 것은 자명했다.
‘오늘은 어떤 방식으로 시도해 본담…….’
자리에 앉아 상념에 빠져들 찰나.
“부교수님?”
이안 델레마가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일이야?”
“혹시, 이것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자리로 다가와 책상 위에 손을 올리는 이안.
‘흙과 불인가.’
오른손에는 불꽃이, 왼손에는 흙더미가 피어올랐다.
“이 두 속성을 섞어보고 싶은데, 두 가지의 성질이 잘 이해가 안 돼서요.”
다행히도 알로이가 자신 있는 속성들이었다.
‘쪽은 면할 수 있겠군.’
혹여나,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시할까 걱정되었던 터였다. 여태 지켜본 이안은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였으니까.
“음. 이건 너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하네. 이걸 하려면, 먼저 속성들의 고유한 특징을 알아야 해.”
“속성들의 특징이요?”
“그래. 네가 전에 사용했던 뇌운 있지? 그건 수속성과 뇌속성을 조합한 거잖아.”
“네.”
“그 두 가지는 서로 잘 합쳐지려는 성질이 있어. 일반적으로 전류가 물을 잘 타고 흐르는 것처럼. 이해되지?”
“네. 그건 알겠어요.”
“근데 불과 흙은 아냐. 잘 섞이려고 하지 않지. 아무런 연관이 없거든. 더구나 둘 다 항상 우위에 서려고 하는 속성이기도 하고. 그런 속성들을 조합할 땐 말이지…….”
알로이는 이안의 손 위에 있는 불꽃과 흙더미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알로이는 양손에 각각 수속성과 목속성의 기운을 실었다.
우우웅!
각각의 속성들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물의 기운은 불꽃의 열기를 조금 식혔고. 나무의 기운은 흙더미의 양분을 빨아들였다.
마치, 이안의 손 위에 있던 불꽃과 흙더미가 움츠러드는 듯한 현상. 성질 강한 두 속성의 기운을 다른 속성으로 죽여버리는 것이다.
“아! 이제야 이해가 됐어요!”
그렇게 약해진 두 속성을 이안이 한곳으로 모았다.
화아…….
그러자 불꽃에 의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흙더미. 비로소 두 속성이 합쳐지고 있는 것이다.
“어때? 좀 복잡하지?”
“네.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네요.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니…….”
“마법을 조합하려면 속성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해. 합쳐지면 강해지는 것도 있고, 기운이 한쪽으로 흡수되는 것도 있거든.”
보기 드물게 환히 웃는 이안이었다.
“감사합니다! 이해 안 가던 부분이 해결됐어요!”
“다행이다. 도움이 되었다니.”
그 모습에 알로이 역시도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걸 보고 바로 이해한다니. 역시 보통 천재는 아니야.’
자리로 돌아가는 이안을 흐뭇하게 바라볼 찰나. 녀석이 서 있던 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
바닥에 흘러내린 흙더미. 붉게 물든 그 흙더미의 모습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했으니.
“허, 참.”
절로 허탈한 숨이 튀어나왔다.
‘왜 진작 화속성을 섞어보려 하지 않았을까!’
여태 토속성에 유연함을 주기 위해, 물과 바람만 더해보려 했던 터였다.
‘불꽃을 섞으면 이렇게 쉽게 녹아내리는 것을…….’
마치, 물처럼 녹아내린 흙더미. 자유롭게 흐르는 흙에는 심지어 어마어마한 열기도 내재되어 있었다.
‘오늘도 녀석한테 한 수 배웠구만.’
이안 델레마. 항상 예상을 벗어나는 소년. 녀석이 준 아이디어라면, 막혀있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번 해보자고.’
알로이는 곧바로 마법 도구들을 집어 들었다.
* * *
[근데 흙이랑 불 섞으면 흘러내리는 건 어떻게 안 거야?]오베론이 바닥에 녹아내린 흙더미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고대어 서적에 답은 써 있더라고. 흙에 유연성을 부여하려면 불을 섞으라고. 근데 어떻게 하는 건지, 도통 방법을 알 수 있어야 말이지.’
알로이 덕에, 그 중간에 생략된 단계를 깨닫게 된 터였다.
[에휴, 교수까지 이용해 먹는구나. 더러운 세상!]‘에이, 그래도 쟤 표정 안 보여?’
입이 귀에 걸린 채, 마법 도구들을 만지작거리는 알로이.
‘서로 윈윈이지. 나중에 알로이 연구결과도 좀 베껴보자고.’
[어찌 된 게 교수랑 조교가 반대로 된 것 같냐?]‘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나가보자.’
[어디 가려고?]‘드류도 훈련 잘하고 있나, 체크해줘야지.’
녀석에게도 맞춤형 지도편달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제 막 제대로된 오러를 모으기 시작한 녀석이었으니까.
‘굳이 인사하고 갈 필요도 없겠네.’
이미 연구에 몰두한 알로이는 내 기척을 느낄 틈도 없어 보였다.
‘그럼 파이팅하시고.’
조심스레 연구실 문을 열고 나섰다.
[그래. 얼른 훈련하러 가자. 오늘은 횡 베기도 천 번 하자고!]‘좋아. 간만에 땀 좀 흘려야겠네.’
괜스레 신난 오베론과 이동 구슬로 향하던 때였다.
“이봐. 이안 군.”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
고개를 돌린 곳엔 노교수가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안드레이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