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5)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5화(5/150)
5화. 아, 응애에요!(4)
나를 바라보는 티타니아의 차가운 눈빛.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
그녀의 얼굴에 항상 존재하던 미소가 지워져서는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마법 교육 탓은 더욱이 아니었다.
‘이 정도 힘이 있었나?’
가녀린 줄로만 알았던 티타니아 주변에는.
쿠우우……!
전생에서도 몇 번 본 적 없는 거대한 마나의 기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으니까.
[최소 9성급인데?]9성급 마법사. 대마법사들이나 부릴 법한 거대한 기운이었다.
‘티타니아가……?’
천 년 전에도 대마법사로 불릴 존재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물론, 오망성은 천외천의 경지였기에 논외였지만.
천 년이 지난 지금이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티타니아에게 듣기론, 공개적으로 보도된 대마법사는 아홉에 불과하다고 했으니까.
[그럼 티타니아가 남몰래 9성급을 달성했다고?]‘그건 아닐 텐데.’
분명 자신은 8성이라고 말했던바. 그녀의 성향상 내게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터였다.
“역시, 이안 너에게 엄한 수업은 못 하겠구나.”
나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있자, 피식 웃는 티타니아. 그와 함께 마나의 파동도 점차 줄어갔다. 재앙이라도 닥친듯하던 들판은 그렇게 잠잠해졌다.
“어때, 방금 엄마 좀 멋있었어?”
“……네.”
예의 포근한 미소를 되찾은 티타니아.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쉽게도 그건 내 마나가 아니야. 이곳에 있는 마나를 잠시 끌어낸 거지.”
“이곳에 있는 마나라구요?”
들판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 티타니아.
“그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근방은 마나가 유독 짙거든. 그래서 천 년 전에 이곳을 발견한 후안 델레마께서 여기에 터를 잡았다고 하더라.”
미간이 좁혀졌다. 또다시 듣게 된 후안의 이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쩐지 재수 없는 느낌이 가득하더라니.]‘마나가 짙은 곳이라…….’
전생에선 이런 곳이 있다곤 들어본 적 없었으니까.
“이곳에선 내 몸속에 있는 마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마나들까지도 순간적으로 끌어다 쓸 수 있어. 워낙 마나가 짙어서 말이지.”
그제야 티타니아의 주변으로 용솟음쳤던 마나가 이해됐다.
[호오. 여기선 자연체의 경지가 쉽다는 거지?]자연체.
체내에 있는 오러나 마나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주변에 있는 기운들까지 끌어다 쓰는 경지. 말 그대로 자연과 내 몸이 하나가 된 전설 속의 경지였다.
‘얼마나 마나가 넘쳐흐르면 그게 가능한 거지?’
이곳의 풍만한 마나 덕에, 그 아득한 경지를 미약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는 듯했다.
“후안 델레마께선 이곳을 오리진이라고 칭하셨어. 델레마의 피를 이은 자들에게만 허락된 곳이니까, 외부로의 발설은 절대 금지야.”
오리진. 상상 속의 경지도 가능케 만드는 마나의 영맥. 델레마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듯했다.
“그럼 이곳에서 마나를 수련하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건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티타니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처음 마나를 느끼는 연습을 할 때는 오리진만 한 곳이 없어. 여긴 마나가 넘치니까. 다만, 아쉬운 점은 오리진의 마나를 체내에 쌓을 순 없다는 거지. 모두가 시도해봤지만, 불가능했어. 아까 내가 보여준 모습도, 오리진 안에서만 가능한 거야.”
즉, 이곳의 마나를 다른 곳으로 가져갈 순 없다는 소리였다.
[여기선 마나를 느끼는 연습만 하라는 거구만.]‘좋다 말았네.’
이런 짙은 영맥에서 마나를 쌓을 수 없다니, 기운이 빠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 네가 직접 마나를 느껴볼 거야.”
티타니아는 물 흐르듯 교육을 이어갔다.
“지금처럼 고요한 새벽은 마나의 속삭임을 듣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야. 눈을 감고 집중해.”
시범이라도 보이듯 눈을 감는 그녀. 곧바로 따라 눈을 감았다.
‘……오러랑 비슷하게 느끼면 되려나.’
오러나 마나 같은 기운을 느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랬다면, 세상 모든 곳에 기사나 마법사들이 넘쳐났을 터이니.
더구나 그것을 처음 행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몇 달은 여기서 살다시피 해야겠지.]허나, 집중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어린아이의 정신력도 아닌 데다, 9성 기사가 그냥 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속삭임을 들으랬지. 한번 해보자고.’
토양, 풀, 바람.
주변의 모든 것에 귀 기울였다.
마치 내가 이 들판의 모래알인 것처럼. 마치 내가 한 줄기 잡초인 것처럼. 그리고 이곳을 유영하는 바람이 된 것처럼.
