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52)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52화(52/150)
52화. 안티의 그림자
은은한 녹색빛이 감도는 마력석.
푸른 마력석보다 훨씬 짙은 마나를 머금은 이 돌은. 마나가 가득한 영맥에서나 가끔 발견된다는 희귀한 물건이었다.
라타토스크의 알 옆에 가져다 대자.
우웅!
잘게 진동하며 조금씩 뿜어져 나오는 마나. 얼마나 묵었을지 모를, 농도 짙은 마나였다.
‘그래.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방출된 마나는 쉴새 없이 라타토스크의 알로 흘러 들어갔다. 마치 알이 마나를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석이 아니라, 마물의 알이었습니까?”
그 모습에 흠칫 놀란 앙헬 브리먼.
“마물이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 기이한 현상을 알아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물들을 부화시키기 위해, 마력석을 양분으로 주곤 했으니까.
자연상태에서 마물이 부화하려면 몇십 년은 자연의 양기와 마나를 빨아들여야 할 터. 허나, 이 짙은 마력석의 기운이라면 그 시간을 함축시킬 수 있었다.
“녹색 마력석까지 필요한 거면, 보통 놈은 아닌가 보는군요.”
대게의 마물들은 푸른 마력석에도 충분히 반응하지만, 라타토스크는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힘만 보면 신수라고 봐도 될 놈이니까.’
영맥의 짙은 마나를 농축한 녹색 마력석 정도는 되어야.
우우웅!
지금처럼 알이 반응하는 것이다. 마력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마나는 점차 커지더니. 이내 방안을 환히 비출 만큼 강렬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길 몇 분.
‘슬슬 나오려는 건가.’
툭-.
알의 가장 윗부분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고.
[확실히 반응이 좋네.]금세 알 전체를 집어삼키는 금.
툭. 투둑!
간헐적으로 울리는 파열음에 앙헬과 나의 이목이 집중됐다.
쩌적!
결국, 깨어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황금색의 알.
[오! 드디어!]그 파편들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한 존재가 있었다.
‘나왔구나.’
모두의 관심 속에서, 진정 라타토스크가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물론, 오베론과 앙헬의 시선까지 집중된 순간. 알에서 나온 생명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작은 소리를 내었다.
“뀨웅?”
* * *
앙헬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게 전언자께서 말씀하신 마물입니까?”
알 속에서 나타난 조그마한 생물. 그것은 마물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초라했다.
‘이건 대체…….’
보슬보슬한 털이 몸을 뒤덮고 있는 존재. 그 보드라운 털은 꼬리까지 이어졌으니.
“다람쥐…… 같습니다만.”
물론 일반적인 다람쥐는 아니리라. 그랬다면 이렇듯 알에서 태어날 리는 없었으니까.
‘허……. 설마?’
그제야 앙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라타토스크?’
다람쥐 모습의 마물이라곤, 전설로만 전해 듣던 흉측한 괴물. 라타토스크밖에 없었으니까.
자일로 산맥에 그득한 마물들. 그중에서도 최상위권의 포식자라 일컬어지는 존재들이 몇 있었으니. 라타토스크야 말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존재였다.
‘말도 안 된다…….’
앙헬로서도 추측만 할 뿐. 확신할 순 없었다.
‘라타토스크는 멸종했다고 했거늘.’
원심회에 전해져 오는 문헌들에서도 간혹 볼 수 있었던 그 존재는. 인간과 이종족들의 연합군에 의해, 씨까지 말려졌다고 했으니까.
난데없이 지금 등장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이런 알의 모습으로.
“이리 와.”
바닥에 있던 다람쥐를 조심스레 안아 드는 이안. 한 뼘 남짓한 작은 다람쥐는 이안의 한쪽 어깨 위에 안착했다.
“뀽!”
그다음 이어진 모습에 앙헬은 확신할 수 있었다.
‘……!’
아그작!
이안이 건넨 유니콘의 뿔을 조금씩 나눠 씹어먹는 다람쥐. 연약해 보이는 이빨은 그 단단하다는 유니콘의 뿔을 손쉽게 절삭하고 있었으니까.
어지간한 무기로는 흠집도 내기 힘들다는 것이 유니콘의 뿔이었다.
“설마 라타토스크입니까?”
