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49)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49화(49/150)
49화. 무역도시, 안티(3)
앳된 목소리에 당황한 사람들.
“그, 금화 오십 개라고?”
“저 신발이 뭐길래?”
“방금 목소리 엄청 어리지 않았어?”
때아닌 거금이 외쳐진 탓에 장내가 술렁이고 있었다.
“어, 어……. 금화 쉰 개 나왔습니다. 더 있으신가요?”
말을 더듬는 바울. 능숙하게 경매를 이끌던 그조차 흔들리는 시선으로 좌중을 훑었다. 몸을 조금 가볍게 해주는 신발에 투자하기엔 꽤나 비싼 가격이었으니까.
‘저놈도 진짜 가치는 모르나 보군.’
하지만, 내게 있어선 절대 비싼 값이 아니었다.
[완전 거저인데?]카타의 신발은 그 정도의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메트론가는 사라졌다고 했지?’
[응. 그놈들은 오망성한테 굴복하지 않았나 보지.]천 년 전. 무투가로 이름을 날렸던 메트론가의 기수들이 신던 신발이었다.
‘저게 왜 여기까지 굴러들어왔는진 모르겠지만.’
그때엔 금화 50개, 아니, 100개를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이보시오, 사회자 양반!”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한 사람. 마지막까지 경매에 참여하고 있던 중년 남성이었다.
“경매장 관리를 어찌하는 것이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린아이가 들어와서 장난치는 걸 보고만 있는 게요? 저 나이에 금화 50개가 어떻게 있겠소!”
금화 50개를 한 번에 외친데다, 내 외모까지 어리니 장난으로 판단한 것이다.
“손님 죄송하지만, 장난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허나, 바울은 당황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뭐, 뭐요?”
“금화 50개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능력이 있는 분 같군요. 저 소년 또한 어엿한 제 손님입니다.”
내 붉은 눈망울을 인지한 그였다. 그제야, 날 바라본 중년 남성.
굳이 그 정도 돈이 있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큼, 큼!”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역시도 머쓱하게 자리에 앉을 뿐이었으니까.
‘까불고 있어.’
잠깐 술렁였던 장내는 빠르게 정리되었다. 아무리 어리다 할지라도 델레마는 델레마였다.
“그럼, 더 하실 분은 없으신 것으로 알고, 델레마의 손님께 전달하겠습니다.”
안내원들에 의해 내 손에 쥐어진 신발 한 쌍.
‘확실해.’
카타의 신발이었다.
“이게 얼마나 몸을 가볍게 해주길래, 그리 큰 금액을 쓰신 겁니까?”
아드문의 의아한 눈빛도 당연했다. 그저 낡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신발의 모습이었으니까.
“몸을 가볍게 해준다잖아.”
“그래 봤자, 걸을 때나 도움 되는 수준이라고 했는데…. 공자께선 아직 팔팔하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쓸 게 아냐.”
의아함으로 가득 찬 아드문. 손에 쥔 신발을 녀석에게 건넸다.
“이건 네 거야.”
“……네?”
잠시 벙쪘던 녀석이 손사래 쳤다.
“저, 저는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저도 아직 혼자 힘으로도 잘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걷는 데 도움이나 받자고, 금화 오십 개나 쓰는 건 너무 과합니다…….”
“일단 받아둬. 나중에 어떻게 쓰는 건지 알려줄 테니까.”
내 거듭된 권유에, 신발을 받아든 아드문.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중에 고마워하게 될 거다.’
단순히 몸을 가볍게 해주는 수준에서 그치는 신발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착용자의 몸을 공중에 띄워주기까지 하는 신발. 메트론가의 기수들이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소문의 근원이 되었던 신발이었다.
‘요즘 것들은 오러를 몰라서, 이 신발의 진가를 몰랐겠지.’
다만, 문제는 오러를 발끝에 집중해야, 신발의 기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 오러 운용을 연습 중인 아드문이라면, 곧 신발의 잠재능력을 발견할 수 있을 터였다.
[근데 저거 정말 너 안 쓰고 쟤 줘도 되겠어? 너한테도 큰 도움 될 텐데.]‘난 저번처럼 에어워커로 하면 되니까.’
