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45)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45화(45/150)
45화. 전언자(2)
“이안, 지금 도망쳐야 해.”
순간 손목을 잡아끄는 노아.
“얼른 가자! 뿔뿔이 흩어져서 코마스가로 가는 거야!”
하긴, 원심회가 날 만나러 온 걸 모르는 아이들이기에, 그들의 존재는 두려움의 대상일 터였다.
‘오히려 잘됐네.’
아이들 앞에서 저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도 없을 터.
“그래요! 얼른 흩어지죠!”
도망쳐준다면 내겐 다행이었다.
“넌 저쪽으로 가! 그리고 누구든 먼저 코마스가로 가서 지원 요청하자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기 시작하는 아이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다급했다.
물론, 나는 움직이지 않은 채, 다가오는 검은 복면의 사내를 마주할 뿐이었지만.
‘원심회라…….’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저들이 내게 호감을 갖고 있다곤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지금부터 그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어느덧 내 앞으로 다가온 사내.
“앙겔로스 님의 전언자입니까?”
그 역시 떨리는 마음은 마찬가지이리라. 조심스러운 음성이 귓가에 와닿았다.
“그렇다.”
최대한 위엄있는 어투로 그를 맞이하자, 가면 너머의 눈빛이 흔들린다. 현자처럼 깊은 눈망울. 그 잔잔한 호수 위로 작은 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럼 앙겔로스께서는 어떻게 존재하고 계십니까?”
“바로 옆에 서 계신다. 너희의 눈엔 보이지 않겠지만.”
그 말과 함께 오베론이 서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럼 성좌 같은 모습으로 계신단 말씀입니까?”
“그래. 너희를 보기 위해, 날 데리고 이곳에 오셨다.”
“허어…….”
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머쓱해하는 오베론. 우연히도 정확하게 오베론의 얼굴을 바라보는 사내였다.
“호리조와 리오에게 이곳에 내 뜻을 따르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네가 그 아이들의 수장인가?”
“그렇습니다.”
그와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는 사내.
“원심회의 현 교주 앙헬 브리먼. 인사 올립니다.”
동시에 뒤에 있던 네 사람도 모두 같은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날 전언자로 믿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사내의 흔들리던 눈매가 좁혀지고 있었으니까.
“실례가 안 된다면, 앙겔로스께선 어떤 모습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다. 고작 열다섯에 불과한 소년이 찾아와, 자신들이 신처럼 받드는 이의 목소리를 전한다고 하니. 곧바로 믿을 수야 없는 노릇이리라.
무릎을 꿇은 건 혹시나 내가 전언자였을 때를 대비해, 예의를 차린 것뿐이었다.
“그래. 아무런 증빙도 없이 믿을 순 없겠지.”
“불손을 용서하십시오.”
“아니다. 충분히 이해하는 바다. 앙겔로스께서는…….”
전생에 만났던 놈의 모습을 떠올렸다.
“흰색의 얇은 로브를 두르고 계신다. 좁고 날카로운 눈매엔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현기가 서려 있으며. 콧등은 자일로스 산맥처럼 높고, 콧볼은 두툼하다.”
오베론을 바라보며 그렇게 읊어대자, 앙헬의 고개가 서서히 들어 올려진다.
‘뭐, 틀릴 일이야 없겠지.’
전생에 만났던 앙겔로스의 특징이었다. 얇고 찢어진 눈매로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습관이었고, 코는 매부리코처럼 툭 튀어 올라있었으니.
이들에게도 그 외관이 제대로 전승되었다면, 비슷한 모양새로 기억하고 있을 터였다.
“그럼 혹시 앙겔로스 께서는…….”
재차 질문하려는 앙헬. 그를 제지하며 입을 뗐다.
“더 물을 것 없다. 이것 하나면 증명할 수 있을 테니.”
계속해서 깊은 질문을 한다면, 꼬리가 밟힐 수도 있으니. 먼저 카드를 꺼내 드는 편이 나았다.
[또 오러로 사기 치려고?]‘발광검이 그놈의 제일 큰 특징이잖냐.’
곧바로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앙겔로스 님의 추종자라면, 당연히 발광검의 전설은 알고 있겠지?”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는 앙헬. 가면 너머 동공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었다.