“이걸 알고 있나?”
이안의 태연한 반응에, 앙헬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맞구나.’
전설로만 전해졌던 존재. 수많은 인간을 학살했다는 마물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본디 워낙 유명했던 존재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리도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자라난다면 어떠한 모습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직접 봐도 믿기지 않는군요. 라타토스크라니.”
라타토스크 한 마리 때문에 일개 왕국이 멸망했을 정도라니. 눈앞의 존재는 앙헬로서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귀여운 외관에 손을 뻗자. “캭!” 코끝을 찡그리는 녀석. 어린 개체임에도 포악한 성질은 그대로인 듯했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얜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을 어미라고 생각하거든. 그 외의 사람은 다 싫어해.”
“그렇군요.”
“참. 그리고 이 뿔 좀 많이 구해줄 수 있나? 라타토스크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유니콘이거든. 물론, 다른 음식도 먹긴 하지만, 마기가 깃든 음식을 줘야 빨리 성장해.”
“예. 유니콘을 직접 잡아서라도 구해오겠습니다.”
어째서인지 라타토스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이안.
‘역시 앙겔로스의 전언자시다.’
그의 옆에 있을 앙겔로스가 알려줬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델레마라 할지라도, 이 어린 소년이 전설 속의 마물에 대해 깊게 알고 있을 리 없을 테니까.
“덕분에 이놈을 손쉽게 얻었구나.”
“별말씀을요. 앙겔로스께서는 만족하고 계십니까?”
“하다말다. 아주 입이 귀에 걸리셨어.”
허공 어딘가를 바라보며 흡족하게 미소 짓는 이안. 그 모습에 앙헬의 입꼬리마저 올라갔다.
‘이 모든 게 다 대의를 실현하기 위함이시겠지.’
천 년 전의 앙겔로스가 남겨둔 대의. 그것을 자신의 대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무한한 영광일 뿐이었으니.
“아, 참. 아이테오란 자는 어디 있는가?”
라타토스크를 쓰다듬던 이안이 화제를 돌렸다.
“그자는 말씀하신 대로 원심회에서 거두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 정도 호의는 베풀어도 되겠지. 적당히 맡길 만한 일이 있는가?”
“예. 덩치에 맞지 않게, 물건을 훔칠 때는 아주 은밀하게 움직이더군요. 자취를 감추는데 꽤 재능이 있어 보였습니다.”
“오, 그래? 다행이군. 그냥 거둬 주려 했는데, 쓸모까지 있다니.”
“예. 전언자께서 훌륭한 인재를 찾으셨습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었다. 정말로 앙헬의 눈에 들어온 아이테오였으니까.
‘조금 가르치면 써먹을 데가 많은 자야.’
물론, 원심회의 그늘 아래서, 얇고 길게 살아가길 바란 아이테오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아, 그리고. 원심회의 거처도 새롭게 자리 잡았습니다.
“오, 벌써? 역시 빠르네. 어디로?”
“이아스로 정했습니다.”
덤덤하게 뱉은 말에 이안의 미간이 좁혀지고 있었다.
“마탑이 있는 곳에 터를 잡겠다고?”
필시 자신들을 걱정하는 것이리라. 마탑의 추적을 당하는 원심회였기에, 꼬리라도 밟히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 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절대 그들에게 발각될 일은 없습니다.”
허나, 앙헬은 자신이 있었다. 원래 등잔 밑이 더욱 어두운 법이니까.
“흐음. 알겠다. 우선 곧 아이들이 오기로 한 시간이니, 물러가거라. 나머지 얘기는 이아스에서 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 * *
마탑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시장을 둘러보기로 한 터. 아드문, 드류와 함께 호텔 밖으로 나섰다.
“그 다람쥐는 뭐야?”
어깨 위에 자리 잡은 라타토스크에게로 관심이 집중됐다.
“길러보려고. 어젯밤에 숙소 근처에서 주웠어.”
“호오.”
녀석의 큰 눈망울에 이끌려, 손을 뻗는 드류.
“캬악!”
역시나 라타토스크는 이를 드러내며 하악질해댔다.
‘성질 하고는.’
갓 태어난 놈에 불과하건만, 이빨만큼은 날카로웠으니.
“조심해. 물리면 큰일 나.”
