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58)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58화(58/150)
58화. 에고의 숲
“니, 니들. 지금 에고에 가겠다는 거냐?”
식사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모험가인가?’
볼에 난 커다란 흉터와 한쪽 눈을 덮은 안대까지.
‘꽤 굴러먹었나 보네.’
그의 왼손에 쥐어진 스태프가 아니었다면, 수준급의 기사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날카로운 기세를 지닌 사내임이 틀림없었다.
“꼬맹이들. 거기가 어딘진 알고 까부는 거냐?”
필터 없이 전해진 거칠고 투박한 말투. 이 도시에 도착한 직후 눈을 검게 물들였기에, 델레마임은 못 알아본 사내였다.
“알고 있죠. 에이탈 옆에 있는 숲 아닌가요?”
태연한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참나!”
한껏 인상을 찌푸린 사내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자신의 안대를 걷어내는 그였다.
“흡!”
그 모습에 드류가 헛바람을 삼켰다. 볼에 있던 커다란 상처가 눈까지 이어져 있었으니까.
흰자위만 보이는 눈이 우리를 향해 희번덕거렸다.
“숲이라고? 웃기지 마라. 내 눈을 이렇게 만든 게, 누군지 아나? 바로 거기 있는 놈들이다.”
겁먹은 드류의 모습에 한쪽 입가를 말아 올리는 사내.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했다고 생각한 걸까. 그는 험상궂은 표정을 유지한 채 말을 이어갔다.
“에고는 그냥 일반적인 숲이 아니야. 거긴 괴물들이 사는 곳이라고. 이종족들이 인간 사냥을 그치지 않는 장소다.”
물론, 나로선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괜히 폼 잡기는.’
얼굴이 조금 험상궂다고 해서 주눅들 내가 아니었으니. 전생의 동료들은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던 바였다.
“그들이 그 눈을 그렇게 만든 건가요?”
“그래. 그 빌어먹을 이종족 새끼들은 싹 다 잡아서 죽여야 해. 이제야 너희가 가려는 곳이 어딘지 이해가 되나?”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적어도 그쪽보단 강한 자들이 사는 곳이군요.”
“뭐, 뭣?”
“이종족들한테 당해서 눈이 그렇게 됐다면서요.”
“그건! 그놈들이 떼로 몰려나와서 그런 거고! 그나마 나니까 목숨이라도 구제했지, 어지간한 사람은 자기가 당한 줄도 모른 채 죽었을 거다.”
눈을 부라리는 사내. 그를 이어, 그와 함께 식사하던 이들이 소리쳤다.
“그래! 이종족 습격에서도 살아 돌아온 락훈 님이시라고!”
“무려 5성 마법사이시다!”
“이제 좀 경각심이 드나?”
호기롭게 우리를 깔아보는 사내는.
‘락훈이라…….’
역시나 별 볼 일 없는 자였다.
“알겠어요. 충고해 주신 건 감사해요. 저희는 이종족들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다닐게요.”
즉, 내가 알아서 하겠단 소리였다.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자, 결국 고개를 내젓는 사내.
“쯧!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풋내기들 같은데, 내 말 안 들은 걸 후회하게 될 거다. 거긴 애들 소꿉놀이나 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 말 이후 그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생판 처음 보는 우리에게 강제할 수야 없는 노릇일 테니까.
‘누구더러 훈수질이야.’
나 역시 그에게서 신경을 거두려 했다. 여관 주인에게 속삭이는 그의 말을 듣기 전까진.
“주인장. 여기 이종족놈들 거래하는 곳이 새로 생겼다고 하던데, 거기가 어디지? 잡아 오면 값을 후하게 쳐준다고 소문났던데.”
그 역시도, 이곳에 온 목적이 더러운 자였다.
‘이종족 헌터였나.’
이종족들을 납치해, 팔아넘기는 자들. 일전에 봤던 수왕족 소녀도 저런 자에게 당했을 터. 당연히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종족 거래요? 으음. 새로 생긴 곳이라면, 바로 길 건너편에 잡화점이 하나 있어요. 그 가게 주인이 떴다방이랑 연줄이 있는 것 같더군요.”
여관 주인은 창밖을 향해 손짓했다. 식당 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간판 위의 글귀.
‘도른 잡화점이라.’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그때 그 떴다방 이름이, 도른 경매장이었지?]안티에서 수왕족 소녀를 경매품이랍시고 내놓았던 자들. 그들과 연결점이 있는 게 분명했다.