이아스의 은신처 주변으로 둘러진 펜스를 넘기 위해, 사용했던 아렌스가의 마법. 에어워커를 더 연습하면 되었기에, 아드문에게 양보했다.
‘드류도 나중에 알려주면 될테고.’
[하긴, 아드문은 마법을 못 쓰니까.]난데없는 횡재에 입꼬리가 절로 씰룩였다.
* * *
그 후로도 경매는 계속 진행됐다.
“와, 이거 너무 무거운데.”
어느덧 드류의 손에도 물건이 쥐어져 있었다. 쇠로 만들어진 구슬. 마나를 주입할수록, 무게가 늘어난다는 마도구였다.
‘근력 훈련할 때 꽤 도움 되겠어.’
물론, 드류가 자의적으로 샀을 리 없으니, 내 추천으로 산 물건이었다.
“이제 그거 들고 훈련하자.”
“헙! 알겠어. 더 재밌겠다!”
최근 들어 맨몸으로 하는 훈련은 너무 쉬워하는 녀석이었기에, 시의적절한 물건이었다.
‘간만에 경매에 참여하니까 재밌네.’
역시,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건 좋은 경험이 되었다. 최근 물건들의 시세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고.
‘내 물건들도 내다 팔면 꽤 쏠쏠하겠는데?’
[여기 있는 것들이랑은 비교가 안 되니까.]은신처에 고이 모셔둔 잡동사니들을 팔면, 여느 왕가 부럽지 않은 금화를 쓸어모을 듯했다.
‘나중에 원심회 녀석들한테 몇 개 팔아오라고 해야겠어.’
한쪽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곧 시장을 들썩이게 할 물건들이 쏟아져 나올 터였다.
“자! 오늘의 마지막 물건입니다!”
곧이어, 주의를 집중시키는 바울 할라트.
“이번 건 저도 기능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엄청나게 오래되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저희 할라트 감정반에서도 만들어진 시기를 알아낼 수 없었거든요.”
그가 보자기를 걷어내자, 어렴풋이 팔찌 형태의 아티팩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마탑이나 마법 가문에서 연구한다면, 그 진가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기능이 숨겨져 있는지 모를 아티팩트! 여러분은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마치, 엄청난 물건을 소개하는 듯했지만. 결국, 자기들은 이 팔찌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거, 참 포장 한 번 잘하는구만.]‘우리더러 알아서 알아내라는 거지?’
저들이 직접 감정을 의뢰하지 않은 이유는 이해가 갔다.
[마탑에 감정 의뢰하는 돈이 더 들지도 모르니까.]오래된 아티팩트일수록, 감정하는데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괜히, 비싼 돈 들여 감정한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저들로선 손실인 셈이다.
“자, 그럼 금화 서른 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은 큰 반응이 없었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모를 물건을 저리 비싼 돈을 주고 살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서른 개.”
허나 곧바로 정적을 깬 음성. 가장 첫 경매품이었던, 마력 저항 팔찌를 구매했던 소년이었다.
‘쟤는 팔찌만 보면 계속 달려드네.’
그 후로도 팔찌 형태의 아티팩트에만 입찰한 녀석. 가격이 얼마던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최고가를 불렀던 그였다.
[팔찌에 한 맺혔나.]‘아니면, 정보를 입수한 걸지도 모르지. 오늘 팔찌 물건 중에 좋은 게 있다고.’
[그래서 싹쓸이한다고? 돈이 남아도나?]‘딱 봐도 돈 많아 보이잖아.’
매번 팔찌들을 낙찰받은 후, 잠시 살펴보다 흥미 없이 수행원에게 넘기는 소년이었다.
‘나도 한 번 참여해봐? 쟤가 괜히 그러는 것 같진 않은데.’
[에이. 저게 가치가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어.]‘혹시 모르잖아. 확실히 오래된 물건 같긴 하니까.’
그러는 사이에도 정체불명의 소년 말고는 누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자 점점 초조해진 바울.
“흠흠!”
그가 경매품인 팔찌를 들어 올려,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자, 다들 자세히 보세요. 가져가서 감정해보시면, 엄청난 물건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고요.”
아무래도 금화 30개로는 본전 찾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계속 사람들을 유도하는 바울이었다.
“아! 여기 보시면 고풍스러운 문양도 있고요. 원 두 개가 이어진 문양이 엄청 독특하지 않나요? 분명 범상치 않은 팔찌가 분명해요!”
