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38)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38화(38/150)
38화. 아파테 왕국(2)
“아파테에서 즐거운 추억 쌓으시길.”
포탈 관리자의 인사와 함께 도착한 곳.
“후우. 엄청 머네.”
노아 그렌텔이 고개를 내저었다. 대륙 북부인 이아스에서 수차례나 포탈을 타고 도착한 곳이었다.
“일단 나가보자.”
그녀의 발길을 따라, 밖으로 나서자.
후후웅!
건조한 칼바람이 머리칼을 뒤흔든다.
‘삭막하네.’
일개 왕국이라고 보기엔 초라한 풍경. 듬성듬성 놓여있는 건물들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짐작케 할 뿐이었다.
레그마 사막. 속칭 버려진 땅.
천 년 전엔 사람이 살지 않았던 곳이었기에, 이곳의 모습이 어찌 변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원심회 같은 놈들이 딱 숨어들기 좋구만.]한눈에 봐도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을 것 같은 도시. 범죄자들이 숨어들기엔 최적인 듯했다.
‘그러게. 딱 구린내가 나는 도시야.’
[재밌을 것 같구만.]노아 역시도 주변을 살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여긴 처음인데, 생각보다 황폐하네.”
우리의 반응에 머리를 긁적이는 클라이오. 녀석만이 이 건조한 바람이 익숙한 듯 크게 숨을 들이켰다.
“좀 그렇긴 하죠? 그래도 저 안쪽으로 가면 조금 나을 거예요.”
클라이오가 손짓한 곳. 이곳에 비하면 비교적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아, 그럼 얼른 가보자!”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확실히 이쪽은 사람 사는 느낌이 나네.’
대부분 흙을 다져 만든 건물들이 자리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꽤나 도시의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물론, 그래 봐야 다른 도시에 비하면 을씨년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드문은 잘 따라오고 있나?’
내 의문에 자연스레 뒤쪽을 확인하는 오베론.
[엉. 잘 오고 있는데? 굳이 왜 건물 뒤에 숨어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그러게.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는데.’
어차피 드류만이 그의 정체를 알고 있을뿐더러, 드류에게도 모른 척하라고 언질했던 터였다.
‘뭔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지.’
괜히 이런 상황에서, 미행하는 기분이라도 내고 싶을 나이 아니겠는가.
낯선 환경에 아이들이 멀뚱멀뚱 노아만 바라보고 있자.
“자, 여기 의뢰서야.”
노아가 종이를 건넨다.
“이제부턴 너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해. 난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절대 도와주진 말라고 하셨어.”
안드레이 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노아의 역할은, 그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우리를 지키는 것뿐이었다.
“알겠어요.”
받아든 의뢰서에는 의뢰 내용과 함께 간단한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가 의뢰인이 있는 곳인가보다. 클라이오, 이 약도 알아볼 수 있겠어?”
클라이오에게 의뢰서를 건네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마침, 지금 있는 곳 근처야. 저쪽으로 좀 만 걸으면 나올 거야.”
녀석이 우측 방향으로 손짓했다.
“그럼, 의뢰인부터 만나보자.”
첫 의뢰에 설렌듯한 아이들. 그리고 나의 걸음도 조금은 가뿐한 듯했다.
* * *
“여기쯤인데…….”
약도에 고개를 파묻은 클라이오. 녀석에게 드류가 다가섰다.
“혹시 저거 아냐?”
드류의 손끝에는 한 여관 건물이 있었다.
“오! 맞는 것 같아! 딱 거기로 약도에 표시돼있어.”
조금은 낡은 외관. 그래도 항상 부는 모래바람을 감안하면, 나름 깔끔한 모습이었다.
“들어가 보자.”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식당이랑 같이 운영하는구만.’
1층은 식당, 2층부터는 객실. 전형적인 소도시 여관의 모습이었다.
“어서 오세요!”
입구의 앞 카운터에서 우리를 반기는 중년 남성.
‘이자가 의뢰한 건가.’
그의 시선이 빠르게 우리의 행색을 훑는다. 이내 굳어 있던 표정이 밝아지더니.
