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59)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59화(59/150)
59화. 에고의 숲(2)
락훈의 돌발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릉!
채애앵!
별안간 들려오는 쇳소리.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소리였으니.
‘이 멍청한 것들이!’
날 선 무기까지 뽑아 든 것이 틀림없었다.
“나와라. 이 괴물 새끼들아! 숨어있는 것 다 알고 있다!”
또다시 숲속을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 락훈의 음성에 드류마저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저,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시끄럽게 하고, 무기도 든 것 같은데……!”
에고에서 절대 어겨선 안 될 원칙들을 두 가지나 어긴 놈들.
“응. 곧 그들이 몰려올 거야.”
분명 에고의 주민들도 들었을 것이다. 오감에 예민한 그들이 저런 소란을 놓칠 리 없었으니까.
“우, 우리라도 도망가야 하나?”
“……이미 늦은 것 같아.”
주변의 풀들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은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락. 사락.
숲속에 바람이라곤 불지 않았으니, 필시 낯선 존재의 등장이리라. 은밀하게 숲속을 노니는 잎사귀족들이 틀림없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만.’
이곳 주민들과의 마찰을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게 된 상황.
“드류. 당황하지 말고, 마법은 절대 사용하지 마.”
“으, 응.”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 주변을 감싸는 수십의 인기척. 락훈 일당 때문에 몰려온 잎사귀족이 우리도 주시하고 있을 터였다.
“그래. 나왔구나. 이 빌어먹을 것들!”
그 순간 재차 울린 락훈의 목소리.
“그날 이후로, 네놈들 때문에 분해서 잠도 이루지 못했다! 씨를 말려주마!”
그 순간 빛이 번쩍였다.
화라락!
놈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에서 피어난 불빛.
‘정말 끝까지 가는구나!’
이내 에고의 숲에 불씨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나조차도 당황하게 했으니. 이곳에서 화염계열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에고에 사는 모든 이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캬아악!”
결국, 숲 곳곳에 숨어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도 모였군.]인간과 비슷한 외형. 다만, 온몸을 뒤덮은 녹색 비늘과 커다란 잎사귀처럼 생긴 손까지. 수풀 속에선 그 존재를 분간하기도 어려웠으니. 기억 속의 잎사귀족이었다.
‘하아. 첫인상은 좋게 다가가려 했는데.’
그들이 번져가는 불길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들의 녹색 눈망울에 비친 붉은 그림자. 이곳이 터전인 그들에겐 재앙으로 비쳤을 테니.
“마, 막아라!”
“인간이다!”
경악 서린 음성이 줄지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잎사귀족들 사이로 튀어나온 한 존재.
“다들 진정해라!”
낮게 깔린 음성이 당황한 잎사귀족을 다독였다.
“이 어린 인간들은 너희가 감시하고 있어라. 나머진 모두 나를 따라 저쪽으로 지원한다!”
다른 잎사귀족보다 갑절은 큰 나뭇잎 손을 지닌 자. 그 외관이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족장이라기엔 좀 어려 보이는데.’
[1등 전사인가 보군.]전투력이 약한 편에 속하는 잎사귀족이라지만, 1등 전사라면 말이 달랐다.
‘저 정도면 락훈 무리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각 종족 중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자에게만 주어지는 호칭. 5성 마법사인 락훈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역시 숲의 파수꾼답구만.’
그의 지시에 잎사귀족들의 신형이 빠르게 쏘아졌다. 이동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빠른 움직임. 숲속의 수많은 장애물을 헤엄치듯 나아갔다.
그렇게 우리 앞에 남은 건 다섯의 잎사귀족 뿐. 딱 드류와 나를 제압할 정도만 남겨두고 떠난 것이다.
“어린 인간. 이곳에 온 목적이 뭐냐.”
가장 가까이에 있던 녀석이 나뭇잎 손을 뻗어왔다. 그 손길에 따라 주변의 수풀이 모두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금방이라도 우리를 옥죄일 듯한 잡초들. 주변 식물들과 동화할 수 있는 잎사귀족의 전매특허 기술이었다.