‘여기서 조달해서 바로 데려가나 보구만.’
[구린내가 나지?]‘응. 에이탈에 지내는 동안 저놈들도 천천히 알아봐야겠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물론,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가자. 드류.”
방 열쇠를 챙겨 위층으로 올라섰다.
“로브는 방에 벗어두고 나와. 에고에선 안 입는 게 더 좋거든.”
“아 그래?”
“응. 숲으로 되어있어서, 이동하는 데도 걸리적거리고. 이종족들이 마법사를 딱히 좋아하진 않을 거야. 굳이 티 낼 필욘 없잖아.”
“알겠어!”
나머지 거추장스러운 짐들은 모두 아공간으로 향했다.
“그럼, 바로 갈까?”
“후우! 정말 괜찮겠지? 아까 그 아저씨 얘기 들으니까, 좀 걱정되는데.”
“그 사람은 생긴 것만 그렇지, 별 볼 일 없어. 내가 알려주는 것만 주의하면 괜찮을 거야.”
“오, 그래?”
이종족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자들을 극도로 싫어하는 터. 그런 그들에게, 절대로 적대적인 모습을 보여선 안 됐다.
“딱, 세 가지만 주의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세 가지? 뭔데?”
“첫째는 큰 소리로 이야기하지 마. 에고의 주민들은 오감에 예민하거든. 괜히 그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어.”
“에고의 주민이라고?”
“응. 그곳에 사는 이종족들을 칭하는 말이야.”
“아, 아. 알겠어! 조용히 다닐게.”
고개를 끄덕이며 검지로 입술을 가려 보이는 드류였다.
“두 번째는, 그곳의 나무나 풀들을 훼손시켜선 안 돼. 에고의 주민들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거든.”
“음, 자기 집을 부수는 느낌이구나?”
정확한 비유였다. 누군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것도 모자라, 훼손까지 한다면, 그 누구라도 참을 수 없을 터.
‘아무리 보살이라도 화가 날 테지.’
이종족 중에서도 예민한 녀석들이라면, 당연히 공격성을 띨 수밖에 없으리라.
“맞아. 먼저 시비 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
“쉽네. 그럼 마지막은 뭐야?”
“섣불리 무기를 꺼내거나,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거야.”
“그것도 비슷한 이치구나?”
“응. 자기 영역에서 공격 의사를 드러내는데, 녀석들도 가만있을 리가 없겠지?”
“으음. 그렇구나.”
문득 드류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해 안 되는 게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에고 지역이 정말 위험한 거 맞아? 너 설명만 들으면 위험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누군가의 집에 갈 때 당연히 지켜야 할 매너들 뿐이잖아.”
“그게 정답이야. 예의만 갖춰준다면, 대부분의 주민들은 친절해. 인간들이 먼저 시비 걸어놓고, 이종족들이 사납다고 하는 꼴이지. 녀석들은 생각보다 단순한데 말이야.”
녀석들이 사나운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엔 모두 인간들이 있었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먼저 공격 태세를 취하니, 돌아오는 반응이 사나울 수밖에.
‘물론 애초에 호전적인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어차피, 오늘은 깊은 곳까지 들어갈 계획은 없었기에, 공격성이 다분한 놈들을 마주칠 일은 없었다.
“자신감이 좀 생겼어. 얼른 가보자!”
어느덧 환한 미소를 띤 드류.
사뿐한 걸음으로 여관을 나섰다.
* * *
우리의 걸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춰졌다. 에이탈 외곽의 들판을 따라 잠시 걷자, 우거진 나무들이 우리를 가로막았으니까.
“저기야?”
마치 경계라도 구분 지은 것처럼, 빽빽이 들어선 수목들.
“맞아. 저기부터 에고야.”
천 년이나 흘렀건만, 이 원시의 숲은 그때와 비슷한 기운을 풍겨내고 있었다.
‘여전하네.’
숲 전체에서 피어나는 묘한 아우라. 그것이 나와 드류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후우. 막상 와보니까 좀 떨리는데?”
“너무 긴장하지 마. 아까 말한 것만 잘 지키면 되니까. 오늘은 그냥 초입부만 조금 돌아다닐 거야.”
그렇게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는 순간이었다.
“쟤네 아까 그 꼬맹이들 아냐?”
뒤쪽에서 들려온 음성. 락훈과 그의 동료들이었다.