“……서, 설마.”
“잘 보아라.”
남아 있는 오러를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끌어모았다. 그 뒤는 호리조와 리오를 설득할 때처럼 쉬웠다.
“이 세상이 너무나 흉흉하여, 본 좌가 직접 구제하러 나타났나니. 불평등을 겪는 모든 자는 들으라. 내 손으로 하나 된 세상을 구현하리라.”
호리조와 리오에게 읊었던 앙겔로스의 말을 재차 되뇌이며.
우우웅!
단검에 오러를 불어넣자, 다급히 고개를 숙이는 놈들이었으니까.
“전언자시여! 보는 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그 힘을 숨기십시오!”
오러라는 개념을 모르는 세대였기에, 앙겔로스의 힘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제 너희도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거라.”
“가시지요. 우선 저희가 지내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말투.
‘이래서 사이비는 위험하다니까.’
앙겔로스가 어떤 거짓부렁을 지껄여 놓았길래, 8성급의 마법사까지도 이리 고개를 조아린단 말인가.
“우선,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무엇입니까? 저희가 보필하겠습니다.”
“저놈이 내 물건을 훔쳐 갔거든. 그걸 챙겨야 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라카 벨리어였다.
* * *
“케에엑!”
보석상점 안을 가득 메우는 비명. 라카 벨리어의 것이었다.
“어디에다 두었는지 말하라.”
“그, 그건 내 것이다. 저 아이 물건이 아니라고!”
“아직도 저항할 힘이 남았나 보구나.”
표정 변화 없이 손을 휘젓는 앙헬. 그가 손짓할 때면.
푸욱!
어김없이 바닥에서 날카로운 바늘이 솟구쳐 올랐다.
“이, 이 개 같은 새끼! 크아악!”
하나같이 급소만 노리는 그의 잔혹함에, 결국 라카 벨리어 역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카, 카운터 아래. 스위치.”
간헐적으로 뱉은 말에, 검은 가면을 쓴 이 중 하나가 신속히 카운터로 향한다.
“여기 있습니다.”
앙헬의 고개가 끄덕여지자, 스위치를 누르는 원심회의 일원.
쿠우우…….
순간 카운터 뒤쪽의 책장에서 소음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기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하는 책장.
[진작 말할 것이지.]‘원래, 멍청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지.’
결국, 책장 뒤에 숨겨져 있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카 벨리어의 비밀 창고였다.
“저희가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혹시 모를 함정에 대비해, 먼저 내부를 살피는 원심회의 일원들.
“트랩은 없습니다.”
그제야 앙헬이 나를 안쪽으로 인도했다.
“찾으시는 물건이 여기 있습니까?”
얼마나 많은 약탈을 했는지, 양쪽 진열대를 꽉 채운 각종 보화들. 허나, 그따위 것들은 잡동사니에 불과했다.
그 안쪽에서 은은하게 발광하는 황금색 구체가 있었으니.
“저것이다.”
주먹만 한 크기의 타원형 물건이 가장 안쪽에 놓여있었다.
‘진짜 라타토스크의 알이라니.’
[확실하네. 이게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지?]조심스레 알을 챙겨오는 앙헬.
“여기 있습니다.”
“고맙다.”
얼룩덜룩한 금빛 무늬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했어.’
[그럼, 그럼. 이제 돌아가서 부화만 시키면 되겠군.]‘그래. 그것도 일이긴 하지만.’
비밀 창고를 나서며, 앙헬의 지시가 재차 이어졌다.
“쓸만한 물건은 모두 챙기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자신의 창고를 털어가는 원심회의 모습에도, 라카 벨리어는 울상을 짓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저놈은 이게 뭔 줄 알고 훔친 거지?’
그런 놈에게 다가섰다.
“네놈. 이건 왜 훔친 거냐?”
내 시선을 피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라카 벨리어.
‘요놈 봐라.’
허나, 내가 손을 쓸 틈도 없었다.
푸욱!
바닥에서 튀어 오른 날카로운 바늘이 놈의 견관절을 꿰뚫어버렸으니까.
“크학!”
앙헬의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다.
