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57)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57화(57/150)
57화. 에고(2)
또다시 대강당에 모두 모인 신입생들. 강단에는 역시나 알로이가 서 있었다.
“다들, 방학 동안 푹 쉬고. 다음 학기 때 또 잘 해보자.”
그가 손을 흔들자, 아이들이 줄지어 강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탑의 첫 방학이었다.
“야, 넌 방학 때 뭐할 거야?”
“집에 가서 푹 쉬어야지!”
“난 가문에 돌아가서 하루 종일 마법연구 할 거야.”
“나는 이번에 엄마랑 마도구 사러 가기로 했어!”
각기 다른 상상으로 미소지은 아이들. 허나, 한 사람은 조금 우울한 듯 보였으니.
“지, 진짜 나도 가?”
목소리의 정체는 드류였다. 에고 지역에 가길 두려워하고 있었다.
“같이 가면 재밌겠지 않아?”
“으음…….”
“거기서 더 강해질 수도 있어.”
“그래?”
“뭐 다른 종족 기술을 배운다든지. 영약을 구한다든지.”
“오호…….”
점차 호기심이 쌓여가는 드류.
“너 안가면, 나만 혼자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 아쉽네.”
“어, 어?”
이미 반쯤 넘어온 녀석이었다. 마지막 쐐기를 박을 차례였다.
“아, 맞다. 거긴 대륙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음식들도 많데. 에고 지역에서만 나오는 열매도 있고. 그게 그렇게 맛있다더라.”
급속도로 눈이 뜨여버린 드류.
“정말?”
“이번이 아니면, 영영 못 먹어볼 수도 있지.”
“가자! 언제 갈 거야?”
결국, 내 유혹에 넘어오고야 말았다.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했구만.]‘파악할 것도 없지. 워낙 식탐이 많은 녀석이니.’
흐뭇하게 바라보자 재차 물어오는 녀석.
“그럼 아드문 형도 같이 가는 거야?”
“아니. 아드문은 따로 할 게 있대.”
원래는 녀석도 함께 데려갈까 했었지만.
‘지금은 앙헬이랑 시간을 보내는 게 낫겠지.’
은신에 대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도움이 될 터였다. 그렇게 마탑 로비를 지나 밖으로 향하려던 때.
“너희도 고향으로 가는 거냐?”
우리에게 향한 안드레이 교수의 목소리. 어느덧 우리 옆으로 다가온 그였다.
“네. 저흰 방향이 비슷해서 같이 가려고요.”
물론, 그에게 에고 지역에 간다는 말을 할 필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마탑에 좀 더 있을 생각은 없니? 흠흠. 방학 동안 내 연구도 좀 돕고 말야. 나도 너희 연구를 도와줄게.”
대답을 망설이는 드류 대신.
“죄송합니다.”
내가 나서 선을 그었다. 방학은 고작 두 달. 그사이에 에고 지역에도 다녀와야 했고, 앙헬과 함께 자일로 산맥에도 가야 했으니까.
‘미안하지만, 마탑에서 날려 먹을 시간은 없다고.’
결국, 노교수의 씁쓸한 미소가 뒤따랐다.
“그렇구나…….”
학기 중,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로 몇 차례나 연구를 진척시켰던 안드레이.
‘도움이 되긴 했나보군.’
델레마 서고에서 본 마법서의 내용을 복기할 필요도 없었다. 전생에 겪었던 마법들을 떠올려 대충 말해주면, 안드레이가 혼자 깨달음을 얻곤 했으니까.
몇 번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턴, 이리도 내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대신 좀 빨리 돌아올 수 있으면, 도와드릴게요.”
“정말이냐?”
시무룩했던 그의 입가가 다시금 솟아올랐다.
“네. 할 일이 많긴 한데, 일찍 올 수 있다면요.”
“고맙구나! 기다리고 있으마. 드류, 너도 방학 잘 보내거라!”
그렇게 다시 이동 구슬로 향하는 안드레이. 그 백발이 신나게 뒤흔들렸다.
“드류, 우리도 가자.”
“그래!”
오랜만에 델레마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오랜만이네.”
대륙 남동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그 행동거지를 조심할 장소. 델레마의 영토였다.
어느덧 내 옆에는 드류 대신 맥더프가 있었다. 드류는 깁슨가로 향해야 했기에, 포탈을 타고 오던 중 헤어졌던 터.