시간 따윈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 * *
얼마나 흘렀을까.
슬슬 머릿속에 잡념이 끼어들 즈음이었다.
우우우…….
그 순간 들려온 정신을 자극하는 소리. 귀를 통해 들려온 소리가 아니었다. 내 손끝을 통해, 내 살갗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무언가.
‘마나다!’
확신할 수 있었다. 오러와는 달랐지만, 분명 기의 흐름이었으니까.
[뭐? 벌써?]‘응. 오러는 그렇게 안 느껴지더니. 이건 쉬운데?’
마법적 재능이 타고난 델레마의 핏줄이었기에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오리진이라는 공간 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오러와는 조금 다른 기의 감각이 느껴졌다.
허나, 기뻐하기엔 일렀다.
‘……뭐?’
몸속에서 일어난 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둥! 둥!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하는 심장. 그 주변으로 내가 느꼈던 마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따로 통제한 것도 아니건만, 자연스레 흘러들어오는 모양새.
[왜 그래?]‘마나가 쌓이고 있어.’
‘응. 근데 지금 심장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어.’
[혹시 판별식 때 뽑은 카드 때문인가?]흑마법 카드. 그때 심장 주변으로 자리 잡은 기운이 마나를 향해 인력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설마 여기 있는 마나……. 모을 수 있는 건가?’
오베론과 허공에서 시선이 맞닿았다.
‘대박 터진 것 같은데?’
[잭팟인데?]티타니아의 주변으로 감돌았던 강력하고 짙었던 마나. 델레마의 그 누구도 체내에 모으지 못했던 마나는 내 몸에 머무르는 걸 허락하고 있었다.
기쁜 마음에 벌어진 눈.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오베론의 놀란 표정이었고.
두 번째로 들어온 건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는 티타니아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하늘엔 동이 터 오르고 있었으니까. 고작 일곱 살 난 아이가 이토록 깊은 집중력을 보인 것이 대견한 것이리라.
‘여기서 마나를 모을 수 있다고 말해야겠지?’
[어차피 눈치깔 테니까.]티타니아 정도의 실력자라면, 내 몸에 마나가 쌓이는 것쯤은 파악할 수 있을 터. 어쭙잖은 거짓말을 하느니, 그녀에겐 털어놓은 편이 나았다.
“이안. 엄청난 집중력이구나. 오늘은 이만하고 가자.”
환히 웃으며 날 일으켜주는 티타니아.
“엄마.”
“무슨 일이니?”
항상 내 편이 되어줬던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저 방금 마나의 속삭임을 들었어요.”
“정말이니? 아무리 오리진이라고 하더라도, 마나를 느끼려면 몇 주는 걸리는데……. 혹시 바람 소리를 잘 못 들은 것 아니니?”
“아니에요. 제가 느낀 건 확실히 마나였어요. 왜냐면 지금 제 심장 근처에 머물고 있거든요.”
그제야 두 눈이 확장된 티타니아.
“뭐? 마나를 느낀 것도 모자라서 몸에 받아들이기까지 했다고?”
놀란 그녀의 손끝이 내게로 향했다.
우우웅!
그리곤 마나를 내뿜어 내 몸을 훑는 그녀. 헛바람과 함께 그녀의 경악 어린 음성이 새어 나왔다.
“……정말로, 정말로 마나를 모았구나.”
* * *
그날 이후, 하루의 대부분을 오리진에서 보내는 것은 당연했다.
‘알아서 모이고 있어.’
누구도 모을 수 없다던 오리진의 마나는 내 몸에 차곡차곡 쌓여갔으니까. 별달리 마나를 모으려 하지 않아도, 심장에 자리한 기운이 알아서 마나를 흡수했다.
그러길 한 달여.
“허! 정말이네?”
“저 아이 몸에 마나가 쌓여있어.”
내 주변에 모여들어 수군대는 델레마들. 내가 오리진의 마나를 모은다는 소문에 가문의 일원들이 찾아온 것이다.
“이, 이제는 오리진의 마나도 쌓을 수 있는 건가?”
누군가가 외친 말은 일파만파 번져 갔고.
“내가 한번 해보겠네!”
“나도 시도해보지!”
“그래! 저 저주받은 아이도 되거늘!”
한동안 델레마들 사이에는 오리진이 이슈로 떠올랐다. 너나 할 것 없이 들판을 찾는 이들.
허나, 그 열풍은 몇 주 가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모이질 않아. 예전과 다를 바 없는데?”
“저 아이는 어떻게 한 거지?”
“허……. 저주받은 녀석이 무슨 짓을!”
누구도 나처럼 마나를 체내에 모으진 못했으니까.
‘나만 되나 본데?’