“으, 응.”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드류.
‘아직 새끼라 그런가. 경계를 많이 하네.’
내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을 무작정 경계하지도 않을 터.
‘차차 나아지겠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자, 보드라운 감촉이 전해진다.
“뀽.”
아직은 내 손길만 얌전히 받아들이는 녀석이었다.
“근데, 마탑에선 애완동물 금지잖아. 어떡하려고?”
“숨겨서 다녀야지.”
“오? 설마 거기?”
내 손목을 가리키는 드류. 이미 지난 사흘간 일리미타의 아공간을 목격한 녀석이었다.
“응. 이만한 장소도 없으니까.”
우우웅!
마나를 집어넣자 손목 위로 나타나는 작은 포탈. 다행히, 라타토스크도 아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싫어하진 않는 듯했다.
“뀨웅!”
되려, 반기는 듯 긴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들어가 봐.”
“뀽!”
어깨 위에서 점프해 곧바로 포탈로 뛰어드는 녀석.
‘좋아해서 다행이네.’
애완동물 금지 규정이 없었더라도, 녀석의 모습은 숨기는 편이 나았다.
앙헬도 그 정체를 알아본바. 마탑의 유수한 마법사들이 녀석을 눈치채지 못하리란 법은 없었으니까.
“그건 언제봐도 신기하다.”
허공의 포탈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드류.
“너도 다음에 필요한 거 있으면 여기다 넣어둘 수 있게 해줄게.”
“오, 정말?”
“당연하지. 너도 곧 아공간이 필요해질 거야.”
거대한 참마도를 휘두르며 전장을 호령하던 깁슨가의 기사들. 그런 무식한 무기를 마법사 신분인 드류가 가지고 다닐 수야 없었다. ‘나 기사요.’ 하며, 대놓고 광고하는 꼴일 테니까.
‘또 이런 게 보이면, 하나 선물해줘야겠어.’
[좋은 생각이야.]드류가 기사로 성장하려면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안티의 시장은 가까웠다. 아니, 가깝다기보다는, 도시 전체가 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기에.
‘어딜 가나 상점들이군.’
호텔에서 몇 걸음 움직이지 않아도 시장이 펼쳐졌을 뿐이었다.
“와, 저거 진짜 맛있겠다.”
드류의 코는 쉴 새 없이 벌렁였고.
“대단한 규모네요. 저런 장비들은 꽤 비싸겠죠?”
아드문의 눈길도 한곳에 머무르지 못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관심을 두는 녀석. 다만, 녀석은 지난 사흘간 바라만 볼 뿐, 물건을 만져보지는 않았다.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사줄 테니까.”
“아닙니다. 첫날 사주신 신발로도 과분합니다. 이미 돈도 많이 쓰셨는걸요.”
분명, 아드문도 갖고 싶은 물건이 많을 터. 드류야 가문의 돈을 사용하면 된다지만, 녀석에게는 이 많은 물건들도 신기루로 느껴질 것이다. 결국, 살 돈이 없을 테니까.
[구경하면 할수록 박탈감만 느껴지겠지.]‘그리 둘 수야 없지.’
돌프가의 후손에게 그런 마음이 들게 할 수 있을쏘냐. 녀석을 위해서라면, 금화 500개를 당장 지불하래도 아깝지 않았으니.
“걱정 마. 나 돈 많은 거 알잖아. 직접 안 고르면, 네가 쳐다보는 거 모조리 사줘 버린다?”
“흐익!”
그제야 몇 가지 물건을 골라보는 아드문이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불편해하긴 했지만, 동시에 녀석의 눈가에 맺힌 기쁨.
[보기 좋구만.]그 모습은 내 입가도 씰룩이게 했다. 내 사람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것. 그것은 되려 내 만족도를 높여주는 일이었으니까.
“자, 자! 지나갑니다! 잠시 비켜주세요!”
그 순간 뒤쪽에서 다급히 들려온 음성. 즐거운 한때를 방해하는 목소리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철창?’
소란은 한 마차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커다란 철창을 실은 채 길을 가로지르는 마차. 자연스레 시선은 철창 안으로 쏘아질 수밖에.
그리고 그 안의 광경은.
“저 미친놈이!”
절로 욕설을 튀어나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