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41)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41화(41/150)
41화. 앙겔로스의 후예들(3)
원심회.
앙겔로스의 교리를 이은 자들이나, 아직은 테러집단 정도로만 알려진 조직.
당장 눈앞의 아이테오만 해도 그들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는 건가.’
허나, 세간에 알려진 원심회의 정보는 한참 잘못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원심회는 아직 힘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분명 보통 놈들이 아닐 거야.’
마탑을 테러한 사건만 미뤄보아도, 그들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까.
비록 오러는 없지만, 섬세한 검술을 배운 기사들과. 어린 나이에 6성의 성취를 얻은 마법사들.
천 년 전부터 이어온 그들만의 교육 방식이 있는 것이 분명했고.
[정보력도 꽤 좋은 놈들이었지.]마탑 내부의 사정까지 훤히 꿰뚫고 실행한 테러 작전. 비록 알로이라는 변수가 있었기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그들은 마탑 내부에도 잠입할 만큼 치밀했다.
‘결국, 집단 간의 싸움에서는 정보가 곧 힘이니까.’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일개 테러 집단 따위로 취급하기엔, 꽤나 거대한 조직임이 분명했다.
‘나한테 털리긴 했지만, 앙겔로스도 꽤 영향력이 있긴 했었지.’
앙겔로스의 교리를 따르는 자들. 그들의 힘을 이용한다면. 어쩌면 라타토스크의 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라카 벨리어라는 놈은 어느 정도이려나.’
아파테 지하세계를 꽉 잡고 있다는 남자. 과연, 원심회가 그들도 장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일단 네 말대로 알로이나 기다려보자고.’
[그래. 원심회 애들이랑 직접 얘기해보면 알 수 있겠지.]호리조와 리오에게 그랬던 것처럼. 앙겔로스의 전언자 행세를 톡톡히 할 예정이었다.
[에휴. 아파테에 피바람 좀 불겠구만.]말과는 달리 양쪽 입가가 올라간 오베론이었다.
* * *
“여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정말로 누가 훔쳐 간 것 같은데?”
동시에 소리치며 내려오는 드류와 클라이오. 어찌나 열심히 여관을 뒤졌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아이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을 뒤따라 식당으로 내려온 노아.
“누군가 가져간 게 맞는 것 같아. 우선 마탑으로 돌아가자. 너희끼리 추적하기엔 무리야. 훔쳐 간 게 일주일 전이면, 이미 이 도시를 떠났을지도 모르고.”
소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렇다고 벌써 마탑으로 향할 수는 없는 노릇.
‘이대로 물러설 순 없지.’
이미 아이테오와는 입을 맞춰둔 터. 그의 옆구리를 툭 찌르자, 그가 서둘러 손짓한다.
“저어……. 혹시 좀 더 도와주면 안 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유력한 용의자들이 떠올랐어.”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아이들.
“정말요?”
드류의 커진 눈에, 아이테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으응.”
물론, 내가 지시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게 누군가요?”
르고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할 기회였을 테니, 당연했다.
“그 전에 우선 밝힐 게 있어. 나는 사실 아슬란 코마스가 아냐.”
“예에……?”
갑작스러운 아이테오의 고백에 깜짝 놀라는 르고. 아슬란이라는 이름이 진짜인 줄 알았던 그였다.
“으음.”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저 눈썹을 꿈틀댈 뿐이었다. 이미 그가 코마스의 일원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왜 갑자기 그가 이실직고하는지가 궁금할 터였다.
“내 이름은 아이테오 쿤트. 비록 보잘것없는 가문이지만, 아버지가 남기신 가보를 가지고 방랑 중이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 이름은 왜 속이신 거죠?”
드류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는 아이테오.
“미안하다. 처음부터 속이려던 의도는 아니었어. 다만, 내 본명으로 다니면, 내 가보를 앗아가려는 자가 있을까 봐 어쩔 수 없었다. 너희 생각보다 그 보석은 가치 있는 물건이거든.”
식당 안의 이들은 아이테오의 진중한 목소리에 잠자코 귀 기울였다.
