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42)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42화(42/150)
42화. 앙겔로스의 후예들(4)
“문바, 문보…….”
아이테오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봐, 아이테오. 우리 못다 한 이야기가 있지?”
한 발짝 다가오는 장발의 남자. 문바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였다.
“그때 경매장에선 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냐? 네놈이 달아난 바람에,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한 줄 알아?”
그 뒤에 있던 문보 역시 전투도 불사할 기세.
“덕분에 경매장 놈들한테 죽을 뻔 했다이. 가만 안 두겠다이!”
허리춤의 손도끼를 뽑아 들고 있었다.
“이, 이봐들. 말로 하자고. 이미 물건도 너희가 가져갔잖아.”
당황한 채 양손을 들어 올리는 아이테오. 명백한 투항의 의지였다.
“웃기시네. 왜 그랬어? 우리가 그냥 넘어가 줄 것 같아?”
“못 넘어간다이! 대가를 내놓던가, 목숨을 내놓던가이!”
그럼에도 점차 거리를 좁혀오는 두 사내.
“마, 말로 하자고. 보는 사람도 많은데.”
아이테오가 시장의 인파들을 가리켰다.
“보는 사람?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는 것 봤나? 널 여관에서 죽이지 않은 건, 아직 임무가 끝나지 않았기에 그런 것뿐이다.”
“맞다이! 라카 형님이 물건을 가져오기 전까진, 이 도시에서 사고 치지 말라고 했다이! 그 물건이 최우선이라고 했다이!”
“이제 임무도 끝났겠다. 우리가 이곳에서 무슨 짓을 벌이던, 라카 님도 관여하지 않아. 이미 물건은 넘겨드렸으니까.”
장발을 뒤로 묶으며, 눈을 부라리는 문바.
‘라카 벨리어가 가져간 게 확실하단 거지.’
라타토스크의 알이 놈의 손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물건이 있는 건 확인했고.]‘이제 뺐기만 하면 되는데…….’
상황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아이테오는 이미 전투 의지를 상실한 상태. 그에게 저들 형제를 상대할 실력 따윈 없었다.
“안 그래도, 널 찾아서 가려던 참이었는데. 제 발로 이곳까지 찾아와주다니.”
“고맙다이!”
아이테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놈들의 실력은 꽤나 출중한 편.
문바는 마법을 배운 엘리트 출신이며.
‘5성 마법사라고 했었지.’
도끼를 든 문보는 체술에 능한 자였다. 아이테오가 혼신의 힘을 다해야 10수 정도 버틸 수 있다나.
[어떡하냐?]‘일단 후퇴하고 원심회와 다시 와야겠어.’
지금의 내 전력으로는 라카 벨리어는커녕, 저 두 사람조차 상대하기 버거웠다. 고작 4성의 마나와 3성의 오러를 보유한 상태였으니까.
[이놈한텐 미안하지만. 일단 너라도 후퇴해.]어쩔 수 없었다. 저들의 화살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괜히 나서서, 죽음을 맞이할 수야 없지 않겠는가.
‘그래. 이놈은 원심회와 함께 와서 도와주던가 해야지.’
그러는 편이 아이테오에게도 도움되리라. 그리 생각하며 이곳에서 벗어나려던 때였다.
“근데, 부하들은 어디다 두고 저런 꼬맹이를 데리고 다니는 거냐?”
“베이비시터로 전향한거냐이! 그게 더 잘 어울린다이!”
두 형제의 시선이 내게까지 와서 닿았다.
“문보, 잠깐만.”
“문바 형. 왜 그러냐이.”
“저 남자애. 차림새 보니, 어디 명문가 마법사 꼬맹이 같은데?”
“오! 정말? 웬 떡이냐이!”
재수 없게 씰룩이는 그들의 입꼬리.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짐승마냥, 눈알이 번득이고 있었다.
“아이테오 네놈. 설마, 우리한테 저놈 상납하고, 용서를 빌러 온 거냐?”
“온거냐이?”
아이테오가 문바 형제와 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상납이라고? 설마 저놈들 인신매매도 하는 건가?’
[그런가 본데? 예전에도 그런 놈들 종종 있었잖아.]명문가의 자식들을 유괴해, 가문으로 금화를 요구하는 범죄자들. 천 년 전에도 각 가문들의 골머리를 썩이게 만든 전형적인 범죄 수법이었다.