“아이고! 공자님들. 어찌 이런 누추한 곳까지? 뭐가 필요하십니까요?”
카운터에서 버선발로 뛰어나온다.
[호구 잡았다고 생각하는군.]흔히 있는 일이었다. 보통 명문가나 귀족가의 자식들이라면, 세상 물정도 모르고 돈을 펑펑 쓰고 다니니. 이런 상인으로선 봉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식사라도 내어드릴까? 아니면 방이 필요하신가?”
잡아먹을 듯한 그의 기세에 당황한 아이들. 대신 입을 열었다.
“저흰 일하러 온 겁니다.”
“……예에?”
이내, 눈을 끔뻑거리는 남성.
“여기요. 마탑으로 의뢰한 게 당신인가요?”
의뢰서를 꺼내 들자 그의 눈매가 급격히 좁혀졌다.
“아, 아. 제가 의뢰한 게 맞긴 한데…….”
그리고는 재차 우리를 훑는 남자. 그 입가에서 미세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아. 우선, 제 소개부터 하죠. 전 이곳의 주인 르고입니다. 혹시, 마탑에서 파견 나오신 건 공자님들이 전부인가요?”
어딘가 언짢아 보이는 남자.
‘어리다고 무시하는 건가?’
허나, 고작 분실한 물건을 찾는 것쯤은 우리만으로도 충분했다.
“네. 저희가 전부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마탑의 정식 인원이니까. 기초적인 탐색 마법 정도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굳이 신입들의 현장 실습이라는 사실을 덧붙일 필요는 없었다.
“……으음. 알겠습니다. 부탁 좀 하죠.”
별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 르고. 그가 상세한 사정을 읊어갔다.
“얼마 전에 한 손님이 왔었습니다. 객실을 이용한 손님이었죠. 근데 잠깐 외출하고 돌아온 사이, 자기 물건이 없어졌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객실에 두었던 물건이요?”
“네. 손님 말로는 분명 누군가 훔쳐 갔을 거라고 하는데, 제가 범인을 찾을 능력이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르고.
“근데 그 손님이 그 후로 매일 같이 찾아와선, 물건을 찾아오라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바람에, 식당 손님도 많이 줄었어요.”
그의 눈길이 재차 우리에게 향했다.
“공자님들이 그걸 찾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해볼게요. 근데 무슨 물건이죠?”
“자기 가문의 보물이라는데, 특이하게 생긴 보석이라고 했습니다.”
“음……. 용의자는 있나요? 그날 묵었던 다른 사람들이라던지. 식당 손님이라던지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많고, 이방인들도 많아서요. 필요하시다면, 그날 들락거린 사람들 이름은 전해드리겠습니다. 장부에 적어두긴 했으니까요.”
생각보다는 복잡한 미션이었다.
[단순 분실 사건이 아니라, 절도 사건이었군.]‘오히려 잘 됐지. 어차피 원심회 잔당들도 찾아야 하니까.’
해결하는 데 오래 걸릴수록 내겐 좋았다. 눈치 보지 않고 이 도시에 머무를 수 있었으니까.
“알겠어요. 저희가 묵을 방도 내어주세요. 며칠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지요. 이쪽으로 오세요.”
* * *
각자 방에 짐을 풀고 만난 아이들.
“우선 여기 1층에서 식사부터 하자.”
어차피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기에, 이 건물부터 파악할 목적이었건만.
“오오오! 완전 좋아!”
마냥 신나 하는 드류였다.
1층 식당에 내려가니, 한쪽 구석에서 내게 윙크를 하는 사내. 아드문 역시 자리를 잡고 식사를 주문하고 있었다.
‘잘 따라 다니는구만.’
[근데 저건 변장을 한 거야, 만 거야?]이상하게 생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이쪽을 힐끔거리는 녀석이었다.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둬. 우리 아드문 하고 싶은 거 다 해.’
우리도 아드문 근처 자리에 앉자, 르고가 메뉴판을 내어온다.
“음,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것도 주세요.”