“특히, 아파테 왕국엔 범죄자도 많아서, 걱정이 앞섰지. 그 때문에 짧은 생각으로 신분을 속이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우선, 가보부터 되찾은 다음, 코마스가에는 나중에 따로 찾아가 용서를 빌겠다…….”
먼저 자백해서, 아이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 이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래야 다음 말을 들어줄 테니.’
본론을 이야기하기 위해 깐 복선에 불과했다. 아이테오는 내가 지시한 대로 대사를 읊고 있는 중이었다.
‘도둑놈이라 그런가, 거짓말도 수준급이네.’
죽을죄를 지었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아이테오. 고작 열다섯 내외의 아이들을 속이기엔 충분한 연기력이었다.
“후우.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은 나쁜 거예요.”
드류의 짧은 훈계가 이어졌고.
“일단, 가보는 찾아야 하니. 용의자가 누군지 말해주세요.”
코마스 가문의 당사자, 클라이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그 후 본론에 들어간 아이테오. 이 역시 내가 읊어준 시나리오였다.
“이 도시에 우리 가보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세 명 있어.”
“그게 누구죠?”
모르는 척 내가 되묻자, 그는 능숙하게 거짓말을 이어갔다.
“이곳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야. 하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하나는 무기상점을 운영하고 있지. 마지막 한 사람은 보석상이야. 정확한 위치는…….”
잠시간 이어진 아이테오의 상세한 설명. 근처 시장 안에 있는 가게들을 읊는 그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진짜 라타토스크의 알이 있을 만한 장소였으니.
‘보석 상점 지하에 라카 벨리어라는 놈이 있다고 했겠다.’
이제는 내가 그의 연기를 거들 차례였다.
“좋아. 우리도 마침 딱 세 명이니까, 각자 흩어져서 찾아보자.”
자연스레 그곳으로 아이들과 떨어져 움직일 명분을 만들었다.
“그래, 그러자! 여기 사는 사람이면, 일주일이 지났어도 아직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얼른 찾으러 가자.”
고개를 끄덕이는 드류와 클라이오.
“그럼 내가 보석 가게를 맡을게.”
먼저 라카 벨리어의 은거지를 선점했다.
‘자연스러웠고.’
그렇게 나머지 아이들도 하나씩 장소를 정하려던 때.
“그건 너무 위험해.”
우리를 방해하는 노아의 목소리.
“범인을 찾겠다는 것도 모자라, 셋이 떨어져서 움직인다니!”
더 찬물을 끼얹기 전에 그녀를 제지해야 했다.
“괜찮을 거예요. 전부 시장 안에 있는 곳들이잖아요. 멀리서 보고 위험한 사람들 같으면, 안 들어갈게요.”
“흐음…….”
허나, 노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르고 아저씨. 혹시 그 가게 주인들은 어떤 사람들이에요?”
이번에는 여관 주인을 향해 묻는 그녀였다.
“음. 식당이랑 무기상점 주인은 나랑도 잘 아는 사이야. 평생 이곳에서 자라난 순박한 자들이지. 보석 상점은 몇 년 전에 오픈했는데, 손님이 별로 없는 것 빼면 별문제 없이 운영하는 것 같더라고.”
다행히도 그의 목소리는 내게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어차피, 시장 안에는 사람도 많을 테니, 우리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예요.”
내 거듭된 설득에 이어.
“맞아요. 우리 첫 임무인데 이대로 끝낼 순 없어요!”
“저희도 실적 포인트 얻고 싶다고요!”
드류와 클라이오의 응석까지 더해지자.
“하아. 알겠어. 대신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그냥 그만두는 거다?”
끝내 고개를 끄덕인 노아 그렌텔.
“물론이죠!”
곧바로 가보를 되찾기 위한 세부 내용을 구상했다.
* * *
사막에서 가보 찾는 지략가들. 줄여서 ‘사가지 작전’.
신난 드류와 클라이오가 붙인 작전명이었다.
‘뭔들 재밌을 나이지.’
우리는 아이테오의 일행들과 함께 조를 나누기로 했다.
내가 아이테오와 함께 보석상을 맡았고.