‘허어. 아직 제대로 된 곳에 안 걸렸나 보구만.’
물론, 그런 자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참했다. 힘 있는 가문들이 핏줄을 건드린 자를 가만 내버려 둘 리 없었으니까. 금화를 쥐여준 후에라도, 대부분 복수를 하는 것이다.
그런 범죄자들이 살아남은 경우는 오직 두 가지뿐이었으니.
‘명문가조차 어찌하지 못할 실력자거나, 업계에서 오래된 놈들은 아니거나. 둘 중 하난데.’
[무조건 후자구만.]고작 5성의 실력이라면, 명문가의 위협에서 살아남았을 리는 없었으니. 아직 자신들이 하는 범죄 행위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이다.
‘여태까진, 어중이떠중이들만 노렸나 본데.’
델레마를 건드린 대가는 단순히 둘의 목숨으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아이테오. 대답 잘해라.’
잠시 머리를 굴려보던 아이테오. 바싹 마른 입을 혀로 적신 그가 소리쳤다.
“상납이라니! 무슨 소리냐!”
그나마 아이테오는 상황 판단이 빨랐다.
“이, 이분은 델레마의 적통이다! 감히, 너희 따위가 함부로 입에 올릴 분이 아니시라고!”
여태 곧잘 반말하던 그였건만, 이제는 극존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역시 연기력은 좋단 말이지.’
그래야, 내가 더 대단해 보일 테니까. 그래야, 델레마의 이름을 이용해 놈들을 겁줄 수 있을 테니까.
‘잘했어.’
이제 저놈들도 뇌가 있는 자들이라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델레마라고?”
역시나 당황한 듯한 문바.
“델레마… 이?”
그의 걸음이 멈추자, 문보 역시 따라 멈추어 선다.
‘그래. 임마. 알아봤으면 썩 꺼져라.’
일부러 두 눈을 치켜떴다. 내 붉은 눈을 똑똑히 인지하라고.
“그래. 너희 괜히 엮이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아이테오의 쐐기가 이어지자, 문바, 문보 형제의 눈이 맞부딪힌다.
“문보.”
“엉.”
“이거 대박인데?”
“대박이야이?”
“델레마면 몸값이 얼마야! 저놈 가문에 팔든, 델레마를 싫어하는 놈들한테 팔아넘기든. 우린 이제 부자다!”
“오오! 그렇구마이!”
그 대화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형이란 놈은 좀 머리가 돌아가는 줄 알았더니.’
예상보다 무식한 자들. 감히 델레마를 건드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이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당황한 아이테오가 손사래 칠 찰나.
“아이테오. 이런 좋은 선물을 가져오다니, 고맙다!”
문바의 말과 함께 뛰쳐나오는 문보.
“이제 그만 닥쳐라이!”
조그마한 도끼를 든 놈이 아이테오를 향해 쇄도했다.
‘빠르다!’
카아앙!
품속의 단검을 꺼내, 겨우 도끼를 막아낸 아이테오.
“무, 문바! 문보! 델레마를 건드리면 어쩌려는 거냐! 보복이 두렵지 않나!”
허나, 문바의 시선은 이미 내게 향해 있었다.
“그딴 건 신경 안 써. 어차피 범죄자 딱지가 붙은 몸. 이미 평생 쫓겨 다녀야 하는 신세다!”
화락!
그의 손끝으로 불꽃 무리가 일렁였다. 내 상체만 한 크기의 화염구.
‘파이어볼이라……. 다행이군.’
처음부터 5성의 마법을 사용한 건 아니었으니. 필시 이 정도로도 날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터.
마주 오는 파이어볼에 대항해, 서둘러 워터쉴드를 전개했다.
‘좀 무리하면, 이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무서운 기세로 쏘아져 나온 파이어볼은.
치이이익……!
내 워터쉴드를 급속도로 증발시켰다.
“큽!”
순식간에 소모되는 마나. 그나마 다행인 건 문바도 파이어볼에 그리 많은 마나를 쏟진 않은 듯했다.
워터쉴드에 지속해서 마나를 불어넣자, 파이어볼의 크기도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명문가 자식이랍시고, 이 정도는 막아내는구나.”
결국 소멸된 파이어볼이었지만, 그다지 당황하지 않은 듯한 문바였다.
