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50)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50화(50/150)
50화. 무역도시, 안티(4)
“꺄악!”
“무슨 일이야!”
터져나간 무대 뒤편의 벽면. 그곳에서 빠르게 뛰쳐나오는 사람.
‘아이테오……?’
불과 어제 아파테 왕국에서 보았던 거구가 이곳에 등장했다.
[저놈이 여긴 왜 온 거지?]사람들을 밀치며 달려나가는 아이테오.
“비켜!”
그 오른손엔 작은 보따리 하나가 들린 채였다.
‘허, 설마 또 경매장에서 훔친 건가?’
[녹색 마력석이랑 유니콘 뿔?]‘엉. 쟤가 지금 여기 온 이유가 그것밖에 더 있겠어?’
아무래도, 이곳을 털다가 문제가 생긴 듯싶었다.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일리미타를 눈앞에 둔 지금, 소란은 달갑지 않았다.
‘저거 사야 하는데.’
무대 뒤편에서 튀어나온 이는 아이테오뿐만이 아니었다.
“도둑이다!”
“잡아라!”
할라트 경매장의 직원들로 보이는 자들이 뒤쫓아오고 있었으니까.
[훔치다가 걸렸나보군.]‘하이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경매장. 도망쳐나가는 군중 사이에 섞여 빠져나가는 아이테오였다.
‘저 팔찌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음 경매 때 또 내어오지 않을까?]그렇게 무대 위로 향한 아쉬운 눈길.
“저, 저놈! 잡아라!”
바울 역시 아이테오를 향해 손짓하며 흥분하고 있었고.
‘응?’
그런 바울 뒤편으로 접근하는 한 사람.
‘아까 그놈 수행원 아냐?’
여태 팔찌만 사 모으던 소년의 옆을 지키던 남자였다. 바울이 아이테오에게 한눈 팔린 틈을 타, 팔찌를 손에 쥐는 남자.
[어랍쇼?]‘저놈이!’
혼란 사이에 물건을 훔치는 것이었다. 그는 물건을 챙긴 후 소년이 있는 방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도 나가자.”
빠르게 남자를 뒤쫓았다. 경매장 밖으로 향하는 문은 2개. 그중 아이테오가 나간 방향 반대로 향하는 그였다.
“테러다!”
“빨리 가서 자경단에 신고해!”
“으악! 밀지 마요!”
인파 틈에 묻혀 사라지는 그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이럴 땐 덩치 작은 게 좋네.’
사람들 틈을 비집고 이동한 덕에 거리를 빠르게 좁힐 수 있었고.
“잠깐.”
경매장 입구를 빠져나온 순간, 그의 팔목을 낚아챘다. 팔찌를 쥐고 있는 손이었다.
“뭐, 뭐냐.”
“이거 훔쳐 가셨잖아요.”
“무슨 소리야! 이것 놔! 빨리 도망쳐야 하니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사내. 되려 내게 역정을 내고 있었다.
‘말로는 안 된다는 건가.’
손끝으로 오러를 모으려던 찰나였다.
“이보시오, 그냥 갈 길 가는 게 좋을 것이오.”
남자의 뒤편에서 들려온 목소리. 시선이 향한 곳엔 아까의 그 소년이 서 있었다.
“당신이 훔치라고 시킨 건가?”
그러자 되려 수행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후, 훔치라고 시키다니! 감히 도련님께 무슨 말이냐! 델레마만 잘난 줄 아는 게냐!”
“당신은 좀 조용히 하고.”
“뭐, 뭣?”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년을 향해 눈을 좁혔다.
“어디 가문 소속이지?”
델레마를 보고도 기세가 죽지 않는 수행원. 그렇다는 건 자신이 모시는 저 소년 역시도 델레마에 버금가는 힘을 지녔단 뜻일 터였다.
“킬라브. 이라한 킬라브요.”
천천히 입을 연 소년.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하필, 킬라브냐.’
오망성 중 하나일 수도 있겠거니 생각은 했었다. 다만, 킬라브가일 줄이야.
[라카토스크도 모자라서, 일리미타까지 엮이네.]라카 벨리어를 통해 라카토스크의 알을 얻으려 했던 놈들.
‘근데 어쩌냐, 이건 나도 절대 양보 못 하겠는데.’