드류와 클라이오는 나머지 부하들과 함께, 각각 식당과 무기상점을 맡았다.
[드류 녀석. 식당이라면 환장하는구만.]나는 처음부터 보석상을 점찍었고, 드류는 나보다 더 완강하게 식당을 찜한 탓에, 클라이오는 자연스레 무기상점을 담당했다.
“싸가지 비밀 결사대! 이제 시장으로 출발하자!”
신이 난 드류가 앞장서 여관 문을 나섰다. 녀석을 따라 밖으로 나서는 사람들.
“르고 아저씨.”
“아, 예.”
여관을 떠나기 전, 주인을 향해 한 가지 청을 남겼다.
“좀 이따 열일곱 정도 되는 잘생긴 소년이 찾아와서 절 찾을 겁니다. 그럼 시장 보석상점으로 갔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거면 됩니까? 어렵지 않은 일이군요.”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 사가지 작전의 키 포인트였다.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사람들을 따라나선 길.
“반드시 찾아내자고요!”
이곳 지리에 훤한 클라이오가 선두를 꿰찼다.
‘다행히 별로 멀진 않네.’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시장의 입구. 꽤 큰 규모의 시장이었다.
흙바닥 위로는 낮은 건물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고. 거리 사이로 쳐진 천막이 사막의 뙤약볕을 가려주고 있었다.
‘그래도 여긴 사람이 꽤 있구만.’
물론, 다른 도시의 시장에 비하면 사람이 별로 없는 수준이긴 했지만, 이 도시에서 본 곳 중에선 가장 밀집도가 높은 곳이었다.
“다들, 각자 맡은 곳은 잊지 않았지?”
내 말에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너흰 그냥 시간만 보내다 오면 될 거야.’
미안하지만, 아이들에겐 감시하는 척만 하다가 끝날 임무였다.
[기분만 내면 됐지, 뭐.]그렇게 시장 입구에서부터 흩어지기로 한 사가지 결사대.
“노아 선배는 여기 계시겠어요?”
그녀만이 갈 곳이 없었다.
“으음. 어쩐다.”
“아니면, 클라이오랑 동행해주시는 건 어때요? 아무래도 거기가 무기상점이라, 좀 더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노아.
“그래. 여기 가만히 있느니, 함께 따라가지 뭐.”
자연스레 그녀의 발걸음은 클라이오를 뒤따랐다.
‘다행히 쉽게 떨쳐냈네.’
원심회나 라카 벨리어와 마주치려면, 노아 같은 감시인은 없어야 할 터. 혹여나 날 따라올까, 선수를 친 것이다.
“그럼 다들 좀 이따 봐!”
만족스러운 발걸음으로 아이테오를 따라나섰다.
[이대로 라타토스크까지 얻으면 대박인데.]‘원심회가 라카 벨리어라는 놈보다 더 세길 바라야지.’
손쉽게 라타토스크를 얻을 기회였다.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도착한 곳.
“저, 저기야. 아까 말한 그 보석상점.”
아이테오의 표정이 경직됐다.
‘라카 벨리어라…….’
그의 은거지이기 때문이리라.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쪼는 거지?’
[글쎄. 그래도 범죄자들 사이에선 이름 좀 있나 보지.]겉으로 보기엔, 다른 상점들과 위화감 없이 어우러지는 보석상점이었다.
“일단, 가게 밖에서 잠시 살펴봅시다.”
아드문이 오기까지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냥 적당히 앉을 만한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릴 찰나였다.
“어, 어?”
아이테오의 떨리는 음성. 그리고 급격히 흔들리는 눈빛.
‘왜 이래?’
그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은 보석상점 쪽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저놈들이구만.’
상점에서 나오는 두 인영이 내 시야에도 비쳤다.
장발이 흘러내리는 마른 체형의 키 큰 사내. 그리고 조금 통통하지만, 허리에 도끼를 메고 있는 사내.
아이테오가 말했던 문바와 문보 형제임이 틀림없었다.
“야, 저놈…….”
“아이테오 아냐?”
그런 두 사내의 시선 역시 우리 쪽을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