그의 다급한 음성은 내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멀어서 문양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던 터.
‘원 두 개라고?’
그제야 팔찌의 색감이 눈에 들어온다. 검은빛이 감도는 퀴퀴한 팔찌.
[에이, 설마.]오베론도 내가 생각한 물건을 떠올렸는지, 직접 무대 위로 향했다. 바울의 손에 들린 팔찌를 이리저리 살피는 녀석.
‘맞아? 어때?’
한껏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오베론을 바라보자.
[야. 미쳤다.]‘왜?’
입을 떡 벌린 오베론. 그에게 대답할 새도 없었다.
“더 참여하실 분 안 계시면, 셋 세고 낙찰 처리하겠습니다.”
바울이 카운트 다운을 외치기 시작했으니까.
“세엣! 두울! 하ㄴ……!”
서둘러 손을 들어 올렸다.
“마흔 개!”
* * *
예로부터 이어진 인간들의 욕망 중 하나, 소유욕. 물건을 소장하고자 하는 무서운 욕구였다.
수렵시대에는 사냥한 식량을 보관하기 위해서.
문명이 발전한 이래로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심지어는 전쟁이 창궐하던 시기에도, 각종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서.
시대에 따라 물건들의 형태는 바뀌었지만, 인간들의 소유욕은 없어지질 않았다.
‘그게 곧 힘을 의미하니까.’
식량이 곧 힘이었고, 부가 곧 힘이었으며. 전리품으로 얻은 물건들이 힘을 상징했다.
[그래서 너도 결계를 만든 거고.]이아스의 지하에 만들어둔 나만의 은신처. 그곳에 무공서들과 장비들을 모아뒀던 것도 소유욕의 일환이었다.
‘근데 저게 여기 있을 줄이야…….’
그런 인간 욕망의 극치를 담아낸 물건. 그것이 바로 저 팔찌. 일리미타였다.
[그러게. 아공간 아이팩트라니. 이건 정말 귀한 건데.]오베론마저도 감탄을 금치 못하는 물건. 제3세계의 공간을 불러와,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는 아티팩트. 그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물건이 바로 일리미타이었다.
“오십오.”
그 가치를 알기라도 하는 것인지. 팔찌만 구매하던 소년은 굴하지 않았다.
“육십.”
“육십오.”
“칠십.”
“칠십오.”
소년과 나로 인해 순식간에 치솟은 가격. 바울의 표정이 급격히 변화했다. 기쁜 마음도 잠시, 당황으로 물든 그의 얼굴.
“백.”
내가 뱉은 가격 때문이었다.
금화 100개. 좀 아껴 쓴다면, 한 사람이 평생 일하지 않고 놀고먹을 정도의 금액이었으니까.
물론 내게도 당장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은 아니었다.
[돈은 어떻게 구하려고?]‘일단 델레마 이름으로 수표를 끊고, 은신처에 있는 물건을 팔아야지.’
델레마라는 이름이 있기에 가능한 계획. 그 이름이라면, 저들도 내 수표를 받아줄 것이다.
‘이제 끝났겠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아티팩트. 꽤 거금이었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백십.”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 여전히 무표정의 소년은 그 거금을 외치고 있었다.
‘하. 적당히 포기할 생각은 없는 건가.’
[아무래도, 저것 때문에 온 것 같은데?]‘한 이백 정도는 불러야 기세가 꺾이려나?’
여태 등장하지 않았던 금액에, 술렁이는 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허!”
“미쳤구만.”
“저게 뭐길래?”
“금화 백 개가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자연스레 장내의 시선이 무대 위의 팔찌로 집중되고 있었다.
다시 한번 팔찌를 유심히 살피려는 사람들. 허나, 그 순간 그들을 반긴 건.
콰아아앙!
난데없이 들려온 폭발음과 함께.
‘……!’
터져나가는 무대 뒤쪽의 벽면이었다.
무대를 뒤덮은 흙먼지에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뭐, 뭐야!”
“꺄악!”
“테, 테러다!”
수십 명의 인파가 비상구로 향하며 아비규환이 벌어졌고.
‘하필 이럴 때!’
흙먼지 틈에서 거구의 사내가 뛰쳐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