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39)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39화(39/150)
39화. 앙겔로스의 후예들
‘하. 상황 이상하게 돌아가네.’
아이테오. 여관에서 물건을 도난당한 사람이자, 여관 주인에게 단검을 들이밀고 있는 사내. 그의 심경은 복잡했다.
‘이 빌어먹을 놈은 왜 마탑에다가 의뢰한 거야.’
아이테오가 이곳에서 잃어버린 물건. 여관 주인에게 가보라고 주장했던 그 물건은.
‘……훔친 거 걸리면 어쩌지.’
무역 도시인 안티의 경매장에서 훔쳐 온 것이었으니까.
아이테오는 도둑질로 연명하고 있는 무리의 일원이었다.
그렇기에 마탑 같은 힘 있는 집단과는 엮이고 싶진 않았다. 괜히, 자신이 경매장을 턴 것까지 덜미가 잡힐까 두려운 것이다.
‘적당히 협박하다가 돈이나 뜯어가려고 했더니.’
이미 물건을 되찾는 건 포기한 상태였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만 챙겨가려고 했을 뿐.
여관 주인이 마탑에 의뢰한 바람에 상황이 복잡해진 지금. ‘그래도 어린애들뿐이니, 겁 좀 주면 물러가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스릉!
일부러 단검까지 뽑아 들며 과장된 액션을 취했거늘.
“이봐요. 아저씨들. 말로 하시죠.”
눈앞의 이 소년은 겁은커녕, 눈도 깜짝 않고 자신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렇다고 이 어린 마법사에게 폭력을 쓸 수도 없는 일. 괜히 건드렸다가, 남은 평생을 마탑의 추적 아래 살아갈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어쩌지…….’
이 순간, 되려 당황한 건 아이테오였으니.
‘에라 모르겠다. 일단 세게 나가보자.’
다시 한번 겁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눈은 최대한 매섭게 치켜뜨고, 목소리를 한층 깊게 깔았다. 어디서 인상 하나론 꿇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이봐. 난 괜히 마법사 나으리들이랑 섞여서 피곤해지기 싫으니까, 그냥 조용히 돌아가.”
하지만, 소년은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
“그분은 저희 의뢰인이에요. 저랑 얘기하시죠.”
아이테오는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지만.
“하아……. 꼬맹아. 너 내가 누군지 아니?”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나, 두 번 말하는 거 제일 싫어한다? 너희에겐 볼 일 없으니, 그냥 갈 길 가라고.”
더욱 강하게 몰아붙일 찰나였다.
“혀, 형님.”
그를 불러세우는 불안한 목소리. 그의 뒤에 서 있던 동료였다.
“왜 그래?”
“저, 저 애 눈이 빨간데요.”
그제야 서서히 좁혀지는 미간. 여태 살피지 못한 소년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대륙에서 빨간 눈이 상징하는 바는 단 하나였으니까.
델레마.
세상 누구라도 고개를 조아릴 그 가문이.
‘X됐다.’
이 소년의 뒤에 버티고 있었다.
잘못 꼬여도 한참 잘못 꼬인 것이다.
‘가늘고 길게 살자’라는 신념으로 살아온 아이테오.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 그래 말로 하자. 저기 의자에 가서 앉아서 얘기 좀 할까……?”
자칫하다간, 마탑과 델레마 라는 거대 세력 두 곳을 등지게 생겼으니까.
* * *
[특이한 놈이군.]단검까지 꺼내 들었던 놈이었기에, 싸울 준비도 하고 있던 터였다.
‘갑자기 이렇게 고분고분해진다고?’
아무리 델레마를 마주했기로서니, 눈앞의 남자는 심하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런 놈은 항상 뒤가 구린 법이지.]우리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뭘 숨기고 있으려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놈은 이미 기세가 꺾였다는 것. 배포가 큰 놈은 아니었다.
“그래요. 저쪽으로 가서 말로 해요.”
대화를 해보면, 어떤 놈인지 알 수 있을 터.
“으, 응.”
고분고분해진 그를 데리고 식탁으로 향했다.
벙찐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노아 역시 멋쩍은 듯 자신의 손에 모인 불꽃을 흩트리고 있었다.
‘싸움이라도 날 줄 알았겠지.’
한껏 긴장했을 아이들. 별일 없이 끝나자, 막상 김이 샌 것이다. 반쯤 일어나 있던 아드문 역시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고마워.”
