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56)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56화(56/150)
56화. 에고
앙헬은 원심회의 교주가 된 이후,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종교인으로서,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고.
원심회의 수장으로서, 격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어찌 된…….’
허나, 눈앞의 소년. 전언자라 불리우는 이안을 만난 후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도통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게 다 무엇입니까?”
이번에는 이안이 아공간에서 꺼내든 물건들 때문이었다. 딱 봐도 엄청난 아우라를 풍기는 무구들.
‘본 적도 없는 물건들이다.’
하나같이 엄청난 성능을 지닌 물건들이 틀림없었다.
“아, 내가 안티에서 진 빚을 갚아야 하거든. 이걸 좀 팔아줬으면 하는데.”
물론, 그 모습에 놀란 건 앙헬뿐만이 아니었다.
“저, 저게 뭡니까요!”
일리미타를 처음 본 아이테오는 아공간 포탈에 더 놀라고 있었고.
“이, 이걸 파신다고요?”
아드문은 칸의 거처에서 가져온 전리품들을 판다는 소리에 펄쩍 뛰고 있었다.
“아드문, 걱정 마라. 별 것 아닌 물건들이니까. 이걸 팔아서 내게 더 쓸모 있는 걸 얻은 것뿐이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건만, 별 것 아닌 물건들이라 치부한 이안. 아드문은 끝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앙헬. 원심회에도 장물은 많지? 활동하다가 얻은 물건들이 있을 텐데.”
이안의 말에 앙헬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예. 활동 중에 수집하거나, 사살한 자의 물건들이 꽤 들어오는 편입니다.”
“그런 것들은 어떻게 처리하나?”
“주로 떴다방에 의뢰하곤 합니다. 그들은 출처를 모르는 물건도 팔아주니까요.”
“그럼, 이것들도 맡겨서 판매해줘. 빚진 게 금화 600개 정도는 되어서 말이야. 이 정도면 그 값어치는 할 수 있겠지?”
딱 봐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수많은 장물을 다뤄왔던 앙헬로서도, 가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귀해 보이는 것들이었으니까.
허나, 제값을 받아내려면 정확한 가치를 알아야 할 터.
“혹, 이것들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리고 더는 놀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 이상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날 하찮게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원심회의 현 교주로서, 전언자께 그런 수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일 수야 없었으니까.
“물론이지.”
하지만, 누군가 그랬던가.
“우선 이건 마검인데, 티르빙이라고 부르는 거야.”
모두가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고. 맞기 전까진.
‘마, 말도 안 돼.’
앙헬의 입은 결국 또다시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일리미타를 보았을 때도 겨우 평정심을 유지했던 그였건만.
‘……마검이라고?’
스스럼없이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는 이안. 그 모습은 너무나 터무니없었으니까.
마검이라는 요물들은 구전으로만 전해졌던 터. 신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물건인 것이다.
스릉!
검이 뽑히는 소리만 들어도 예사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검을 뽑아 든 것뿐이었건만.
우우웅!
잘게 진동하는 검신. 그 진동에 매료되어 정신이 빨려드는 것만 같았다.
“정말로 마검이 맞습니까?”
“당연하지. 이건 팔기 아깝긴 한데, 어차피 내가 쓸 일은 없으니까.”
그런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취급하는 이안이었다.
“혹시 앙헬 자넨, 오러라는 걸 들어봤나?”
“물론입니다.”
원심회 교리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옛날, 기사들이 다뤘던 기의 한 종류라고. 그 때문에 앙겔로스께서도 검술 연마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했던 터였다.
“지금은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자가 없지만, 이런 마검이나 성검의 힘을 빌리면 비슷한 힘을 빌려 쓸 수 있어. 이런 놈들한테는 성좌가 되지 못한 원혼들이 들러붙어 있거든.”
검을 도로 검집에 넣으며 말을 잇는 이안.
“이건 그중에서도 좀 센 편이긴 해. 대신 사용자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검이지.”