[확실히 그 카드에서 나온 기운이 연관 있나 봐. 계속 여기서 마나를 끌어모을 거지?]‘당연하지. 이런 꿀을 놓칠 수 있냐?’
손쉽게 마나를 쌓을 기회를 저버릴 필요는 없었다.
‘밖에선 이렇게 쉽게 쌓이지 않았잖아.’
오리진에서 만큼은 외부에 있을 때보다 수 배는 빠른 속도로 마나를 쌓을 수 있었으니까. 이런 기연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쟤는 오늘도 저기 있네.”
열심히 마나를 쌓던 찰나, 오리진에 울려 퍼진 목소리.
“벌써 일 년째라지? 저주받은 애가 오리진의 마나를 모은다고? 쯧!”
음성의 주인공은 헬레나였다. 그 옆에는 그녀의 아이, 맥더프까지 함께였다.
“티타니아! 정말로 그런 저주받은 애한테 마법을 가르칠 셈이야?”
비아냥대는 헬레나와 혀를 내밀며 눈을 뒤집어 까는 맥더프. 재수 없는 모자지간이었지만, 지금은 꾹 참았다.
‘아카데미 갈 때까지는 여기서 최대한 버텨야 해.’
오리진에서 흡수할 수 있는 마나를 최대한 끌어당겨야 했으니까.
“…….”
티타니아 역시 무시로 그들을 일관했다. 현명한 그녀였기에, 굳이 말을 섞지 않는 것이리라.
그녀는 헬레나에겐 물론, 내게도 닦달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곁을 지켜주었을 뿐. 누군가 저주받은 아이라며 내게 해코지라도 할까 걱정된 것일 테지.
‘정말 대단한 여자야.’
티타니아 덕분에 마나 수집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너도 독종이야. 무슨 폐관 수련하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이러고 있는 거냐?]그 시간은 무려 열두 번의 계절을 변화하게 했다.
‘안 그래도 이제 슬슬 그만 올 때가 된 것 같아. 다음 주부턴 좀 더 본격적으로 마법도 배워야 하니까.’
어느덧 익숙해진 오리진의 전경.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넓은 광장과 강당 건물이 보인다.
[아, 다음 주가 아카데미 입학 날이었지?]델레마 내부의 아카데미 시설이었다.
‘응. 이제 마나는 꽤 모았으니, 슬슬 마법 배울 때도 됐지.’
[드디어 오망성 놈들한테 한 걸음 더 다가서는구만.]열 살이 되는 해.
델레마에서 본격적으로 마법 수업을 시작하는 때였다.
“엄마.”
조용히 입을 열자, 여전히 따스한 시선을 보내오는 티타니아.
“왜 그러니?”
“그동안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어느덧 내 심장에는 3개의 마나 써클이 회전하고 있었다.
* * *
함박웃음을 짓는 티타니아.
“이안! 잘하고 와!”
아침부터 진수성찬을 차려준 유모와 티타니아의 배웅을 받으며 아카데미로 향했다. 델레마의 일원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코스였다.
“자, 신입생들은 이쪽으로!”
교관의 호령에 따라 걸음을 옮기던 때.
툭-.
누군가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친다.
“아, 좀 똑바로 보고 다녀. 저주받은 놈 주제에.”
자기가 쳐놓고 신경질적인 언행을 내뱉는 녀석. 헬레나의 아들 맥더프였다. 가정교육을 똥구멍으로 받은 놈은 제 어미의 성질을 닮아있었다.
‘저 쪼만한 놈을 어떻게 한다.’
검만 주어졌다면, 사지의 인대를 죄다 끊어버린 후 똥통에 튀겨버렸을 텐데.
[아서라. 일단 가문 밖에 나갈 때까진 조용히 지내기로 했잖아.]큰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향했다. 아카데미 입학생은 우리 둘만이 아니었다.
델레마는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마법 명가. 델레마 가문의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다양한 왕국의 수재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물론, 제국의 마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곳에 입학하려면 최소 3성의 성취를 얻어야만 했다.
즉, 마탑에 가기 전 들르는 일종의 조기교육인 셈.
“어우. 올해는 입학생이 유독 많구만?”
강당의 가장 앞쪽, 제단 위에 선 사내가 죽 늘어선 아이들을 둘러본다.
나이는 스무 살이 조금 넘은 듯한 청년. 그가 이번 기수의 담당 교관이었다.
‘어려 보이는데 성취가 꽤 높나 보네.’
입학생들을 굽어보던 그가 이내 크게 소리쳤다.
“반갑다 친구들! 나는 본 아카데미의 교관 알로이라고 한다.”
학생들을 보며 한쪽 입가를 말아 올리는 교관. 무언가 불길한 웃음이었다.
‘뭐지?’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재차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입학 테스트를 진행하겠다!”
강당은 삽시간에 술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