이번에도 결코 물러설 생각 따윈 없었다. 일리미타는 내가 요긴하게 쓸 데가 생각났으니까.
“이안 델레마다.”
내 소개에 손으로 미간을 짚는 이라한 킬라브.
“하아. 델레마에서도 냄새 맡고 왔나 본데, 이건 내가 몇 달째 찾던 거니까 그냥 갈 길 갔으면 하오.”
“몇 달이든 몇 년이든 내가 알 바 없고. 정정당당하게 경매로 가져가. 지금이라도 물건을 돌려놓는다면, 훔치려던 건 못 본 셈 쳐주지.”
내 강경한 태도에도 이라한은 물러섬이 없었다.
“난 이게 꼭 필요하오. 원한다면, 내 자네에게 금화 200개를 주지. 내가 가진 돈의 전부를 주는 거라고.”
금화 200개. 범인이라면 충분히 흔들릴 법한 금액이었다. 아니, 무조건 수락했을 테지. 하지만, 나 역시 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으니.
“아니. 물건을 다시 돌려놔. 킬라브가 직계가 경매장에서 도둑질이나 했다고 소문나고 싶어?”
거듭된 내 완강한 태도에 녀석이 고개를 흔든다.
“나도 델레마와는 싸우고 싶지 않소. 그냥 좋게 합의 보지 그러시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둘.
그사이에 끼어든 건 때아닌 욕설이었다.
“이런 X발! 어디로 간 거야!”
경매장 안쪽에서 튀어나온 익숙한 목소리. 방금까지 경매를 주도했던, 바울의 것이었다.
“싹 다 잡아 와!”
직원들과 함께 밖으로 튀어나온 그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하! 좀도둑 한 마리는 잡았구만!”
이라한의 수행원을 빤히 바라보는 그였다. 여전히 팔찌는 수행원의 손에 쥐어져 있었으니까.
“저놈 잡아라!”
바울의 명에 다섯의 직원들이 수행원을 감싼다.
“이, 이보시오!”
다급히 그들을 파헤치고 들어선 이라한.
“미안하게 됐소.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 우선 가져왔소만. 비용은 무조건 지불하려고 했소.”
당연히, 바울로서는 코웃음이 쳐질 소리였다.
“하! 이런 어린놈이! 팔찌 좀 몇 개 샀다고, 누굴 바보로 아나!”
흥분한 그의 손이 올라갔다. 그대로 이라한의 뺨을 후려치려는 모습.
“으, 응?”
허나 그 뒤로 그의 손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이라한의 또 다른 수행원 한 명이 그의 목을 향해 매직 에로우를 들이밀었으니까.
“지금 뭐 하는 짓들이지? 도둑질한 주제에, 공격까지 하려는 건가?”
바울 역시 보통 강단은 아니었다. 눈을 좁혀 이라한을 비롯한 수행원들을 흘기는 바울.
‘이자도 마법을 익혔구나.’
어느덧 그의 손에도 푸르른 마나가 물결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 있었나 보네.]당황한 이라한이 다급히 수행원을 뜯어말렸다.
“자, 자네! 무슨 짓인가. 감히 마법을 사용하려 하다니!”
“하지만, 저자가 도련님께…….”
“우리가 잘못한 것이 맞으니, 사과하는 것이 옳다.”
“……죄송합니다.”
그제야 고개를 숙이는 수행원.
“흥!”
콧방귀 끼며 마나를 흩트리는 바울이었다.
“우린 킬라브가 사람들이오. 내게 그 팔찌를 파시오. 돈은 원하는 만큼 지불하겠소.”
“……킬라브?”
그 이름에 잠시 당황한 듯한 바울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경매품을 그렇게 팔순 없네.”
그 말과 함께 팔찌를 뺏어 드는 바울.
“오로지 경매를 통해서만 판매하는 것이 내 원칙이고, 그것이 할라트 경매장이 이토록 커진 이유지.”
그는 킬라브라는 이름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대신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여는 바울.
“게다가 아직 저 델레마의 소년과도 경매를 끝맺지 못했으니, 더욱이 그냥 팔순 없겠네만.”
완강히 나선 그에게 이라한도 더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팔찌의 소유는 바울에게 있었으니까.
“하아…….”