빈자리에 앉아 머리를 긁적이는 사내. 그의 부하들로 보이는 자들도 멀찌감치 착석했다.
“그럼 르고 아저씨가 아니라, 그쪽이 진짜 의뢰인인 셈이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잠시 뜸을 들이는 남자. 잠시 부하들과 눈을 맞춘 그가 천천히 입을 뗐다
“아슬란. 아슬란 코마스다.”
그 눈빛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다.
‘참나.’
그의 말이 거짓말임은 모두가 알 수 있었으니.
‘거짓말이 엉성한 놈이구만.’
코마스라는 가문은 이곳이 고향인 소년, 클라이오의 가문이었다. 대충, 이 지역에서 권위 있는 가문을 댄 것일 테지.
‘자기도 명문가 출신인 척하려나 본데.’
하지만, 굳이 바로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놈이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생각할 즈음, 한 방 먹여줄 카드가 생긴 것뿐이니까.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들에겐 윙크로 신호를 보내준 후, 남자와 대화를 이어갔다.
“자세히 좀 말씀해주세요. 잃어버린 물건이 가보라고 하지 않았나요? 코마스 가문의 가보라면 엄청난 거겠네요.”
“아? 아, 그, 그, 그치. 엄청 대단한 물건이야.”
급히 지어낸 거짓말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법. 괜히 코마스를 들먹여, 당황한 놈이었다.
‘애초에 도난당한 물건이 있긴 한 건가?’
그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딱 봐도 잡범인 놈이니, 잃어버린 물건이 없을지도 몰랐다. 천 년 전에도 이런 식으로 여관 주인을 겁박해, 금전을 취득하려는 놈들은 더러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그냥 사기꾼 같긴 해?]‘그래도 일단 속아주는 척하자고.’
허나, 난 아직 원심회를 찾아가지 못한 상황. 내겐 아파테 왕국에 남아 있어야 할 명분이 필요했으니, 놈의 장단에 맞춰주는 척했다.
“어떻게 생긴 건데요?”
“……음. 길쭉하게 생긴 보석인데.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네.”
“잠시만요.”
카운터에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 주인장을 불렀다.
“르고 아저씨. 종이랑 펜 좀 주실 수 있나요?”
“아, 아. 물론입죠.”
거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다가온 르고. 그가 가져온 필기구를 건넸다.
“여기, 그려주세요. 모양, 크기, 문양까지 비슷하게요. 가문의 보물이니 그 정도는 그려주실 수 있겠죠?”
“……당연하지.”
남자의 펜 터치는 생각보다 거침없었다.
‘물건을 잃어버린 건 진짜인 건가?’
직접 본 것을 그리는 것처럼, 디테일하게 그려나가는 사내.
“자, 이거야. 거의 똑같이 그렸어.”
금방 그림을 완성한 그가 그림을 건넸다.
“도대체 어떤 놈인지! 내가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에 들어와서 가져간 게 틀림없어!”
큰 소리로 분을 표출하는 그였지만.
‘어랍쇼?’
내 귀는 더 이상 놈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가 건넨 그림이 내 모든 신경을 앗아갔으니까.
‘오베론. 이거…….’
기다란 타원형의 모습. 거기에 간간이 있는 얼룩덜룩한 무늬까지.
[라타토스크의 알이구만.]확실했다. 놈이 그린 물건은 보석 따위가 아니었다. 수백 년에 한 번 태어난다는 신수, 라타토스크의 알이었다.
‘허.’
천 년 전에는 간간이 보이던 존재였지만, 최근에는 문헌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생명체. 즉, 멸종했다고 봐도 무방한 생물일진데.
‘이걸 이렇게 자세히 그린다고?’
고대 서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물건을, 눈앞의 사내는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물론 그 정체를 보석이라고 착각하고 있긴 했지만.
‘얼핏 보면 그렇게 생기긴 했지.’
타원형의 모양새에, 은은한 황금빛까지 감도는 알. 충분히 그리 생각할 법했다.
‘얜 이걸 어디서 본 거지?’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현시대의 사람이 이리 정확히 그려낼 순 없었다. 그 말인즉슨, 라타토스크가 아직 대륙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
‘내 걸로 만들어야 해.’
[구할 수 있다면, 구하는 게 좋겠군.]그리고, 그것을 되찾아야 했다.
“정말 여기서 분실한 거 맞죠?”
“그렇다니까.”