“그래 봤자, 네놈은 파이어볼을 막는 게 한계겠지!”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가 진심을 다해 5성급 마법을 날린다면, 나로서도 정면 승부할 수 없을 테니까.
‘상황이 좋지 않아.’
더구나, 문보까지 합세한다면, 이들을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으니.
‘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나마 아이테오가 문보를 상대해주고 있는 지금, 문바를 서둘러 제압해야 했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당연하지.’
허나 마음이 조급한 건 아니었다. 풋내기 모험가나 마법사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기 일쑤겠지만.
‘검제를 뭘로 보고.’
내게 통용되는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되려, 오랜만에 느끼는 위협이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올 지경이었으니. 이미, 머릿속은 놈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득 들어섰다.
‘방심하고 있을 때, 한 방 먹인다.’
놈은 날 열다섯짜리 풋내기 마법사로 보고 있는 터. 그 틈을 노리기로 했다.
촤락!
내 오른손으로 모여드는 물방울들. 물길이 거칠게 회전하며 구체를 만들었다.
[그때 알로이 수업 때 썼던 마법이군.]수세르가의 묘리가 담긴 워터볼이었다.
‘응. 저놈은 허접한 워터볼인 줄 알겠지만.’
크기로만 봤을 땐, 딱 풋내기 수준의 마법. 허나 그 위력은 4성 이상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고작 그따위 워터볼로 날 상대하려 한 거냐! 우습구나!”
놈의 비웃음 따윈 날 자극할 수 없었다. 되려 방심한 그 모습이 내 입가에 미소를 찾아주었으니.
후우우웅!
거칠게 회전하며 나아가는 워터볼. 그에 대항해 놈이 반투명한 쉴드를 전개했다.
‘계속 웃을 수 있나 보자고.’
일반적인 워터볼이라면 쉴드에 부딪힌 순간 사방으로 터져나가야겠지만.
드드드!
계속해서 회전을 만들어 냈기에, 물방울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되려 쉴드에 점차 금이 가는 모습.
“뭐, 뭐야!”
그 광경에 문바는 쉴드를 전개한 채, 옆으로 몸을 날렸다.
‘생각보다는 상황 판단이 빠른 놈이군.’
파아앗!
그와 동시에 깨지고 마는 쉴드. 워터볼이 문바가 서 있었던 자리를 거칠게 지나쳤다.
“이, 이놈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놈이었으나, 나 역시 아직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반전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그 사이, 내 왼손도 쉬지 않고 있었으니까. 놈이 워터볼에 한눈 팔린 사이, 몰래 영창하고 있던 마법.
파즈즉!
라이트닝 볼트가 넘어진 놈을 향해 쏘아졌다.
“이, 이익!”
이번에는 문바도 방어마법을 전개하지 못했다. 그 정도 틈도 없이 빠르게 이어진 연계기였으니까.
그저 몸을 둥그렇게 만 채, 로브 틈으로 숨는 놈이었다.
‘역시 마법 저항이 있는 로브였나.’
로브에 흔히 있는 기능이었다. 그 정도의 로브는 범죄자들도 쉽게 구할 수 있을 터. 그저, 이번 공격으로 최대한 많은 데미지를 먹이길 바랄 따름이었다.
파즈즉!
한차례의 전류폭발 후.
“이, 개자식! 동시 영창을 할 수 있는 놈이었구나!”
머리털이 까맣게 그을린 채로 일어난 문바. 데미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 듯, 몸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네놈. 그걸 믿고 내게 덤빈 게로구나!”
내가 먼저 공격한 것도 아니건만, 놈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했다.
‘다음은 뭐냐.’
분노한 놈은 분명 5성급에 해당하는 마법을 쏘아낼 터. 놈의 공격을 예상한 뒤, 피해내는 것이 상책이었다. 아까처럼 정면으로 받아냈다간 내 마나가 버텨내지 못할 테니까.
순간적인 움직임을 위해 두 다리에 오러까지 보내둔 상태였다.
파즉!
그 순간 문바의 양손에 모여드는 번개. 열 손가락 모두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이런 씨.’
그 모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으니.
‘하필이면 체인 라이트닝이냐.’
전생에 수도 없이 상대했던 마법이었다. 전방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져, 피할 틈을 남겨두지 않는 공격. 그 때문에 기사들이 가장 번거로워하던 마법 중 하나였다.
“뒈져라!”
결국, 놈의 손끝에서 노란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