앙헬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오러와 비슷한 힘을 쓸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교리에서 보았던 그 힘은 마법사들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무서운 능력이었다.
‘그런 힘이 실제로 있다면…….’
검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이 뒤집힐 일이었다.
“이거면 금화 1,000개 정도는 받을 수 있을까?”
다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금화 1,000개 라니요! 방금 하신 말씀들이 사실이라면, 절대 판매하시면 안 됩니다!”
순간, 흥분하여 소리를 내지른 앙헬.
“응? 왜?”
“그건 엄청난 물건이니까요! 세상에 드러낼 게 아니라, 아껴뒀다가 나중에 전언자께서 사용하셔야 할……!”
허나 앙헬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나 이런 거 되게 많은데?”
아공간에서 무수히 많은 무기들을 꺼내 보이는 이안이었다.
‘허!’
오늘 여러 번 입이 벌어지는 앙헬. 결국 그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앙겔로스 님께서 전해주신 물건들인가!’
앙겔로스와 같은 존재라면 저런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었을 테니까.
이 순간 이안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는 앙헬이었다.
* * *
“흠. 알겠어. 이것들은 일단 다시 아공간에 넣어두지.”
앙헬의 거듭된 설득으로, 무기들은 팔지 않기로 했다.
[휴우. 그걸 왜 파냐고.]‘어차피 내가 이런 거 쓸 것도 아니니까.’
[오러도 없는 시대에, 이런 물건들이 얼마나 귀하겠냐. 앙헬 이놈만 봐도 눈 돌아가고 있는데.]‘하긴, 원심회 애들 중에 키울만한 애들 있으면, 걔네나 주든지 해야겠다.’
전생에 모았던 수십 자루의 마검과 성검들. 우선은 다시 일리미타의 공간으로 챙겨 넣었다.
그 대신 앙헬이 팔아오겠다고 챙긴 물건은 단 두 개였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제일 후진 것들인데,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충분합니다. 아마 둘 중 하나로도 금화 500개는 거뜬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자신 있게 물건을 챙겨 드는 앙헬. 하나는 혈액순환을 빠르게 해주는 마법이 걸린 팔찌였고, 나머지 하나는 노화를 막아주는 영약이었다.
“귀족들이나 명문가에서 환장할 만한 것들입니다. 탐욕에 눈먼 늙은 귀족들에겐,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내게는 당장 필요가 없었다. 아직 어린 몸이었기에, 되려 빨리 더 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니까.
“그래. 잘 팔린다면, 좋겠군.”
“네. 문제없을 겁니다. 떴다방 수수료를 떼어주고도 돈이 남겠죠.”
두 물건을 품속에 챙겨 든 앙헬이었다. 순간 떠오른 새로운 생각.
“우리가 운영해볼까?”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떴다방말이야. 어차피 내가 가진 물건도 많고, 원심회에서 얻는 장물도 많을 거 아냐. 굳이 다른 놈들에게 수수료를 떼어줄 필요가 있나?”
어차피 그들은 판매 대행만 해주는 것일 뿐.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딴 놈들 배를 불려주고 싶지도 않고.’
더구나, 앞서 만났던 도른의 경매장. 그런 파렴치한 짓을 벌이는 놈들에겐 조금의 이득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빠진 앙헬. 이내 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물건들을 계속 판다고 하면, 수수료만 해도 엄청나겠지요. 역시, 전언자께선 사려가 깊으십니다.”
“그래. 물건에 따라 경매 방식과 정찰제 방식을 따로 적용하면 좋겠군. 입소문 타면, 고위급 귀족들도 몰려올 테고.”
“알겠습니다. 우선 이 두 물건으로 먼저 시도해보겠습니다.”
허나, 곧 심각해진 앙헬의 표정.
“저어…….”
그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이름은 뭘로 할까요?”
“음…. 원조집이라고 해. 오래된 물건들을 많이 가져다줄 테니까.”
곧 안티는 물론, 대륙을 들썩이게 할 떴다방의 탄생이었다.