드류의 주도하에 주문이 이뤄졌고.
“흠…….”
노아의 미간이 조금 깊어졌다.
“아무래도 이 의뢰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별안간 떨어진 그녀의 권유. 아이들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왜요?”
동시에 되묻는 드류와 클라이오.
“이건 절도 사건이야. 단순 분실 사건이라면 너희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너희가 맡을 의뢰가 아닌 것 같아.”
그녀의 말대로였다. 신입생끼리 모여서 탐정 놀이할 수준은 아니긴 했으니까.
“그럼 저희가 못하는 거예요? 범인 찾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클라이오의 아쉬운 음성에 노아가 재차 설명을 이었다.
“마탑의 의뢰는 A에서 D까지, 네 단계로 구분돼. 그리고 신입생들한테 배정되는 건 그중에서 제일 쉬운 D급이어야 하지. 근데 절도 사건은 최소 C급 이상의 임무야. 저 의뢰인이 내용을 너무 대충 쓰는 바람에, D급으로 잘못 분류된 것 같아.”
그녀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파견된 만큼, 위험 요소를 없애고 싶은 것이리라.
‘난 아파테에 좀 더 남아 있어야 하는데…….’
나 역시 의뢰 따윈 진행하든 말든 상관없었지만, 원심회의 흔적을 찾아보긴 해야 했으니. 결국, 노아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일단 며칠만 찾아보다가 가는 건 어때요? 처음 받아 본 임무라, 일단 시도는 해보고 싶어요.”
“위험할지도 몰라. 훔쳐 간 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잖아. 흉악한 범죄자일 수도 있어.”
“단순 분실일 수도 있잖아요. 만약에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그때 포기하면 되고요.”
“흠……. 정말로 괜찮겠어?”
“물론이죠.”
한창 노아와 실랑이를 벌이던 그 순간이었다.
벌컥!
가게의 문이 거칠게 젖혀졌고.
“이봐!”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가게를 장악했다.
식당 안의 몇 없던 손님들의 시선이 모조리 향한 곳. 입구에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 셋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아이고 왜 또 이러세요, 손님!”
우리의 음식을 내오다 냅다 달려가는 르고. 가장 앞에 있던 사내가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낚아챘다.
“내 물건 찾아놨냐고! 그게 어떤 건 줄 알아? 여기 한 번 다 뒤집어 놔 줘?”
그 고성에 몸을 흠칫 떠는 르고.
‘저자들이 물건 주인이로군.’
자신을 둘러싼 사내 셋의 위협에, 르고의 입이 황급히 움직였다.
“마, 마탑에 의뢰했습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에 사내의 미간이 꿈틀댄다.
“……마탑이라고?”
그제야 천천히 손의 힘을 빼는 남자.
“허억, 헉…….”
거친 숨을 몰아쉰 르고의 손길이 우리에게 향했다.
“저 공자님들입니다! 이미 와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어요.”
자연스레 사내들의 고개가 돌려졌고. 세 쌍의 눈동자가 우리를 훑었다.
“내 물건을 찾아준다는 게 저 아이들이라고?”
그리고는 르고에게 다시 다가서는 남자.
“예에…….”
“정신이 있는 거냐! 저런 핏덩이들 보고 우리 물건을 찾으라 한다고?”
순간 그의 품속에서 빛이 번뜩였다.
챙!
단검을 꺼내 르고의 목에 가져다 댄 사내였다.
“왜, 왜 이러십니까!”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일단 의뢰인 보호는 임무의 기본이었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자, 드류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온다.
“괜찮겠어?”
“당연하지.”
마법을 배운 것 같지도 않은 자들. 저런 덩치만 큰 불한당들 따위가 내 적수가 될 리는 없었다.
‘뭐 여차하면 도와줄 사람도 많고.’
어느덧 옆에선 노아가 식탁 아래로 청염을 피워내고 있었고.
아드문 역시 언제라도 달려들 태세였다.
“이봐요. 아저씨들. 말로 하시죠.”
결국, 단검을 쥔 남자의 손목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