[까불이 녀석. 하필 잘못 걸렸구만.]그 대신 이곳의 포탈 관리국에서 마주친 맥더프와 함께 걷는 중이었다.
“맥더프.”
“어, 응?”
어깨에 손을 올리자, 움찔 떠는 녀석.
“연구는 잘 돼?”
“아, 연구? 응……. 다음 학기 내로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학기 말에는 진행한 연구 성과를 발표해야 했다. 연구의 난이도를 판단하여, 교수들이 실적 포인트를 주는 방식.
“넌 무슨 연구 했어?”
“아무래도 난 화속성이 편해서. 화속성 마법에 관한 연구 중이야……. 너, 넌?”
잔뜩 기가 죽은 채, 땅만 바라보는 맥더프였다.
“난 속성 조합. 물이랑 번개를 더 깊게 연구해보려고.”
“그렇구나.”
이미 뇌운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케인 구르프라는 학자의 작품. 거기에 내 색을 입히고자 하는 중이었다.
‘다음 학기 중엔 완성해야 할 텐데.’
다만, 그 난이도 자체가 너무 어려웠기에, 꽤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중이었다.
“……실적 포인트는 많이 쌓았어?”
“난 15점이야. 그때 마탑주께서 직접 준 점수 덕분에. 넌?”
“으응. 너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5점이야.”
맥더프는 마탑 신입생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마법에 대한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으니까.
‘이제 겨우 5점이라.’
그런 녀석이 한 학기 동안 포인트는 5점.
‘마탑주가 엄청난 점수를 준 거구만.’
원심회 테러 당시, 내게 주어졌던 10포인트. 그것이 얼마나 큰 점수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맥더프!”
어느덧 도착한 델레마가의 입구. 마치, 성곽처럼 넓게 쳐진 옹벽 사이로 한 여인이 뛰쳐나왔다.
“엄마!”
곧장 맥더프를 부둥켜안는 그녀. 헬레나였다.
[어휴 저 도끼눈.]물론, 내게는 사나운 시선을 숨기지 않은 채였다.
“왜 저런 애랑 다니는 거야. 저주받은 애 옆에 있으면 질 나빠져.”
“아, 아…….”
예전의 맥더프였다면, 헬레나에게 날 혼내주라고 난리법석을 피웠을 테지만.
“아니에요. 이안이 마탑에서도 줄곧 1등이고 인기도 가장 많아요. 다들 친해지고 싶어해요.”
웬일인지 나를 감싸는 녀석.
[제 어미 앞에서도 널 챙기는 걸 보니, 기강은 확실히 잡았네.]‘그러게. 이 정도로 날 생각해줄지는 몰랐네.’
물론, 녀석의 말은 헬레나에겐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닌 듯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니! 얼른 들어가자!”
괜히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맥더프의 손을 이끌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
“참나!”
물론, 나를 흘겨보는 것도 잊지 않았고.
“도련님!”
그런 헬레나의 옆을 스쳐 다가오는 한 여인. 유모, 소피아가 마중 나온 것이다.
‘아, 깜빡했다.’
그녀의 해맑은 미소를 보자니 떠오른 악몽.
[또 엄청 푸짐하게 차려놨겠네.]예전 식고문의 고통이 상기되고 있었다.
* * *
“하아…….”
식탁 위를 가득 채운 식기들. 그 위엔 남은 음식이 하나도 없었으니. 모두 내 배로 향한 것들이었다.
“도련님! 더 가져다드릴까요?”
“아니!”
오랜만에 만난 유모의 성의를 봐서라도 먹어준 것뿐이었다.
‘후우. 더는 못 먹지.’
티타니아도 내 심경을 이해했는지, 유모를 손으로 물렸다.
“그나저나, 마탑 생활은 잘하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네. 뭐, 아카데미랑 크게 다를 것 없었어요.”
“대견하구나. 그래도, 연구하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방학 동안이라도 푹 쉬다 가렴.”
잔잔한 미소로 내 마음을 보듬어주는 그녀. 허나, 이곳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저, 방학 동안 다녀올 데가 있어요.”
“어딜?”
“드류네 집에서 같이 연구 좀 하려고요. 공동 연구를 하기로 했어요.”
이미 서로의 집에는 그렇게 말하기로 했던 터였다.
“오, 전에 봤던 그 친구 말이지? 아주 듬직하게 생겼더구나. 더 친한 사이가 되었나 보네?”