“우린 저자들과 관련이 없습니다. 전 그냥 여러분을 만나러 온 거예요.”
“우리를 만나러 왔다?”
“네. 전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홀에 가야 하거든요.”
내 입을 통해 튀어나온 홀이라는 이름의 공간.
“뭐, 뭐?”
그것은 락훈이 벌인 소동과는 별개로 잎사귀족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간 듯했다. 잎사귀족의 큰 눈망울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린 인간. 어떻게 그곳을 알지?”
에고 가장 깊숙한 곳에나 있는 공간이자. 이곳에 이종족들이 모여 살게 된 근본적인 이유.
‘요즘 인간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천 년 전에도 극소수의 인간들만 알고 있던 장소였으나. 최근에는 그 어떤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장소.
“말하라!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
그 이름이 낯선 어린 소년의 입에서 튀어나왔으니, 잎사귀족 입장에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족장께 잡아가야 한다!”
“아니, 일이 커지기 전에 죽여야 한다!”
적잖이 흥분한 잎사귀족들. 그 순한 녀석들마저도, 공격성을 감추지 않았으니.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하나, 고민하던 때였다.
콰아아앙!
온 숲을 뒤흔드는 진동. 순간 발생한 사나운 기류가 숲을 휩쓸기 시작했다.
“뭐, 뭐야!”
“클랄 님께서 향하신 곳이다!”
“이상한 힘!”
대지와 초목을 강하게 흔드는 충격파. 잎사귀족이 사용하는 기술도 아니었으며, 락훈 같은 자의 실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운도 아니었다.
‘설마……!’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
‘락훈 이놈이 정말로 미친 게로구나!’
서둘러 잎사귀족에게 소리쳤다.
“빨리 가서 막아야 해!”
“뭐, 뭐냐! 어린 인간. 이게 뭔지 알고 있나?”
“마력 폭탄이야!”
“마, 마력 폭탄?”
“빨리 가서 막아야 해! 저게 터지면, 이 일대는 쑥대밭이 된다고!”
급격히 당황한 잎사귀족들이었지만.
“어린 인간! 도망가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니냐!”
그렇다고 날 쉬이 보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 시간 없는데!’
곧바로 손목 위의 팔찌를 작동시켰다.
우우웅!
난데없이 숲속에 나타난 포탈. 이 이질적인 모습에 잎사귀족들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였으니.
“무슨 짓이냐……?”
경계하던 녀석들의 눈빛에 경악이 서리고 있었다.
“그, 그건!”
“우리의 표식!”
아공간 포탈에서 튀어나온 물건. 어느덧 내 손 위에 쥐어진 작은 비늘 하나. 유독 반짝이는 녹색의 비늘 때문이었다.
“이게 뭔 진 너희가 더 잘 알겠지?”
잎사귀족의 표식이었다. 얼마 전 수왕족 소녀가 건넸던 돌처럼, 종족의 의인에게나 주어진다는 물건.
“어, 어떻게 어린 인간이!”
허나, 잎사귀족이 경악한 이유는 단순히 표식을 꺼내 들었기 때문은 아니었으니.
“반짝이는 표식을!”
내 손에 들린 이 반짝이는 비늘은 족장만이 하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나도 네 덕 좀 보자.’
전생에 잎사귀족의 족장을 돕고 받았던 물건. 이아스의 거처에 전리품으로 모셔뒀던 그 물건이 천 년 만에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이걸 여기서 쓰는구만.]물론, 잎사귀족의 후예들이라 할지라도, 이 비늘이 천 년이나 된 것인 지는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울 터.
허나, 반짝이는 비늘 표식은 족장만이 수여할 수 있는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이게 있으면 내가 잎사귀족의 의인인 것이 증명된 것 아닌가?”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하, 하지만. 우리 족장님이 어린 인간에게 이걸 줬을 리가!”
“인간을 만나지 않는 분이신데!”
술렁이기 시작하는 녀석들. 천 년 전의 족장이 아닌, 현재의 족장이 준 것으로 착각한 이들이었다.
‘설명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그 옛날의 사연을 풀어놓을 시간 따윈 없었다.
“일단 빨리 가자고! 에고가 위험해!”