나를 비롯한 보는 이도 많았기에, 더 이상 킬라브라는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다가섰다.
“그럼, 여기서 경매를 마저 하는 게 어떻습니까?”
바울과 이라한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경매 말이오?”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미타를 가리켰다.
“어차피 그 물건 살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잖아요.”
마지막까지 입찰에 참여하던 이라한과 나.
‘거절할 이유가 없겠지.’
두 사람 모두 이곳에 있었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허나, 바울의 고개는 끝내 저어졌다.
“그건 안 되네. 난 이걸 다시 경매품으로 등록할 거야.”
“그게 무슨 뜻이죠?”
“사실, 난 이게 그 정도로 고가일 줄 몰랐어. 킬라브와 델레마까지 달려들다니. 감정 좀 맡겨보고, 일주일 후에 다시 제대로 진행하지.”
눈살이 찌푸려졌다.
‘공정한 척하더니, 결국 장사치였구만.’
이라한에게 그냥 팔지 않고, 경매를 고집하려는 이유였다. 잠재가치를 파악한 후, 경매를 부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양아치구만.]그런 바울의 의도를 알았는지 이라한의 미간에도 주름이 잡혔다.
“허! 내가 그래서 얼마를 원하냐고 묻지 않았소.”
잠시 인상을 찌푸린 이라한. 다시 녀석의 입이 열렸을 땐, 바울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금화 이백 개 주겠소. 그냥 넘기시오!”
소년이 말한 금액은 예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으니까.
“아무리 비싼 아티팩트도 이 이상의 가격에 팔기는 어려울 것이오. 굳이 쓸데없이 감정 비용까지 낭비하지 말고, 나에게 넘기면 될 것이오.”
잠시 입을 벌리고 서 있던 바울이 겨우 정신을 차렸다.
“정말로 지불할 능력은 있는 것인가?”
“킬라브를 무시하는 겁니까?”
절대 경매가 아니면 팔지 않겠다던 바울은, 금화 200개라는 거금에 흔들리고 있었다.
‘저 정도 금액이면, 경매 없이 팔 생각이 드나 보군.’
[아쉬울 것 없는 거액이긴 하지. 아티펙트 하나 값으론 차고 넘치니까. 물론, 일라미타라면 말이 다르지만.]‘저 킬라브 애. 아까 가진 돈이 금화 이백 개라고 했지?’
[그랬었지.]가용할 수 있는 모든 돈을 지불하겠다는 소년. 바울은 그런 소년과 팔찌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팔찌를 건네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겐 안 되지.’
서둘러 바울을 향해 입을 열었다.
“금화 오백 개 내겠어요.”
내 발언에 바울과 이라한은 물론.
“고, 공자님!”
“이안! 정말로?”
아드문과 드류까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오, 오백 개…… 요?”
갑작스레 존댓말까지 사용하는 바울.
[어지간히 충격받았나 보군.]‘이 정도는 질러줘야지.’
이라한이 제시한 것을 한참 웃도는 금액. 녀석은 더 이상 높은 금액을 제시할 방법이 없을 터였다.
“저, 저! 말도 안 되는! 아무리 델레마라 할지라도, 자네 같은 어린 친구에게 오백 개나 내어준단 말인가!”
물론, 델레마에서 그런 거액을 내게 내어줄 리 없었지만.
‘내 물건들 좀 몇 개 팔면 충분하겠지?’
오늘 경매장을 둘러본 결과, 그 정도 금액은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아무렴. 네 은신처에 있는 것들보다 훨씬 구린 것도 금화 100개씩 받고 팔렸으니.]물건의 기능이 최상급에 올라갈수록, 그 값어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법. 은신처의 전리품을 몇 개 내다 팔면, 금화 500개 정도는 우습게 마련할 수 있을 터였다.
“델레마의 수표로 일단 지급하고, 금화는 한 달 내로 가져다주죠.”
게다가, 델레마라는 신용까지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딜이었다.
“저, 정말입니까??”
활짝 펴진 바울의 얼굴. 반면 이라한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킬라브랑은 자꾸 꼬이는구만.’
어쩔 수 없었다. 아공간을 만들어주는 아티팩트. 이라한이 그 기능까지 알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가져야 했으니까.
“그래요. 대신 지금 당장 그걸 넘기세요.”
일리미타를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