“네. 어차피 이곳에서 멀지도 않고, 같이 연구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하는 것만큼 시너지를 불러오는 것도 없지. 언제 갈 생각이니?”
“딱 일주일만 있다가 가려구요.”
그 말에 놀란 건 티타니아가 아닌 유모였으니.
“이럴 때가 아니네요! 한 끼라도 더 대접해 드려야 할 텐데! 잠시만 앉아 계세요. 얼른 디저트 가져다드릴게요!”
헐레벌떡 주방으로 뛰어가는 유모였다…….
* * *
[그새 볼살이 오르네.]재밌다는 듯, 내 얼굴을 관찰하는 오베론. 일주일간 유모에게 괴롭힘 아닌 괴롭힘을 당한 결과였다.
‘하아. 이제 얼른 여길 벗어나고 싶다.’
그것도 오늘 아침 식사가 마지막. 이제는 드류를 만나러 갈 때였다.
“도련님. 여기 수제 쿠키요!”
마지막까지 보따리에 한 아름 챙겨준 유모. 그 모습에 티타니아도 웃고 말 뿐이었다.
“으, 응. 고마워. 가져가서 드류랑 나눠 먹을게.”
“네. 그러셔요!”
“엄마. 다녀올게요.”
“그래. 방학 때도 바쁘구나. 가서도 폐 끼치지 말고, 괜히 델레마라고 으스대면 안 돼. 넌 물론 알아서 잘하겠지만.”
티타니아가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였다. 델레마임에도, 다른 이들을 무시하는 법이 없었으니까.
“물론이죠!”
고개를 숙여 보인 후, 곧바로 포탈 관리국으로 향했다.
드류와 만나기로 한 도시, 에이탈. 포탈을 통해 갈 수 있는 곳 중, 에고에 가장 가까운 지역이었다.
“안전한 여행 되십시오!”
포탈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이동한 곳. 눈을 뜨자 먼저 도착해 있던 드류가 손을 흔들어댔다.
“일찍 왔네?”
“나도 방금 막 넘어온 참이야.”
함께 에이탈의 포탈 관리국의 문을 나섰다.
“후우. 동쪽 끝은 처음 와본다.”
긴장된 목소리로 사위를 살피는 드류. 에이탈은 델레마 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도시였다.
날씨도 대부분 맑고, 주변에는 천연자원이 넘쳐나는 곳.
“근데, 사람이 왜 이렇게 없지?”
허나, 거주민의 숫자는 아파테만큼이나 적은 곳이었다.
“에고 지역 근처라 아무래도 다들 꺼리나 봐.”
“그, 그렇구나”
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었으나, 이종족이 근처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발길을 끊기게 했다.
“그래도 모험가나 용병들은 꽤 많이 있을 거야.”
대신, 에고 지역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코스인 도시. 그렇기에 에이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로브를 둘렀거나, 허리춤에 검을 맨 채였다.
“일단 우리도 숙소부터 잡자.”
“그래. 저기로 갈까?”
숙소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근처에 보이는 곳 중 눈에 들어오는 여관은 단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러자.”
꽤나 큰 문을 열고 들어선 곳. 아파테의 여관에서처럼 1층은 식당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어서 오세요!”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기는 중년 여성.
“방 두 개 주세요.”
“오홋.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카운터 아래에서 키를 꺼내 드는 그녀.
“공자님들. 얼마나 묵으시려고?”
“기간은 잘 모르겠어요. 비용은 묵은 날짜만큼 나중에 내죠.”
“으음……. 알겠어요.”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의 주인.
“근데 혹시 에고에 가실 건 아니죠?”
“왜 그러시죠?”
“그곳에 간 손님 중에, 못 돌아온 사람이 많아서요. 에고에 가시는 분들께는 요금을 선불로 받거든요.”
그녀의 말에 순간 식당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이봐, 주인장! 딱 봐도 핏덩이들인데, 에고에 가겠어?”
“푸핫! 농담도 참!”
“저러고 가면, 그냥 자살하러 간다는 거지!”
음식과 함께 술을 기울이고 있던 자들. 딱 봐도 모험가처럼 생긴 이들이 박장대소했다.
대답 대신, 품을 뒤적였다.
찰그랑!
테이블 위에 올려둔 금화.
“한 달 치 요금. 이거면 충분한가?”
주인은 물론, 식당 안의 모든 이가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