* * *
현장 실습 이후, 마탑의 생활은 별다를 것 없었다. 신입생인 우리에게 특별할 일이랄 건 많지 않았으니까.
매일 수업을 듣고, 연구하고. 때때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수준.
‘실습도 지루하네.’
아파테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난이도가 있는 의뢰는 없었다. 그때는 분류가 잘못되어, 신입생에게 배정되었을 뿐이었으니까.
“지금 쏘아주세요!”
그래서 지금도 사회자의 음성에 맞춰.
화락! 파아앙!
파이어볼로 연회장을 밝히는 중이었다.
“아파테에서 한 거에 비하면 엄청 쉽다. 그치?”
물론, 지루한 나와는 달리, 드류나 나머지 아이들의 만족도는 극상이었다. 임무도 쉬웠고, 심지어 연회장의 만찬까지 즐길 수 있었으니까.
[캬학! 이래야 신입생 답지.]내 똥씹은 표정에 오베론이 킬킬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냐? 벌써 3일째 파이어볼만 쏘고 있어.’
[뭐, 말 그대로 현장실습인 거니까. 의뢰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정도만 배우라는 거겠지.]녀석의 말대로 다른 아이들에겐 필요한 과정일지도 몰랐다. 다른 아이들에겐 말이다…….
‘이 나이에 광대 노릇이라니. 너무 시끌벅적해서 오러 모으기도 힘들고.’
내게 있어선 그저 고문같은 시간의 연속일 뿐.
“이안! 오늘 마탑 복귀날이네!”
듣던 중 달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오늘 오전까지만, 연회장에 있으면 된다고 했지?”
“응. 아쉽다.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아, 참! 오늘 이아스로 돌아가면 또 시장에 있는 식당 갈까? 이제 다음 주면 방학이잖아. 두 달 동안 못 간다고!”
그새 또 다른 먹거리를 생각해낸 드류.
“그래. 좋을 대로해. 난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근데, 이안 넌 방학 때 집에서 뭐 할 거야?
드디어 맞이할 마탑의 첫 방학.
“난 에고라는 곳에 갈 거야.”
꽤나 바쁜 시간이 될 예정이었다. 자일로 산맥에 가기 위해, 미리 해둬야 할 것이 있었으니까.
“……에고? 에고라면 내가 아는 그곳을 말하는 거야?”
“응. 거기 가서 얻어와야 할 게 있거든.”
“거기 엄청 위험한 곳이잖아! 인간은 가면 바로 죽는다던데!”
에고. 천 년 전에는 바뤼노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지역.
‘그렇게 오해할 만하지.’
[그놈들 성깔도 장난 아니니까.]반인반수의 이종족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나도 처음엔 거기서 죽을 뻔했었는데…….’
기본적으로 인간을 적대하는 이들이었기에, 자신의 영역에 발을 들인 인간을 가만두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들은 것에 의하면, 천 년 전보다도 이종족과 인간의 사이가 더욱 안 좋아졌다고 하니.
“거기 사는 종족들 엄청 무섭대. 괜히 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 난 너랑 오래 보고 싶어.”
드류의 걱정 어린 반응도 당연한 것이었다.
“나랑 오래 보고 싶어?”
“당연하지! 우린 친구잖아.”
녀석의 걱정 가득한 표정이 내 장난기를 부추겼다.
‘이 녀석도 거기 가보는 게 도움 되겠지?’
[그렇겠지. 물론, 너희가 안전하다는 전제하에.]드류 깁슨. 깁슨의 후예인 녀석에게도 반드시 도움이 될 곳이었다.
“그럼 너도 같이 가자.”
“……으응?”
“내가 그렇게 오래 보고 싶으면, 거기서도 보면 되잖아.”
“뭐, 뭐?”
그와 함께 소리치는 사회자.
“자! 전방을 향해 다시 한번 파이어볼!”
하늘을 수놓는 수십 개의 파이어볼들이.
“흐익!”
드류의 경악 어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