이 순간에도 방대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으니까.
“에고에 재앙이 닥치는 게 보고 싶지 않거든, 빨리 저곳으로 나를 인도해라! 너희가 붙잡고 데려가면 도망도 못 칠 것 아냐!”
재차 이어진 호통. 그제야 갈팡질팡하던 녀석들이 정신을 부여잡았다.
“그, 그래! 일단 우리가 데려가자!”
“직접 데려가자!”
“도망칠 수는 없을 테니까!”
순식간에 우리의 옆으로 다가온 녀석들. 그들이 드류와 내 양손을 붙잡았다.
“이안! 이분들 뭐 하려는 거야?”
불안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드류. 내가 준 주의사항을 듣고 여태 말을 안 하고 있던 녀석이었다.
“보면 알아. 좀 빠를 테니, 눈 감고 있는 게 편할……!”
말을 끝까지 뱉기도 전.
후우웅!
시야가 번쩍하는가 싶더니, 눈앞의 풍경이 달라졌다.
‘여전하네.’
숲속에서만큼은 번개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그들이었다. 수많은 수목들과 하나가 되면 가능하다나.
오랜만에 겪어보는 잎사귀족의 능력. 허나 감상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락훈 일당이 있었으니까.
빠르게 변하던 시야는 금세 멎어 들었고.
‘역시…….’
내 눈살은 절로 찌푸려졌다.
주변에 쓰러진 몇몇 잎사귀족과 인간들. 단순히 그 때문만은 아니었으니. 잎사귀족과 대치 중인 락훈의 손에 들린 물건 때문이었다.
‘예상이 맞았어.’
주먹만 한 크기의 붉은 색 구슬. 주변의 기운을 무서운 기세로 빨아들이고 있는 그것이. 내 미간을 좁힌 원인이었다.
[마력 폭탄이군.]주변에 산재한 마나를 순간적으로 흡수해 터트리는 도구.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제작이 금지된 물품이었다.
[암시장에서 산 건가.]주변 마나의 양에 따라 8성 화염 마법에 준하는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기에.
‘최악이군.’
에고에 있어선 너무나 큰 위협이었다. 마나도 풍부한 데다, 타들어 갈 수목까지 많았으니까. 저대로 터진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 뻔했다.
‘저걸 믿고 설친 건가.’
락훈의 독기어린 눈빛이 잎사귀족들을 훑었다.
“네놈들은 오늘로써 멸망이다!”
그리고 그런 락훈에게 쉽사리 다가가서지 못하는 잎사귀족들.
“인간! 무슨 수작이냐! 멈추어라!”
클랄이라 불리었던, 잎사귀족의 1등 전사마저도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뿐이었으니.
[방법이 없군.]이미 발동이 된 마력 폭탄은 시전자가 해제하지 않는 이상 멈출 방법이 없었다. 클랄이 락훈을 죽이는 것은 손쉬운 일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마력 폭탄을 저지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 지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고.’
의기양양한 락훈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 단순히 잎사귀족 몇몇이 죽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니까.
에고의 숲을 그 정도로 피해 입힌다면, 이종족들은 고작 락훈의 목숨을 거두는 것으로 끝내지 않을 터였다.
“네놈! 또다시 대전쟁을 바라는가!”
클랄의 분노어린 음성처럼, 인간과 이종족 간 전쟁으로도 번질 문제였다.
“그건 내 알 바 없고! 니들만 죽이면 돼. 전에 내 눈을 이렇게 만든 놈이 네놈이렸다!”
“그건 네가 잎사귀족 아이를 납치하려 했기 때문에!”
둘의 말싸움 도중에도 마력 폭탄으로 응집되는 마나는 멈추질 않았으니.
‘이제 곧 터진다.’
옆에 있는 잎사귀족 하나를 불렀다.
“이봐.”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녀석. 자신을 부르는지도 모른 채였다.
툭 하고, 그 작은 어깨를 건드리자.
“뭐, 뭐냐. 어린 인간.”
그제야 고개를 올려다보는 잎사귀족. 녀석의 큰 눈망울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날 저놈 옆으로 옮겨줘.”