‘저놈들도 지금 가는 건가.’
온갖 장비로 무장한 십여 명의 일당들. 그들의 비웃음이 들판에 울려 퍼졌다.
“저 애들 진짜로 가려나 본데?”
“어이,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텐데!”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이구만. 여기가 소꿉장난하는 곳인 줄 알아?”
“아니면, 우리 뒤나 따라다니라고. 돈도 많은 것 같던데, 금화 1개만 주면 구경 정도는 시켜주지.”
비아냥쯤은 웃어넘길 수 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저놈들이 아니었으니까. 굳이, 상대할 필요도 없는 우스운 자들에 불과했다.
“괜히 저 사람들이랑 엮이지 말자.”
드류마저도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야.”
반응하는 대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놈들이 사고 치진 않겠지?]‘기본적인 주의사항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래도 에고를 경험한 적은 있는 것 같으니까.’
어차피, 저들이 숲에서 무기를 뽑아 들거나 소리만 치지 않는다면, 우리와 엮일 일은 없을 터.
“드류. 이제 들어가 보자.”
드류와 함께 우거진 나무 틈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오, 뭔가 신기한 감각이야. 조금 소름 돋는 것 같기도 하고.”
숲에 들어서자마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드류. 녀석이 양팔을 비비고 있었다.
“여긴 바깥보다 기운이 좀 더 짙거든.”
“기운? 마나 말하는 거야?”
“응.”
그 기운에는 오러도 포함된다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굳이 녀석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다가, 초록색 비늘이 보이면 말해줘.”
“비늘이라고? 여긴 숲속인데?”
“응. 그게 이 근처를 다니는 종족의 흔적이야. 잎사귀족이라는 녀석들인데, 그 비늘을 따라가다 보면 녀석들 거주지까지 갈 수 있을 거야.”
“헙! 그럼 우리 이종족 소굴까지 들어가는 거야?”
“운이 좋다면.”
잎사귀족은 매우 온순한 편에 속하는 종족이었다. 먼저 공격 의사만 드러내지 않는다면, 거부감 없이 인간에게 다가오곤 했었으니까.
“엄청 착한 주민들이야. 그들을 만나야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기도 하고.”
에고를 누구보다 꿰고 다니는 이들. 숲속의 파수꾼이라 불리우는 그들이라면, 우리를 에고 깊숙한 곳에도 데려다줄 수 있을 터였다.
“으음, 알겠어! 근데 하필 비늘이 초록색이라니. 녹색 풀이 많아서 찾기 힘들겠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며칠이 걸릴 수도 있고. 넌 눈썰미가 좋으니까, 한 번 찾아보자.”
“좋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곧바로 수색을 시작하는 드류.
‘이것도 좀 뿌려두자고.’
아공간을 열어, 보자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오호. 잎사귀족 녀석들이 좋아하겠군.]유모가 챙겨준 쿠키였다. 이종족들은 어지간하면 에고 밖으로 나오지 않기에. 외부의 음식을 신기하게 여기곤 했었다.
쿠키를 잘게 쪼개, 넓적한 잎사귀들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쿠키 냄새를 맡고 나온 이들을 마주칠 수도 있었고. 밤사이 쿠키를 먹던 녀석이, 비늘을 흘리고 갈 수도 있는 노릇.
이제 남은 건 열심히 눈알을 굴리는 것뿐이었다.
“드류. 뭐가 좀 보여?”
“아니, 아직은 아무것도.”
함께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근데, 여기 근처엔 잎사귀족 말고 다른 종족은 안 나오는 거야?”
“응. 초입부까지는 에고에 사는 애들도 잘 안 나오거든. 그들도 굳이 인간들을 마주치려 하진 않으니까.”
인간들이 에고 근방에서 잘 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대신 잎사귀족은 사람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 가끔 이 근처로 나와서 인간을 구경하곤 했었지……. 아니, 구경한대.”
“그렇구나. 여기서 소란 피우지 않는 이상, 다른 종족을 만날 일은 없는 거네?”
“응. 깊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여긴 안전…….”
말을 끝맺으려던 순간이었다.
푸드득!
숲속 저편에서 날아오르는 새 떼.
“이 개자식들아! 나와! 다 죽여버리겠다!”
그리고 쩌렁쩌렁 울려오는 목소리.
‘하아. 저 미친놈.’
식당에서 마주했던 사내. 락훈의 음성이 고요했던 숲을 뒤흔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