“얼른 대답해라. 이분의 입에서 또 같은 질문이 나오게 한다면, 네놈의 목숨도 거기까지일 것이다. 네놈 같은 벌레가 이분과 대면할 수 있다는 것도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표정 변화도 없고, 말투의 변화도 없었다. 감정하나 실리지 않은 딱딱한 눈빛. 사람 하나 죽이는 것쯤은 그에겐 아무것도 아니란 뜻이리라.
‘제대로 된 놈일세.’
그의 말이 진심이란 것은, 당하고 있는 라카 벨리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사, 사주를 받았습니다.”
결국, 입을 열고만 놈.
“사주라? 누구에게 받은 것이지?”
내가 묻고 싶은 것을 대신 심문해주는 앙헬이었다.
“……킬라브가에서 그 트로피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럼 저희를 거둬주겠다고요. 무슨 짓을 하고 다니든 자신들이 뒤를 봐주겠노라 약속했습니다.”
그 말에 앙헬은 물론, 나 역시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오망성이?’
킬라브는, 델레마와 그렌텔을 비롯한 다섯 별 중 하나였으니까.
[그놈들이라면 탐낼 만하지.]‘결국, 이놈은 아무것도 모른단 소리로군.’
우리가 흠칫한 틈을 타, 서둘러 말을 잇는 라카 벨리어.
“그, 그래서 이 일을 알게 되면 킬라브가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냥 저와 함께 두고 가시는 게…….”
끝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한 놈이었다. 앙헬의 눈빛이 내게 향한다. 어찌할지 물어보는 것이리라.
“일단 우리는 이곳을 떠야 한다. 잠시 후면, 아까 그 아이들이 코마스가의 마법사들을 데려올 거야. 굳이 그들과 부딪힐 필요는 없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놈은 죽여라.”
“그리하겠습니다.”
그러자, 라카 벨리어의 목소리가 다급히 전해진다.
“주, 죽인다뇨. 그, 그 물건은 욕심내지 않겠습니다. 풀어만 주십시오! 모든 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대꾸하지 않고,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재차 메아리치는 놈의 목소리.
“이 개 같은 자식아! 돌아와! 죽여버릴 거다!”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일로 인해 놈이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았으니까.
내가 원심회와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도. 킬라브가에서 구하던 라타토스크의 알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것도.
‘아직은 이르지.’
세간에 알려지기엔 시기상조였다.
그렇게 한 사내의 짤막한 비명과 함께 상점 밖으로 나섰다.
* * *
“공자님. 일은 잘 보셨습니까?”
밖에서 망을 보고 있던 아드문이었다.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
“별말씀을요. 이 정도는 해야죠.”
잠시 녀석을 격려하고 있자, 재차 열리는 보석상점의 문. 순식간에 내부를 정리하고 나온 다섯 사람이었다.
“난 우선 아까 그 아이들과 합류해야 한다. 내가 지금 너희와 함께 사라져버리면, 의심을 면치 못하겠지.”
고개를 숙여 보이는 앙헬.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우선 자리를 뜨겠습니다.”
“어디로 갈 것이냐? 이곳에서 대규모 마법이 펼쳐졌으니, 너희에게도 추적이 이어질 것인데.”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희는 대륙 곳곳에 퍼져있으니, 갈 곳은 많습니다. 오늘 밤사이로 이곳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터를 잡겠습니다.”
“그래. 나는 아직 마탑 소속이니, 새로운 자리를 잡으면 이아스에 들리거라. 당연히, 접근은 은밀히 해야 할 것이다.”
앙헬을 비롯한 검은 가면의 인물들. 그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아직 이들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는 많았다. 천 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실마리를 제공할 자들이니까.
“그럼 다음을 기약하지.”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란.
‘벌써 온 건가.’
한 무리의 마법사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코마스가의 마법사들이었다.
‘이런……!’
아직, 원심회 일원들이 자리를 뜨지 않은 상태였기에 심장이 철렁했으나.
‘응?’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건조한 사막의 바람만이 흩날리고 있을 뿐. 아드문 역시 눈을 멀뚱거리고 있었다.
‘실력 하난 출중하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그들 대신, 코마스가의 마법사들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