이제 마음이 급해진 건 내 쪽이었다. 정말로 알이 이곳에 존재했고, 누군가 훔쳐 간 것이 사실이라면. 알을 찾아, 내 손에 넣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대체 누가 가져간 거지?’
[이게 라타토스크라는 걸 알고 있는 놈들의 소행 아닐까? 그 가치를 알아야 훔치기도 할 테니.]오베론의 말에 순간 떠오른 생각.
‘우선 원심회부터 찾아봐야겠어.’
천 년 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원심회였기에, 알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만약 걔들이 가지고 간 거라면, 손쉽게 뺏어올 수 있을 텐데.’
더구나 그들이 가져간 게 아니더라도, 이곳 사정은 가장 빠삭하게 알고 있을 테니. 범인을 추적하기에도 용이했다.
그림을 보며 한참 생각에 잠겨있자, 사내가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찾을 수 있겠어? 정 안되면 여기 여관 주인한테 그에 합당한 보상이라도 받으면 되니까…….”
은근슬쩍 르고를 바라보는 놈.
“아뇨. 일단 찾아봐야죠.”
그의 말을 끊어낸 채, 자리를 박찼다.
“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드류, 클라이오. 우선 여기 객실들 전부 뒤지고 있어 봐. 혹시 아직 여관 안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 응!”
“알겠어.”
거한의 표정은 구겨졌지만, 놈의 심경 따윈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 * *
화장실 안에서 잠시 기다리자.
끼익.
연이어 들려온 문 여는 소리.
“아인 님.”
내가 자리를 비우자, 따라온 아드문이었다.
“아드문. 우선 이걸 받아라.”
“이게 뭡니까?”
그에게 건넨 건 작은 표식이 그려진 목걸이였다.
“원심회라는 조직은 알고 있지?”
“일전에 마탑에 테러했던 놈들 아닙니까? 감히 공자님을 습격하려던 놈들이요.”
“맞아. 이건 그들의 증표야.”
원심회의 잔당. 호리조로부터 건네받은 증표였다.
“그렇군요. 근데 이건 왜 주시는 겁니까?”
“이곳 아파테 왕국에 그들의 본거지가 있거든.”
“예에? 위험한 곳이었군요! 절도 사건에, 원심회까지 있다니……. 아무래도 이아스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직 이곳에서 할 일이 남아 있어. 우린 우선 원심회의 본거지부터 찾아야 해. 그게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거든.”
그제야 아드문의 눈빛에 의문의 감정이 서린다.
“네? 현장 실습이 목적이 아니었던 건가요?”
“그래. 난 이곳에 원심회를 찾으러 온 거다.”
“설마, 그때 테러한 것 때문에 복수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그러기엔 아직 저희의 힘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런 게 아니야. 그들과 싸우러 온 게 아니거든.”
아드문의 고개가 살짝 갸우뚱했다. 다짜고짜 테러 집단의 본진을 찾겠다니, 당연한 반응이리라.
“난 저 아이들과 함께 다녀야 해서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네가 나 대신해줘야 할 일이 있다.”
“오! 그게 뭡니까?”
드디어 아드문에게 내려줄 첫 번째 임무. 마탑의 아이들이 첫 임무에 기대감이 부풀었던 것처럼, 녀석의 얼굴도 상기되었다.
“우선 이 마을의 성당을 찾아가라. 그 바로 옆에 보면 자그마한 잡화점이 있을 거다.”
호리조가 알려준 장소이자. 원심회의 본거지가 있는 곳이었다.
“거기 가서 뭘 하면 되는 거죠?”
“그 목걸이를 보여주면서, 제일 높은 놈을 데려와. 그러면 된다.”
그 말에 눈이 커지는 아드문.
“예? 이건 원심회의 증표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거기가 원심회의 본거지거든.”
이미 커질 대로 커졌던 녀석의 눈이 더 확장됐다.
“케, 켁! 예에? 원심회요? 그, 그런 극악무도한 놈들이 있는 곳에 저 혼자 가도 되는 건가요? 더구나 제일 높은 자를 제가 무슨 수로…….”
“걱정 마. 가서 그냥 이 말만 전하면 돼. 그럼 널 해하지 않을 거야.”
“어떤 말이요?”
놀란 아드문의 어깨를 진정시켰다. 원심회는 결코 아드문을 해할 수 없을 터이니.
“앙겔로스가 부활했다.”
이 말이라면 원심회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